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스토옙스키, 지옥으로 추락하는 이들을 위한 신학 - 에두아르트 투르나이젠 지음, 손성현 옮김, 김진혁/포이에마 제1장 인간이란 무엇인가 제2장 도스토옙스키의 사람들 제3장 도스토옙스키의 관점 제4장 이반 카라마조프, 대심문관, 그리고 악마 제5장 하나님을 아는 지식 * 옮긴이의 글 * 해제 * 투르나이젠 연보 제1장 인간이란 무엇인가 12 선과 악, 영리함과 우매함, 아름다움과 추함 너머의 인간이다. 심지어 국가와 가족, 학교와 교회 너머에 존재하는 것처럼 보인다. 12 안전한 자기 집에 있는데도 불현듯 예기치 못한 위험스러운 가능성들이 도사리고 있음을 의식하게 된다. 도스토옙스키의 작품이 그리는 세계와 그곳에 등장하는 인간들과 대면할 때 비밀스러운 공포와 전율이 일어나는 것도 이와 비슷할 것이다. 1..
도스토옙스키 탄생 200주년 기념판 세트 - 전8권 - 표도르 도스토옙스키 지음, 홍대화 외 옮김/열린책들 제4부 제11권 작은 형 이반 표도로비치 554 그는 〈법률도, 양심도, 신앙도 모두 부정했었고〉, 무엇보다도 내세를 부정했었지. 그러다가 마침내 죽음을 맞게 되었는데, 곧장 암흑과 죽음을 향해 나아갈 거라고 생각했다가 내세를 맞게 되었어. 그런데 한편으로 놀랍기도 하고 화가 치솟기도 한 그는 〈이건 내 신념과 배치된다〉고 말했다는 거야. 그 일로 해서 그는 재판을 받게 되었지······. 여보게, 용서해 주게, 난 다만 내가 들은 이야기를 전하는 것 뿐이니까. 이건 단지 전설에 지나지 않아·····. 그에게는 1천조 킬로미터(지금 우리 세계에서는 미터법을 사용하고 있거든)의 암흑 속을 걸어서 통과..
도스토옙스키 탄생 200주년 기념판 세트 - 전8권 - 표도르 도스토옙스키 지음, 홍대화 외 옮김/열린책들 제2부 제5권 찬반론 516 그래서 나는 이렇게 결심했지, 얘야, 내가 만일 그것조차 이해하지 못한다면 어떻게 신을 이해하겠는가 하고 말이야. 겸허하게 고백하던데 난 그런 문제들을 해결할 어떤 능력도 없어, 내 지성은 유클리드적인 지상의 것인데 어떻게 우리가 이 세상의 것이 아닌 것을 해결할 수 있겠느냔 말이다. 그래서 네게 충고해 두는 바이지만, 내 친구 알료샤야, 이런 문제는 생각하지 않는 게 좋아, 신에 대한문제, 다시 말해서 신은 존재하는가 아닌가 하는 문제는 더욱더 그렇고. 그런 문제들은 3차원의 개념만으로 창조된 지성으로는 전혀 해결할 수 없는거야. 그래서 나는 기꺼이 신을 인정할 뿐 아..
도스토옙스키 탄생 200주년 기념판 세트 - 전8권 - 표도르 도스토옙스키 지음, 홍대화 외 옮김/열린책들 제2부 제7장 일당의 모임에서 011 비르긴스키는 무라비이나야 거리에 있는 자기 집, 다시 말해 아내의 집에 살고 있었다. 집은 단층의 목조 건물로 다른 거주자들은 없었다. 주인의 생일을 빙자해 열다섯 명 가량 되는 손님이 모였다. 그러나 이 모임은 지방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영명축일 파티와는 전혀 달랐다. 비르긴스키 부부는 결혼생활을 시작하면서 영명축일에 손님을 부르는 것은 어리석은 짓이며, 게다가 〈기뻐할 이유도 전혀 없다〉고 서로 단호하게 결정지었던 것이다. 지난 몇 년 동안 그들은 어떻게든 스스로를 사회에서 완전히 단절시켜 왔다. 그는 능력도 있는 데다 〈무슨 불쌍한〉 사람이 전혀 아님에도 ..
