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BS 클래스 e | 강유원의 책읽기와 글쓰기 03강
- 강의노트/책담화冊談話 2021-25
- 2021. 12. 13.
EBS 클래스ⓔ에서 제공하는 '강유원의 책읽기와 글쓰기'를 듣고 정리한다.
EBS 클래스ⓔ 주소: https://classe.ebs.co.kr/classe/detail/412149/40009551
❝ 다양한 정보기술 매체가 통용됨에 따라 책은 더이상 쓸모있고 의미있는 지식을 전달하는 매체가 아닌 것으로 여겨지는 경향이 있다. 그렇지만 매체의 차이에 따른 전달방식의 차이가 있을 뿐 책은 오랫동안 인간의 삶에 즐거움과 유용함을 제공해오고 있다. 강유원의 실전지식 책읽기와 글쓰기 강의에서는 책을 단순히 읽는 것에 그치지 않고 책으로부터 지식을 얻어내어 자신의 것으로 만드는 다양한 기술, 읽기와 쓰기에 수반되는 도구들까지도 살펴보려고 한다. ❞
강의 내용
01강 네 가지 행위에 관한 일반론
02강 책고르기와 구입하기
03강 책읽기의 시작
04강 서문, 서론 읽기
05강 통독하기, 부분 집중 읽기
06강 글쓰기의 시작
07강 서평의 기본형식
08강 단권 정리
09강 주제서평
10강 매체들과 자료정리
03강 책읽기의 시작
이번에는 책읽기의 시작, 이렇게 얘기하겠습니다. 책을 읽는다는 것은 어떤 특정한 주제에 따라서 읽는 것을 대개 의미하는데 책읽기의 초보자가 되었던 책읽기에 능숙한 사람이 되었건 어떤 주제에 따라서 읽기는 어렵습니다. 우리가 일목요연한 것에 대해서 지나치게 강박관념을 가지실 필요는 없어요. 읽다보면 머리에 어느 정도 데이터가 쌓이고 그랬을 때 이것이 우연히 서로 연결되는 경우, 그런 경우들을 생각하시면 되겠습니다. 가령 철학 영역에서 아주 고전으로 알려진 책들이 몇개 있죠. 그 중에 가장, 서양에서 조사를 해봐도 그렇고 한국에서 조사를 해봐도 그런데 가장 사람들이 널리 읽는 서양철학의 고전 그러면 플라톤의 《국가》입니다. 1순위로 꼽는 것이 플라톤의 《국가》에요. 자 그러면 플라톤의 《국가》 그러면 플라톤의 《국가》의 번역본이 국내에 한 종 나와 있습니다. 서광사라는 출판사에서 나온 게 있고 97년에 한국어판 초역이 나왔습니다. 그것을 한 권 사게 됩니다. 그것은 사서 읽어야지 도서관에서 빌려가지고 하루 이틀만에 읽어치울 수가 없어요. 대출기간을 다 채워서 꼬박 읽는다 해도 다 읽기가 어려울 뿐더러 한 번 읽어서는 더욱이나 이해하기 어렵고 제가 지금 97년이 되기 전부터 국가를 영역본으로 된 것으로 읽어 오기 시작했는데 적어도 13번, 15번 정도 읽은 것 같아요. 그러면 이런 것은 사야되죠. 그러면 사람들이 이제 이것을 막 삽니다. 예를 들어서 지금 이게 플라톤의 《국가》 영역본이에요. The Repulic이라고 되어 있는 《국가》 영역본인데 펭귄 클래식이라고 하는 그 시리즈로 나오고, 그 다음에 지금 여러분들에게 보여드리는 게 독역본이에요. 독일어판으로 되어 있는 《국가》 책입니다. 이런 책까지 갖추어서 살 필요는 없고 일단 한 권을 사서 읽습니다. 그러면 플라톤의 《국가》 그러면 플라톤이라는 철학자를 모르는 사람은 없으니까 플라톤의 《국가》를 읽는 것은 어려움은 없다는 말입니다.
