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정욱: 칸트의 순수이성비판 읽기
- 책 밑줄긋기/책 2023-26
- 2026. 6. 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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칸트의 순수이성비판 읽기 | 세창명저산책 3 | 서정욱 - ![]() 서정욱 (지은이)세창출판사(세창미디어) |
머리말·4
제1장 머리말과 서론에 관하여·13
1. 초판과 재판의 머리말·13
2. 초판과 재판의 서론·27
제2장 선험적 원리론·35
I. 시간과 공간으로써 선험적 감성론·37
1. 공간·38
2. 시간·46
II. 선험적 논리학·54
1. 일반 논리학·54
2. 선험적 분석론·63
3. 선험적 변증론·126
제3장 선험적 방법론·179
1. 순수이성의 훈련·180
2. 순수이성의 규준·186
3. 순수이성의 건축술·190
4. 순수이성의 역사·194
13 "인간의 이성은 어떤 종류의 인식에 대해서는 특별한 운명을 갖고 있다. 인간의 이성은 스스로 거부할 수도 없고 대답할 수도 없는 어떤 문제에 대해서 괴로워하는 운명을 갖고 있다. 이성이 거부할 수 없는 것은 이성이 이성의 자연적인 본성 자체로부터 주어져 있기 때문이며, 대답할 수 없다는 것은 문제가 인간이성의 모든 능력 밖에 있기 때문이다"
칸트는 이성의 운명을 그의 순수이성비판』에서 이렇게 시작하고 있다. 인간의 이성이 특별한 운명을 갖고 대하는 어떤 종류의 인식이란 곧 형이상학적인 인식을 말한다. 예를 들자면 내적 영혼의 불멸, 세계의 최후 본질인 이율배반, 혹은 신의 실재 여부에 관한 문제를 인식하는 것이다. 이런 측면에서 우리가 칸트에게 다음과 같이 물을 수 있다. 과연 칸트는 형이상학을 버리기를 원했을까? 아니면 더 확고히 하기를 원했을까?
칸트는 순수이성비판』 서문에서 “학문으로서 근본적인 형이상학의 빠른 출현을 위해 필요한 예비행사"로서 형이상학적 인식이 하는 "정당한 요구"를 위해 "법정"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런 칸트의 생각으로 볼 때, 형이상학을 학문으로서 더 확고하게 다지려는 것이 칸트의 의도이며, 순수이성비판의 목적이 아닌가 생각된다.
먼저 칸트는 형이상학이 걸어온 운명적인 길을 살펴본다. 고대 그리스에서 형이상학은 모든 학문의 왕으로 군림했다. 하지만 중세에 와서 철학은 신학에 밀려 보이티우스가 주장하는 것처럼 늙은 노파가 되고 말았다. 칸트도 근대의 형이상학을 보이티우스처럼 늙은 여자가 되어 추방당했다고 했다. 그러나 데카르트를 비롯한 그 후계자들의 독단론적인 생각은 형이상학으로 하여금 다른 학문 위에 군림하는 전제군주로 만들었다. 하지만 형이상학의 새로운 체계나 기반을 만든 것이 아니라 고대 그리스에 두고 있었기 때문에 완전하지 못했다.
반면 로크를 비롯한 경험론자들은 자신들의 경험론의 체계와 기반을 형이상학에서 끌어와 확고히 했다. 칸트는 경험론자들은 형이상학을 잘못 끌어들였다며, 형이상학을 유목민에 비유하고 있다. 이렇게 유목민이 된 형이상학은 다시 대륙의 합리론으로 돌아왔지만, 근대의 철학자들은 무관심으로 형이상학을 맞이했다. 데카르트, 스피노자, 그리고 라이프니츠를 비롯한 유럽의 합리론자들은 형이상학의 지식과 기초를 수학이나 기하학과 같은 확실한 학문을 기초로 확고히 하려고 했다. 반면 영국의 경험론자인 로크와 흄은 같은 방법을 심리학에서 찾았다.
칸트는 흄을 통해 독단의 꿈에서 깨었다고 주장하고 있다. 무슨 뜻일까? 칸트는 유럽의 합리적인 사고를 따라 자신의 철학을 정리하려고 했다. 하지만 흄을 접한 후 수학도 기하학도 아니며, 심리학도 아닌 새로운 학문을 형이상학의 기초로 삼았다. 그것은 바로 논리학이다. 칸트는 모든 인간의 지식과 진리는 논리학에 따라 정리되어야 하며, 논리학의 원칙이 곧 인식의 원칙이 되어야 한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그리고 이것을 이성의 법정이라고 비유했다.
이런 이성의 비판적 연구는 무엇보다 확실하고 명석 혹은 분명하게 진행되어야 된다고 판단한 칸트는 그 근거를 논리학에서 찾았다. 칸트는 어떤 경우에도 "가설은 아무리 싸구려라도 팔아서는 안 되는 물건"이라고 규정하였다. 선천적으로, 확립될 모든 인식은 무조건 필연적이어야 하기 때문에, 이런 가설은 발견 즉시 폐기처분해야 논리학에 따른 확실성을 확보할 수 있다고 칸트는 주장한다. 칸트는 순수이성비판이 명석하고 분명하게 써져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 책의 체계와 구조가 명석하거나 분명하지 않다면 책을 읽는 사람들에게는 큰 혼란이 올 수 있다. 그래서 칸트는 독자들이 명석하고 분명한 체계와 구조를 위해 두 가지를 요구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첫째, 독자는 개념들의 논리적인 명석함이나 분명함을 요구할 수 있고, 다음으로는 구체적인 예와 각주를 통해 직관들의 명석성과 분명성을 요구할 수 있다.
칸트는 이렇게 순수이성비판의 서문에서 논리학을 바탕으로 분명하고도 명석하게 형이상학을 다시 정리하겠다는 의지를 밝힌다. 비록 약한 힘이지만 많은 사람들이 함께 뜻을 같이하고 힘을 모으면 형이상학은 모든 학문 중에서 가장 짧은 시간 안에 완성될 수 있다고 칸트는 믿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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