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우구스티누스: 고백록(옮긴이 성염 )
- 책 밑줄긋기/책 2012-22
- 2022. 11. 29.
고백록 - 아우구스티누스 지음, 성염 옮김/경세원 |
고백록을 옮기면서 4
해 제
서론 : 아우구스티누스, 진리의 연인 10
1. 저작의 정황과 연대 13
2. 세 차례의 사상적 전향 19
3. 「고백록」 후반부 개관 36
본문과 역주
제1권 출생 및 어린이, 소년 시절 53
제2권 내 나이 열여섯 87
제3권 카르타고에서 연학에 몰두하다 105
제4권 9년간 타가스테와 카르타고에서 교사를 하다 131
제5권 카르타고를 떠나 로마로 가고 거기서 다시 밀라노로 향하다 165
제6권 나이 서른 197
제7권 진리를 향한 상승의 길 231
제8권 유일하고 참된 하느님께 회심 271
제9권 세례와 아프리카 귀환 307
제10권 하느님을 찾고 인식하여 345
제11권 하느님이 하늘과 땅을 창조하신 태초에 관한 주석 417
제12권 하느님이 만드셨다는 하늘과 땅에 관한 주석 461
제13권 유비적으로 성찰한 세계의 피조물 511
부록 1 재론고 Retractationes 2,6,1-2 572
부록 2 아우구스티누스 저술 목록
서론 : 아우구스티누스, 진리의 연인)
10 "비록 내륙에서 태어나고 자랐지만 소싯적부터 조그만 잔에 담긴 물을 보고도 나는 바다를 상상할 수 있었다." 부귀영화와 성애 등 지상의 쾌락이 모두 탐닉할 만하지만 그 어느 것도 "그만하면 됐어!" 라고 할 만큼 욕망을 채워주지 못함을 소년은 너무 일찍 깨달아버렸다. 아우구스티누스 이전에는 플라톤, 이후로는 칸트와 더불어 '근원에서 사유하는 철학자'로 불리는 아우구스티누스는 사람이 하느님이라고 불리는 무한자無限者의 바다로부터 멀리 떨어져 살과 뼈를 지닌 유한자有限者로 이 땅에서 살아가면서도, 지상의 한시적 사물 그 무엇도 사람을 완전히 만족시키지 못하여 사람은 태생적으로 그 무한자를 만나고 향유하도록 만들어졌음을 인류 지성사의 그 누구보다도 처절하게 예감하고 진지하게 성찰하고 또 솔직하게 기록하였다.
그렇다면 그런 사람이 욕망하는 모든 쾌락과 행복, 매순간 탐구하는 모든 지식과 진실에서는 반드시 무한자가 '함께 인지되고 함께 희구되고 함께 사랑받으리라', 비록 사람은 의식도 못하고 어디로 찾아가야 할지도 모르고 그 대상이 무엇인지 혹은 누군지도 아직 모르더라도 말이다. 사람이 정작 애착하는 대상과 사람이 정말 사랑할 만한 대상 사이에 예상되는 저 무한한 거리감은 아마도 「고백록」 첫머리 (1,1,1)에서 "당신을 향하도록 저희를 만드셨으므로 당신 안에 쉬기까지는 저희 마음이 안달을 합니다."라고 토로하는 그 '당신'이 사람을 끌어당기는 마력이기도 하리라.
오늘날 '유럽 연합'이라는 정체政體로 구체화한 서구문화가 헬레니즘과 헤브라이즘이 합류한 두물머리라면, 아우구스티누스의 사상이야말로 15세기를 역류하여 저 두 강줄기가 만나던 유럽 사상사의 두물머리에 해당하며, 그리스도교에서는 가장 위대한 교부 중 한 사람으로 칭송받고 있다. 그리스도교 시상사에서도 그가 등장하기까지는 그리스 교부들이 흐름을 주도해 왔으나 아우구스티누스의 등장으로 흐름을 멈추었다.
아우렐리우스 아우구스티누스Aurelius Augustinus는 서기 354년 11월 13일 당시 로마 제국의 북아프리카 식민지 누미디아의 타가스테Tagaste에서 지방 관리 파트리키우스Patricius와 독실한 그리스도교 신자 모니카Monica 사이에서 출생하였다. 세계정치사의 한 기적으로 꼽히는 로마제국 시대의 말기, 문화사적으로는 그리스와 로마의 고대문화가 쇠퇴하고 붕괴하는 시점에서 그는 카르타고에서 수사학과 고전 문학, 그리고 철학을 배웠고, 카르타고, 로마, 그리고 밀라노 황실에서 수사학 교수직을 담당하면서 당대에 풍미하던 사상계를 거의 섭렵하였다.
