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지은: 칸트의 순수이성비판 - 내가 진짜 아는 것은 무엇인가

 

칸트의 순수이성비판 | EBS 오늘 읽는 클래식  | 강지은 칸트의 순수이성비판 | EBS 오늘 읽는 클래식 | 강지은 - 10점
강지은 (지은이),한국철학사상연구회 (기획)EBS BOOKS

서문
1장 천체와 물리를 알았던 철학자, 칸트
2장 『순수이성비판』 읽기
3장 철학의 이정표

생애 연보
참고 문헌

 


180 칸트는 실재성, 실체, 인과성, 현존의 필연성이라는 개념은 대상에 대한 경험적 인식에서만 사용될 수 있다고 한다. 왜냐하면 이 개념들은 감성 세계 바깥에서는 적용되지 못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우리는 이 개념들을 세계 바깥에 두기 때문에 이런 개념을 통해서는 아무런 규정적 의미를 파악할 수가 없다. 그렇기 때문에 이러한 개념들은 감성 세계 바깥에서 감성 세계의 체계적 통일이라는 용도를 가질 수 있다. 
 
순수 이성은 사실 오직 자기 자신만을 다루며, 다른 일을 가질 수 없다. 순수 이성에게는 경험 개념의 통일을 위한 대상들이 주어지는 것이 아니라, 지성 인식들, 즉 이성 개념의 통일이 주어지기 때문에 오직 자신의 체계적 통일만 추구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성이 경험적인 지성 사용에 줄 수 있는 체계적 연관성은 지성 사용을 촉진하고 동시에 지성 사용의 올바름을 보증하기도 한다. 그리고 이성은 규제적 원리로서 지성이 알지 못하는 새 길을 개방함으로써 이성의 경험적 사용을 무한하게 촉진하고 확립한다. 

이념의 체계적 통일의 기능에는 어떤 것들이 있을까. 그러한 이념의 첫째 객관은 사고하는 영혼으로 보여지는 나 자신이다. 나는 경험하는 중에 있어야 하고, 일체의 범주조차도 그것들의 도식이 감성적 직관에 주어져 있지 않는 한에서는, 단 하나도 이 대상에 적용할 수 없다. 그러나 이것으로서는 결코 내감의 모든 현상들의 체계적 통일에 도달하지 못한다. 그러므로 우리를 멀리까지 인도할 수 없는 경험 개념 대신 이성이 모든 사고의 경험적 통일이라는 개념을 취하고 이 통일을 무조건적이고 근원적인 것이라고 생각함으로써 단순하고 독립적인 예지자라는 이성 개념, 즉 이념을 만들어낸다. 

이성의 두 번째 규제적 이념은 세계 개념 일반이다. 무릇 자연은 본래 그와 관련해서 이성의 규제적 원리들을 필요로 하는 오직 유일하게 주어진 객관이다. 이 자연은 이중적으로 사고하는 자연이거나 물체적 자연이다. 이곳에서 조건들은 더 이상 현상들의 계열 안이 아니라, 현상들의 바깥에 놓일 수 있으며, 상태들의 계열은 마치 어떤 예지적 원인에 의해 시작된 것처럼 보일 수 있다. 이 모든 것은 우주론적 이념들이 규제적 원리들에 불과하며, 다시 말해서 구성적으로 그러한 계열들의 현실적 전체성을 정립하는 것과는 거리가 멀다는 것을 증명한다. 

순수 이성의 세 번째 이념은 한 존재자를 모든 우주론적 계열들의 유일한 원인이라고 보는 신이라고 하는 이성 개념이다. 분명한 것은 최고로 완전한 존재자라는 이념은 우리로 하여금 모든 사변적인 이념들과 마찬가지로, 세계의 모든 연결을 체계적 통일의 원리들에 따라서 고찰하라고 명령한다. 이성 개념은 오직 "최고의 형식적 통일은 사물들의 합목적적인 통일이며, 이성의 사변적 관심은 필연적으로 세계 내의 모든 정돈을 마치 그것이 하나의 최고 최상의 이성의 의도로부터 유래된 것처럼 보도록 만"든다. 이성은 목적론적 법칙들에 따라 세계의 사물을 연결하고 그렇게 함으로써 사물들을 최대로 체계적인 통일에 이르는 전망을 열어준다. 

칸트는 오직 이성 개념들이 근거를 두고 있는 최고의 형식적 통일은 사물들의 합목적적 통일이며, 이성의 사변적 관심은 이성의 의도로부터 유래된 것처럼 보도록 만든다고 한다. 그러한 원리는 곧 경험에 적용된 우리의 이성에게 목적론적 법칙들에 따라 세계의 사물들을 연결하고, 그렇게 함으로써 사물들을 체계적인 통일에 이르도록 하는 새로운 전망을 열어준다. 

우리는 이성의 규제적 사용이라는 점에서 사물들의 자연본성이 아닌 이성의 자연 본성에 관련된 질문들에 대해서는 분명히 답할 수가 있다. 첫째로, '과연 세계 질서 및 보편적 법칙들에 따르는, 이 세계와 구별되는 어떤 것이 있는가'하고 묻는다면 '의심할 여지가 없이 당연하다'고 대답해야 한다. 왜냐하면 세계는 현상들의 총합일 뿐이므로 순수 지성에 의해서만 생각될 수 있는 근거가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둘째로, '이 존재자는 실체인가, 최대 실재성인가, 필연적인가 등등'이라고 묻는다면 '이런 질문은 무의미하다'고 대답해야 한다. 왜냐하면 실체라는 범주는 오직 경험적으로만 사용될 수 있기 때문이다. 마지막 셋째로, '과연 우리는 이 존재자를 경험 대상들과의 유추를 통해 생각해도 되는가?' 하고 묻는다면 '물론이다'라고 대답해야 한다. 단, 그것은 단지 이념에서의 대상으로서 그런 것이지 실재 대상으로서는 아니다.  

이렇게 보았을 때, '유일하고 지혜롭고 전능한 세계 창시자를 상정할 수 있는가?'하고 묻는다면 우리는 '전혀 의심할 여지 없이 당연하다'고 대답해야 한다. 하지만 그때 '우리는 우리의 인식을 가능한 경험의 분야를 넘어 확장하는가?'라고 묻는다면 '결코 그렇지 않다'고 대답해야 한다. 

이제 '세계가 신적 의지로부터 세계를 의도적으로, 즉 합목적적으로 정돈한 것으로 생각해도 좋은가'라고 묻는다면, 그렇다고 대답해야 할 것이다. 다시 말해 사람들이 저 통일을 지각하는 곳에서는, 신은 지혜롭게도 그것이 그렇기를 원했다고 말하는 것이나, 자연이 그것을 지혜롭게 정돈했다고 말하는 것이나 완전히 똑같은 것이다. 

칸트는 세계에 대한 인간의 인식 능력을 정확하게 확인하고 형이상학의 가능성을 탐구했다. 또한 신, 우주, 영혼의 가능성이 어디까지인지 그리고 그 가능성의 한계는 또 어디까지인지 알아보려고 노력한 철학자이다. 인간이 원하는 도덕적인 세계, 인간이 희망하는 합목적적인 세계, 미적 아름다움의 세계는 다음 『실천이성비판』과 『판단력비판』을 향해 나아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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