그런데 다른 저자들에 대해서는 그러면 어떻게 할 것인가. 예를 들면 지난 번에 말씀드린 로제 샤르티에와 피에르 부르디외의 《사회학자와 역사학자》 이 책을 샀는데 이 저자들에 대해서 좀 알아야 되잖아요. 플라톤 그러면 다 아는 사람이지만 그럴 경우에는 표2, 책 앞날갈에 있는 저자 소개를 보시면 된다고 했죠. 저자 소개를 보면 1930년 프랑스의 시골 당갱에서 태어나 뛰어난 학업성적으로 파리 고등사범학교에 입학했다. 25세에 철학 교수 자격 시험에 합격한 뒤 군복무를 위해 알제리에 갔다가 식민지 현실과 전쟁의 참상에 큰 충격을 받고 사회학자로 전향했다. 그 다음에 파리 사회과학 고등연구원 교수, 그리고 이러저러한 책들을 많이 남겼다. 이게 피에르 부르디외라는 사람에 대한 소개이고요, 로제 샤르티에라는 사람은 1945년 프랑스 리옹에서 태어나 생클로 고등사범학교와 소르본 대학에서 수학했다. 아 이 사람도 책을 이것저것 쓴게 많구나 이렇게 알 수 있어요. 대개 이런 학자들의 경우에는 그 학자가 어디에서 공부했고 어디 교수이고 어떤 책을 썼다 이런 것만 소개가 나오죠. 그런데 아닌 경우도 있어요. 예를 들어서 뭐 대학을 졸업한 뒤 여기저기 떠돌아다녔다. 그러다가 문득 생의 허무함을 느껴서 글을 쓰기 시작했더니 그것이 이 책으로 나왔다 이런 경우도 있어요. 단정적으로 말씀드리기는 어렵지만 돈이 남아도는 분이라면 그런 책은 사지 않는 것이 좋습니다. 이 책을 쓸 만한 자격을 갖추었다고 라고 하는 것이 반드시 아카데미에서의 경력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지만 그렇다해도 반드시 그런 경우는 아닌데 그런 경우에는 저자가 온전히 초고부터 최종본까지 다 썼다고 믿기 어려운 경우도 많아요. 예를 들어서 이건 이제 《역사》라는 책인데 이건 입문서에요. 이런 사람을 볼 때 역사에 관한 입문서인데 그 책을 쓴 사람이 런던 대학 버베크 칼리지의 역사학 교수이며 전공은 중세사와 역사철학이다. 그 다음에 번역자는 대학을 졸업하고 출판사에서 편집자로 일했다. 옮긴 책으로 《역사와 역사가들》, 《제국의 폐허에서》, 《영국 외교관 평양에서 보낸 900일》 역자도 역사 책을 많이 옮긴 사람이구나 대개 그렇게 봐야 되잖아요. 그런데 저자는 이게 역사에 관한 입문서인데 '저자는 IT회사에 일했다. 역사에 깊은 관심을 가지고 이 책을 읽었다. 이렇게 해서 번역을 했다' 이것은 안되는 거예요. 기본 용어가 안맞춰지니까. 저자나 번역자를 파악할 때 최소한 그런 것들을 봐야한다는 것이죠. 그것이 굉장히 중요합니다. 그 업계에서 또는 그 분야에서 뭔가를 하는 사람이라고 하는 것을 분명히 알아두실 필요가 있죠.
