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읽기 20분 | 중국정치사상사 | 44 장자의 자연주의 정치사상


중국정치사상사 선진편 - 하 - 10점
유택화 지음, 장현근 옮김/동과서


Reading_20min_20151109: 중국정치사상사 선진편(下)-44

장자의 자연주의 정치사상

- 莊子는 모두 33편(내편, 외편, 잡편)

- 장자와 전국시대 장자 후학들의 논문모음집

- 정치적으로 주제가 되는 사상은 한마디로 인성자연설과 자연주의 정치사상


“중국사상사에서 사람이 자연의 일부분에 속하고 자연계의 한 가지 존재형식이라고 전면적으로 논술한 최초의 저술은 장자로 추정된다.”


“한번 음하고 한번 양한 것을 도라 이른다. 一陰一陽之謂道”(일음일양지위도)(周易, 繫辭上)(주역, 계사상)


“사람의 생명은 기의 취합이다. (기가) 모이면 생명이 있고, 흩어지면 죽게 된다. 人之生 氣之聚也 聚則為生 散則為死”(莊子, 外篇, 知北遊)


원초적으로 생성된 본성[原生性] — 장자 인성론의 총칙


자연성을 속박하는 사회관계와 사회관념에 대한 비판

- “장자와 그 후학들은 당시의 각종 사회관계가 사람의 본성을 속박하며, 전체 사회는 곧 큰 감옥이며 대 도살장이라고 생각했다.”






오늘은 장자의 자연주의 정치사상을 읽기 시작하겠다. 장자는 사람들에게 아주 쾌활하고도 세상을 달리 보는 시각을 갖게 해주는 사상가이다. 장자는 일반적으로 세상에 대해 적극적인 주장을 펼치지 않은 사람으로 간주되는데, 과연 이런 사람에게 적극적인 정치적인 주장이 있겠는가에 대해 의문을 가지는 경우가 많이 있다. 유택화 교수도 별로 없다고 얘기하고 있다. 


먼저 장자라는 사람에 대해서 간략하게 알아보면 송나라 사람이고, 이름은 주, 장주이다. 대략 서기전 369년에서 286년 사이에 살았다고 알려져 있다. 이 사람의 이름을 딴 <莊子>는 모두 33편으로 되어있다. 내편, 외편, 잡편 이렇게 되어있는데 이 책이 어떻게 만들어진 것이냐에 대해서는 의견이 분분하다. 그래서 유택화 교수는 이렇게 정리한다. <莊子>라는 책은 장자 본인과 전국시대 장자 후학들의 논문모음집이다. 그리고 여러 사람의 손에 나왔기 때문에 구체적인 견해에 들어가게 되면 여러 편들 사이에서 충돌되는 지점이 있다. 그런데 정치적으로 주제가 되는 사상은 찾아볼 수 있는데 한마디로 인성자연과 자연주의 정치사상이다.


그리고 앞서 말한 것처럼 장자라는 텍스트에는 적극적인 치세방안을 찾아보기란 매우 어렵다. 그러나 다른 각도에서 사회를 인식하는 길을 열어줬다는 평가를 할 수 있다. 어떤 때 보면 장자의 결론이 황당하고 오늘날에는 물론이고 그 당시에도 그것이 받아들여졌을 것인가 의문을 가질만한 이야기들이 많이 있지만 그런 결론에 이른 된 과정, 즉 인식의 과정에서는 전혀 생각하지 못했던 것들을 보여준다. 


장자 학설에 본격적으로 들어가기 전에 '도'라는 말을 보면, 유가에서 말하는 도와 노자와 장자가 말하는 도가 다르다. 흔히 "한번 음하고 한번 양한 것을 도라 이른다.", 일음일양지위도라는 말을 한다. 어떤 때보면 중국사상을 보면 이래도 좋고 저래도 좋은 것인가 의심을 가지게 되기 쉽다. 그런데 이게 무엇을 의미하는 것일까, 우리가 일상적으로 이것을 이해할 수 있는 방법은 없는가를 궁리해본다. "한번 음하고 한번 양한 것을 도라 이른다."가 과연 무슨 뜻인가. 따져보면 한 사람이 음하기도 하고 양하기도 하다는 뜻이다. 한번 정해진 정체성이 있으면 그 정체성이 변화하는 것은 동시에 변화할 수 없고, 시간이 개입되고 어떤 그것들을 바꿀 수 있는 충격적인 외부의 사건들이 없는 한 변함이 없다는 것이 이를테면 정체성의 철학인데, 이것이 아리스토텔레스의 논리학에서 A는 Not A가 아니다라고 하는 동일률, 모순률의 기본인데 그 입장에서 서서보면, 도라고 하는 우주론적으로 논의하는 사람을 보면 한 사람이 음하기도 하고 양하기도 하다 라고 말해서 정체성 자체를 흩뜨러 버리는 경우가 있다. 그런데 곰곰이 생각해보면 그런 점이 없지 않다. 사람을 특정한 시점과 특정한 국면에서만 보면 음한 상태가 있고 양한 상태가 있는데, 음한 상태라고 해서 반드시 그의 인생 전체에 대해서 규정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다시 말해서 서로 모순되고 충돌하는 지점이 있다고 해도 그것이 그 사람 안에 있다고 하는, 상위의 관점에서 보면 틀린말이 아니라는 것이다. 또는 음과 양이라는 것이 각기 의의가 있는 바이니까 어느 하나가 우월한 것은 아니다. 예를 들어서 우리가 사람을 만나보면 천성적으로 활기에 가득 찬 사람이 있는가 하면 고요한 사람이 있다. 도의 관점에서 본다고 하면 각각이 가지고 있는 본성을 존중하고 사태를 전체의 관점에서 보려고 하면 그것이 바로 도의 관점에서 보는 것이 되겠다.


