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티오의 책들 | 역사 고전 강의 — 23 / 제17강
- 강의노트/라티오의 책들 2021-24
- 2021. 10. 11.
라티오 출판사에서 제공하는 팟캐스트 '라티오의 책들'을 듣고 정리한다. 라티오 출판사에서 출간된 책들에 관한 강유원 선생님의 해설녹음이다.
팟캐스트 주소: https://ratiopress.podbean.com/
⟪역사 고전 강의 - 전진하는 세계 성찰하는 인간⟫, 제17강
❧ 중세에서 근대로의 이행
“중세 제국 해체의 뚜렷한 표상 중의 하나는 신권에 반대하여 세속권의 우위를 선포한 텍스트가 등장한다는 것이다. 이것만이 아니다. 동서 교역의 산물이기도 한 14세기의 흑사병은 사회의 기반을 무너뜨리면서 기존 질서의 전반적 붕괴를 가속화한다. 동시에 새로운 체제의 맹아도 싹트기 시작한다.”
2021.10.09 역사 고전 강의 — 23
오늘은 ⟪역사 고전 강의⟫ 제17강, 중세 기독교 공화국의 붕괴 과정에 대해서 이야기하겠다. 17강에 이어서 18강이 르네상스라고 불리는 시기의 화약과 대포, 그리고 종교개혁의 주체였던 프로테스탄트 이런 얘기이다. 그리고 16강은 로마제국에서 중세 기독교 공화국의 이행에 관한 이야기가 있다. 그리고 중세를 지탱해온 것들이 교회와 전사 조직, 경제체제 이것이 중세를 지탱해주는 주요 요소였다는 것, 16,17,18강 모두 이행기를 다루고 있다. 묶어서 보자면 이행기의 특징을 나누어서 이야기한 것이다. 16강은 로마제국에서 중세기독교 공화국으로, 로마가톨릭 교회는 공화주의 체제이다. 17강은 중세가 어떻게 해서 무너지는가, 중세의 말이 르네상스이다. 르네상스를 근대라는 사람도 있고, 중세라고 하는 사람도 있는데 이행기이기 때문에 중세의 특징과 근대의 특징이 겹쳐서 있다. 어쨌든 시대의 밑바탕에는 중세적인 특징이 놓여있지만 그것의 표면에서는 근대적인 것들이 드러나 보인다. 역사의 흐름이라는 것이 이행이라는 것이 겹쳐 있는 것이, metabasis 이행이라고 하는 것이 굉장히 중요하다. 역사의 주인은 역사 그 자체이다. 사람은 역사 속에서 그냥 살다가 찔끔찔끔 뭔가를 하고 죽어가는 존재이고, 그 도도한 역사의 흐름이라고 하는 것은 그 흐름이 역사의 주인이다.
218페이지를 보면 "일반적으로 이행기를 살펴볼 때는 두 가지 질문을 떠올려야 하겠습니다. '이행기의 주체는 누구인가, 그리고 어떤 방식으로 이행기가 전개되는가'가 그것입니다. 여기서 '누구'에는 인간 행위자뿐 아니라 비인간 행위자도 포함됩니다." 이행기의 주체라고 불리는 사람들이 역사의 주인이다. 그런데 역사가 흘러가는 것, 우리 개인의 인생도 역사라고 한다면 역사가 흘러간다고 할 때 우리 인간이 가지고 있는 의도와 의도를 실행할 수 있는 힘, 이런 것으로 의도가 실행되지 않는다. 이행기의 주체 또는 역사의 주인이라고 하면 하나에서 열까지, 적어도 일곱 개 정도는 자기가 장악하고 좌지우지하는 힘을 가지고 있어야 하는데, 우리가 그렇게 좌지우지하는 힘을 가지고 있지는 않다. 그러니까 주인이라고 말하기는 어려운 것 같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주인이라고 불리는 사람들은 누구인가. 이행기는 최소한 두가지 정도가 겹쳐 있는데 밑바닥에 놓여있는 것이고, 새로운 것이, 전혀 다른 종류의 것으로 보이는 것, 사실은 기존에 있는 것에서 등장하는 것인데 전혀 다른 것처럼 보이는 것, 그것이 나타났을 때 역사의 주인이라고 나중에 불리는게 되는 사람들은 전혀 다른 종류의 새로운 것을 낚아챈 사람들이다. 예를 들면 2021년의 한국사회가 어떤 상황인가. 이행기라고 생각되는데 이행기 때문에 뭔가가 겹쳐있다.