도스토옙스키 탄생 200주년 기념판 세트 - 전8권 - 표도르 도스토옙스키 지음, 홍대화 외 옮김/열린책들 제1부 제1장 서문을 대신하여: 널리 존경받는 스테판 트로피모비치 베르호벤스키의 신변 이야기 11 지금까지 어떤 특별한 일도 없던 우리 도시에서 최근에 발생한 매우 이상한 사건들을 서술함에 있어서, 나는 나의 능력 부족 탓에 이야기를 약간 돌려, 다름 아닌 재능 있고 널리 존경받는 스테판 트로피모비치 베르호벤스키의 몇 가지 신변 이야기에서부터 시작해야겠다. 이 이야기는 앞으로 전개될 연대기의 서문과 같은 역할을 할 뿐이며, 내가 쓰려고 하는 진짜 이야기는 좀 더 뒤에 나올 것이다. 바로 시작하겠다. 스테판 트로피모비치는 우리 사이에서 뭔가 독특한 말하자면 시민적인 역할을 계속 담당하고 있었으며, 그..
도스토옙스키 탄생 200주년 기념판 세트 - 전8권 - 표도르 도스토옙스키 지음, 홍대화 외 옮김/열린책들 제4부 009 〈내가 아직도 꿈을 꾸고 있는 걸까?〉 라스콜니코프는 다시 한번 이런 생각을 했다. 그는 조심스럽고 미심쩍은 눈으로 뜻 밖의 손님을 찬찬히 뜯어보았다. 「스비드리가일로프 씨라고? 이게 무슨 헛소리야? 그럴 리가 없어!」 마침내 그는 당황하여 큰소리로 외쳤다. 이런 외침을 듣고도 손님은 놀라는 기색이 전혀 없었다. 「나는 두 가지 일 때문에 찾아왔습니다. 첫째로는 오래전부터 당신에 대해, 매우 흥미로울 뿐 아니라 좋은 소문을 많이 들어왔기 때문에 직접 만나고 싶었고, 둘째로는 당신의 누이 동생, 아브도티야 로마노브나와 직접 관련이 있는 한 가지 계획을 어쩌면 당신이 도와줄지 모른다는 생..
도스토옙스키 탄생 200주년 기념판 세트 - 전8권 - 표도르 도스토옙스키 지음, 홍대화 외 옮김/열린책들 제1부 009 찌는듯이 무더운 7월 초의 어느 날 해 질 무렵, S 골목의 하숙집에서 살고 있던 한 청년이 자신의 작은 방에서 거리로 나와, 왠지 망설이는듯한 모습으로 K 다리를 향해 천천히 발걸음을 옮기고 있었다. 그는 다행히도 계단에서 여주인과 마주치는 것을 피할 수 있었다. 그의 작은 방은 높은 5층 건물의 지붕 바로 아래에 있었는데, 방이라기보다는 벽장 같은 곳이었다. 여주인은 그보다 한 층 아래에 있는 독립된 아파트에서 살고 있었고, 그는 그녀로부터 식사와 하녀를 제공받고 있었다. 그런데 청년은 거리로 나갈 때마다 항상 계단을 향해 문이 활짝 열려 있는 여주인의 부엌 옆을 지나야 했으므로 ..
도스토옙스키를 쓰다 - 슈테판 츠바이크 지음, 원당희 옮김/세창출판사(세창미디어) 공감 얼굴 삶의 비극 운명의 의미 도스토옙스키의 작중 인물들 사실주의와 환상 건축술과 열정 한계의 초월자 신에 대한 고뇌 삶의 승리 삶의 비극 21 도스토옙스키의 경우 우리의 첫 인상은 늘 공포이며, 그다음에야 비로고 그의 위대성이다. 그의 운명 역시 얼핏 보면 농부같고 비범함이라곤 없는 그의 얼굴처럼 대단히 비속해 보인다. 우선 그의 얼굴은 고통으로 일그러져 있는 것처럼 느껴지는데, 60년이란 세월은 온갖 고통의 수단으로 그의 허약한 육체를 고문했기 때문이다. 궁핍이라는 줄칼은 그의 청춘과 노년의 단맛을 빼앗고, 육체적 고통의 톱날의 그의 뼈마디를 갈았으며, 결핍이라는 나사는 그의 자율신경까지 파고든다. 그런가 하면 신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