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리 로치: 인체재활용 ━ 당신이 몰랐던 사체 실험 리포트
- 책 밑줄긋기/책 2012-22
- 2019. 9. 11.
인체재활용 - 메리 로취 지음, 권 루시안 옮김/세계사 |
시작하는 글
1 낭비하기에 너무 아까운 머리 _ 죽은 자를 상대로 하는 수술 연습
2 해부학의 범죄 _ 인체 해부 초창기, 시체 들치기 등 지저분한 이야기
3 죽음 이후의 삶 _ 인체의 부패와 그 대응법
4 죽은 자의 운전 _ 충돌 실험용 인체 모형과 오싹하고 필수적인 과학
5 블랙박스를 넘어 _ 승객들의 시신이 추락 사고의 진실을 말해주어야 할 때
6 시체, 신고합니다! _ 총알과 폭탄이라는 까다로운 윤리
7 성스러운 시체 _ 십자가 실험
8 내가 죽었는지 아는 법 _ 심장이 뛰는 시체 · 생매장 · 영혼에 대한 추적
9 머리 하나만 있으면 돼 _ 참수 · 부활 · 머리 이식
10 날 먹어봐 _ 의료 목적의 식인 행위와 인육 만두
11 불길 밖으로, 퇴비통 안으로 _ 최후를 장식할 새로운 방법
12 저자의 유해 _ 그녀는 어쩔 생각일까?
시작하는 글
6 나는 시체에 대해서도 동일한 생각을 하곤 한다. 새롭고 흥미로우며 '쓸 데 있는' 일을 할 수 있는데 기어코 누워 있을 사람이 어디 있겠는가? 심장 이식 수술부터 성전환 수술까지 모든 수술법이 개발될 때 외과의사만이 현장을 지킨 것은 아니다. 커대버(Cadaver. 시체. 의학 용어로는 의학 교육과 연구에 쓰이는 시체를 뜻한다)라 불리는 연구용 시체가 항상 그 곁에 있었으며 나름의 조용한 방법으로 토막으로 나뉘어가며 역사를 만들어나갔다. 연구용 시체는 지난 2,000년간 자발적으로, 혹은 저도 모르는 사이에 과학이 대담한 한 발짝을 뗐을 때도, 더 없이 기괴한 실험에도 참여해왔다.
9 이 책은 이미 죽어서 더 이상 개인적이지 않은, 생의 막이 내린 뒤에 존재하는 죽음에 대한 책이다. 내가 만난 시체들은 우울하거나 마음 아프거나 역겹지 않았다. 그들은 상냥하며 착했고, 가끔은 슬펐으며 간혹 가다 우습기도 했다. 아름다운 시체도 있었고 괴물 같은 시체도 있었다. 바지를 입은 시체도 있었고 알몸인 시체도 있었다. 토막 난 시체도 있었고 온전한 시체도 있었다.
1 낭비하기에 너무 아까운 머리 _ 죽은 자를 상대로 하는 수술 연습
17 지금은 얼굴을 볼 수 없다. 외과의사들이 도착할 때까지는 흰 보자기를 씌워두기 때문이다. 세미나실에 들어서면 정수리 부분이 제일 먼저 보인다 머리를 밀어서 뿌리만 짤막하게 남겨놓았다. 나이 지긋한 아저씨들이 이발소에서 얼굴에 스팀타월을 얹은 채 의자에 줄줄이 등을 젖히고 앉아 있는 광경을 상상하면 되겠다. 줄 사이로 걸어 들어가기 시작하면서부터 무섭다는 생각이 들기 시작한다. 이제 밑동이 보인다 거긴 안 가려져 있다. 피투성이인 데다가 울퉁불퉁하다. 나는 칼로 잘라낸 햄 조각처럼 매끈한 절단면을 상상하고 있었다 머리에서 라벤더색 데이블보로 시선을 옮긴다. 소름이 끼치고, 마음이 가라앉고, 소름이 끼친다.
18 시체가 지니고 있는 문제점은 사람과 너무 닮았다는 것이다. 이와 동일한 이유로 대부분의 사람들은 새끼 통돼지보다는 원래의 모양을 유추할 수 없는 고기 한 점을 더 좋아한다. 또한 '소cow' 나 '돼지 pig'가 아니라 '돼지고기 pork' 나 '쇠고기 beef'라는 단어를 사용한다. 고기를 먹을 때와 마찬가지로, 해부 및 수술 수업에는 착각과 부정의 절묘한 조화가 필요하다. 의사들과 해부학 학생들은 시체와 그곳에 깃들었던 사람을 완전히 별개로 생각하는 법을 익혀야 한다.
