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유원: 책 읽기의 끝과 시작 ━ 책읽기가 지식이 되기까지


책 읽기의 끝과 시작 - 10점
강유원 지음/라티오


제1부 어떻게 읽을까_책에 접근하는 방식들

1. 책읽기의 출발점, ‘주제 정하기’ : <성경 읽는 법—신자와 비신자 모두를 위한 짧고 쉬운 성경 안내서>

2. 책의 배경이 되는 ‘저자 파악하기’ : <페르낭 브로델>

3. 책을 구성하는 ‘표지와 차례 분석하기’ : <사라진 권력, 살아날 권력>

4. 책의 성격을 짐작하는, ‘서론 및 헌정사 읽기’ : <중국 사유> / <군주론>

5. 본문을 부분적으로 읽는, ‘단면 자르기’ : <펠로폰네소스 전쟁사>

6. 거리를 두고 ‘전체적으로 조망하기’ : <전략>

7. 사실들에 대한 ‘입장연관성 갖기’ : <존 F. 케네디의 13일—쿠바 미사일 위기, 거짓말, 그리고 녹음테이프>

8. 다른 관점에서 ‘다시 읽기’ : <셰익스피어 깊이 읽기> / <역사란 무엇인가>


제2부 어떻게 쓸까_서평의 여러 형식들

1. 서평의 종류와 기본 형식 : <안쪽과 바깥쪽>

2. 한 권의 책에서 특정한 내용을 뽑아 쓰는 ‘주제 서평’ : 체제는 무형의 이념이 없으면 작동하지 않는다 <수양제>

3. 여러 권의 책들을 하나의 문제의식으로 엮는 ‘주제 서평’ : 세상의 악은 누구의 책임인가, 신정론 또는 변신론 <디트리히 본회퍼> + <욥기> + <오레스테스이아 삼부작> + <국가 ∙ 정체>

4. 일차 문헌에 대한 해제, ‘역자 후기’ : <공산당 선언> / <루트비히 포이어바흐와 독일 고전철학의 종말>

5. 테제가 있는 ‘논고’ : 근대적 서사의 보여 주기 또는 상술 <소설과 카메라의 눈> / 신화神化의 서사시 <정신현상학>의 한 독법讀法을 위한 서설


제3부 시대를 읽는 주제 서평들_근대와 정치, 그리고 인간

1. 세계의 궁극목적과 역사 : <역사철학 강의> + <다이쇼 데모크라시 정신의 한 측면>

2. 근대의 정치 : <코스모폴리스> + <홉즈의 이해> + <신학-정치론> + <지나간 미래>

3. <논어>와 정치 : <공자와 논어> + <고대 중국의 글과 권위>

4. 열린 지향점으로서의 이념과 독단 : <적군파> / <약속된 장소에서>

5. 정치의 맥락 : <정치와 비전 1>

6. 사상의 사회적 물적 기반 : <고고학 증거로 본 공자시대 중국사회>

7. ‘온화한 상업’ : <열정과 이해관계>

8. 근대 국가의 균열 지점 : <파르티잔>

9. ‘발칸화’에 대하여 : <발칸의 역사>

10. 사회과학의 개념과 현실 : <근대 한국의 사회과학 개념 형성사>

11. 전환기의 정치 사상 : <건국의 정치> + <한국의 유교화 과정> + “서학 도입을 둘러싼 조선 후기 지식인들의 갈등

12. 이백 년 동안 변하지 않은 것 : <노비에서 양반으로, 그 머나먼 여정>

13. 동학, 이단과 이교의 갈림길 : <이단의 민중반란>

14. 해방공간의 사상과 현실 : <파시즘과 제3세계주의 사이에서>

15. 일본의 근대와 천황 의례의 발명 : <화려한 군주>

16. 일본의 근대화와 군대 : <일본의 군대>

17. 일본의 근대화와 관료제 : <제국의 기획>

18. 한 인간이 겪은 근대 일본의 전쟁 : <일본 양심의 탄생>

19. 전쟁을 지배하는 기술 : <참호에 갇힌 제1차 세계대전>

20. 나치와 대중, 그리고 평범한 사람 : <괴벨스, 대중 선동의 심리학> / <나치의 병사들>

21. 히틀러를 읽는 법 : <하우투 리드 히틀러> + “히틀러 신화”

22. 정치적 인간의 탄생 : <식민지 청년 이봉창의 고백>

23. 근대의 이면, ‘인간 실존’ : <쇠얀 키에르케고어>

[부록] 아주 긴 서평_<장미의 이름> 읽기




책의 서지사항은 아래 알라딘 서재에 정리한다.

