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티오의 책들 | 역사 고전 강의 — 67 / 제39강(2)
- 강의노트/라티오의 책들 2021-24
- 2022. 3. 28.
라티오 출판사에서 제공하는 팟캐스트 '라티오의 책들'을 듣고 정리한다. 라티오 출판사에서 출간된 책들에 관한 강유원 선생님의 해설녹음이다.
팟캐스트 주소: https://ratiopress.podbean.com/
⟪역사 고전 강의 - 전진하는 세계 성찰하는 인간⟫, 제38강(3)
“군사력, 경제력, 프로파간다, 이 세 가지 요소를 분석의 개념으로 삼아서 제1, 2차 세계대전과 그 이후의 국제정치적 관계를 살펴봐야 한다는 것이 우리가 이 책을 통 해서 얻는 성과입니다. 그런데 에드워드 카의 이 책은 본래의 소임을 다하지 못하였습니다. 국제관계는 이상주의가 아닌 현실의 악마적인 힘에 의해 움직인다는 것을 설파한 책이 있다 해도, 세상은 그 책이 경고한 것을 피해 가지 않는 듯합니다. 제2차 세계대전이 일어난 것은 이것을 가장 잘 증명하는 사례일지도 모르겠습니다.”
2022.03.22 역사 고전 강의 — 67
⟪역사 고전 강의 ⟫ 제39강의 두번째 시작이다. 지난 시간에는 에드워드 카의 《20년의 위기》가 얼마나 중요한 가에 대해서 이야기했다. 책이 중요하다는 말을 입에 달고 산다. 지금 하고 있는 것도 책을 함께 읽자고 하는 것이고, 제가 하는 이야기의 거의 전부는 책이야기겠다. 437페이지부터 오늘은 39강을 다 읽는다.
지난 번에 《20년의 위기》 446페이지에서 설명한 것이 세계 자유무역에 대한 환상, '경제적 인간homo economicus'에 대한 환상이 있었다. 이른바 고전파 경제학의 얘기이다. 고전파 경제학이라고 하는 것, 굉장히 환상을 가지고 있다. 인간이라는 존재가 합리적으로 자기의 이익을 계산해서 그 이익에 따라서 행위한다고 하는 것이 바로 '경제적 인간homo economicus'이라고 하는 명제에 함축되어 있는 뜻이다. 그렇지 않다. 사람은 자기의 이익을 냉적하게 따져서 묻지 않는다. 이익이 되는 것을 뻔히 알면서도 또는 이익이 되는 것을 찾아보지 않은 채 단지 싫다는 감정으로 움직여가는 것이 인간이다. 인간이 가지고 있는 거의 본능에 가까운 평향들이 있다. 인지적 편향cognitive bias라는 것이 있다. 그런 것들은 결코 인간이 합리적으로 움직여가지 않는다, 대표적으로 손실회피loss aversion이다. 손실회피를 위해서 움직였는데 알고보니 손해더라 하는 경우가 굉장히 많다. 어느 선까지 인간이 계산을 하는가, 계산하는 범위가 어디까지인가가 어렵다. 유형의 이익이냐 무형의 이익이냐를 따지기 시작하면 끝이 없다. 따라서 '경제적 인간homo economicus'라는 것은 굉장히 뭉뚱그려진 개념이고 그것에 근거해서 모든 것을 한다고 하면 그것이 바로 경제적 유토피아론이 되는 것이다. 경제적 유토피아론에 대한 카의 비판, 거기에 보면 이보다 더 모욕적인 말이 있을까 하는 것이 뭐냐면 "오늘날 우리는 그러한 이상적 사회가 플라톤의 이상향보다도 더 현실성이 떨어진다는 것을 본다." 플라톤이 《국가·정체》에서 제시한 사람들이 이상국가라고 간주하는 것은, 저는 이상국가라고 보지는 않는다. 현실 속에서 플라톤이 살아가면서 겪은 바를 가지고 나온 것이기 때문에 이상국가가 아닌 대책을 세운 국가이다. 예를 들어 지배층은 재산을 공유해야 한다는 것,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지도층의 사유 재산을 일정한 정도로 제약하지 않으면 밑도 끝도 없다.
