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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의 정원 : 작은 에덴동산 | 시공 디스커버리 총서 43 | 가브리엘 반 쥘랑 - ![]() 가브리엘 반 쥘랑 (지은이)시공사 |
제1장 고대의 정원과 이슬람의 유산
제2장 중세 정원
제3장 이탈리아 르네상스 시대의 정원
제4장 형식성의 승리 : 프랑스의 정원
제5장 회화적인 정원의 조성 : 영국의 풍경화적 정원
제6장 절충주의에서 모더니즘으로
기록과 증언
참고문헌
그림목록
11 태초에 하느님이 정원을 창조하시었으니, 그 이름은 에덴이었다. 《성서》에서는 에덴이 메소포타미아에 존재했다고 하는데, 물을 대지 않아도 사과나무가 자랐던 점으로 미루어, 메소포타미아 북부로 추정된다. 인간이 타락하기 전에 에덴은 평화와 기쁨이 넘치는 장소였으며, 물과 웃음이 가득한 향기롭고 비옥한 곳이었다. 아시리아 시대부터 인류는 끊임없이 신화에 나오는 이러한 낙원을 재창조하기 위해 노력해 왔다.
12 정원을 토지의 공리적 이용이라기보다 아름다운 장소로 인식하고자 하는 사고방식은 동양에서 유럽으로 전래되었다. B.C. 3000년대 초에 이미 고대 바빌로니아의 수메르 왕 길가메시는 자신의 도시에 있는 정원과 과수원을 커다란 자랑으로 삼고 있었다. B.C. 2000년대 메소포타미아의 모든 왕들은 왕실의 정원을 보유하고 있었고, 그곳에서 성대한 연회나 의식을 자주 열었다. 궁궐의 안뜰은 녹음으로 뒤덮여 있었고 꽃피는 식물로 장식되어 있었다. 또한 사원의 정원에는 신을 기리고 시종들을 먹여 살리기 위해서 과실과 야채를 심었다는 기록이 있다.
13 B.C. 10세기 아시리아에 대형 공공 정원이 존재했다는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아슈르나시르팔 2세는 님루드에 사과나무, 배나무, 아몬드나무, 서양삼목, 포도나무들을 심은 정원을 가지고 있었는데, 그곳에 물을 대기 위해서는 운하를 이용해 산의 물을 끌어 와야 했다. 나무들 중 일부는 토착종이었으나, 군사 원정 뒤에 새싹이나 씨앗의 형태로 수입한 것도 많았다. 꽃피는 식물과 소관목도 정원을 장식하고 있었다. 아시리아의 사르곤 2세는 도시 외곽에 사자와 사냥감들로 가득한 수렵 금지 구역을 만들었다. 그를 계승한 세나셰리브 왕은 수도를 니네베로 옮기고, 그곳에 많은 정원과 공원을 조성했으며 바빌로니아 남쪽 늪지대의 자연환경을 재현하고자 했다.
13 고대의 가장 유명한 정원들은 바빌론의 정원들이었다. 역사가 조세퍼스는, 이 정원들은 울창한 산과 언덕을 그리워하며 향수병을 앓고 있던 페르시아 출신의 왕비를 위해 네부카드네자르 2세가 꾸민 것이라 전한다. 식물로 뒤덮인 계단식 옥상 정원은 세계의 7대 불가사의 중 하나로서, 그리스의 역사가 디오도로스와 스트라본이 언급한 바 있다.
14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정원 그림은 이집트에 있다. 이집트는 정원에 대한 고대의 전통을 물려주었다. 그러나 이집트 정원은 단지 멋을 부리기 위해 조성된 것은 결코 아니었다. 정원에서는 포도주, 과실, 야채, 파피루스가 생산되었다. 메소포타미아에 도시 문명이 출현하던 시대에 그랬던 것처럼, 이집트에서도 도시와 건조한 사막 지대의 인구에게 공급할 식량을 조달하기 위해 야채 과수원을 꾸몄다. 농장의 정원이 안락한 은퇴 생활과 자급자족을 확보해 주는 장소로 탈바꿈하면서, 이 시대에 시골 주택들이 나타나게 된다. 이러한 정원들은 사막의 모래와 매년 되풀이되는 나일강의 범람과 침입자를 막아 주는 높다란 담벽, 직사각형 연못, 규칙적으로 줄을 맞춰 심은 나무들로 단순하게 구성되어 있다. 그 후 이 형태는 수세기 동안 모델이 되었다.
16 그리스인이 B.C. 4세기부터 정원을 가꾸었음은 입증된 사실이지만, 그리스는 바위와 산이 많은 토양과 뜨겁고 건조한 기후 때문에 조직적인 정원 조성에 결코 이상적인 장소는 아니었다. 그리스인은 신들의 사랑과 축복을 받는 천연의 장소인 '신성한 숲'이라는 개념을 만들어 냈다. 이는 인간이 돌보지 않아도 항상 비옥하고 아늑한 곳으로서, 자연을 경작하는 농업의 개념과 대립되는 목가적인 정원이었다. 고대 그리스에서 밀과 야채는 양식으로 경작되었지만, 꽃들은 신을 위해 피어났다. 그리스 신화를 보면, 아틀라스의 딸들이 헤라의 황금사과를 간직해 두었던 헤스페리데스 정원이나 마이다스 왕의 장미 정원에 이르기까지 수많은 자연적인 정원이 나온다. 이 정원들은 다른 자연과 구별되는 마술의 장소인 도원경으로서 신비로운 분위기와 정령 ─ '제니우스 로시(genius loci, 충만한 영)' ─ 이 지배하는 곳이다. 이곳은 신과 영웅에게 바쳐진 장소이며 자연의 신성함이 드러나는 곳이다.
17 실제로 그리스에서는 태양의 열기로부터 몸을 숨길 은신처가 필요했다. 그리하여 체육관과 시장, 플라톤의 아카데미와 아리스토텔레스의 리케움 같은 집회 장소 근처에는 그늘을 드리우도록 항상 나무들을 심었다. 염세주의 철학자였지만 쾌락을 소홀히 여기지 않았던 에피쿠로스는 그가 살던 도시 아테네에 자신의 화려한 정원을 공원으로 물려주었다. 그러나 그리스 귀족 사회가 페르시아와 동양의 정원을 모방하기 시작한 것은 알렉산더 대왕의 정복 이후였다. 그리하여 분수와 동굴로 장식된 공원은 그리스 도시 국가와 그리스 식민지의 필수적인 요소가 되었다. 벽감과 분수에 수놓은 조각들로 장식한 개인 소유의 정원에 즐겨 심었던 식물들은 장미, 붓꽃, 백합, 제비꽃, 구근초들과 초본식물들이었다. 또한 작은 과실과 견과도 있었다. 현재 자세한 것은 알 수 없지만, 최초로 정원에 사치스러움이 등장했던 것은 유명한 에피쿠로스의 정원에서였다. 수세기가 지난 후 볼테르는 1755년에 작성한 한 편지에서 제네바에 있는 자신의 은거지를 묘사해, "에피쿠로스의 정원을 갖춘 철학자의 궁전"이라고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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