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토 신로: 아우구스티누스 고백록 강의
- 책 밑줄긋기/책 2012-22
- 2022. 7. 26.
아우구스티누스 고백록 강의 - 가토 신로 지음, 장윤선 옮김/교유서가 |
머리말
1강 『고백록』이라는 책: 오늘날 아우구스티누스를 배우는 의의
2강 제1권 도입부의 두 행에 대해: 『고백록』의 구성과 해석상의 문제
3강 ‘거대한 존재’: 『고백록』 도입부(I, i, 1)의 해석
4강 제1권 2~6장
5강 회심의 과정(이향離向과 귀향歸向): 이향(aversio)의 과정
6강 이향(aversio)의 요소들
7강 귀향(conversio)의 과정과 요소들
8강 플라톤 철학과의 만남 (7권)
9강 회심의 성취, 정원 장면, ‘톨레 레게’ (8권)
10강 구원의 평안함, 카시키아쿰 (9권 1)
11강 구원의 평안함, 어머니의 죽음 (9권 2)
12강 메모리아 안에서의 신의 장소 탐구 (10권 1)
13강 메모리아 안에서의 신의 장소 탐구 (10권 2)
14강 메모리아 안에서의 신의 장소 탐구 (10권 3)
15강 메모리아 안에서의 신의 장소 탐구 (10권 4)
보론/ 주/ 후기/ 역자 후기/ 저자 관련 문헌 일람
1강 『고백록』이라는 책: 오늘날 아우구스티누스를 배우는 의의
10 이제부터 15회에 걸쳐 아우구스티누스의 『고백록 Confessione』이라는 책을 여러분과 함께 읽고, 오늘날 아우구스티누스를 읽는 의의도 짚어보려 합니다.
우선 『고백록』이라는 책에 관한 일반적인 이야기를 하겠습니다. 『고백록』은 아우구스티누스가 주교로 서품 받은 후인 기원후 400년경, 그로부터 약 10여 넌 전 (386년)에 겪은 자신의 회심 과정을 떠올리며, 자신을 회심으로까지 이끈 신의 사랑의 위대함을 칭송하기 위해 쓴 책입니다. 자기 스스로를 돌아보고, 지난날의 자신을 숨김없이 있는 그대로 표명하려 한 것으로, 유럽 문예사에서는 내성內省문학 또는 자전문학(autobiography)의 효시로 여겨집니다.
그러나 그것은 자신의 과거를 속속들이 파고들어, 남들에게 자신의 비밀을 밝히고자 하는 주관적 폭로문학과는 다릅니다. 그것은 아우구스티누스라는 개인에게 신의 은총이 어떻게 실현되었는가에 관한 기록입니다. 따라서 그것은 때로는 그 스스로도 당시에는 알 수 없었던 사건 속에서 신의 숨겨진 은총이 어떻게 작용하고 있었는지, 그것이 그를 어떻게 회심으로 이끌었는지를 말해주는 것이면서, 또한 그것을 위한 탐구이자 기록이기도 합니다. 아우구스티누스는 여기에서 자신을 돌아보고, 스스로에게 물으면서 자신의 과거를 있는 그대로 밝혀가려고 합니다. 그런 의미에서 이것은 자기 자신과의 대화입니다. 그러나 이러한 있는 그대로의 자기 과거는 가끔은 스스로에게도 숨겨진 것이므로, 있는 그대로의 자신이 무엇이었는가를 진리 자체인 신에게 물어보고 그 답을 기다려야만 합니다. 따라서 이러한 자기와의 대화는 진리 자체인 신과의 대화를 통해 이루어집니다. 그렇기 때문에 여기에서는 자기의 진실은 자신만이 알 수 있다는 의미에서의 진리의 내면성과, 자기의 진실은 신만이 알 수 있다는 의미에서의 진리의 초월성이라는 두 가지가 동시에 성립됩니다. 여기에서는 단지 아우구스티누스 개인의 역사가 아니라 아우구스티누스라는 개인으로 예시된, 신과 인간의 내적인 본성적 관계가 해명되는 것이며, 나아가 인간 일반에 대한 신의 은총의 거대함이 입증되는 것입니다.
'진리의 내면성'은 『고백록』을 유럽 문예사 또는 세계 문예사에서 달리 비교할 수 없는 단 하나의 문예로 만들어주는 특징입니다. 아마도 크리스트교 문예를 통틀어, 아우구스티누스의 『고백록』에 비할 수 있는 책은 없을 것입니다. 비슷한 책들이 얼마든지 있는 책이 있는가 하면 단 한 권뿐인 책도 있는데, 그것이 바로 '고전'입니다.
