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유원의 북리스트」에서 제공하는 《몽유병자들》를 듣고 정리한다.
2022.11.29 몽유병자들(25) ━ 러시아, 프랑스, 독일, 영국의 의사결정구조
《몽유병자들》을 읽는다. 《몽유병자들》 제2부 분열된 대륙은 3,4,5,6장 이렇게 4개의 장으로 되어있는데, 3장은 유럽의 양극화로 지난번에 읽었고, 4장은 유럽 외교정책의 뭇소리이다. 여기서 주권을 쥔 의사결정자들은 지금 유럽에서 아직은 군주들이 의사결정에 아주 중요한 역할을 하는 주권자들이라는 것이고,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는 누가 통치했는가, 파리에서는 누가 통치했는가, 베를린에서는 누가 통치했는가이다.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는 누가 통치했는가는 러시아의 의사결정구조, 특히 외무부를 중심으로 한 외교정책들이 어떤 방식으로 입안되고, 또 구체적으로 실행되었는가에 대한 이야기이다. 그리고 파리에서는 누가 통치했는가는 프랑스의 의사결정과정, 그리고 베를린에서는 누가 통치했는가는 독일이겠고, 그 다음에는 에드워드 그레이 경의 불안한 우위는 영국 얘기이다. 그래서 유럽 대륙의 4대 강국 러시아, 프랑스, 독일, 영국, 이 네 개의 나라가 외교정책이 어떤 식으로 전개되었는가를 설명한 다음에 그런 것들의 충돌과 비일관성, 그것이 가지고 있는 러시아, 프랑스, 독일, 영국의 외교정책들이 가지고 있는 기이한 측면들이 집약되어서 제1차세계대전이 벌어지기 전에 한번 그런 것들이 일종의 선행하는 암시로서 또는 샘플로 등장했던 사건이 있는데 그것이 바로 1911년 아가디르 위기이다. 모로코 아가디르에서 벌어진 위기이다. 이렇게 그러니까 주권을 쥔 의사결정자들부터 1911년 아가디르 위기까지가 말하자면 유럽 외교정책의 뭇소리 전체를 가리키는 말이 되겠다. 그런 다음에 군인과 민간인, 언론과 여론, 권력의 유동성 이 부분은 외교정책이라든가 정책결정하는 부분 말고 이른바 국민 쪽 대중 쪽은 어떠했는가를 보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 크게 보면 유럽 외교정책의 뭇소리라고 하는 챕터 4를 보면 크게 두 부분으로 나눌 수 있다.
오늘은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는 누가 통치했는가 부터 1911년 아가디르 위기까지 핵심적인 부분만 짚어보겠다. 대체로 자잘하게 그 안에서 외교 정책이 누구였는데 어떠했는가 이런 것들은 현재 우리의 주요한 관심사는 아니고 큰 줄기를 볼 필요가 있다. 303페이지를 보면 "군주들이 외교정책을 결정하지 않았다면 누가 결정했을까? 명확한 답은 물론 외무장관들이 결정했다는 것이다. " 그런데 문제는 바로 그 위에 있는, 지난 주에 말했던 것이다. "파벌주의와 과잉 수사의 문화"다. 러시아에서는 차르라고 하는 전제정이 있고, 그 전제정을 어떻게 각료들이 처리할 것인가가 심각한 문제였을 것이다. 그리고 의장, 즉 제국의회 의장과 각료 평의회 의장, 각료들, "차르 사이의 주도권 균형에 모든 것이 달려 있는, 불협화음이 다소 남은 체제였다." 물론 어떤 정책 결정집단이라도 정책 협의과정에서 불협화음이 있을 수 있다. 그런데 그것이 하나의 구조적으로 제도적으로 최대한 불협화음을 제거할 수 있는 장치가 마련되지 않은 상태로 지난 번에 말한 것처럼 누가 실세냐, 누가 차르와 가깝게 지내느냐에 따라서 달라진다면 이것은 정책결정 과정이라고 말하기는 어렵고 그냥 야바위 판이 되는 것이다. 러시아가 그런 점이 있다.
