펠리페 페르난데스아르메스토 외: 옥스퍼드 세계사

 

옥스퍼드 세계사 - 10점
펠리페 페르난데스아르메스토 외 지음, 이재만 옮김/교유서가

서론


제1부 빙하의 자식들
제1장 빙하 시대에 출현한 인류: 한 적응적 종의 출현과 확산
제2부 점토와 금속으로
제3장 온난해지는 세계로
제4장 농민의 제국들: 농경 국가와 농경 도시의 절정 및 위기

제3부 제국들의 진동
제5장 물질생활: 청동기 시대 위기부터 흑사병까지
제6장 지적 전통들: 철학, 과학, 종교, 예술―기원전 500년∼기원후 1350년
제7장 성장: 사회 조직과 정치 조직―기원전 1000년∼기원후 1350년

제4부 기후의 반전
제8장 수렴하는 세계: 경제적·생태적 조우
제9장 르네상스, 종교 개혁, 정신 혁명: 근대 초 세계의 지성과 예술
제10장 감정과 경험을 통한 연결: 근대 초 세계의 군주, 상인, 용병, 이주민

제5부 대가속
제11장 인류세: 변혁적인 두 세기의 배경
제12장 근대 세계와 그 악마들: 예술과 학문, 사상에서의 이데올로기와 그 이후―1815년∼2008년
제13장 변화무쌍한 정치와 사회: 관계와 제도, 분쟁, 서구 헤게모니의 시작부터 미국 패권의 시작까지

에필로그


 

 

서론

이 책은 인간의 다양성과 관련된 주제들, 다양성을 에워싼 이야기들, 다양성을 관통하는 오솔길들을 살펴봄으로써 다양성 전체를 가능한 한 움켜쥐려는 시도다. 일각에서는 역사 전체를 망라하는 커다란 서사는 진보나 섭리, 또는 중대하는 복잡성, 또는 순환적 변화나 변증법적 갈등 또는 진화, 또는 열역학, 또는 다른 어떤 비가역적 추세에 관한 서사라고 생각한다. 그렇지만 은하계 관찰자라면 분명 더 미묘하고 더 예측하기 어렵지만 더 흥미진진한 이야기들에 주목할 것이다. 이 책의 저자들은 데이터를 가로질러 나아가는 다섯 가지 경로를 중심으로 서술한다. 그 경로들을 거대 서사라고 불러도 좋고 메타 서사라고 불러도 좋다. 그러나 우리의 다섯 줄거리는 객관적으로 검증 가능하며 이 책에서 추적할 수 있다.

첫째 이야기는 발산과 수렴—삶의 방식들은 어떻게 증식하고 만나는가―이다. 분명 발산一내 생각에 은하계 관찰자라면 이 한 단어로 우리의 이야기를 요약할 것이다―이 우세하다. 발산은 우리 종이 고고학적 기록에 처음 출현했을 무렵 호모사피엔스의 한정되고 안정된 문화가 흩어지고 스스로를 변형하여 오늘날 우리가 서로 놀랄 만큼 엄청나게 다양한 삶의 방식들로 갈라진 과정, 지구상에 거주 가능한 모든 환경을 빠짐없이 채운 과정을 나타낸다. 우리는 동아프리카의 한정된 환경에서 균일하게 생활하는 소규모 종으로 출발했다. 당시 모든 사람은 거의 똑같이 행동했다. 같은 먹을거리를 수렵, 채집했고, 복종과 우위를 나타내는 일군의 관습을 바탕으로 서로 이야기했고, 같은 기술을 사용했고, 우리가 아는 한 같은 의사소통 수단을 사용했고, 같은 하늘을 탐구했고, (최선을 다해 추측하건대) 같은 신들을 상상했다. 그리고 아마도 다른 영장류처럼 우두머리 수컷의 지배에 복종하면서도, 유일하게 재생력이 있고 유일하게 자연의 리듬에 조웅하는 여성신체의 마력을 경외했을 것이다. 이주 집단들은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고 서로 간에 연락이 끊김에 따라 상반되는 전통들, 그리고 행동하고, 생각하고, 가족과 공동체를 꾸리고, 세계를 표현하고, 서로 간에, 그리고 환경과 이야기하고, 특정한 신들을 숭배하는 독특한 방식들을 발전시켰다.