23 "앞으로 자신에게 무슨 일이 벌어질지 전혀 개의치 않는 기증자가 의외로 많은 것 같아요. 그들에게는 사체 기증이 시신을 처리하는 편리한 방법 가운데 하나일 뿐인 거죠. 실리적이면서도 남을 위한다는 명분까지 있거든요."
2 해부학의 범죄 _ 인체 해부 초창기, 시체 들치기 등 지저분한 이야기
40 처형한 죄수를 해부해보는 전통은 오랫동안 지속되다가 18세기와 19세기 영국에서 본격적인 궤도에 올랐다. 이 무렵 의학도들을 위한 사립 해부학교가 잉글랜드와 스코틀랜드 전역에 걸쳐 번창하기 시작했다. 늘어만 가는 학교 수에 반해 해부용 시체 수는 별로 늘지 않았다. 그 때문에 해부학자들은 만성적으로 시체 부족 현상에 시달리고 있었다. 당시에는 어느 누구도 과학을 위해 시체를 기증하지 않았다. 거의 모든 사람들이 크리스천이었는데 이들은 부활을 문자 그대로 무덤에서 육체가 되살아나는 것으로 믿었다. 그래서 해부를 당하게 되면 부활 가능성이 거의 사라지는 거라 생각했다. 내장이 다 흘러나와 카펫 위로 핏방울을 뚝뚝 홀리는 지저분한 사람에게 누가 천국의 문을 열어주겠느냐는 것이다. 16세기부터 1836년 해부법이 통과될 때까지 영국에서 합법적으로 해부할 수 있는 시체는 처형된 살인자들의 시체뿐이었다.
50 합법적으로 쓸 수 있는 시체가 부족한 탓에 시체를 파내려는 해부학자들과 이를 막으려는 일반 대중들이 숨바꼭질을 벌이는 세태가 거의 한 세기 동안이나 이어졌다. 대체로 가장 많이 피해를 본 사람들은 가난한 계층이었다. 시간이 흐르면서 부활업자들을 막을 수 있는 무기와 서비스가 개발됐지만 비용을 감당할 수 있는 사람들은 상류층뿐이었다.
3 죽음 이후의 삶 _ 인체의 부패와 그 대응법
64 이 녹스빌에 있는 쾌적한 언덕배기는 전 세계 단 하나뿐인 인체부패만을 연구하는 야외 현장 연구 시설이다. 햇볕을 쬐며 누워 있는 사람들은 죽은 사람들이다. 이들은 기증된 자들로서 과학수사 발전을 위해 묵묵히 저마다의 향기를 풍기며 기여하고 있다. 시신이 어떻게 부패하는지, 즉 어떠한 생물학적 • 화학적 과정을 거치는지, 각 단계는 얼마나 오래 지속되는지, 각 단계별로 환경이 어떠한 영향을 미치는지 잘 알수록 특정 인물이 사망한 시간, 즉 살해된 날짜와 나아가 시간까지 더 정확히 추정해낼 수 있기 때문이다.
65 '인류학 연구소'라는 거창하고도 모호한 명패가 붙은 테네시 대학교의 연구소에서는 이러한 인자들이 끼치는 영향을 좀 더 잘 이해하기 위해서 시체를 땅 속에 얕게 묻기도 하고, 콘크리트 상자에 넣기도 하고, 자동차 트렁크에 넣기도 하고, 인공연못에 넣기도 하고, 비닐봉지로 싸기도 했다. 한마디로 살인자가 시체를 처리하기 위해 할 만한 모든 짓을 테네시 대학교의 연구자들이 해보는 것이다.
79 만일 18~19세기의 선량한 사람들이 죽은 뒤 인체에서 일어나는 일을 나와 여러분이 아는 만큼 자세히 알았다면 해부를 그렇게 끔찍하게 생각하지는 않았으리라고 장담한다.
4 죽은 자의 운전 _ 충돌 실험용 인체 모형과 오싹하고 필수적인 과학
94 삶에는 그런 것들이 모두 포함되어 있다. 새어나오고 배어들고 뿜어 나오고, 고름도 콧물도 진물도 오줌도 나온다. 우리는 생물학이다. 그 사실을 우리는 시작과 끝, 태어나고 죽을 때 기억하게 된다. 나머지 기간에는 그 사실을 잊기 위해 온갖 수단을 동원한다.
