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티오의 책들 | 역사 고전 강의 — 35 / 제22강(2)
- 강의노트/라티오의 책들 2021-24
- 2021. 11. 22.
라티오 출판사에서 제공하는 팟캐스트 '라티오의 책들'을 듣고 정리한다. 라티오 출판사에서 출간된 책들에 관한 강유원 선생님의 해설녹음이다.
팟캐스트 주소: https://ratiopress.podbean.com/
⟪역사 고전 강의 - 전진하는 세계 성찰하는 인간⟫, 제22강(2)
❧ 근대 세계의 형성 요소들
이탈리아에서 만들어진 정치술, 군사술, 군상복합체軍商複合體, 이것들을 총괄할 수 있는 ‘비전’으로서의 과학.
“종교에 대한 믿음이 사라진 시대에 사람들이 원하는 미래에 대한 비전은 확실한 지적 권위를 통해 뒷받침되어야 했는데 바로 과학이 이 역할을 했습니다.”
2021.11.20 역사 고전 강의 — 35
⟪역사 고전 강의⟫ 제22강 두번째 시간이다. 지난 시간에 이어서 보충설명, 예비적인 설명, 세계사적인 맥락에 대해서 이야기한다. 근대 세계를 이해하는데 있어서 17세기가 굉장히 중요한 시기이다. 서양의 역사가들은 17세기를 General Crisis라고 한다. 일반위기의 시대라고 말한다. 그래서 서양사를 연구하는 사람들이 예전에는 서양을 일반위기의 시대를 거치면서, 즉 왜 위기가 되었는가, 기존의 사회를 구성하고 있던, 사회가 잘 구성되어 있다, 잘 조직되어 있다는 것이 무엇을 말하냐면 그 사회의 물질적인 생산이라든가 또는 그 물질적 생산을 통제하는 정치적인 힘들, 그리고 그 힘들을 정당화해주고, 세금을 걷는다고 할 때 그것이 마땅하다 할 때 단순히 무력만 가지고는 안된다. 저 사람들이 훌륭한 사람이야 라고 하는 사회질서에 대한 일종의 정당화 이론이 필요하다. 그런 정당화 이론들을 통틀어서 권위라고 한다. 권위주의적인 통치, 요즘에는 무력만 가지고 권위를 세우는 것을 권위주의라고 그러는데 본래는 권위주의 통치라고 하면 무력 이외의 어떤 정당화 논리들을 가지고 있는 것을 권위라고 말한다. 이때 16~18세기 이르는 서양에서는 과학과 기술이 종교를 제치고 진보의 역사를 형성하는 하나의 추동력으로서 앞장서고 권위의 근거가 된다. 그때부터 지금까지 21세기에 이르기까지 세계사가 그런 세력들이, 그것을 만들어 놓은 세력이 자본주의 체제를 본격적으로 형성하면서 세계사의 주도권을 쥐고 있다보니까 우리는 도대체 뭐했나, 조선이라든가 중국 청나라라든가, 일본은 자기가 서구에 들어갔다고 믿었다. 그러다가 2차세계대전, 아시아 태평양전쟁에서 패했다. 서양이 그때부터 지금까지 300년 정도를 앞장서 있다보니 승리자의 서사를 가지게 되고, 우리 동아시아 세계에 사는 사람들은 패배자의 서사를 갖게 된다. 그래서 그 이전의 세계에 대해서는 깊이 있게 생각해보지 않고 뭉뚱그려서 우리가 졌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그런 생각을 우리도 하게 되지만 일단 우리에게 주입된 측면도 있다. 우리가 세계사를 공부할 때 서양 사람들이 만들어 놓은 세계사를 공부하다 보니까 근대 세계라고 하는 것이 진보와 발전, 그 세계에서 만들어진 서양 이론들을 공부하면서 세계를 이해하다 보니 그런 점도 있다. 그런데 가만히 보면 일본에서 겐로쿠 문화 이후에 가세이 문화가 등장할 때가 바로 16~18세기에 해당한다. 그때쯤 되면 일본의 동경, 에도는 세계 최대의 도시, 내노라 하는 도시문화가 발전했고, 그 전에 송나라도 그렇고 명·청을 거치면서, 동아시아 세계는 굉장히 안정된 세계가 되었다. 16세기에 사회가 약간 흔들림이 있었고 기존 질서가 동요하기는 했지만 한반도는 조선이 계속해서 1392년 이래로 1800년에 이르기까지 안정된 체제를 유지하고 있었다. 그리고 중국은 명나라가 청나라에 멸망하고 어쨌든 나라가 안정되었다. 그래서 17,18세기 동아시아 삼국은 평화시대가 도래하였다. 다시 말해서 안정된 주권체가 성립했다고 볼 수 있다. 일본은 도쿠가와 막부가 들어섰고, 중국은 청나라가 생겨났고, 그런데 유럽은 패권을 놓고 싸우는 일반 위기의 시대로 들어섰다. 이렇게 세계 정세를 볼 수 있다.
