피에르 아도: 고대 철학이란 무엇인가

 

고대 철학이란 무엇인가 | 피에르 아도 고대 철학이란 무엇인가 | 피에르 아도 - 10점
피에르 아도 (지은이),이세진 (옮긴이)열린책들

추천의 글
들어가는 글

제1부 철학에 대한 플라톤의 정의와 그 선대 철학자들
1. 철학 이전의 철학
2. 〈철학하다〉라는 개념의 등장
3. 소크라테스라는 인물
4. 플라톤의 『향연』에 나타난 철학자의 정의

제2부 생활 양식으로서의 철학
5. 플라톤과 아카데메이아
6. 아리스토텔레스와 그의 학파
7. 헬레니즘학파
8. 제국 시대의 철학 학파
9. 철학과 철학적 담론들

제3부 단절과 연속: 중세와 현대
10. 계시 철학으로서의 그리스도교
11. 고대 철학 개념의 실종과 재출현
12. 질문과 전망

연표
참고 문헌

옮긴이의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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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 이 책의 목적은 고대 철학이 나타내는 역사적, 정신적 현상의 일반적이고 공통적인 특징들을 기술하는 데 있다. 아마 독자는 <어째서 고대 철학이지? 우리와는 너무 거리가 멀잖아!>라고 의아해할 것이다. 이 물음에 대해서는 여러가지 대답을 제시할 수 있겠다. 일단 고대 철학이라는 분야는 내가 전문가로서의 권위를 인정받고 싶은 분야이기 때문이라고 답할 수 있겠다. 또한 아리스토텔레스가 말했듯이 사물을 이해하려면 그것이 발전해 가는 과정을 살펴보아야 하는 법이다. 그 사물의 탄생을 놓쳐서는 안 된다. 우리가 지금 철학을 논하는 것도 그리스인들이 지혜에 대한 사랑을 뜻하는 <필로소피아philosophia), 즉 철학이라는 말을 만들어 냈기 때문이요, 그리스 철학의 전통이 중세를 거쳐 근대까지 전수되어 왔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철학이 특정한 시대에 시작되어 우리 시대까지 이어져 내려오는 역사적 현상이라는 사실을 분명히 의식하면서 이 현상을 그기원에서부터 살펴보는 것이 중요하다. 

나는 이 책에서 고대에 <철학>을 한다는 것과 오늘날 일반적으로 철학을 한다는 것의 적어도, 학생들이 대학의 필수 과목으로 공부하면서 떠올리게 되는 이미지를 보자면 심원한 차이를 보여주고자 한다. 요즘 학생들은 철학자 한 사람 한 사람이 저마다 독창적인 방식으로 체계적이고 추상적인 구조를 새로이 발명하고자 머리를 쥐어짜고 매달렸던 것처럼 생각한다. 그 구조란 어떤 방식으로든 세계를 설명하기 위한 것이거나, 현대 철학자들의 경우에는 언어에 대한 새로운 담론을 구상하고자 하는 것이다. 우리가 <일반 철학>이라고 부를 수 있을 이러한 이론들은 거의 대부분의 체계들 내에서 도덕성에 대한 학설과 비판을 낳는다. 이 학설과 비판은 인간에게나 사회에게나 체계의 일반적 원리의 결과라고 할 만한 것을 끌어내어 삶에 있어서 특정한 선택을 내리고 어떤 행동 양식에 적응하게 한다. 그 선택이 좋은 결과를 가져오는지 아는 것은 전적으로 부차적이고 부수적인 문제이다. 이러한 문제는 철학적 담론의 전망에 포함되지 않는다. 