5 블랙박스를 넘어 _ 승객들의 시신이 추락 사고의 진실을 말해주어야 할 때
98 UM 006은 최근 미시건 대학교에서 디트로이트를 가로질러 웨인 주립대학교 생체공학 건물까지 찾아온 시체이다. 오늘 밤 일곱 시쯤 그가 하게 될 일은 직선형 충격장치로
어깨를 얻어맞는 것이다. 쇄골과 견갑골이 부서질지도 모르지만 그는 아무 것도 느끼지 못할 것이고, 부상을 입는다 해도 그의 일상생활에는 방해가 되지 않을 것이다. 어깨를 세게 얻어맞기로 합의함으로써 UM 006은 자동차의 측면 충돌에서 사람의 어깨가 중상을 입기 전까지 얼마나 강한 충격을 견뎌낼 수 있는지 연구원들이 알아내는데 도움을 준다.
98 지난 60년간 죽은 자들은 산 자들이 인간의 한계를 찾는 데 도움을 주었다. 두개골 강타하기, 흉부 찌르기, 무릎 꺾기, 복부 치기 등 자동차 충돌 시 인간에게 일어나는 온갖 끔찍하고 위험한 일을 도맡아 당해왔다. 두개골이나 척추나 어깨가 어느 정도까지 견딜 수 있는지를 알고 나면, 충돌할 때의 충격이 그 한계치를 넘기지 않는 차를 만들어 낼 수 있을 거라는 바람 때문이다.
104 이야기는 계속해서 이런 식으로 전개되었다. 전체적으로 시체들의 이력서에는 어깨에서 골반으로 이어지는 안전벨트, 에어백, 푹신하게 만든 계기반, 계기반에 우묵하게 설치한 스위치 등에 대한 법률이 제정되는 데 도움을 주었다는 거창한 기록이 만들어졌다 아름다운 작업은 아니었다. 안전띠에 대한 연구가 수도 없이 많이(자동차 제조사들은 제조단가 절감을 위해, 안전띠가 부상을 막기보다는 더 심화시키며 그렇기 때문에 설치해서는 안 된다는 점을 증명하려고 몇 년 동안이나 연구를 했다) 이루어졌는데, 이런 연구에서는 시체를 묶어놓은 채 충돌시킨 다음 내장을 조사하여 파열되거나 끊어진 데가 있는지 살폈다. 사람의 안면이 어느 정도까지 견디는지를 알아내기 위해 시체들을 앉혀 놓고 '회전타격기'로 광대뼈를 때리기도 했다. 모의 범퍼로 종아리를 부러뜨리기도 하고, 계기반을 찌부러트리면서 대퇴를 으스러트리기도 했다. 아름답지는 않지만 필요성은 충분히 인정된다. 시체 연구결과 덕분에 지금은 시속 100킬로미터로 벽에 정면충돌해도 살아남을 수 있게 됐다.
144 비행기를 화재로부터 안전하게 만들기 위해 항공사들이 더 노력하는게 불가능할까? 충분히 가능하다. 비상구를 좀 더 많이 만들 수 있지만 그러지 않는다. 그만큼 좌석을 떼어내야 하고 그러면 수입이 줄기 때문이다. 살수 장치를 설치하거나 군용 헬리콥터에서 쓰는 것처럼 충격에도 안전한 연료 체계를 만들 수 있다. 그러나 그러지 않는다. 모두 중량이 더 나가기 때문이다. 무거운 만큼 연료비가 더 들어간다.
6 시체, 신고합니다! _ 총알과 폭탄이라는 까다로운 윤리
171 탄도학 연구는 특히 문제가 된다. 누군가의 할아버지 머리를 잘라 내 거기에다 총을 쏘아도 좋다는 결정을 어떻게 내리는가? 무고한 시민이 안전한 총알에 얼굴을 맞았을 때 외관상 결함이 남는 골절상을 당하지 않도록 하기 위한 충분한 자료 수집이 목적이라 해도 그렇다. 나아가 실제로 어떻게 누군가의 할아버지 머리를 잘라내고 다시 거기에다 총을 쏠 것인가?