알라딘서재: https://blog.aladin.co.kr/marxdr/11619385


이 책을 읽는 이들에게

사람은 살아가는 데 필요한 모든 것을 가지고 태어나지 않으므로 반드시 학습을 해야 한다. 인간은 여타의 생물과는 다르게, 학습한 것을 혼자만의 것으로 간직하지 않고 공동체 활동을 통해 나누며 그것을 세대를 이어 전달한다. 이 과정에서 다양한 도구가 사용되는데, 문자로 이루어진(더러는 이미지가 포함된) 책은 가장 널리 이용되는 매체이다. 그런 까닭에 책을 읽는다는 것은 그저 인류의 생존을 위해서라도 반드시 필요한 행위라 할 수 있다.


어떤 이에게는 책읽기가 아무런 목적이 없는 행위이기도 하다. 책을 읽는 자신의 모습 자체가 스스로 기특해서 책을 읽는 사람도 있고, 우울한 기분을 달래기 위해서나 기쁜 마음을 고조시키기 위해 책을 읽는 사람도 있다. 이러한 쾌락적 독서는 읽기에서 시작하여 읽기에서 끝나므로, 책을 읽고 나서 자신이 읽은 내용 중에서 기억하는 것이 전혀 없다 해도 괜찮을 것이다. '그저 읽기’를 목적으로 한다면, 그저 읽는 것이 좋다. 그것에 대해 뭐라 할 수 없다.


그렇지만 책읽기의 본래 목적은 지식을 얻는 것이다. '지식을 얻는다'는 것은 단순히 우리 머리 속에 지식을 입력하는 것을 뜻하지 않는다. 책의 내용이나 저자의 논지가 자신의 생각 속으로 들어와 자신의 것처럼 구사되고 활용될 수 있다는 것, 즉 자기화하는 것까지 의미한다.


그렇다면 책읽기를 자기화 할 수 있게 잘 읽는 방법은 무엇인가, 이에 대한 내 대답은 이렇다. 자신이 읽은 책을 다른 사람에게 설명할 것을 전제하고 읽으면 된다는 것이다. 그런데 책을 읽은 후 책을 그대로 들여다보면서 설명을 할 수는 없으니 자신만의 방식으로 내용을 정리하는 것이 필요할 텐데, 이것은 서평 쓰기로 이어진다. 서평을 쓰고 난 후에는 자신이 쓴 서평을 자신이 다시 읽음으로써, 적어도 그렇게 쓴 것만큼은 자기화 할 수 있다. 그리고 다른 사람들까지 내가 쓴 서평을 읽고 그 책을 이해하거나 읽는 계기가 된다면 나의 책읽기는 자기화를 넘어서 타인에게 영향을 미치는 책읽기가 될 것이다. 즉 사적인 책읽기가 공적인 책읽기가 될 수 있는 것이다. 이렇게 본다면 책읽기와 서평 쓰기, 서평 읽기는 자연스럽게 하나로 묶이는 행위이다.


책 한 권을 자신의 것으로 만드는 데 그친다면 그것은 단편적 지식에 그칠 것이고 지속적으로 기억되기도 힘들 것이다. 이것은 또 다른 책읽기로 이어져 유기적인 지식이 되어야 한다. 책읽기─서평 쓰기 ─서평 읽기 ─책 읽기가 반복되면서 책을 고르는 안목도 생기고 지식도 쌓여서 그 지식들은 뇌의 뉴런처럼 자연스럽게 얽히고 설킬 것이다. 이럴 때에라야 우리는 책읽기를 통한 지식 탐구라는 목적으로 나아갈 수 있다.