약 1만 2000년 전까지 인간 집단들의 경제는 모두 비슷했다. 다시 말해 수렵하고 채집해서 생계를 꾸렸다. 하지만 기후 변화가 다양한 전략을 유도하는 가운데 일부 사람들은 전통 생활 방식을 유지하는 선택을 했고, 다른 일부 사람들은 목축이나 경작을 채택했다. 제2부의 제3장에서 마틴 존스는 그 이야기를 들려준다. 제4장과 제7장에서 분명하게 보여주듯이, 농경은 모든 종류의 문화적 변화를 가속화했다. 제5장에서 존 브룩이 보여주듯이, 인간이 통제할 수 없는 환경 요소들의 역학一기후의 급변, 지구의 격동 때로는 지속되고 때로는 중단되는 미생물의 당혹스러운 진화, 우리를 포함하는 생태 —에 대한 적응도 같은 기능을 했다. 더욱이 문화는 고유한 역학을 갖고 있는데, 어느 정도는 세계를 계속해서 고쳐 그리고 비전을 실현하도록 고무하는 인간의 상상력을 억누를 수 없기 때문이고, 어느 정도는 모든 변화(특히 과학, 기술, 예술 같은 문화의 몇몇 영역에서의 변화)가 새로운 가능성을 열어젖히기 때문이다. 그 결과는 우리 주변에서 눈으로 확인할 수 있다.

그렇지만 인류의 발산을 추적하는 것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전체 이야기 거의 내내 발산을 상쇄하는, 수렴이라 부를 수 있는 추세들도 나타났기 때문이다. 데이비드 노스럽의 글은 이 책의 제4부부터 갈수록 비중이 커지는 수렴이라는 주제를 꺼낸다. 문화들은 수렴을 통해 조금씩 교분을 쌓거나 다시 쌓았고, 생활 방식과 사고방식을 교환했으며, 점점 더 서로를 닮아갔다. 뿔뿔이 갈라진 문화들은 탐사의 가장자리에서, 또는 확대중인 영역의 긴장감 높은 경계에서, 또는 교역상이나 선교사, 이주민, 전사의 모험을 통해 서로를 만났다. 그들은 사람, 재화 공격과 더불어 생각과 기술을 주고받았다.

수렴과 발산은 양립 가능한 것 그 이상이다. 수렴과 발산은 상호 보완적이다. 문화의 교환으로 신문물이 도입되고, 혁신이 자극을 받고, 온갖 종류의 변화가 촉발되기 때문이다. 유사 이래 대체로 발산이 수렴을 앞질렀다. 다시 말해 문화들은 상호 조우와 학습에도 불구하고 갈수록 다양해졌다(점점 더 서로 달라졌다). 대부분의 문화들은 오랫동안 서로 떨어져 있었다. 건널 수 없는 대양 펄펄 끓는 사막, 험준한 산맥은 문화를 바꿀 수 있는 잠재적인 접촉을 단념시키거나 중단시키거나 가로막았다. 이론의 여지가 있는 국면에 —이 책의 저자들은 그 국면을 어떻게, 또는 언제로 고정할지에 대해 동의할 수 없다―평형추가 발산에서 멀어지고 수렴이 더 두드러지게 되었다. 지난 500년 동안에는 수렴이 갈수록 활발하게 이루어졌다. 탐험은 거의 모든 인간 공동체의 고립에 종지부를 찍었다. 전 세계적 무역 덕에 모든 문화가 거의 모든 다른 문화와 닿을 수 있게 되었고, 전 세계적 통신 덕에 즉각 연락이 가능해졌다. 서구는 세계 패권을 쥔 꽤 오랜 기간 동안 유럽과 북아메리카의 문화를 나머지 세계로 전파하는 특권 즉 서구의 예술과 정치, 경제 양식을 '지구화'하는 특권을 누려온 것으로 보인다. 발산이 멈추었던 것은 아니다. 단지 그늘에 가려졌을 뿐이다. 지구화의 껍질 아래에서는 기존 차이점들이 존속하고 새로운 차이점들이 생겨나고 있다. 그중 일부는 소중하고, 다른 일부는 위험천만하다.