178 인간의 부상 연구에서 자동차의 충돌, 총상, 폭발, 스포츠 사고 등 사람들을 불구로 만들거나 사망하게 할 수 있는 가능성이 가장 높은 것들이 우리가 공부하고 연구할 필요성이 가장 큰 것들이고, 이것들이 바로 연구용 시체를 훼손할 가능성이 가장 높은 것들이라는 사실은 불행한 조건이다. 스테이플러에 의한 부상이라든가 발에 맞지 않는 신발을 신고 사람이 얼마나 견딜 수 있는지에 대한 연구에는 시체를 사용할 필요가 없다.
178 나는 마크리스 박사의 말에 동의하고 있다. 그렇다면 내가 죽은 뒤 NATO 지뢰 제거반의 발을 보호하는 데 도움이 되도록 내 발을 폭파시킬 수 있게 하겠다는 말일까? 그렇다. 사고사를 막는 데 도움이 되도록 내 얼굴에 비치명적인 발사체를 쏘게 하겠다는 말일까? 아마그럴 것 같다. 내 시체를 가지고 하지 못하게 할 행동은 무엇일까? 나로서는 오로지 한 가지밖에 생각나지 않는다. 내가 시체라면 조금도 관여하고 싶지 않은 실험이다. 이 실험은 과학이나 교육이나 차량 안전이나 군인들의 보호 장비라는 이름으로 행해진 것이 아니다. 이 실험은 종교라는 이름으로 행해졌다.
7 성스러운 시체 _ 십자가 실험
189 피에르 바베는 해부학 교육에 사용하기로 되어 있는 시체를 기적의 토리노 수의의 진품 여부를 의심하고 있는 사람들에게 진실을 증명해 보이기 위한 십자가 실험에 이용하는 걸 이상하게 생각하지 않았고 문제가 있다고도 여기지 않은 것이 분명하다.
189 내 생각에는 '우리 형제들의 고통을 덜어주는' 것보다 더 큰 사명은 없으며, 종교의 주장을 떠받치는 사명은 더더욱 해당 사항이 아니다. 이제 살펴보려 하지만 어떤 사람들은 완전히 죽은 상태에서도 형제들의 고통과 불행을 덜어주는 어려운 일을 해내고 있다. 성인으로 추대될 자격이 있는 시체가 있다면 십자가에 매달린 스폴딩 그레이는 아닐 것이다. 날마다 우리들 병원에 오고 가는, 뇌사 상태로 심장이 뛰는 장기 기증자들, 바로 이런 친구들이 그 후보자들일 것이다.
8 내가 죽었는지 아는 법 _ 심장이 뛰는 시체 • 생매장 • 영혼에 대한 추적
193 H는 죽은 사람이면서도 동시에 수술실로 가는 환자이기도 하다. 그냐는 두뇌 말고는 모든 부분이 건강하게 살아 있는, 소위 '심장이 뛰는 시체'이다. 인공호흡 장치가 개발되기 전만 해도 그런 상태의 사람은 없었다. 정상적으로 기능하는 뇌 없이 몸 스스로 숨 쉬지는 않기 때문이다. 그러나 인공호흡 장치에 연결시켜 놓으면 심장도 뛰고, 그 나머지 장기도 며칠 동안이나 계속 활기차게 움직이다.
193 미국에서는 뇌사를 법적 죽음으로 정의하고 있기 때문에 인격체 H가 사망한 것으로 인정된다. 그러나 장기 및 조직체 H는 대단히 왕성하게 살아 있다. 서로 모순되어 보이는 이 두 가지 사실 때문에 그녀는 대부분의 시체들이 갖지 못하는 기회를 얻는다 즉, 죽어가는 낯선 사람들 두어 명의 생명을 연장시켜 주는 것이다 .앞으로 네 시간 안에 H는 간과 콩팥, 심장을 내놓을 것이다. H를 찾가오는 외과의사들은 장기를 하나씩 꺼내, 고통 받고 있는 담당 환자들에게 바삐 돌아갈 것이다. 최근까지만 해도 장기이식 전문가들은 이런 과정을 '장기 수확'이라 불렀다. 이 용어에는 기쁘고 축하할만한 일이라는 느낌이 숨어 있는데, 근래에 들어 좀 더 사무적인 느낌의 '장기회수'라는 말로 바뀐 것을 보면 아마도 지나치게 기쁜 느낌을 준 모양이다.