제4장 303 군주들이 외교정책을 결정하지 않았다면 누가 결정했을까? 명확한 답은 물론 외무장관들이 결정했다는 것이다.
제4장 304 의장들, 각료들, 차르 사이의 주도권 균형에 모든 것이 달려 있는, 불협화음이 다소 남은 체제였다.
그 다음에 프랑스의 세력 역학을 보면 아주 독특하게도 외무부가 "비밀 유지 관행을 통해 조직의 독립성을 보호했다."고 한다. 외무장관은 자주 바뀌었고 외무부 관료들이 그 자체를 하나의 국가 안의 또 다른 작은 국가처럼 만들어놨다. 그리고 격렬한 파벌 투쟁이 프랑스에서 벌어졌다. 게다가 폴 캉봉 이런 사람들처럼 고참대사들은 프랑스를 대표한다 또는 현지에 가서 자기가 프랑스 자체다 라는 자부심이 지나치게 강했다. 314페이지를 보면 "고참 대사들은 현장에서 쌓은 오랜 연륜과 경험의 권위를 휘둘렀다. 그에 반해 상트랄의 관료들은 막강한 제도적·구조적 이점을 갖고 있었다." 상트랄은 프랑스 외교부의 관료직을 말한다. 그러면 고참 대사들과 상트랄의 관료들 사이에 이를테면 파벌이라는 것이 있을 수밖에 없다.
제4장 310 외무부는 비밀 유지 관행을 통해 조직의 독립성을 보호했다.
제4장 314 고참 대사들은 현장에서 쌓은 오랜 연륜과 경험의 권위를 휘둘렀다. 그에 반해 상트랄의 관료들은 막강한 제도적·구조적 이점을 갖고 있었다.
그 다음 독일은 원래 비스마르크가 외교도 장악하고 재상이었는데 비스마르크가 실각하자 심각한 권력 공백이 생겼다. 세가지 조건이 만족되는 한 잘 굴러간다고 하는 얘기가 있는데, 이를테면 내부 결정자들이 있고 해도 카이저가 잠자코 있어야 잘 굴러가는 상황이 되었던 것이다. 이런 것을 읽어보면 유럽에서는 그 안에서 온갖 난리가 벌어지고 불협화음이 생기고 이렇게 하면서도, 이렇게 하던 놈들이 동아시아를 집어삼켰다. 그러고 보면 지금 우리가 《동아시아 근현대통사》를 읽다보면, 얼핏 읽기에는, 굉장히 일사불란하게 계획을 세워서 야금야금 먹었구나 라고 생각하기 쉬운데 막상 《몽유병자들》을 읽어보면 이런 개판이 없다. 영국이라고 해서 대단한 것도 아니다. 이들 사이에도 굉장히 많은 편견과 정책 실수, 파벌 싸움, 과잉수사 이런 것들이 넘쳐흐르고 있었는데도 어쨌든 이들은 신뢰가 구축되지 않은 상황에서 두려움을 갖게 되고 그렇게 두려움을 갖게 되면서 강대국들의 군비경쟁이 부추겨졌다. 그러다보니 군사력이 강하고, 강한 군사력으로 동아시아를 이렇게 집어삼키게 되었다는 것이다. 이 부분을 읽을 때 《동아시아 근현대통사》를 읽은 후에 이 부분을 다시 읽어보니까 답답하고 한심하다는 생각이 든다. 그러면서 동시에 정말 한가지 얻을 수 있는 교훈은 한 국가의 외교정책이라는 것이 이미 20세기 초에 이렇게 중요해졌기 때문에 오늘날에는 말할 필요도 없이 중요한 것이 되었다. 그래서 이런 정도의 개판, 속된 말로 개판이 모로코에서의 위기를 만들어 내었다고 생각할 수 있겠다. 다음에 군인과 민간인 이런 부분들은 상당한 정도로 우리가 유심히 지켜볼 필요가 있는 지점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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