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유원의 북리스트 | 몽유병자들(33) ━ 제2부 6장 데탕트와 위험, 구조적인 적대감과 동맹블록

 

2023.02.07 몽유병자들(33) ━ 제2부 6장 데탕트와 위험, 구조적인 적대감과 동맹블록

《몽유병자들》 제6장 마지막 기획: 데탕트와 위험, 1912~1914을 읽는다. 제6장을 읽으면 《몽유병자들》을 다 읽는 셈이다. 《몽유병자들》을 다 읽고나면 《사회사상의 역사》를 읽을 것이다. 제6장은 마지막 기획: 데탕트와 위험인데 여기에 들어있는 섹션들이 데탕트의 한계, '지금이 아니면 안된다’, 보스포루스의 독일인들, 발칸 개시 시나리오, 남성성의 위기, 미래는 얼마나 열려 있었나로 이루어져 있다. 오늘은 데탕트의 한계부터 보스포루스의 독일인들 사이에 있는 주요 내용을 짚어보겠다. 그리고 그 다음에 발칸 개시 시나리오부터 미래는 얼마나 열려 있었나를 얘기하고 제6장을 끝내도록 한다.

그런데 제6장 마지막을 보면 "동맹체제가 더 믿을 만하고 견고해 보였다면, 핵심 의사결정자들이 실제로 행동했던 대로 행동해야 한다는 압박감을 덜 느꼈을지도 모른다. 그렇지 못했던 탓에 전전 막판의 뚜렷한 특징이었던 데탕트 국면들이 역설적인 영향을 미쳤다."  이렇게 되어있다. 이 부분이 결론적인 얘기이다. 결론적으로 보면 지금 오늘 설명하는 부분에서 데탕트 국면이라는 것에 대해서 많이 나오는데 큰 덩어리만 추려보고 그것이 어떤 의의가 있는지 생각해보면 그리고 그런 의의를 추상화한 것을 다른 사태들에 대한, 그러니까 제1차세계대전 이전에 벌어진 사태들 말고 예를 들어서 《나폴레옹 세계사》에서 벌어진 제2차 대불동맹전쟁 이런 것들을 분석하는 데에도 어떤 추상적 원리들이 지금 《몽유병자들》에서 이끌어 낸 추상적 원리들을 적용할 수 있는가를 생각해보려고 한다. 여러차례 말했듯이 《몽유병자들》을 읽으면서 우리가 제1차세계대전에 대해서 뚜렷하게 알고자 하는 것, 원인과 결과의 연쇄 이런 것들을 알고자 하는 것이 우리의 관심사이기도 하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이렇게 치밀하게 사건의 연쇄를 서술해 놓은 책을 읽으면서 인과의 연쇄들이 어떤 식으로 연결되는가, 어떤 식으로 서로 얽혀 드는가 하는 것을 추상적으로 이해해보려는 이른바 원리적인 파악이 우리의 목표이기도 하다. 사실 그것이 더 중요하다. 이것을 알아내야 다른 사태들을 공부하는데 또는 이해하는데 도움이 되고, 또 자기자신이 우리가 세상을 살아가면서 필요한 지혜라고 하는 것이 바로 그런 것 아니겠는가. 아주 어지럽게 눈 앞에 펼쳐져 있는 어떤 삶의 특정한 국면의 사태들을 정말 핵심적인 것이 무엇이고 여기서 내가 집중해야 하는 것이 무엇이고 그냥 무시하고 지나가고 괜찮은 것이 무엇인가 이런 것들을 얻어내는데 이렇게 아주 복잡한 국면들에서 서로 다양한 요소들이 맞물리면서 거대한 사건을 일으킨 이런 것들을 분석한 책을 읽는 것이 굉장히 도움이 되지 않겠나 한다. 

제6장 566 동맹체제가 더 믿을 만하고 견고해 보였다면, 핵심 의사결정자들이 실제로 행동했던 대로 행동해야 한다는 압박감을 덜 느꼈을지도 모른다. 그렇지 못했던 탓에 전전 막판의 뚜렷한 특징이었던 데탕트 국면들이 역설적인 영향을 미쳤다.

 