발산과 수렴은 이 책에서 줄곧 서로 감겼다 풀렸다 하면서 또 다른 가닥과 뒤얽힌다. 그 가닥을 이언 모리스는 제7장에서 '성장'이라 부른다. 가속적 변화는 이따금 머뭇거리고 뒷걸음질쳐 어느 시대에나 사람들을 당혹시키고 좌절시켰지만, 오늘날 되돌아보면 걷잡을 수 없이 속도를 높여온 과정으로 보인다. 인구, 생산, 소비의 증가 추세는 때때로 멈칫하면서도 거듭 재개되었다. 수렵 채집민 취락부터 농경 촌락, 성장하는 도시, 연담 도시권에 이르기까지 인구가 점점 더 집중되었으며, 군장 사회부터 국가, 제국, 초국가에 이르기까지 갈수록 인구가 많고 통제하기 어려운 체제들이 연이어 출현했다.

제11장에서 데이비드 크리스천이 분명하게 보여주듯이, 모든 유형의 가속은 에너지 소비량을 척도로 가늠할 수 있다. 어느 정도는 자연이 지구 온난화를 통해 인간의 활동을 가속화하는 데 필요한 에너지를 제공했다. 

17 발산과 수렴, 가속적 변화와 더불어 이 책의 셋째 주제는 인간과 나머지 자연의 관계다. 자연은 끊임없이 변화한다. 때로는 문화 이야기의 일부인 인간의 영향―또는 오늘날 유행하는 전문 용어로 '인위 발생적' 영향―에 반응해 변화에 반응해 변화하지만, 인간이 통제할 수 없고 지금도 대체로 예측할 수 없는 방식으로 더 강력하게 변화하기도 한다. 기후 변화, 지진과 질병 발생 등이 그런 예다. 이제껏 모든 사회는 자연의 개발과 보존 사이에서 균형을 잡기 위해 행동을 조정할 수밖에 없었다. 문명은 인간의 목표에 맞추어 환경을 변경하는一예컨대 목축과 경작을 위해 풍경을 재형성한 다음 인간의 갈망을 채우도록 설계된 새로운 환경으로 덮어버리는―과정으로 이해하는 편이 최선일 것이다. 어떤 면에서 환경의 역사는 증가하는 인구의 필요와 증가하는 1인당 소비량을 충족하기 위해 개발을 심화해온 가속적 변화의 또다른 연대기다. 인간과 나머지 생물들의 관계는 줄곧 불편했고 갈수록 충돌을 일으켜왔다. 다른 한편, 인간은 생태계를 지배하고, 생물권을 대부분 장악하고, 우리가 보기에 위협적이거나 경쟁력 있는 종들을 없애고 있다. 그럼에도 우리는 불가항력의 돌연한 요동에 여전히 취약하다. 우리는 지진을 멈출 수도 없고, 태양에 영향을 줄 수도 없으며, 새로운 전염병을 모두 예상할 수도 없다.

19 이 책의 넷째 주제는 대체로 변화하지 않는 것으로 보이는 한 영역과 관련이 있다. 그 영역을 문화의 제약이라고 부를 수 있을 것이다. 문화의 제약은 선과 악, 지혜로움과 어리석음의 단단한 혼합물인 인간 본성, 모든 문화적 경계를 넘어서고 시간이 흐르더라도 결코 크게 변하지 않는 듯한 인간 본성의 고정성과 보편성이라는 형태로 다른 모든 이야기의 불변하는 배경을 이루는 것으로 보인다. 이언 모리스의 지적처럼 우리는 '일을 처리하는 역량'을 키우고 있지만, 우리의 도덕, 세계와 서로에 대한 우리의 책무는 여전히 이기심의 수렁에 빠져 있고 적대감으로 분열되어 있다. 안자나 싱은 우리의 강화된 역량 중 얼마만큼 이 파괴적인 목표를 위해 사용되는지 지적한다. 그 역량은 서로를 파괴하는 데, 우리가 의존하는 생태계를 파괴하는 데, 그리고 우리 모두의 거처인 생물권을 파괴하는 데 쓰이고 있다.

