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유원의 북리스트 | 옥스퍼드 세계사 7장(1)

 

2021.11.02 옥스퍼드 세계사 7장(1)

《옥스퍼드 세계사》 제7장을 읽는다. 제7장은 제3부 제국들의 진동에 포함된 것이다. 제3부 제국들의 진동은 5,6,7장으로 되어있다. 제7장은 기원전 1000년부터 기원후 1350년, 2350년의 이야기이다. 5장은 물질 생활을 다루었고, 6장은 지성사를 다루었다. 7장은 사회 조직과 정치 조직을 다룬다. 7장 사회 조직과 정치 조직은 재미있다. 왜 재미있는가. 앞에 나와있던 물질적인 부분 또는 기후, 지리적인 부분들이 어떻게 인간 사회의 구체적인 조직체들과 얽혀들어가는가를 보기 있기 때문에 재미있다. 사회 조직과 정치 조직을 묶어서 '체제'라고 한다. 레짐regime. 사회 조직과 정치 조직을 연구하려면 선행해서 물질적인 생활의 조건이라든가 기후상태, 지리적인 상황도 봐야한다. 7장은 오늘 포함해서 4번에 걸쳐서 읽으려고 한다. 오늘은 321페이지까지 읽는데 7장의 서론 정도에 해당하는 내용이다. 

이 시기에 사회 조직과 정치 조직은 대체로 성장했다는 뜻으로 이언 모리스가 사용한 용어가 호모 수페란스라는 말이다. "'아는 인간' 호모사피엔스는 '성장하는 인간' 호모 수페란스Homo Superans가 되었다." 무엇이 성장했는가. 사회 조직과 정치 조직이 성장했다. 성장에 관한 이야기이다. 사회 조직과 정치 조직 측면에서 보면 인간 집단이 성장했다. 사회 조직과 정치 조직이라는 제목을 달았는데, 인간은 우선 친족 집단에서 시작한다. 친족 기반조직. 사회 조직과 정치 조직은 비친족집단이다. 오늘날 우리가 살고 있는 세계를 생각해보면 친족집단에 기반을 두고 살고, 그 다음에 사회 조직과 정치 조직은 겹치기도 한다. 이를테면 교회나 사업체는 사회조직이다. 사회조직이라고 하면 가족과 씨족, 부족이면서 동시에 교회나 사업체도 사회조직이다. 가족과 씨족, 부족은 친족집단에 기반을 두고 있고, 도시, 국가, 제국은 사실 사회 조직과 정치 조직이 겹쳐있기 때문에 이언 모리스도 지적하고 있듯이 사회 조직·정치 조직과 종교조직·경제조직을 분리하기란 어렵다. 사회 조직 안에는 친족집단도 들어간다. 이런 것들을 분류하는, 또 어떻게 그런 것들이 연결되어 있는가를 따져묻는 기초학문은 사회문화인류학이다. 따라서 인문학 공부를 한다고 하면 문학, 역사, 철학만 따져서 공부하는 것이 아니라 사실은 그 이전에 지리학과 인류학을 공부해야 한다. 필수과목이다.

제7장 317 '아는 인간' 호모사피엔스는 '성장하는 인간' 호모 수페란스Homo Superans가 되었다.

제7장 302 유사 이래 대체로 친족 관계는 협력의 주요 기반이었으며, 이 장에서 논하는 기간 내내 가족과 씨족, 부족은 중요한 조직이었다. 그렇지만 친족 기반 조직에는 한계가 있었으며, 사람들은 기원전 1000년 한참 전부터 비친족 집단을 형성하기 시작했다.

제7장 303 '사회 조직과 정치 조직'은 주로 가족, 씨족, 부족, 도시, 국가, 제국을 의미한다. 하지만 나는 다른 종류의 조직들, 특히 교회와 사업체도 다룰 텐데, 사회 조직·정치 조직과 종교조직·경제조직을 분리하기란 어렵기 때문이다.