그러나 나는 철학에 대한 이러한 설명을 고대 철학에 적용하는 것은 잘못이라고 생각한다. 고대 철학에 논리학과 자연학 이론의 가장 미묘한 문제들에 대한 이론적 성찰을 개진할 만한 역량이 있음을 부인하는 것은 분명히 아니다. 그러나 이 같은 이론적 활동은, 우리가 통상적으로 철학을 설명하는 바와 부합하는 전망과는 다른 전망에 놓고 보아야 한다. 우선, 적어도 소크라테스 이래로는 생활 양식에 대한 선택이 철학 활동의 마지막에 오는 무슨 부록처럼 여겨지지 않았다. 오히려 반대로 생활 양식에 대한 선택은 처음부터 여타의 실존적 태도에 대한 비판적 대응, 어떤 세계관 및 인생관의 전반적인 통찰, 그리고 자발적인 결정 그 자체의 복잡한 상호 작용 안에 위치한다. 이로써 그 선택권은 어느 정도까지는 학설 자체와 그것을 가르치는 방식까지 결정짓는다. 따라서 철학적 담론은 생의 선택, 실존적 선택으로부터 기원하며, 그 역(逆)은 성립하지 않는다. 이차적으로 이 선택, 이 결정은 결코 고독 속에서 이루어지지 않는다. 집단이나 공동체, 한마디로 철학 <학파>로부터 벗어난 철학이나 철학자는 있을 수 없다. 정확히 말해, 철학 학파는 무엇보다도 삶에 대한 특정 선택과 부합한다. 개인에게 삶의 전면적 변화를, 전 존재의 전향을, 그리고 결국은 특정한 양식으로 살며 존재하고자 하는 욕망을 요구하는 어떤 실존적 선택과 부합하는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실존적 선택은 특정한 세계관을 포함한다. 철학적 담론의 과업은 세계에 대한 표상 못지않게 실존적 선택 역시 계시하고 합리적으로 정당화하는 데 있을 것이다. 그러므로 이론화된 철학적 담론은 이러한 시초의 실존적 선택으로부터 태어난다. 또한 철학적 담론은 스승과 제자들을 ─ 논리적 설득력에 의하여, 대화 상대자에게 행사하고자 하는 행위에 의하여 ─ 실제로 그 시초의 선택에 맞게 살아가게끔 부추기거나, 생의 이상을 적용한 것이라는 점에서, 그 선택으로 돌아가도록 이끈다. 그러므로 나는 철학적 담론이 생활 양식에 대한 전망 속에 포함된다고 말하고 싶다. 철학적 담론은 그 전망의 수단인 동시에 표현이다. 결과적으로, 철학은 먼저 생활 양식이다. 철학적 담론과 긴밀하게 연결된 생활 양식인 것이다. 철학과 지혜를 가르는 간격은, 이 책의 가장 근본적인 주제들 중 하나로 다루어질 것이다. 철학은 지혜에 이르기 위한 준비 운동에 지나지 않는다. 그러나 이것은 철학을 한편으로는 이론화된 철학적 담론으로 보고, 다른 한편으로는 담론이 완성되는 때에 실천으로 옮겨질 조용한 생활 양식으로 제시하며 양자를 대립시키는 태도와는 무관하다. 에리크베유가 다음과 같은 글에서 제안했던 도식이 바로 그러한 태도라 하겠다. 

26 이 책은 논증을 세 단계로 나누어 전개하고자 한다. 첫 단계는, <철학>이라는 말을 맨 먼저 사용한 이들의 역사를 살펴보고 플라톤이 향연에서 이 말을 <지혜에 대한 욕망>으로 정의했을 때 이 정의의 의미가 무엇인지 이해하는 것이다. 그 후에는 다양한 고대 철학 사조들의 특징을 생활 양식이라는 측면에서 찾아볼 것이다. 이로써 우리는 마침내 이 사조들을 하나로 묶어 주는 공통적인 특징을 보게 될 것이다. 세 번째 단계에서 우리는 어떤 이유에서, 그리고 어느 정도로, 중세부터 철학이 순전히 이론 활동으로 여겨지게 되었는가를 고찰한다. 최종적으로 우리는 철학의 고대적 이상으로 되돌아가는 것이 가능한가를 자문할 것이다. 우리의 주장을 정당화하는 데에는 고대 철학자들의 텍스트가 많이 인용될 것이다. 이러한 인용이 고대 철학 텍스트를 접하기가 쉽지 않은 학생들에게 큰 도움이 되리라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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