그의 지칠 줄 모르는 학문 탐구의 근저는 '진리에 대한 사랑'이었다. 사상가 아우구스티누스의 저서, 특히 이 「고백록 Confessiones」을 읽는 독자에게는 그의 지성이 형광등의 차가운 불빛보다는 장작이 타오르면서 타닥타닥 소리를 내고 검은 연기를 뿜어내면서 붉은 혀처럼 널름거리는 '불꽃'을 연상시킨다. 그의 철학함은 영롱한 광휘보다 치열한 화염이었다. 그의 생애를 한 마디로 간추린다면, '진리를 향한 구원의 불꽃'이라고 정의할 수 있다. 삶이든 여성이든 학문이든 진리든 그는 치열하게 사랑하였다. 아우구스티누스가 회심을 앞두고 마지막까지 망설이던 애착, 여성에 대한 애욕 역시 인간 실존의 중심으로 기우는 타고난 흐름이라고 직감되었다. "물체는 제 중심에 따라서 제 자리로 기운다. 제 중심으로 움직이면서 제 자리를 찾는다. 제 중심은 저의 사랑입니다. 사랑으로 어디로 이끌리든 그리로 제가 끌려갑니다."(고백록 13,9,10) 그가 보기에 사랑은 인간의 의지를 온통 사로잡고 인간이 추구하는 모든 대상을 감싸 안는다. 그래서 사랑을 '더없이 강력한 의지'라고 정의하면서 자기 지성 위에서 반짝이는 이 불꽃을 향하면서 그는 "진리를 아는 이는 그를 알고 그를 아는 이는 영원을 압니다. 사랑이 그를 압니다"(7,10,16)라고 토로하였다.
15 「고백록」은 아우구스티누스가 서기 387년 부활절에 이탈리아 밀라노에서 암브로시우스 주교에게 세례를 받아 그리스도교 신앙을 받아들인 지 11년이 지난 397년 말(혹은 398년 초), 그러니까 그의 나이 43세에 자기 생애의 도덕적·사상적 방황을 글로 옮긴 책이다. 본론에 해당하는 전반부(제 1-10권)의 내용은 그리스도교로 회심하기까지의 자기의 생애를 회고하는 형식이며 출생(354)에서부터 33세의 나이로 개종하고 고향으로 돌아가다 모친 모니카가 오스티아에서 별세하기까지(387년)를 담고 있다. 아프리카에 돌아가 수도자로, 사제와 주교로서의 생활을 시작한 그 즈음을 추가한 것이 제10권, 그리고 천지창조라는 신학주제로
시선을 옮겨 사변적 통찰을 한 바가 후반부(제11-13권)를 이룬다.
앞서 말한 「재론고Retractationes」는 집필 착수의 순서로 서책들에 퇴고를 가하고 있는데 고백록은 Contra Faustum Manichaeum(마니교도 파우스투스 반박) 직전에 배치되어 있고 이 책 (398년 작품)에는 "내가 그 사람을 직접 알고 있었다. 내 책 「고백록」에서 그 사람을 언급한 바 있다"(1.1)는 구절이 있는데 실제로 본서 5권에서 아우구스티누스는 마니교의 주교 파우스투스에 관해서 긴 얘기를 하고 있다. 또 밀라노 주교 암브로시우스의 사망(395년 5월)이 본서에 언급되고 있으니까 착수 시기가 395년 이후이겠고, 아우구스티누스 본인이 주교가 된 다음에 집필한 작품들 목록에 본서가 들어가 있으므로 최소한 397년 4월 이후에 「고백록」 집필에 착수한 것으로 추정된다.
그리고 400년 초에 성경 「창세기」 첫 대목을 해설하는 책을 집필하는 첫머리에 "내가 우의적으로 무엇을 알아들었는지는 내 「고백록」 제13권에 실려 있다."는 구절이 나오므로 저 책을 집필할 즈음에는 「고백록」 후반부도 집필과 보급이 끝났다는 말이다. 그러니까 398년 말에는 적어도 본서의 전반부(제1-10권)가 간행되어 있었고, 책 전부로 말하자면 397~400년 사이의 저술로 추정할 만하다.