그 다음에 303페이지를 보면 "더 크게, 더 넓게, 더 강하게, 더 깊게", 성장을 여러가지 말로 표현한다. 이 시기에 2400년 정도에 걸쳐서 성장이 일어났다. 여기에 필자는 기원전 1000년에 어떠했는가를 살펴보고, 그 다음에 기원후 175년, 기원후 1350년 이렇게 세 덩어리로 나눠서 시대 지표를 제시한다. 조금 도식적이기는 하지만 우리가 이해하기 쉬운 설명틀을 가지고 있다. 예를 들어서 304페이지에 있는 그래프를 보면 기원전 1000년의 인구, 기원후 175년의 인구, 기원후 1350년의 인구가 있다. 이 시기를 비교해보면 여전히 나중으로 갈수록 성장이 이루어졌음을 알 수 있다. 인구도 성장했고, 도시도 늘어났다. 그리고 저자가 제시하는 독특한 지표가 있는데 '사회 발전 지수'이다. 국가들의 일처리능력을 측정하는 것이다. 306,307페이지에 나와있는 얘기들은 그런 것들을 판단하는 점들을 보여준다. 잘살았다 못살았다를 판단하는 가장 기본적인 지표가 지니계수라고 불리는 것이다. 지니계수는 "경제학자들은 집단들에 0점(모두의 소득이 정확히 같은 집단)부터 1점(모든 소득을 단 한 사람이 갖는 집단)까지 점수를 매기는 지니 계수로 불평등 정도를 측정하곤 한다."

제7장 306 나는 이전에 '사회 발전 지수'라는 또 하나의 방법을 제안했는데, 사회들이 일을 조직하고 처리하는 능력을 몇 가지 기준으로 나누어 1점부터 1000점까지 매기고 각 기준의 점수를 합하는 방법이다.

제7장 308 경제학자들은 집단들에 0점(모두의 소득이 정확히 같은 집단)부터 1점(모든 소득을 단 한 사람이 갖는 집단)까지 점수를 매기는 지니 계수로 불평등 정도를 측정하곤 한다. 산업화 이전 농민 사회들의 소득 불평등을 나타내는 지니계수는 대부분 0.30에서 0.60 사이이며 평균은 0.48이다.


7장에서 중요한 얘기는 여기에 있다. 다섯가지 질문. 314페이지를 보면 "적어도 다섯 가지 흥미로운 질문은 제기하려 한다. 첫째, 기원전 1000년에서 기원후 1350년 사이에 사회 조직과 정치 조직의 규모, 부, 위계 조직, 복잡성, 효과성은 왜 성장했는가?", 즉 ① 2400년 동안 성장의 원인은 무엇인가. 이때가 대체로 성장의 시기라면 성장의 원인이 도대체 무엇인가가 하나가 있고, "둘째, 기원후 175년 이전의 성장과 이후의 성장은 왜 그토록 달랐는가?", 즉 ② 2세기를 기준으로 전후의 차이는 무엇인가. 이것이 두번째 물음이다. 그 다음에 "셋째, 성장은 왜 그토록 빈번히 쇠락으로 바뀌었는가?", 즉 ③ 성장과 쇠락의 교차원인은 무엇인가, 흔히 쓰이는 말로 흥망성쇠의 원인은 무엇인가. 2400년 동안 어떤 지역이 잘나가다가, 예를 들면 로마가 잘나가다가 망했다, 왜 로마제국은 멸망했는가. "넷째, 특정한 시점에 조직의 형태들은 지역에 따라 왜 그토록 달랐는가?", 즉 ④ 특정시점의 조직이 지역별 차이가 생긴 원인은 무엇인가. "다섯째, 기원후 175년 이후 세계에서 가장 크고 강력한 국가들의 심장부는 왜 유라시아 서부에서 동부로 이동했는가?", 서부는 유럽이고, 동부는 중국이다. ⑤ 2세기 이후 국가들의 심장부, 즉 강력한 국가들의 변동 원인은 무엇인가. 이 다섯 가지 질문을 놓고 탐구를 한다. 그런데 바로 딱 통찰력이 있는 답변이 하나 있다. "나는 다섯 가지 질문에 대한 답변들이 하나의 커다란 결론을 가리킨다고 생각한다. 바로 기원전 1000년에서 기원후 1350년 사이에 사회 조직과 정치 조직이 순전한 농경 조건에서 달성할 수 있는 것의 한계에 도달했다는 결론이다. 2000년 전에 로마제국이 이 천장에 처음으로 닿았고, 1000년 후에 송나라가 같은 위업을 되풀이했다. 그렇지만 각 경우에 성장은 침체와 쇠락으로 이어졌다." 농경 조건에서 달성할 수 있는 한계, 즉 농경제국이 최대치로 달성한 다음에는 쇠락한다는 말이다. 성장의 한계에서 쇠락하는 것이다. 정치조직과 사회조직의 문제 때문에 일어나기도 하겠지만 기후 조건의 차이때문에 일어난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다시말해서 여기에는 농경제국의 최대치에서 쇠락을 하는데 정치조직과 사회조직의 한계도 있겠지만 기후의 변화가 지역마다 달랐던 것이다. 전반적으로는 따뜻했다. "고고학자 브라이언 페이건이 말하는 '긴 여름'━가 필요했다." 그러나 그 긴 여름이 지구 전체에 걸쳐서 일어난 것이 아니라 어느 지역은 농경제국의 최대치에서 쇠락으로 나아갈만큼 쌀쌀해지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그런데 이언 모리스가 아주 중요한 통찰을 제시했는데 "18세기에 이르러서야 한 사회━ 영국사회 ━가 화석 연료에 갇힌 에너지를 꺼냄으로써 옛 질서를 산산이 깨부수는 데 성공했다." 바로 산업혁명 이후에는 뭔가 또 달라졌다는 것이다. 