아우구스티누스의 『고백록』은 '크리스트교 문예'로서의 그러한 고전 중 하나입니다. 그것은 '크리스트교'를 자기의 생명으로 여기며 살았던 사람이 자기에게 나타난 신의 거대한 은총을 다른 사람들에게 보여주기 위해 쓴 책이기 때문입니다. 각각의 시대와 문화 속에서 '크리스트교 문예'라고 부를 만한 몇몇 예를 들 수 있을 텐데, 파스칼의 『팡세』, 도스토옙스키의 소설, 또는 토마스 아퀴나스의 『신학대전』 등이 그러한 예일 것입니다. 그에 비해 아우구스티누스의 『고백록』은 독특한 특징을 갖고 있습니다. 이것을 배우는 것이 『고백록』 읽기의 매력인 동시에 어느 시대의 누구에게라도 의미 있는 일입니다.
더구나 『고백록』은 서유럽의 정신세계를 형성하는 점에서 큰 의미를 지닙니다. 그것은 『고백록』이 아름답게 다듬어진 고전 라틴어로 쓰여 있고, 고대 지중해 세계의 서방 라틴어권 고전문화를 직접 계승한 서유럽의 중세 및 근대 세계에서 널리 읽히며 정신성과 영성을 형성하는 데 큰 힘을 가졌기 때문입니다. 고대 지중해 세계가 동방 그리스어권과 서방 라틴어권에 걸쳐 있다가 중세 유럽 세계가 형성되면서 이 두 문화권이 동-서의 분열을 겪고 현대에까지 이른 것은 오늘날 종교사적으로나 문화사적으로 큰 문제를 낳게 되었습니다. 이것은 중세 로마를 중심으로 하는 가톨릭교회의 종교문화권을 직접 계승한 근현대 서구 문화권과 콘스탄티노폴리스를 중심으로 하는 그리스 정교회 및 이슬람 국가들을 계승한 동방 문화권의 분열을 가져왔고, 특히 21 세기에 들어 큰 문제를 일으키고 있습니다.
아우구스티누스가 살았던 세계는 아직 고대 지중해 세계가 하나의 통일성을 유지하던 시대였습니다. 그는 그리스어보다 라틴어를 사랑해서 모범적인 라틴어로 책을 썼고, 활동 범위도 서방세계에 한정되어 있었습니다. 그런 점에서 아우구스티누스의 사색의 세계에 고유성이 갖춰졌고, 이것이 서방 유럽 세계의 정신성을 형성하는 데 힘을 가졌던 것은 확실합니다. 그러나 아우구스티누스는 이러한 고대 지중해 세계에서 자라고 그 안에서 살았던 인물이므로, 그의 내면에는 동방적 요소도 살아 있었습니다. 그래서 그에게는 이후의 서방세계로 향하는 면과, 이전의 동방세계를 포함하는 지중해 세계의 전체성을 유지하는 면이라는 양면이 있습니다. 아우구스티누스가 이런 양면을 지닌 인물임을 인식하는 것이 우리에게는 특히 중요하다고 봅니다. 서구 세계에서 바라볼 때에는 놓치기 쉬운 아우구스티누스의 이런 면을 주시하는 것은 오늘날의 지구화 시대에 요구되는 인류 공통의 이해를 만들어내는 데도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우리가 아우구스티누스를 배우는 의의도 거기에 있습니다.
14 『고백록』이라는 책제목의 원어 confessiones는 confessio라는 명사의 복수형입니다. confessio는 confiteor라는 동사에서 유래했는데, confiteor는 con- 이라는 강조의 접두사와 '말하다'를 뜻하는 fateor로 이루어진 합성어입니다. fa라는 것은 인도유럽어에서 '말하다'를 의미하는 어근입니다. 따라서 confiteor는 '확실히 그렇다고 말하다'라는 뜻입니다. 또 fateor의 어미 -or는 동사의 수동형에 붙는 어미입니다. 이 수동형은 동사의 동작이 자기 자신에게 돌아오는 경우에 사용되는 형태입니다. 그래서 confiteor라는 동사는 자신과 관계있는 것을 표현하고, 자신이 확실히 그러하다는 점을 분명하게 확언하는 것으로, '자기 자신의 진실을 표명한다는 의미를 갖고 있습니다. 그러므로 그것은 '고백하다'라는 의미를 갖게 됩니다. 이러한 자신의 진실은 『고백록』의 경우 '신으로부터 벗어나 있던 본연의 자기'인 동시에, '선으로부터 떨어져 있던 본연의 자기이자, 있는 그대로의 신의 은총'이기도 합니다. 거기에 자신의 진실이 있는 것입니다. 회심한 아우구스티누스에게 자신의 진실을 그대로 밝히는 것은 그 자체로 신의 은총의 위대함을 나타내는 것이기도 합니다. 따라서 이 '고백'은 주관적인 죄의 고백이 아니라 신의 은총을 표명하는 것이고, 신의 위대함에 대한 '찬미'인 것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고백록』은 곧 『찬미록』이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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