사람이 자연의 일부분에 속하고 자연계의 한가지 존재형식일뿐이지 인간이 유독 다른 것과 다르게 좀더 잘난 점이 있다든가 인위적으로 만들어 낸 규준이 더 훌륭하다는 생각을 해서는 안된다고 하는 것은 도가쪽에서 계속된 주장인데 이것을 유택화 교수는 "중국사상사에서 사람이 자연의 일부분에 속하고 자연계의 한 가지 존재형식이라고 전면적으로 논술한 최초의 저술은 장자로 추정된다."고 말한다. 노자와 장자는 구별되는 지점이 있다. 쉽게 간단하게 편의적으로 노장이라고 하면 안된다.


사상이라고 하는 것은 현실에 적용되는 것도 굉장히 중요하지만 사유의 극단을 밀고나아가서 사유의 지평을 넓혀서 아 이렇게 까지 생각해볼 수 있구나 하는 것을 후세 사람에게 전해주는 것도 중요한 사상사의 업적이라고 하겠는데 장자가 바로 그런 사람이다. 이런 것들을 잘 드러내 보여주는 구절을 보면 "사람의 생명은 기의 취합이다. 기가 모이면 생명이 있고, 흩어지면 죽게 된다."라는 말을 한다. 사람을 자연의 한 부분으로 파악했다는 것은 중국 사상의 새로운 이정표라고 할 수 있다. 그래서 이렇게 보면 "원초적으로 생성된 본성", 원생성 原生性이 장자 인성론의 총칙이다. 장자의 인성론에 따르면 사람의 육체가 정신은 모두 기가 모여서 된 것이다. 그리고 이것의 고유한 규칙을 '성'이라고 한다. 이 성이라고 하는 것은 유가에서 말하는 도덕규칙이라고 말할 수 없고 그냥 자발적인 자연과성을 '성'이라고 한다. 


자연성을 속박하는 사회관계와 사회관념에 대한 비판했는데 "장자와 그 후학들은 당시의 각종 사회관계가 사람의 본성을 속박하며, 전체 사회는 곧 큰 감옥이며 대 도살장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면 이제 처방이 없는 것. 사회는 곧 큰 감옥이며 대 도살장이면 처방이 없는 것이다. 그래서 적극적인 정치사상을 내놓기 보다는 신랄한 정치풍자를 통해서 사물에 대해서 그리고 사회, 관직, 명예, 이익에 대해서 심각하게 인식하도록 깨우쳐주는 것이 장자정치사상의 적극적인 의의라고 할 수 있다.


도가와 법가가 다른 지점이 굉장히 많은 것 같은데 사실 도가와 법가가 묘하게 서로 전화되는 지점이 있다. 도와 법의 사상적 맥락이 상통하는 지점이 있다는 것이다. 다시 말해서 장자에서 잘 드러난 것처럼 현실이 완전히 엉망이 되었기 때문에 이상주의를 생각하던 장자와 그 후학들은 방책을 얻기 힘들었고 그래서 현세의 모든 고통을 잊어버리고 모든 유혹을 뿌리쳐서 원초적인 소박함으로 회복하려는 것이 장자쪽에서 나온 것이라면, 법가는 마찬가지의 세계인식을 공유한다. 퇴폐적이고 절망적인 세계인식을 공유하면서도 인성이 이미 엉망이 되었기 때문에 법제가 불가피하다고 단정적으로 말하고 법제주의와 권위주의에 가깝게 다가가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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