제7장 314 적어도 다섯 가지 흥미로운 질문은 제기하려 한다. 첫째, 기원전 1000년에서 기원후 1350년 사이에 사회 조직과 정치 조직의 규모, 부, 위계 조직, 복잡성, 효과성은 왜 성장했는가? 둘째, 기원후 175년 이전의 성장과 이후의 성장은 왜 그토록 달랐는가? 셋째, 성장은 왜 그토록 빈번히 쇠락으로 바뀌었는가? 넷째, 특정한 시점에 조직의 형태들은 지역에 따라 왜 그토록 달랐는가? 다섯째, 기원후 175년 이후 세계에서 가장 크고 강력한 국가들의 심장부는 왜 유라시아 서부에서 동부로 이동했는가?

제7장 314 나는 다섯 가지 질문에 대한 답변들이 하나의 커다란 결론을 가리킨다고 생각한다. 바로 기원전 1000년에서 기원후 1350년 사이에 사회 조직과 정치 조직이 순전한 농경 조건에서 달성할 수 있는 것의 한계에 도달했다는 결론이다. 2000년 전에 로마제국이 이 천장에 처음으로 닿았고, 1000년 후에 송나라가 같은 위업을 되풀이했다. 그렇지만 각 경우에 성장은 침체와 쇠락으로 이어졌다. 18세기에 이르러서야 한 사회━ 영국사회 ━가 화석 연료에 갇힌 에너지를 꺼냄으로써 옛 질서를 산산이 깨부수는 데 성공했다. 

제7장 317 성장에는 두 가지 조건이 필요했다. 첫째로 대략 10만 년 전에 진화한 호모 사피엔스의 유달리 생산적인 두뇌가, 둘째로 빙하 시대가 끝난 이래 우세한 온난하고 습한 기후━고고학자 브라이언 페이건이 말하는 '긴 여름'━가 필요했다. 기원전 10만년 이전에 몇 차례 긴 여름이 있었으나 그런 긴 여름에 반응해 더 큰 조직을 만들어 낼 호모 사피엔스는 없었다. 그리고 기원전 10만 년에서 1만 5000년 사이에 호모사이엔스는 있었으나 긴 여름은 없었다. 지난 1만 5000년 동안만 두 가지 조건이 모두 있었으며, 이로써 '아는 인간' 호모사피엔스는 '성장하는 인간' 호모 수페란스Homo Superans가 되었다.