그 다음 에드워드 크레이그라는 사람이 쓴 《철학》 입문서입니다. 제가 철학 선생이니까 '철학 입문서를 좀 소개해주세요'라고 말하면 이 책을 소개합니다. 그런데 이걸 소개하면 사람들이 인터넷 서점에서 봐야. 목차를 보고 차례를 보면 나는 무엇을 해야 하는가?―플라톤의 『크리톤』, 우리는 어떻게 아는가?―흄의 『기적에 관하여』, 나는 누구인가? 이렇게 되어 있어요. 차례를 보면 왜 제가 이걸 소개하는가. 철학이란 무엇인가가 제1장에 있고 그 다음에 나는 무엇을 해야 하는가, 이것은 윤리학의 문제를 다룬 것이고요, 우리는 어떻게 아는가는 인식록의 문제를 다룬 것이고, 나는 누구인가, 이것은 형이상학의 문제이기도 하고 실존의 문제를 다룬 것이기도 해요. 다시 말해서 이 책은 다해서 1장에서 8장으로 이루어져 있는데 1장부터 4장까지가 철학에서 가장 기본이 되는 주제들을 다루고 있어요. 그렇다면 이 책이 철학의 입문서로는 아주 탁월하죠. 그리고 5장, 6장, 7장, 8장 이것은 철학에서 부수적으로 다루는 주제들을 거론하고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이 책이 입문서로 소개를 해줄만 해요. 그런데 이 책을 소개받은 어떤 사람이 저에게 이런 말을 한다고 해보겠습니다. '책이 너무 어렵지 않나요?' 그럼 철학이 어렵지 쉽겠어요? 쉬운 것은요, 만화에요. 만화도 어려운 책이 많거든요. 그러니까 일단은 이 책을 사서 찬찬히 읽어보고 어려우면 또 소개를 해준 사람이 철학 선생이니까 물어보면 되잖아요. 그런데 그렇지 않고 '좀 알기 쉬운 철학 책 없나요?' 세상에 알기 쉬운 건 없습니다. 알기 쉬운 철학 책을 원하는 건 그냥 안 읽은게 나아요. 알기 쉬운 것은요 차갑지 않은 아이스크림은 없나요 라고 물어보는 것과 똑같습니다. 또는 우리가 설렁탕을 차갑게 식혀서 먹으면 맛없죠. 그것과 똑같은 거에요.
그렇기 때문에 책을 샀을 때 가장 먼저 해야하는 것은 저자의 그 책을 쓸만한 사람인가. 저자의 약력이나 그동안 저자가 뭔가를 했던 경력이 있는가를 살펴봐야 합니다. 따라서 저자는 이 분야의 틀림없는 경력과 어떤 학식, 제가 학력을 말하는게 아니에요. 하버드 대학을 나왔다고 해서 반드시 우리말로 된 글을 잘 쓸 수는 없어요. 하버드 대학에서 공부하느라고 한국어를 열심히 안 익힌 사람들이 많습니다. 하버드 대학 나온 사람들이 모두 다 그렇다는 얘기는 아닙니다. 다시 말해서 외국에서 공부를 너무 오랫동안 열심히 한 나머지 한국어를 제대로 익힐 틈이 없었던 분이 많아요. 그러니까 그런 것을 주의해서 저자를 보고 살피고 그 다음에 이 책을 보니까 이 분야에서 반드시 다뤄야 하는 주제들을 다루고 있는가 이런 것들을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그게 바로 책읽기의 시작이라고 말씀드릴 수 있어요.
그 다음에 책을 고를 때 예를 들어서, 이 책 보이시죠? 이 책이 무엇에 관한 책인 것처럼 보인가. 이 책은 예술에 관한 책입니다. 표지가 벌써 예술에 관한 책이잖아요. 즉 《But is it art?》 이것은 직역을 하면 그런데 그것은 예술이에요 라는 말이에요. 책 표지를 봐도 좀 예술적으로 생겼잖아요. 일부러 제가 가지고 있는 책 중에 예술적으로 생긴 표지를 가진 예술에 관한 책이에요. 그래서 가지고 왔어요. 책 표지가 이렇게 생겼어요. 이것은 플라톤의 《국가》 독일어 번역본입니다. 플라톤의 흉상을 표지에 달아놨죠. 더 말할 필요가 없겠죠. 아 지겹고 따분하겠구나 라는 느낌이 딱 오시잖아요. 그렇죠? 그 다음, 플라톤의 《국가》 영어판입니다. 이것은 로마의 회랑, 이런 것 담은 책이에요. 자 이 책은 여러번 보여드린 것처럼 《사회학자와 역사학자》라는 책의 표지입니다. 그냥 아무 생각이 없죠. 