17강 218 일반적으로 이행기를 살펴볼 때는 두 가지 질문을 떠올려야 하겠습니다. '이행기의 주체는 누구인가, 그리고 어떤 방식으로 이행기가 전개되는가'가 그것입니다. 여기서 '누구'에는 인간 행위자뿐 아니라 비인간 행위자도 포함됩니다.
16강은 로마에서 중세로, 17강은 중세가 어떤 방식으로 붕괴의 징후를 보였는가, 그리고 18강은 그 붕괴의 징후가 어떻게 해서 강력하게 시대의 주된 흐름으로 올라서게 되었는가, 시대의 주된 흐름으로 올라서게 된 결정적인 사태가 르네상스와 종교개혁이다. 르네상스와 종교개혁을 중세라고 보지만 그런데 그건 분명히 근대적인 요소가 있으니까 근대라고 누가 한다해도 아니라고 우길 수는 없다. 그렇지만 중세에서는 찾아보기 어려운 것이 있다. 그런 것들이 이제 이행기가 보여주는 결정적인 특징이다.
발문부터 보겠다. "중세 제국 해체의 뚜렷한 표상 중의 하나는 신권에 반대하여 세속권의 우위를 선포한 텍스트가 등장한다는 것이다. 이것 만이 아니다. 동서 교역의 산물이기도 한 14세기의 흑사병은 사회의 기반을 무너뜨리면서 기존 질서의 전반적 붕괴를 가속화한다. 동시에 새로운 체제의 맹아도 싹트기 시작한다." 여기서 제국은 근대 제국주의를 말하는 것이 아니라 여러 나라가 이렇게 저렇게 모여 있었다는 의미에서의 제국을 말한다. 땅덩어리의 크기나 나라의 규모의 따져서 물을 때는 제국이라고 부르고, 그리고 중세 공화국이라고 하지 않고 기독교 공화국이라고 말하는데, 왜 기독교 공화국이라고 하는가. 교황청이 어떤 방식으로 운영되었는가를 볼 때는 공화주의 체제의 모습을 띠고 있다는 것이다. 공의회가 있고, 교황이 아무리 그리스도의 대리자라고 해도 추기경이 있고 견제를 받는다. 이런 것들이 공화주의의 원리이다. 민주정은 아니다. 머리속에 민주정이라고 하면 페리클레스 시대의 아테나이를 생각하면 되고 공화정은, 로마도 공화정이라고 불렀다, 삼권분립을 생각하면 된다. 지나치게 도식적으로 설명하는 것이지만 그래도 일단 도식이라고 머릿속에 가지고 있는 것이 좋다. 한국은 민주공화정, 다시말해서 민주국가이니까 국민의 직접선거로 선출한 사람들에게 권력이 가장 많다. 입법부, 행정부의 수장인 대통령. 공화정이라고 하는 것은 입법부와, 행정부와 사법부가 서로 견제를 한다. 그런 점에서 공화정. 그런데 그렇다고 해도 민주정이 먼저이고 공화정이 나중이다. 선출권력이 비선출권력에 비하여 권력의 양에서나 권력의 위력에서나 더 우위에 있어야 한다는 것이 민주정의 원리이다.