나처럼 전통적인 학문탐구와 시대 흐름에 따른 지식 모두를 쌓고 싶은 사람은 '어떻게 하면 공부를 잘 할 수 있는가'를 늘 고민하게 된다. 좋은 책들을 많이 골라서 읽고, 공책에 정리하면서 읽은 것을 되돌아보는 것이 일반적인 방법일 것이다. 결국 '어떻게 하면 잘 할 수 있는가'하는 나의 물음으로 좁혀진다. 이 물음에 답해 보려는 과정에서 쌓인 경험과 깨달음은, 나처럼 직업적으로 공부하지 않는 사람이라 할지라도 책읽기를 통해 체계적인 지식과 지속적인 교양을 쌓고 싶어 하는 독자라면 필요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간 나는 몇몇 매체들에 서평을 기고하기도 하였으며, 책 읽는 방법과 책을 소개하기 위해 라디오 방송에 출연하기도 하였다. 이 책에 실린 서평들은 이런 과정에서 사용하거나 강의를 하기 위해, 읽은 책들을 되새기려고 작성한 서평들이다. 그런데 이 서평들을 늘어놓고 나니 나의 경험을 독자들과 공유하기에는 서평들 각각의 글을 어떤 목적에서 썼는지, 왜 그렇게 썼는지에 대한 설명이 없어 조금은 무미건조해 보였다. 그런 까닭에 책을 읽는 방법이나 서평 쓰는 방법을 간략하게 알려 주면서 그 방법을 실행할 예시로서 내가 쓴 서평들을 읽는 방식으로 책을 구성하였다. 서평 읽기를 통해 책읽기와 서평 쓰기 방법을 익히는, 일종의 '메타 서평집'인 셈이다.


구성을 조금 상세하게 말하자면 제 1부는 책의 내용을 파악하는 여러 방식들을 세부 항목으로 나누어 설명하고 각각의 항목에 초점을 맞춘 서평을 예시하였다. 책읽기에 관한 부분이라 할 수 있다. 제 2부는 서평을 쓰는 다양한 형식들을 설명하고 이에 해당될 만한 서평들을 묶었다. 서평 쓰기에 관한 부분이다. 이 부분에서 '역자 후기' 형식의 서평으로 예를 든 《공산당 선언》의 역자 후기와 《포이어바흐와 독일 고전철학의 종말》의 역자 후기는 실제 번역본에 실려 있던 글임을 밝혀 둔다. 제 3부는 앞의 두 부분에서 설명한 책읽기 방식과 서평 쓰기 형식들로 작성된 서평들을 '근대와 정치, 그리고 인간'이라는 넓은 주제 아래 모았다. 이 주제와 관련된 참고문헌들을 해제하는 형식의 서평도 있고, 특정 시기를 다루는 책들에 관한 서평도 있으며, 넓은 주제를 구성하는 세부적인 내용에 관한 것들도 있다. 대체로 개념 설명과 사상의 측면, 특정 시기와 국가, 그리고 구체적인 개인에 대한 책들을 다룬 서평 순서로 묶었다. 이는 큰 범위에서 작은 범위로 좁혀 들어감으로써 '지금 여기의 나'에 대한 통찰을 가질 수 있도록 의도한 것이다. 서평들의 모음이지만 각각을 잇는 연결 고리가 있으므로, 통독한다면 해당 주제에 관한 일정한 지식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부록으로는 움베르트 에코의 소설 《장미의 이름》('장미라는 이름'이 더 적절한 제목일 수 있는 책)에 관한 긴 서평이라 할 수 있는 《장미의 이름》 읽기를 실었다. 오래 전에 단행본으로 출간되어서 지금은 구할 수 없고, 서평 형식으로 쓰인 것이므로 여기에 싣는다.


인류의 생존에 필요한 지적인 책읽기가 한 개인에게는 자신의 생명을 빠르게 소진하는 일일 것이다. 그렇지만 지식 탐구의 궁극 목적인 진리─그런 것이 있다면―에 이르는 가장 명시적인 방법은 지속적이면서도 열정적인 책읽기 뿐이다. 신을 사랑하는 사람은 인간을 사랑하고, 진리를 사랑하는 사람은 책을 사랑한다.


2020년 4월

강유원 적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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