20 마지막으로 이 책은 인간 사회들의 관계 이야기를 내가 주도권이라 부르는 것—일부 인간 집단들이 다른 집단들에 영향을 끼치는 권력―의 이동이라는 관점에서 들려줄 수 있움을 보여준다. 변화를 주도하는 곳들의 분포는 전 세계의 권력 및 부의 분포와 대략 일치한다. 일부 예외가 있긴 하지만, 더 부유하고 더 강한 공동체들이 덜 부유하고 덜 강한 공동체들에 영향을 준다. 독자들이 앞으로 확인할 것처럼, 주도권 이동을 입중할 수 있는 지난 7000여 년 동안 주도권은 처음에 서남아시아와 지중해 동단 주변에 집중되었다. 서기 초부터는 대체로 확인할 수 없는 이유들 때문에 동아시아와 남아시야 특히 중국에 집중되었고, 16세기와 17세기에는 몇몇 측면에서 확인할 수 있는 주도권 이동이 서쪽으로 느리게 진행되었으며, 19세기와 20세기에는 더욱 빠르게 진행되었다. 서구의 과학, 특히 천문학은 중국에서 자국과 대등한 수준으로 높게 평가받았다━중국이 서구의 '오랑캐'를 멸시하던 시절에 거둔 놀라운 성취였다.

21 서구의 두가지 이념―자본주의와 민주주의—이 거둔 전세계적 승리는 훗날 되돌아보면 서구 패권의 절정이자 종결로 보일지도 모른다. 20세기의 마지막 30년간 대부분의 독재정들은 몰락하거나 휘청거렸다. 전체주의의 한 형태인 파시즘은 20세기 전반에 붕괴했고, 호적수 공산주의는 1990년대에 허물어졌다. 그러는 사이 세계의 대다수 정부들은 규제를 완화해 시장의 힘을 해방시켰다. 그러자 여명이 곧 어두워졌고, 낙관주의자들이 살아 있음에 느꼈을지 모르는 모든 지복이 무참히 일그러졌다. 많은 국가들이 권위주의로 되돌아감에 따라 민주주의는 불안정한 것으로 입증되었다. 그리고 광신이 이데올로기들을 대체했다. 상호 의존성을 높여가는 지구화된 세계에서 수명을 다한 것처럼 보였던 민족주의가 뒤틀린 국가들에서 해충처럼 다시 출현했다. 세속주의자들이 불타 없어지기를 바랐던 종교가 테러리스트의 행위를 정당화하는 명분으로서 악취를 내뿜으며 다시 타올랐다一보통 테러리스트는 범죄자에게 조종당하는, 일관성 없고 제정신이 아닌 희생자로 보이면서도 근본주의자와 교조주의처럼 말했다. 자본주의는 기만적인 것으로 드러났다. 자본주의는 부 자체가 부의 격차를 늘렸다. 

22 이 책의 저자들 모두 멀찍이 물러서서 세계 전체를, 또는 가급적 거의 전체를 보려고 노력했음에도, 그리고 모두 발산과 가속, 환경 간 상호 작용, 문화의 제약, 주도권의 이동 같은 테마들을 염두에 두었음에도, 독자들은 저자들 사이에 긴장 관계가 있음을, 우선순위와 강조점에 차이가 있음을, 때로는 가치관이나 이데올로기적 교의, 종교적 믿음을 둘러싼 저변의 충돌이 있음을 알아챌 것이다. 그렇다 해도 이 프로젝트에 참여한 모든 학자는 동료애와 선의로 서로 아낌없이 협력하며 기쁘게 작업했다. 독자들이 알아주었으면 하는 또다른 점은, 내 동료들의 관점의 다양성이 역사의 다양성을 반영하고, 그리하여 우리가 여러 시각에서 역사를 바라보는 데 도움을 준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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