그러면 17세기 후반에 들어서면, 즉 30년전쟁이 1648년인데 동아시아 세계에서는 그냥 군비확장하고 군사기술을 혁신해서 전쟁하고 이런 것들이 평화로운 시대로 들어서면서 가라앉게 된다. 그래서 청나라 치하의 중국에서는 정부가 무기를 제조하고 그런 것은 있었으나 싸울 일이 없었다. 더 이상의 정복전쟁도 없게 된다. 그러면 전쟁을 하지 않으면 무기체계는 당연히 쇠락의 길로 들어선다. 흔히 말하는 총칼을 녹여서 보습을 만든다, 농기구를 만든다 하는 태평성대가 되었다. 그래서 안정화되는 시기인데 이때 유럽은 군비경쟁의 시대에 들어선다. 동아시아 세계에서 최대 국가인 중국은 요즘 용어로 말하면 군축을 하는 것이고, 서구는 군비 경쟁의 시대로 들어서게 된다는 말이다. 그러면 일종의 군비를 잘 마련해서 전쟁하는 시기와 평화의 시기의 사이클이 차이를 보이게 된다. 이것을 가지고 쇠퇴에 있었다고 말해버리면 이것은 큰 착각이다. 서양에서는 왜 유럽이 앞서 나갔는가 라는 왜 유럽인가라는 테제를 놓고 많은 학자들이 말했는데 가만히 있어도 먹고 사는데 어렵지 않고 평화로운데 무슨 혁신이 있는가. 그들이 바로 간과했던 지점이 있다. 서양은 잉글랜드의 절대왕권을 억제하고 귀족, 상인들이 자기네들의 신분을 안정시키는데 결정적인 계기를 마련한 것이 잉글랜드 내전이 끝난 다음의 1688년의 명예혁명이다. 그런데 그때 동아시아 세계는 굉장히 평화롭고 안정적인 시대였다는 것이다. 그리고 명예혁명 시대의 잉글랜드는 본격적으로 자본주의적인 그런 시대로 들어선다. 그제서야 그 지역은 농업생산성이 증가한다. 그 지역 특유의 발전 양상이 따로 있기는 하겠지만 적어도 세계사적인 차원에서 살펴보면 동아시아 쪽에서는 농업 생산력이 한계까지 끌어올려서 농업으로 할 수 있는 것은 이미 최대한 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런데 서구에서는 그제서야 농업 생산성을 끌어올리기 시작하면서 자기네들이 군비경쟁을 통해서 발전시킨 무기체계를 가지고 전세계적으로 침략전쟁으로 나서게 된다. 그게 바로 기술 혁신에 의해서 자본주의가 발전했다든가 산업혁명이 있었다는 설명이 있는데 그 이전의 역사가 있다. 그것이 바로 전쟁 자본주의, 전지구적인 전쟁 자본주의 시스템을 만들어내는 것이다. 1588년의 아르마다 해전에서, 우리로 치면 1592년 임진왜란 전인데, 잉글랜드가 승리하고 영제국이 성립한다. 잉글랜드가 스코틀랜드를 통합하면서 그레이트 브리튼으로 나아가게 되는 계기를 마련하다. 아직 그때는 잉글래드가 산업혁명의 시대는 아니다. 산업혁명은 1700년대니까 아주 단순화해서 말해보면 1588년 아르마다 해전부터 1700년대 산업혁명 사이에 이들은 무엇을 했는가. 이것을 생각해 볼 수 있다. 그때 바로 글로벌 자본주의의 아주 원초적인 형태들이 전쟁 자본주의를 작동시키기 시작했다는 것을 생각해봐야 한다. 이른바 자본의 본원적 축적이 일어났다.