196 심장이 뛰는 시체를 두고 사람들이 느끼는 혼란은 죽음을 정확히 어떻게 정의할 것인가, 또 정신(아니면 영혼, 기氣 또는 뭐라고 이름을 붙이든)이 사라지고 오로지 육체만 남는 정확한 순간을 어떻게 집어낼 것인가 하는 문제를 두고 수 세기 동안 이어져 내려온 혼란의 연장선인 것이다. 뇌의 활동을 측정할 수 없었던 시절에는 심장이 멈추는 순간을 죽음의 순간으로 여겼다.
198 짐작했지만 이런 기법 가운데 널리 받아들여진 것은 하나도 없었고, 대부분의 의사들은 사망을 확인하는 믿을 만한 방법으로 부패가 유일하다고 생각했다. 이는 시신을 의사의 집이나 진료실에 며칠 동안이나 두면서 뚜렷한 냄새나 징후가 나타나는지를 지켜보아야만 가능한 일이었으니, 시신에게 관장을 시술하는 것보다도 매력이 떨어지는 일이었다.
216 법조계에서 뇌사 개념을 받아들이기까지는 의사들보다 시간이 좀 더 걸렸다. 돌이킬 수 없는 혼수상태를 사망의 새로운 기준으로 삼고 그럼으로써 장기이식의 윤리적 문제를 일소한 뇌사의 정의를 조사하기 위한 하버드 의과대학 임시위원회 보고서가 〈미국 의학협회 저널〉에 실린 것은 1968년이었다. 법률은 1974년이 되어서야 그 뒤를 따랐다.
218 1800년대에 프랑스와 독일을 휩쓸었던 산 채로 매장당할지도 모른다는 두려움과 마찬가지로, 산 채로 장기를 적출 당할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은 거의 전적으로 근거가 없다. 뇌파도만 한 번 보아도 페쇄 상태나 그와 비슷한 증세를 뇌사로 오진하는 일은 없을 것이다.
218 이성적인 차원에서 보면 사람들은 대체로 뇌사와 장기이식이라는 개념을 잘 받아들인다. 그러나 감정적인 차원으로 가면 받아들이기가 쉽지 않다. 특히 가족의 뛰고 있는 심장을 꺼내서 이식하고자 허락을 구하는 상대가 장기이식 상담자인 경우는 더욱 어렵다. 환자의 가족 54%가 거절한다고 한다.
218 "그들은 그게 아무리 불합리한 생각이라 해도 심장을 꺼내는 순간 이 사랑하는 사람의 진짜 최후가 될 거라는 두려움을 어떻게 하지 못하는 겁니다." 사실상 자기가 죽이는 셈이 될 거라는 말이다.
9 머리 하나만 있으면 돼 _ 참수 • 부활 • 머리 이식
246 그러면 붉은털 원숭이 한 마리를 그렇게 만든 명분은 무엇이었을까? 알고 보니 두뇌 적출 실험은 새로운 몸에 이식한 머리 전체가 생존하게 만들기 위한 단계 중 하나에 지나지 않았다. 화이트가 등장했을 무렵 초기 단계의 면역 억제 약물이 나와 있었고 조직 거부 문제 중 많은 부분이 해결되는 중이었다. 만일 화이트의 팀이 뇌와 관련된 문제점들을 해결하여 정상 기능을 유지하게 할 수 있었다면 그들은 머리 전체의 이식으로 진행했을 것이다. 처음에는 원숭이 머리로, 그 다음 인간의 머리로도 실험할 수 있기를 기대했다.
253 전신 이식과 관련한 학문이 아무리 발전한다 해도, 화이트뿐만 아니라 누구든지 심장이 뛰는 시체의 머리를 잘라내고 거기에 다른 머리를 끼워 붙이려는 사람들은 기증자의 동의라고 하는 커다란 장애물을 해결해야 한다. 신체에서 떼어낸 장기 하나는 비인격적이고 비개인적이다. 그 장기를 기증함으로써 얻는 인도주의적 이익이 그 장기의 적출에 따르는 슬픈 감정보다 크다. 우리 대부분의 경우 그렇다는 말이다. 그러나 신체 이식은 문제가 다르다. 낯선 사람 한 명의 건강을 회복시키기 위해 온전한 신체 하나를 전부 기증할 유족이 있을까?