사회학자와 역사학자라는 주제를 가지고 어떤 표지를 할 것인가 머리에 떠오르는 것이 없잖아요. 그럴 때는 차라리 이렇게 밋밋한 게 나아요. 이건 제가 출간한 책인데 《책읽기의 끝과 시작》, 아무 그림이 없죠. 그리고 책 표지 자체가 책 표지를 본떠서 만들어놓은 것 같죠. 이렇게 솔직하고 담백한 표지들을 고르시라 이거에요. 요즘에 인터넷 서점에서 또는 대형 서점에서 가서 보니까 책표지 디자인을 무슨 포스터 디자인처럼 포스트모던하게 하는 경우가 많은데 그런 책은 표지 디자이너가 제 경험에 따르면 책의 내용에 대해서 아무것도 모르고 있는 사람일 경우가 높아요. 가능성이. 그런 책은 굉장히 어이없게 책을 만들었다 이렇게 말할 수 있어요. 차라리 갈라파고스라는 출판사에서 만든 《물질문명과 자본주의》라고 하는 페르낭 브로델의 《물질문명과 자본주의 읽기》에요. 책 표지를 보세요. 지금 어떤 상인이 동전을 세고 있는데 그림의 일부를 떼다가 표지로 사용하고 있어요. 자본주의 느낌이 오죠. 물질문명과 자본주의의 느낌이 오죠? 차라리 이렇게 진중하고 고전적인 표지를 쓰는게 낫지, 무슨 포스트모던 디자인의 포스터처럼 책표지를 쓰는 책들은 그 책을 훼손하는 거다, 제가 책에 대해서 지나치게 엄숙주의 태도를 보이는 것인지는 몰라도 적어도 고르는 사람들이 그런 안목을 가질 필요가 있습니다. 제가 이것은 전에 보여드린 투키뒤데스의 《펠로폰네소스 전쟁사》의 포켓북 표지입니다. 아무 디자인이 없죠. 이렇게 무미건조한 것들이 좋은 책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일단 기준을 이렇게 잡으시라는 이런 얘기에요. 그리고 이것도 고대 헬라스 세계에서 만들어진 화병 또는 포도주나 올리브 기름을 담던 병이죠. 그런 것들이 들어가 있어요. 이렇게 무미건조한 표지들의 책들을 고르는 것이 안전하다 이런 표지들을 만드는 것은 편집자가 디렉팅을 이렇게 하는 것이거든요. 어떤 편집자가 더 책을 아끼고 사랑하겠어요? 이것을 잘 생각해보셔야 한다는 것입니다.
그 다음에 표지에 안쪽에 있는 목차, 목차를 보고 아 지금 이 책에서 다뤄야 할 내용들을 제대로 다 다루고 있는가 일단 목차에서만이라도 차례에서만이라도 제대로 다루고 있는가를 살펴보는 것이 좋습니다. 자기 스스로 이것을 살펴보기가 어렵다 그러면 주변에 좀 책 좀 읽었다 하는 분들에게 과외를 하세요. 이 제목과 이 목차가 지금 잘 들어맞습니까를 물어보는 것이 중요합니다. 그래서 그것을 잘 아는 사람과 의논하고 이렇게 얘기하는 가운데 책이라는 것을 매개로 한 좋은 친구를 사귈수도 있을 겁입니다. 그리고 아 저 사람이 평소에 책에 대해서 잘난 척을 하더니 목차 분석을 해보라고 하니 잘 못하네. 알고보니 쭉정이였구나 이런 것도 알 수 있는 기회가 되겠죠.
지금 두가지 말씀드렸습니다. 어떤 책을 읽어야 할 것인가 했을 때는 책을 샀다 그러면 그 책의 저자가 그 책을 읽는데 괜찮은 또는 적합한 경력과 학식을 가진 사람인가. 두 번째 그 책의 내용과 주제에 걸맞도록 표지 디자인이 되었는가. 표지 디자인은 책 디자이너에 대해서 뭐라고 말하는 것이 아니라 그 책을 만들어 내는 최종 책임자가 편집자거든요. 편집자가 얼마나 제 정신을 가지고 그 책을 만들었는가. 그 만듦새를 판별하는 제일 지표가 표지다 이런 얘기에요. 그 다음 두번째로는 그 책을 쓴 저자가 얼마나 그 책의 내용을 제대로 장악하고 있는가 이것을 파악할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이 즉 차례를 보는 것이다. 그 점을 유념해서 책을 분석해 들어가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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