제39강 447 오늘날 우리는 그러한 이상적 사회가 플라톤의 이상향보다도 더 현실성이 떨어진다는 것을 본다. _ 《20년의 위기》 1장
그리고 447페이지 아래부분을 보면 "정치를 이해하는 두 가지 기본적인 사유 방식이 있는데, 하나는 "도덕 기반만으로도 정치체제를 세울 수 있다고 믿는 이상주의"이고, 다른 하나는 "모든 정치적 행위는 자기 주장에 기반한다고 믿는 현실주의"입니다. 당연하게도 두 가지 사유 방식을 모두 고려해야 합니다." 이상주의와 현실주의 두 개를 잘 고려해서 그것이 정치체제 속에서 잘 작동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바로 탁월한 정치가의 능력이다. 무조건 이상적인 것만을 얘기하는 것은 탁월한 정치가가 절대로 해서는 안되는 짓 중에 하나이다. 그리고 448페에지를 보면 " 국가를 유지하는 가장 기본적인 바탕은 권력과 국민의 동의입니다. 카는 국민의 동의를 "도덕"이라고 말하는데 엄밀히 따지면 '정당성'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여기서는 morality를 도덕이라고 번역한 것인데 morality는 엄밀한 윤리적인 명령이라기 보다는 사람들의 심성구조 또는 습관, 습속, 관습 이런 것들이니까 정당성을 획득하는 것이다. 정당성이라는 것도 이중 잣대가 많다. 기대치에 따라서 동의가 일어나기도 하고 일어나지 않기도 한다.
제39강 447 정치를 이해하는 두 가지 기본적인 사유 방식이 있는데, 하나는 "도덕 기반만으로도 정치체제를 세울 수 있다고 믿는 이상주의"이고, 다른 하나는 "모든 정치적 행위는 자기 주장에 기반한다고 믿는 현실주의"입니다. 당연하게도 두 가지 사유 방식을 모두 고려해야 합니다.
제39강 448 국가를 유지하는 가장 기본적인 바탕은 권력과 국민의 동의입니다. 카는 국민의 동의를 "도덕"이라고 말하는데 엄밀히 따지면 '정당성'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 다음에 권력도 중요한데 권력은 군사력이다. 권력과 국민의 동의를 묶어서 정치를 움직여가는 두 요소인데 균형을 잡는 것이 정말 어렵다. "카는 권력과 도덕이라는 두 가지 핵심 요소를 '정치 권력'이라는 개념으로 결합시키고 이를 다시 셋으로 나눕니다." 군사력, 경제적, 생각에 대한 통제이다. 이것은 러셀의 《권력》에서 빌려온 것이다. 현대 국민국가에서는 정당성이라는 것이 신에게서 오는 것이 아니라 국민의 동의로부터 온다. 그것이 바로 주권재민이 가지고 있는 정당성의 측면이다. 그리고 그것을 다시 에드워드 카는 정치권력과 결합해서 다시 나눈다. 군사력, 경제적, 생각에 대한 통제, 이렇게 나눈다.
제39강 449 카는 권력과 도덕이라는 두 가지 핵심 요소를 '정치 권력'이라는 개념으로 결합시키고 이를 다시 셋으로 나눕니다.
제39강 449 국제 문제에서 정치권력은 논의의 목적상 세 가지로 나누어 볼 수 있다. (1) 군사력, (2) 경제력, (3) 생각에 대한 통제가 그것이다. _ 《20년의 위기》 8장
사실 카가 여기서 말하고 싶은 것은 군사력이다. "정치적 가치의 주된 기준은 군사력입니다. 다시 말해서 강대국이 되려면 정치적 지위를 획득해야 하는데 이때 가장 필수적인 요소가 군사력인 것입니다." 이것은 전가기에나 지금이나 변함없다. 451페이지에서 지적하고 있듯이 "경제력은 군사력과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습니다." 그리고 "'군사력'이라는 개념 안에 경제적 능력과 정치적 가치가 포함되어 있음을 인정하는 것이 현실의 상황을 명료하게 분석하는 출발점인 것입니다." 에드워드 카의 《20년의 위기》를 읽고 나서 많은 깨달음이 있었고 그에 따라 책을 읽어나야 할 것인가, 공부를 해야 할 것인가를 알게 되었다. 여러분들에게도 권하고 싶다. 여기 나오는 말들이 다 기본개념이기 때문에 읽고 가지고 있어야 한다. 453페이지에 전쟁 잠재력이라는 말이 나온다. "전쟁 잠재력'은 군인의 숫자와 무기 규모가 아니라 그 나라의 경제력을 가리킵니다." 그러니까 경제학을 하는 사람들도 얼마든지 군사적인 것에 대한 관심을 가져야 한다. 그 다음에 국민의 동의. 다시 말해서 정당성을 획득해야 한다. 