10 날 먹어봐 _ 의료 목적의 식인 행위와 인육 만두
274 내가 보기에 중국인들은 무엇을 입에 넣는가 하는 문제에서만큼은 미국인들에 비해 훨씬 더 실용적이며 덜 감정적으로 바라보는 것 같다. 타이바오 캡슐에도 불구하고 나는 중국인들 편이다. 힌두교도들이 소를 숭배한다고 하여 우리가 소를 가지고 허리띠와 고깃덩이를 만드는 게 잘못이지는 않듯, 미국인들이 개를 사랑한다고 해서 페이샨의 중국인들이 개고기를 빵에 싸서 아침식사로 먹는 게 부도덕한 것은 아니다. 우리는 누구나 성장 배경과 문화에 길들여지며 자라났다. 정말 합리적인 사회라면 식인 행위가 차지할 마땅한 자리가 있을 것으로 생각하는 사람들도 있다.
11 불길 밖으로, 퇴비통 안으로 _ 최후를 장식할 새로운 방법
294 케이와 웨버가 개발한 장비는 시신 한 구의 조직을 분해하여 원래 무게의 2~3%로까지 만들 수 있다. 그 결과 콜라겐이 빠져나간 뼈만 한 무더기 남는데, 이 뼈는 손가락으로도 손쉽게 부스러진다. 나머지는 모두 WR2의 홍보책자에서 '커피색'이라고 표현한 무균질 액체로 바뀐다.
295 인간에게는 어떤 이점이 있을까? 장례회관을 운영하는 사람들의 경우 이점은 경제적인 부분이다. 장례용 분해기는 구매 비용이 비교적 싸게 먹히고, 방금 말했듯 운영비도 10분의 1밖에 들지 않는다. 분해기는 인구가 너무 적어 화장로를 지속적으로 가동 시킬 수 없는 시골 지역에 특히 유리하다.
323 마사크는 퇴비화를 궤도에 올려놓는 데 성공할지도 모른다. 폐기물 처리 차원이 아니라 정중한 분위기를 유지하는 한편 유족들이 품는 품위 있는 최후에 대한 바람을 충족시켜주는 것이 중요하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물론 품위는 어느 정도 포장에 달려 있다. 근본으로 깊이 내려가면 품위 있게 마지막을 장식하는 방법이란 없다. 그게 부패든 소각이든 해부든 조직분해든 퇴비든 마찬가지다. 이들 모두 궁극적으로 조금씩 마음에 들지 않는 구석이 있다. 매장, 화장, 해부학기증, 수분환원, 생태학적 장례식 등과 같이 잘 포장된 완곡한 표현을 세심하게 적용시켜야만 사람들이 받아들일 수 있는 수준으로 올라오는 것이다.
12 저자의 유해 _ 그녀는 어쩔 생각일까?
339 통 안에 있는 시신은 평화로워 보였다. 경찰견만 한 모르모트드가 괜히 무섭게 느껴지듯, 합성수지 보존법으로 처리된다는 개념도 실제보다 더 무섭게 느껴진다. 우리는 저렇게 통 안에 가만히 누운 채 폴리머를 빨아들이며 보존처리될 뿐이다. 폴리머 처리가 끝나면 누군가가 우릴 꺼내 유황점토 인형처럼 자세를 잡아준다. 그런 다음 피부에 촉매제를 문질러 발라주면 촉매제가 조직 속으로 스며들면서 경화 과정이 시작된다. 이로써 죽은 상태 그대로 영구히 보존되는 것이다. 나는 미시건 주 남동부에서 5만 달러에 플라스티네이션 장례 서비스를 제공하는 '영구 보존'이라는 장례 회사를 운영하고 있는 딘 뮐러에게 합성수지 보존법으로 처리된 표본이 얼마나 오랫동안 보존되는지 물어보았다. 그는 적어도 1만 년이라고 대답했다.
'책 밑줄긋기 > 책 2012-22' 카테고리의 다른 글
이시다 미즈마로: 반야·유마경 (0) | 2019.09.30 |
---|---|
앨런 와이즈먼: 인간 없는 세상 (0) | 2019.09.26 |
류쩌화: 중국정치사상사 2 ━ 진한위진남북조 (0) | 2019.09.20 |
마스타니 후미오: 아함경 (0) | 2019.09.16 |
정엄: 행복한 화엄경 (0) | 2019.09.09 |
다무라 요시로: 열반경 (0) | 2019.09.02 |
폴 틸리히: 경계선 위에서 ━ 폴 틸리히 자전적 사상 탐구 (0) | 2019.08.30 |
대한불교조계종 포교원 : 불교입문 ━ 조계종 신도기본교육 교재 입문 (0) | 2019.08.2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