성장의 두가지 조건은 무엇인가. 하나는 '긴 여름'이다. 그리고 긴 여름 기간 동안에 "호모 사피엔스의 유달리 생산적인 두뇌"가 작용했다. 긴 여름과 생산적인 두뇌가 결합해서 '성장하는 인간' 호모 수페란스Homo Superans가 되었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 시기에 "사회 조직과 정치 조직의 규모"를 키웠다. 세번째 조건은 조금 부수적인 것이니까, 생산적인 두뇌와 기후의 긴 여름이라는 것에서 귀결된 것이 "혁신을 뒷받침하고 조직을 결속시키기 위해 사람들은 제도와 세계관을 계속 변혁"했는데 그러면서 사회 조직과 정치 조직의 규모를 키웠다는 것이다.

제7장 318 혁신은 수확량을 늘려주고, 더 많은 사람을 먹여 살리고, 더 큰 사회 조직과 정치 조직을 만들어냈지만, 혁신을 뒷받침하고 조직을 결속시키기 위해 사람들은 제도와 세계관을 계속 변혁해야 했다. 각각의 해결책은 새로운 문제를 유발했지만, 사회 조직과 정치 조직의 규모를 키우는 것은 아주 오랫동안 가장 일관되게 채택된 전략 중 하나였다.


그런데 그런 사회 조직과 정치 조직의 규모를 키운 것이 전 세계에서 일어난 것은 아니고 장소의 힘 절에 있는 것처럼 '운 좋은 위도대'에 몰려있었다. 다르게 말하면 그냥 날씨가 좋았던 곳에서 사회 조직과 정치 조직의 규모가 커졌다는 것이다. 그것을 이언 모리스는 320페이지에서 저가 국가에서 고가 국가로 변화한 것이라고 말한다. "2000년 전에 로마제국이 이 천장에 처음으로 닿았고, 1000년 후에 송나라가 같은 위업을 되풀이했다." 재미있는 것은 321페이지에, 앞서 송나라가 그렇게 된 것에는 기후가 원인이 되었을 것이라고 말했는데 기후 말고도 다른 것이 작용하기도 했다. 무엇이 작용했는지는 잘 모른다. "기원후 175년에 유라시아 서부는 세계 최대 조직들을 보유하고 있었고 선두 자리를 1000년 넘게 지켜온 터였지만, 그후로 1350년까지 동이사이가 선두로 올라서는 동안 지중해와 중동의 최대국가들은 작아졌다. 이는 역사상 가장 큰 규모로 벌어진 부와 권력의 이동이었지만, 현재는 그 원인에 대한 합의는 거의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어떤 원인들이 있었는가에 대해서는 뒤에서 설명이 되고 있는데, 기후만이 아닌 원인들이 있었다. 이 부분이 사실은 사회조직과 정치조직에 관한 연구에서 중요한 미스테리이기도 하다.

제7장 319 앞서 제시한 세 지도는 세계에서 가장 큰 사회 조직과 정치 조직이 대체로 내가 '운 좋은 위도대'라고 부르는 곳에 몰려 있었음을 보여준다.

제7장 320 농촌에서 군주, 사제, 귀족, 그리고 (보통) 글쓰기를 포함한 '저가' 국가로 성장하기까지 다시 2000~4000년이 걸렸고, '저가' 국가에서 수천만 명의 신민과 극히 세련된 엘리트 문화를 포함한 '고가' 제국으로 변모하기까지 1500~2000년이 더 걸렸다.

제7장 321 기원후 175년에 유라시아 서부는 세계 최대 조직들을 보유하고 있었고 선두 자리를 1000년 넘게 지켜온 터였지만, 그후로 1350년까지 동아시아가 선두로 올라서는 동안 지중해와 중동의 최대국가들은 작아졌다. 이는 역사상 가장 큰 규모로 벌어진 부와 권력의 이동이었지만, 현재는 그 원인에 대한 합의는 거의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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