"신권에 반대하여 세속권의 우위를 선포한 텍스트가 등장한다는 것이다." 이런 것들이 등장해서 그렇다고 해서 세속권이 갑자기 신권을 제압하지는 못한다. 일단 신권 내부에서 균열이 일어나야 한다. 진정한 해체는 내부에서 일어나는 것이다. 이것 만이 아니다. "동서 교역의 산물이기도 한 14세기의 흑사병은 사회의 기반을 무너뜨리면서 기존 질서의 전반적 붕괴를 가속화한다." 《옥스퍼드 세계사》에서 흑사병이 중요하다고 여러 번 이야기했다. "동시에 새로운 체제의 맹아도 싹트기 시작한다." 이 발문 전체, 한마디로 말하면 이행기의 특징이다. 일단 "세속권의 우위를 선포한 텍스트"이 먼저 등장한다. 이것은 말로 되어 있는 것이니까 이념, 이론적인 것이 먼저 등장한다. 그 다음에 사회의 기반을 흔드는 살벌한 사태가 벌어지고, 그런 다음에 기존에 나와있는 이념들, 텍스트, 새로운 물질적 토대, 사람들의 먹고 사는 방식이 바뀌고 하면서 새로운 체제가 그것으로부터 생겨난다. 그렇다면 이론적 먼저인 것은 세속권의 우위를 선포한 텍스트인데 그것에 이어지는 사태들은 물질적인 삶의 구조에서 일어나는 것이다. 그래서 여기서 추상적인 어휘를 동원해보자면 관념적인 것이 먼저 등장하고 그 다음에 물질적인 것이 이어진다. 어느 것 하나가 더 중요하다고 말할 수 없다. 관념적인 것과 물질적인 것이 겹쳐져 있으면서 그것들이 이행기의 사태들을 조율해나가게 된다. 사람은 사실 그 흐름에 올라타는 것이다.
17강 211 중세 제국 해체의 뚜렷한 표상 중의 하나는 신권에 반대하여 세속권의 우위를 선포한 텍스트가 등장한다는 것이다. 이것만이 아니다. 동서 교역의 산물이기도 한 14세기의 흑사병은 사회의 기반을 무너뜨리면서 기존 질서의 전반적 붕괴를 가속화한다. 동시에 새로운 체제의 맹아도 싹트기 시작한다.
역사책에서 이행기라고 하면 그냥 이행기라고 외우지 말고, 새로운 종류의 텍스트가 등장한다, 그리고 사회의 기반이 무너지는 어떤 물리적인 사태가 벌어지면서 기존 질서의 전반적인 붕괴가 가속화된다. 이것은 외워야 한다. 하나의 관념적 구상을 담은 텍스트가 등장하고, 사회의 기반을 무너뜨리는 물리적인 사태가 벌어지고 그에 따라서 기존 질서의 전반적 붕괴가 가속화된다. 그러면서 동시에 새로운 체제의 맹아도 싹트기 시작한다. 이 발문에 있는 공식을 잘 기억해주면 되겠다.
그러면 212페이지 "근대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먼저 어떤 과정을 거쳐서 중세 사회가 해체되는지를 살펴보아야 하겠습니다. 어떤 시대나 마찬가지로 이러한 해에 역시 단번에 일어나지 않았습니다. 중세의 해체에서만 발견할 수 있는 고유한 특징은 무엇인지, 이전 시대의 해체와 공통되는 점은 있는지를 살펴보는 것이 중요하겠습니다." 그게 바로 중세에서 근대로 이행하는 과정이라는 것이다. 이 얘기를 한 이유는 비코의 《새로운 학문》을 이야기하기 위한 것이다. 이제는 《새로운 학문》이 새로 번역되어 나와있다.
앤서니 그래프턴의 《신대륙과 케케묵은 텍스트들》, 마르실리우스의 《평화의 옹호자》도 정말 중요한 책이다. High Middle Age의 끝무렵에 나온 책인데 이게 중세의 신권을 비판하고 교황권에 대한 비판을 담고 있다. 그게 바로 "중세의 통일성을 지탱했던 가톨릭 교회의 수장인 교황권의 약화"를 볼 수 있다. 《평화의 옹호자》는 "속권의 우위를 옹호한 텍스트"이다. "이 책은 법의 원천이 인간의 정치적 지혜(프로네시스phronesis)에 있다고 주장함으로써 하느님을 법의 원천으로 삼았던 기존의 생각을 뒤집었습니다. 그가 주장한 '정치적 지혜'는 아리스토텔레스에서 가져온 개념입니다."