그런데 문제가 뭐냐면 455페이지에 있는 것처럼 "대중이 열망하는 것을 한치의 어김도 없이 실현할 수 있다고 공언하고 모든 대중의 열광적인 지지를 얻어 냅니다." 이게 바로 대중 독재이다. 그러니까 국민의 동의라는 것도 정말 놀라은 양날의 칼 같은 것이다. 대중이 국민이 되었다. 조지 모스가 쓴 《대중의 국민화》, The Nationalization of the Masses 정말 좋은 책이다. 대중이 국민이 되기도 하지만 군중이 되기도 한다. mass가 mob이 되면 몹시 괴로운 상태가 된다. 어중이떠중이가 된다는 것이다. 그렇다고 해서 그 사람들의 존재 자체를 부인하고 그들이 가진 주권 능력 자체를 부정해서 폐기시킬 수는 없다. 그러니 결국 민주정의 지속가능성이라고 하는 것은 대중이 군중으로 전락하지 않고 그런 군중의 지지를 받아서 아주 인기 있는 참주가 등장하지 않도록 하는 것에 들어있다. 그래서 폴 우드러프의 《최초의 민주주의》를 보면 교육이라고 하는 것, 파이데이아가 굉장히 중요하다고 얘기한다. 그런데 키케로 같은 사람들은 후마니타스로 바꿔서 번역했다. 파이데이아는 사실 특정 시민들의 교양계층인 범위가 좁은 개념의 헬라스에서 썼던 말이고, 적어도 키케로는 스토아주의적인 이념을 염두에 둔 채 파이데이아라는 말을 후마니타스라는 말로 바꾸었다. 후마니타스라는 말은 인문주의라고 오늘날 번역되는데 본래는 파이데이아의 범위를 넓힌 것이다. 그래서 정치적 인문주의라는 말도 사실은 주권의 범위가 넓어졌다, 시민권의 범위가 넓어졌다는 이해할 수 있다. 그리고 국민의 동의를 조금 더 하면 프로파간다. 《20년의 위기》의 8장을 보면 "프로파간다는 한 나라를 모국으로 하여 그 군사적 경제적 힘을 얻기까지는 정치적 힘을 발휘하지 못한다." '한 나라를 모국으로 하여'가 중요하다. 국민국가가 있어야만 프로파간다가 작동한다라는 것이다. 그래서 "군사력, 경제력, 프로파간다, 이 세 가지 요소를 분석의 개념으로 삼아서 제1, 2차 세계대전과 그 이후의 국제정치적 관계를 살펴봐야 한다는 것이 우리가 이 책을 통해서 얻는 성과입니다." 그런데 거기에 적어놓은 것처럼 그런 책이 있다고 해도 세상은 그 책을 읽지 않는다. 지금 여기 나와있는 것, 군사력, 경제력, 프로파간다, 이 세 가지 요소를 분석의 개념으로 삼는 것은 오늘날에도 유효한 것이니까 유념해 두어야 한다.
제39강 450 정치적 가치의 주된 기준은 군사력입니다. 다시 말해서 강대국이 되려면 정치적 지위를 획득해야 하는데 이때 가장 필수적인 요소가 군사력인 것입니다. 군사력이 있다고 해서 정치적 지위가 반드시 올라가는 것은 아니지만, 충분요건은 아니지만, 군사력이 필요조건인 것은 틀림없다.
제39강 451 경제력은 군사력과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습니다.
제39강 452 '군사력'이라는 개념 안에 경제적 능력과 정치적 가치가 포함되어 있음을 인정하는 것이 현실의 상황을 명료하게 분석하는 출발점인 것입니다.
제39강 453 '전쟁 잠재력'은 군인의 숫자와 무기 규모가 아니라 그 나라의 경제력을 가리킵니다. 경제를 전쟁의 주요 수단으로 삼으면 총력전이 됩니다.
제39강 455 가상 성공적으로 작동하는 권력은, 대중이 열망하는 것을 한치의 어김도 없이 실현할 수 있다고 공언하고 모든 대중의 열광적인 지지를 얻어 냅니다. 물론 이것은 독재입니다.
제39강 459 프로파간다는 한 나라를 모국으로 하여 그 군사적 경제적 힘을 얻기까지는 정치적 힘을 발휘하지 못한다. _ 《20년의 위기》 8장
제39강 459 군사력, 경제력, 프로파간다, 이 세 가지 요소를 분석의 개념으로 삼아서 제1, 2차 세계대전과 그 이후의 국제정치적 관계를 살펴봐야 한다는 것이 우리가 이 책을 통해서 얻는 성과입니다. 그런데 에드워드 카의 이 책은 본래의 소임을 다하지 못하였습니다. 국제관계는 이상주의가 아닌 현실의 악마적인 힘에 의해 움직인다는 것을 설파한 책이 있다 해도, 세상은 그 책이 경고한 것을 피해 가지 않는 듯합니다. 제2차 세계대전이 일어난 것은 이것을 가장 잘 증명하는 사례일지도 모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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