독일 카이저와 러시아 황제가 팔촌 사이인데 그들의 대화로부터 6장이 시작된다. 팔촌 사이니까 우호적인 대화가 있었을 것이고 그렇지만 그들이 거둔 성과는 보잘 것이 없었다. 굉장히 중요한 시사점이 있다. 오늘날에도 국가 정상들이 회담을 하면 정상들 사이에 서로 우호적인 그런 관계가 있고 서로 호감이 있는 사이라고 하면 어떤 일정한 성과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라고 생각하기 쉬운데 사실은 그것은 표면적인 것에 불과하다. 물론 국가 정상이 가장 심각한 외교적인 문제를 일으키는 경우도 있다. 여기도 보면 독일의 빌헬름2세가 속어로 쓰는 '빌런'이다. 심각한 문제이다. 그것이 가장 외교적인 위험 요소이다. 그런데 그런 사람은 지극히 역사적으로 드물다. 더군다나 현대사회에서 국가 정상들이 서로 만날 때는 이미 다 약속을 하고 만나기 때문에 실수가 일어 날수도 없고 뭔가 문제가 일어날 수도 없는 상황이라고 한다. 그런데 여기서 빌헬름2세가 문제를 일으키는 것은 사실이지만 어쨌든 독일황제와 러시아황제는 팔촌 간이니까 우호적인 대화가 있었다. 그런데 이 책에서는 거둔 성과가 보잘 것 없었다고 말한다. 왜 그러한가. 독일과 러시아 사이에 이 책에서 자주 거론되는 단어 하나인 구조적인 적대감이 있었기 때문이다. 황제들 간에는 팔촌이니까 우호적인 대화를 할 수 있었을지 몰라도 그들의 우호적 관계와는 무관하게 또는 그들이 우호적 관계임에도 불구하고 독일과 러시아 사이에는 구조적인 적대감이 있었다는 것이다.  그래서 그런 구조적인 적대감을 해소하는 데에는 그냥 황제들끼리의 우호만 가지고는 안된다. 구조적인 해결책이 있어야 한다. 그런 구조적인 해결책을 만들어 내지 않는다면 오히려 우호적인 대화가 그런 구조적인 적대감을 감추는데 큰 도움이 될 우려가 있다. 지금 여기서 강조되는 것이 그런 것들이다. 겉으로 보기에는 데탕트가 일어나고 있는데 데탕트라고 하는 것 때문에 사람들이 분위기가 좋다고 휩쓸린 나머지 저변에 놓여있는 구조적인 적대감을 해결하지 못하고 바로 그렇게 해결되지 못하였기 때문에 그 뒤에 단기적으로 벌어진, 구조적인 것은 장기적으로 쌓여있는 것이니, 단기적으로 벌어지는 사태들에 민첩하게 대응하지 못하고 인과관계의 조각을 만들어 낸다는 것이다. 우리가 국제관계를 파악하고자 할 때도 항상 먼저 구조적인 관계 요인이 무엇인가 그리고 그 구조적인 관계 요인 위에서 어떠한 사건들이 인과관계의 연쇄 속으로 들어가기 쉽게 생겼는가 그것을 보는 것이다. 

제6장 496 전전 막판 러시아-독일 데탕트는 발트항에서 최고조에 이르렀다. 그러나 이곳에서 거둔 성과는 보잘 것 없었다. 

 


예를 들어서 한 인간에 대해서 파악할 때 그 사람이 하루 이틀 정도 착한 모습을 보였다고 해서 그것을 가지고 그 사람의 전부를 판단할 수 없다. 가장 어떤 사람을 파악할 때 중요한 것은 그의 퍼스널리티, 인격성을 파악하는 것이다. 퍼스널리티는 어떻게 구성되는가. 첫째 물려받은 기질이 있다. 활발한 것은 좋아하는 기질이 있는가 하면 사람을 만나면 힘이 빠지는 사람들도 있다. 그런 것은 기질이다. 그 다음에 그런 기질 위에 그가 어떤 환경 속에서 살아오면서 어떤 종류의 습관을 길러 왔는가, 기질과 습관이 겹쳐져서 일종의 에티튜드, 태도를 형성하지 않겠나 생각해 볼 수 있다. 그렇게 보면 예를 들어서 이것은 아주 극단적인 사례라고 할 수 있는데 우리에게는 깨끗함에 대한 감각이 있다. 똑같은 상황을 보고도 더럽다, 깨끗하다고 생각하는 감각이 있다. 우리 눈앞에 펼쳐져 있는 상황에서 어떤 사람은 더러움을 인지하지 못하기도 하고 어떤 사람은 민감하게 더러움에 대해서 반응하는 사람이 있다. 그런 것들은 기질과 습관 이런 것들이 결합되어서 만들어지는 것이다. 더러움에 대한 태도를 그것으로부터 만들어 낼 수 있다고 하겠다. 물론 책을 읽는 능력 이런 것들은 별로 관련이 없는 것 같지만 사실은 머릿속에서 뉴런이라든가 이런 것들이 어떤 식으로 연결되었는가, 오랜 시간에 걸쳐서 진득하게 앉아서 책을 읽는다든가 하는 것들도 사실은 구조적인 것이다. 일시적으로는 뭔가 반응을 할 수 있을지 몰라도 그런 구조적인 것들에 대해서 파악을 해야 한 인간에 대한 한 개인에 대한 파악이 가능하다. 