17강 212 근대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먼저 어떤 과정을 거쳐서 중세 사회가 해체되는지를 살펴보아야 하겠습니다. 어떤 시대나 마찬가지로 이러한 해에 역시 단번에 일어나지 않았습니다. 중세의 해체에서만 발견할 수 있는 고유한 특징은 무엇인지, 이전 시대의 해체와 공통되는 점은 있는지를 살펴보는 것이 중요하겠습니다.
17강 214 마르실리우스의 《평화의 옹호자》는 속권의 우위를 옹호한 텍스트입니다. 이 책은 법의 원천이 인간의 정치적 지혜(프로네시스phronesis)에 있다고 주장함으로써 하느님을 법의 원천으로 삼았던 기존의 생각을 뒤집었습니다. 그가 주장한 '정치적 지혜'는 아리스토텔레스에서 가져온 개념입니다.
그 다음에 "중세의 몰락을 사회경제적 측면에서 보면 먼저 기후를 거론할 수 있습니다. 14세기의 위기의 출발점은 기후입니다." 《옥스퍼드 세계사》에서 얘기했었다. 이런 것들을 놓치지 않고 우리들이 봐야한다는 것. 그리고 그러 기후 때문에 215페이지에 있는 것처럼 인구가 줄어들었고, 영지 내 농노가 줄었고, 농노가 줄어드니까 사람들이 전쟁을 벌인다. 대표적인 사례가 백년전쟁이다. 백년전쟁 때문에 잉글랜드가 아쟁쿠르 전투 이런 것들 통해서 승리함으로써 프랑스 기사 계급이 완전히 몰락했다. 그런데 재미있는 것은 프랑스 기사 계급이 몰락하면서 프랑스나 잉글랜드나 절대왕정국가로 가게 되는 중요한 계기가 된다. 기사 계급이 몰락하니까 당연히 화약과 대포, 말타고 칼들고 싸우는 방식이 바뀐 것이다. 그래서 르네상스라고 하는 것 안에 중세의 해체가 들어있다.
17강 214 중세의 몰락을 사회경제적 측면에서 보면 먼저 기후를 거론할 수 있습니다. 14세기의 위기의 출발점은 기후입니다.
"일반적으로 르네상스는 14~16세기에 걸쳐 있다고 합니다. 이 시대는 다시 14~15세기의 중세의 위기와 15~16세기의 중세의 해체로 나눌 수 있습니다. 다시 말해서 르네상스는 근대가 아니라 중세에 일어난 사건이고, 이 안에 중세의 위기와 중세의 해체가 들어 있는 것입니다. […] 그러므로 여기서 우리가 사태를 규정하고자 한다면 14세기에서 16세기를 중세에서 근대로 이행하는 시기로 잡고, 그 안에 중세의 위기와 해체에 해당하는 르네상스와 종교개혁이 모두 포함되는 것으로 보는 게 타당할 것입니다. 이 시기를 거쳐 17세기 중반 이후 유럽에서 이른바 '근대성modernity'이 형성되는 과정을 살펴보면 일종의 일반원리를 확인할 수 있습니다." 지금 17강은 이행기에서 우리가 무엇을 파악할 것인가, 그리고 이행기를 이해하는데 약간의 도식이 있다, 그리고 그 도식을 기억해두면 뭔가를 알아차리는 데에도 크게 도움이 된다는 것을 얻을 수 있다.
17강 217 일반적으로 르네상스는 14~16세기에 걸쳐 있다고 합니다. 이 시대는 다시 14~15세기의 중세의 위기와 15~16세기의 중세의 해체로 나눌 수 있습니다. 다시 말해서 르네상스는 근대가 아니라 중세에 일어난 사건이고, 이 안에 중세의 위기와 중세의 해체가 들어 있는 것입니다. […] 그러므로 여기서 우리가 사태를 규정하고자 한다면 14세기에서 16세기를 중세에서 근대로 이행하는 시기로 잡고, 그 안에 중세의 위기와 해체에 해당하는 르네상스와 종교개혁이 모두 포함되는 것으로 보는 게 타당할 것입니다. 이 시기를 거쳐 17세기 중반 이후 유럽에서 이른바 '근대성modernity'이 형성되는 과정을 살펴보면 일종의 일반원리를 확인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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