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치아 임펠루소: 메트로폴리탄 미술관 ━ 마로니에북스 세계미술관 기행 4
- 책 밑줄긋기/책 2023-24
- 2023. 1. 26.
메트로폴리탄 미술관 - 루치아 임펠루소 지음, 하지은 옮김/마로니에북스 |
서문
뉴욕 메트로폴리탄 미술관
작품들
미술관 안내
화가 및 작품 색인
서문
뉴욕에 미술관을 건립하자는 의견은 식사 중에 나왔다. 1866년 7월 4일 미국의 독립기념일에 그것도 뉴욕이 아닌 파리에서 말이다. 1867년 만국 박람회를 준비하려고 파리에 왔던 미국의 사업가와 관광객들 앞에서, 흑인의 자유를 위해 투쟁했던 대범한 자유주의자 존 제이가 이 계획을 공표했다. 파리의 한 레스토랑에서 나온 이 계획은 처음엔 단순한 희망처럼 보였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았다. 1869년 뉴욕의 지성계와 경제계 인사들은 미술관 건립의 책임을 맡을 위원회를 구성하기 위해 뉴욕의 유니온 리그 클럽에서 모임을 가졌다. 이번에는 건축가, 예술가, 변호사, 무역업자 삼백여 명이 기금 마련의 막대한 임무를 띠고 참석해 운영위원회에 대한 의견을 주고받았다. 그들 중 스물일곱 명이 신생 기관의 운영에 참가하였고 존 데일러 존스턴이 회장직을 맡았다.
1870년 4월 23일에 뉴욕 주에서는 이 기관을 합법적으로 인정하고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이라고 명명하였다. 이때까지도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은 건물도 소장품도 없는 서류상의 미술관일 뿐이었다. 그러던 어느 날 미술관의 법령과 건립 목적이 분명하게 선포되었는데, 다음과 같은 내용이었다.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은 뉴욕 시에서 미술관이면서 예술 도서관으로 운영하기 위해 창립하였다. 또한 일상생활과 산업에서 예술을 발전시키고 고무시키며, 예술에 관한 지식을 자극하고, 마지막으로 교양과 기분전환의 수단이 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이것이 바로 미국 실용주의의 힘이다.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은 산업을 발전시키고 교양을 증진시키며 기분전환을 꾀해야 한다는 이 세 가지 역할을 동시에 수행해야 했으니 말이다. 그러나 이를 위해서는 자금이 필요했고 위원회의 첫 번째 목표는 개관에 필요한 이천오만 달러를 모으는 것이었다. 기부금과 기증이 이어지기 시작했다. 기금 대신에 로마 석관을 기증한 사람이 있었고 캐서린 로릴라드 울프(철도 부호의 딸)가 처음으로 기부금을 냈다.
1872년에 5번가에 있던 옛 무용학교 건물에 임시로 미술관이 들어섰고, 이곳은 센트럴파크에 공식적인 미술관을 건설할 때까지 이용되었다. 그동안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은 초대관장을 맞이했는데, 루이지 팔마 디 체스놀라라는 이름의 이탈리아인으로 매우 활동적인 삶을 살았던 사람이었다. 미국 남북전쟁 중에 미국에 온 체스놀라는 북부 측에서 용감하게 싸웠으며 그 공로를 인정받아 키프로스 섬의 미국 영사로 임명되었다. 키프로스 섬에서 그는 고대에 매료되었고, 이 섬을 발굴하여 얻은 유물을 뉴욕의 신생 미술관에 기증하였다. 체스놀라와 메트로폴리탄 미술관과의 운명은 이렇게 시작되었다. 체스놀라는 임기 동안 상당한 연봉을 약속 받으며 1879년에 관장으로 임명되었다.
그가 관장으로서 임기를 시작하면서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은 센트럴 파크에 위치한 새 건물에서 재개관하였다. 그러나 그곳은 공간이 좁아서 모든 사람들이 확장을 희망했고, 미술관은 점차 공간을 확장했다.
이십 년 이후를 내다보고 미술관을 경영했던 체스놀라의 가장 큰 목표는 미술관을 확장하고 소장품을 늘리는 것이었는데, 실제로 그 후 아주 특별한 이십 주년을 맞았다. 로릴라드 울프의 기부금(140점의 그림과 20만 달러)으로 14세기 중국 자기들을 입수하였고, 반더빌트 가(家), 헝팅턴 가, 제이콥 로저스는 마네와 베르메르, 티치아노와 렘브란트의 그림을 기증하였다.
특히 기관차 회사 소유주였던 제이콥 로저스는 1901년 사망하면서 거의 팔백만 달러의 기부금을 미술관에 남겼다. 이는 적어도 향후 몇 년간 경제적으로 독립된 미술관을 운영하기에 충분한 금액이었다.
체스놀라의 재임기간 중에는 단 하나의 불미스러운 사건이 있었다. 프랑스 상인 가스통 프나르당이 관장이 기증한 키프로스의 고대 유물이 복원되었거나 진품이 아니라는 이유로 관장을 고소한 것이었다. 이 사건은 신문에 보도되었고 진상 조사위원회가 구성되었다. 그러나 결국 이 사건은 체스놀라에게 아무런 잘못이 없다는 결론으로 마무리되었다. 그는 승리감을 맛보기 위해 '고발당한' 키프로스 섬의 고대 유물이라는 전시회를 개최했고 유물의 배열까지 직접 지시했다. 그리고 나서 관객이 진열장의 유리를 직접 들어 올려 키프로스 섬에서 그가 발굴한 보물이 진짜라는 것을 확인할 수 있게 하였는데, 이는 오늘날 보면 좀 놀라운 것이다.
마르코 카르미나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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