 


마찬가지로 독일과 러시아뿐만 아니라 독일과 영국 사이에도 구조적 정치적 제약이 있었다. 이것이 굉장히 중요한 부분이다. 구조적 적대감이라든가 구조적 정치적 제약이란든가 그런 구조적인 것이 바로 동맹블록이다. 이때 삼국협상, 삼국동맹이라는 동맹블록이 사실은 데탕트 분위기보다도 더 위에 있었다고 볼 수 있다. 데탕트 분위기는 표면에 나타나있는 그냥 잔물결과 같은 것이고 그 밑에는 해류가 흐르는데 그 해류라는 것이 동맹블록이라고 말할 수 있다. 그렇다면 그런 구조적인 요소인 동맹블록이 바로 국제관계에 있어서 견고한 고정요소였는가를 생각해 볼 수 있다. 그런데 저자는 그것은 아니다 라고 본다. 그래서 이 동맹블록이 있다고 하더라도 아주 해묵은 원한이 있다. 예를 들면 전쟁이 터지기 "마지막 3년간 러시아와 영국의 오랜 지정학적 긴장이 다시 표면화되었다. 오랜 지정학적 긴장이 바로 '그레이트 게임'이다.  1914년 전쟁 이전의 3년인데 요즘에 읽고 있는 《나폴레옹 세계사》를 보면 제5장이 2차 대불동맹전쟁과 그레이트 게임의 기원들이다. 그레이트 게임의 기원들이라고 하면 《나폴레옹 세계사》는 1789년 프랑스 혁명 이후에 벌어진 한 20년 가까이 벌어진 전쟁 얘기니까 1800년대 초이다. 그러면 100년 전 얘기이라는 것다. 그레이트 기원이 100년이나 된 것이다. 그러니 지금 영국과 러시아 사이에 오랜 지정학적 긴장을 그레이트 게임이라고 부르는데 그 기원은 프랑스혁명전쟁 시기에 씨앗이 이미 뿌려졌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1800년대 초니까 1914년에 벌어진 제1차세계대전에 중요하게 작용했던 영국과 러시아 사이에 오랜 지정학적 긴장이라고 하는 그레이트 게임은 100년 정도 계속되어 온 것이다. 그렇게 간단하지 않는 것이다. 그러니 데탕트라고 하는 것이 얼마나 위험수준을 없애고 적대감을 없애는데 기여했는지는 굉장히 의심스러울 수 밖에 없다. 

제6장 497 이와 유사한 구조적·정치적 제약이 독일과 영국 간의 지속적인 데탕트를 가로막았다. 

제6장 502 우리는 데탕트의 가능성이 동맹블록들의 복원력에 의해 제한되었다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동맹 블록들이 국제체제의 견고하고 흔들리지 않는 고정 요소였다고 의미를 함축하지만 않는다면, 이 말은 분명히 참이다. 

제6장 503 전전 마지막 3년간 러시아와 영국의 오랜 지정학적 긴장이 다시 표면화되었다.


오히려 저자는 데탕트는 위험 의식을 낮췄다고 말한다. 지금 대화가 잘되고 있고 우호적인 분위기야 라고 하는 것을 조성했다는 것이다. 그런데 위험 의식을 낮춤으로써 오히려 그 밑바닥에 놓여있는 동맹블록이라든가 또는 아주 오래된 지정학적 긴장이라든가 이런 것들의 경각심을 흐리게 만들었다는 것이다. 결과적으로 위험 수준을 높이는데 기여한 셈이 되었다고 얘기한다. 그리고 제1부를 읽을 때 많이 거론되었던 것 중 하나가 독일 군부가 가지고 있는 호전주의 또는 일조으이 숙명론 이런 것들도 무시할 수 없다. 그리고 그들이 협상하는 방식, 여기 사라예보의 총성, 즉 세르비아가 러시아와 대립국면에 있을 떄 끝까지 버티다가 마지못해하는 것들, 그렇게 함으로써 오스트리아에게 세르비아는 일단 세게 때려야 협상을 하러 나온다는 이런 식의 인상을 심어준 것이 전쟁의 발발을 중요한 역할을 했다는 얘기도 있었다.  그런 것들이 과거 세르비아만 하는 것인가, 꼭 그런 것만은 아니다. 

제6장 507 테탕트는 핵심 정치행위자들의 위험 의식을 낮춤으로써 결과적으로 위험 수준을 높이기도 했다.

제6장 519 독일 군부가 보여준 호전주의의 밑바탕에는 일종의 숙명론이 있었다. 




정리하면 첫째는 구조적인 적대감이 있다. 그리고 그런 구조적 적대감 못지않게 동맹블록이 있는데 그런 동맹블록이 견고한 고정요소였는지는 의문점이 있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요소로는 아주 오래된 지정학적 긴장들이 있다. 그리고 한가지 덧붙일 수 있는 것은 군부가 보여준 호전주의 또는 일종의 숙명론 그리고 적국에 대한 상대 국가에 대한 아주 오랜 협상 과정을 통해 쌓여온 그런 오피셜 마인드, 공식적인 태도를 거론할 수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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