이것을 다루고 있는 책들이 꽤 있다. 재레드 다이아몬드의 《총, 균, 쇠》, 이론적인 통찰력에 비해서 과대평가된 책이라고 할 수 있다. 총, 균, 쇠, 물질적인 것만 가지고 설명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 다음에 케네스 포메란츠가 쓴 《대분기》, 널리 알려진 책인데 19세기 서구에서의 산업화가 일어나면서 유럽이 전세계 헤게모니를 장악하는 대분기가 일어났다는 것. 무엇보다도 이 사람들의 책들은 제도적인 측면, 문화적인 측면을 고려하지 않고 있다. 그래서 조엘 모키르가 쓴 《성장의 문화》와 같은 책들을 함께 읽으면서 보완을 할 필요가 있다. 어떤 책이든 결점이 있고 다른 책으로 보완하면 된다. 무엇보다도 이 시기에 나온 책 중에 가장 중요한 것이 애덤 스미스의 《국부론》이다. 국가의 부의 본질과 원인에 관한 탐구. 《국부론》을 읽으면서 1600년대 1700년대, 그러니까 17, 18세기에 잉글랜드에서 일어난, 그레이트 브리튼으로 나아가는 과정에서 생겨난 여러가지 변화와 지향점들을 다룬 책이다. 중요한 책이다. 역사고전은 아니지만 고전이기 때문에 다루어야 한다는 생각이 늘 있다.
273페이지를 보면 "르네상스 시대에 발전된 요소들 중에서 살아남은 것이 몇 가지 있습니다." 르네상스가 근대의 출발점이라고 말하는 분들도 있는데 적어도 《역사 고전 강의》 해설을 듣는 분들은 그러지 말하야 한다. 근대라고 하면 16세기부터 종교개혁 이후, 정확하게는 17세부터이다. 뭔가 만들어져 있었다. 그런데 그것이 원조의 역할을 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그것이 오늘날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도록 중간에 어떤 결정적인 변곡점을 맞아서 계기로서 작용해야 한다. 자잘한 기술들이야 있을 수 있다. 르네상스는 그런 것이 있었구나 하고 볼 수는 있는데 그것이 묶여서 새로운 시대의 지식 복합체로 등장한 것은 아니다. "이탈리아에서 만들어진 정치술, 군사술 등이 그것입니다." 부르크하르트의 《이탈리아 르네상스의 문화》을 보면 서술되어 있다. "이 요소들은 군상 복합체와 함께 17세기로 전승되었습니다. 그런데 정치술과 군사술, 군상 복합체만으로는 새로운 세계를 만들 수 없습니다." 이런 부분들이 중요하다. 새로운 세계로 나아가려면 무엇이 있어야 하는가. "그것들을 총괄할 수 있는 원리적인 것", 즉 비전이 있어야 한다. "종교에 대한 믿음이 사라진 시대에 사람들이 원하는 미래에 대한 비전은 확실한 지적 권위를 통해 뒷받침되어야 했는데 바로 과학이 이 역할을 했습니다." 다시 말해서 17세기에 정치술과 군사술, 군상 복합체가 있는 토대 위에서, 그런 것들이 미래에 대한 비전과 함께 결합이 되지 않으면 본격적인 의미에서의 근대사회를 형성해 나아가지는 못했을 것이다. 그냥 르네상스 시대에 이런 잔기술이 있었다 그런 정도에서 그쳤을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근대의 과학과 기술이 굉장히 중요하다.
제22강 273 르네상스 시대에 발전된 요소들 중에서 살아남은 것이 몇 가지 있습니다. 이탈리아에서 만들어진 정치술, 군사술 등이 그것입니다. 이 요소들은 군상 복합체와 함께 17세기로 전승되었습니다. 그런데 정치술과 군사술, 군상 복합체만으로는 새로운 세계를 만들 수 없습니다. 그것들을 총괄할 수 있는 원리적인 것이 아직 마련되어 있지 않기 때문입니다. 다시말해서 이 요소들을 가지고 무엇을 할 것인지에 대한 '비전'이 없으면 사람들이 따르지 않는 것입니다. 종교에 대한 믿음이 사라진 시대에 사람들이 원하는 미래에 대한 비전은 확실한 지적 권위를 통해 뒷받침되어야 했는데 바로 과학이 이 역할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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