17 아우구스티누스가 자기 입으로 "무릇 고백告白이란 찬미讚美하는 사람의 고백이거나 뉘우치는 사람의 고백이다."라고 하거나, "그대의 죄를 단죄하는 그 자체가 하느님께 드리는 찬미"라고도 하듯이, 이 책의 제목이 담고 있는 내용은 '찬미의 고백 confessio laudis'과 더불어 지은 '죄의 고백 confessio peccatorum' 그리고 특히 후반부(제11-13권)에서는 창조사상에 대한 '신앙의 고백 confessio fidei' 셋 전부다.
그는 「고백록」 첫머리를 "주님, 당신께서는 위대하시고 크게 찬양 받으실 분이십니다. 사람 곧 당신 창조계의 작은 조각 하나가 당신을 찬미하고 싶어 합니다."(1,1,1)라는, 하느님께 드리는 찬미의 구절로 시작한다. 그리고 본서의 후반부에서도 전반부(제1-10권)의 "저 숱한 사건들에 관한 이야기를 제가 뭣 때문에 당신께 주절주절 털어놓고 있습니까? 당신께서 아시라고 드리는 말씀이 아니라 당신께 쏠리는 제 정서와 이 글을 읽는 사람들의 정서를 일깨워 저희 모두가 주님은 위대하시고 크게 찬양 받으실 분이시라는 말씀을 드리자는 것입니다."(11,1,1)라고 언명한다. 후일 이 작품을 스스로 평하는 글에서마저 "내 「고백록」 13권은 내 악행을 두고도 선행을 두고도 하느님이 의롭고 선하심을 찬미하고 있으며, 인간오성도 정감도 그분께 향하게 충동하고 있다."고 밝힌다. 심지어 자기의 지나간 패악, 영혼과 육체의 부패를 기억해내는 일마저 "그것들이 좋아서가 아니라, 저의 하느님, 당신을 사랑하고 싶어서입니다. 당신 사랑에 대한 사랑으로 그 일을 합니다."(2,1,1)라고 토로한다. 그러니까 본서를 읽는 독자들이 "저의 선업을 두고는 안도의 한숨을, 저의 악업을 두고는 탄식의 한숨을 쉬라고 하겠습니다. 저의 선업은 당신의 업적이자 당신의 선물이며, 저의 악업은 저의 죄악이자 당신의 심판입니다. 저 형제 같은 마음에서 마치 당신의 향로에서 향이 타오르듯, 찬가도 울음도 함께 올라갔으면 좋겠습니다."(10,4,5) 라는 저자의 의도를 알아서 악의 어두운 심연이 자선과 주변을 에워도 실망하지 말라고 격려하려는 뜻에서 이 책을 집필하노라고 천명한다.
아울러 본서의 중간 중간에 나오는 '악의 형이상학'과 '자유의지론', 제2부에서 다뤄지는 '창조론'과 '시간론'은 아우구스티누스의 '철학적 신앙'에 해당한다. 그는 세계와 존재를 자생적이고 우연한 산물로 간주하지 않고 신의 창조물(esse creatum)로 간주하며, 앞서 인용한대로, 「고백록」의 첫머리에서 "당신 창조계의 작은 조각 하나가 당신을 찬미하고 싶어 합니다."(1,1,1) 라고 글을 시작하고, 후반부에서도 대자연과 성경이라는 두 권의 책을 펴들면서 "당신의 책에서 당신께 오르는 찬미의 소리에 귀 기울이겠으며, ··· 당신께서 하늘과 땅을 만드신 태초로부터 당신을 모시고 영속할 당신의 거룩한 도성의 왕국에 이르기까지의 현의를 헤아리겠습니다."(11,2,3) 라는 태세를 보여주고 있다. 그래서 본서 마지막은 "당신께서는 참 좋을 일을 하시었고 그 일을 하신 다음 이랫날에는 쉬셨습니다. 저희도 저희의 행업 다음에, 그러니까 저희의 참 좋은 일, 그것도 당신께서 저희에게 선사해 주신 것입니다만 그 좋은 일을 마친 다음 영원한 생명의 안식일에 당신 안에서 쉬게 될"(13,36,51) '영원한 희망'의 기도로 매듭짓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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