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티오의 책들 | 문학 고전 강의 — 19 제7강(3) 오뒷세이아

 

2023.05.13 문학 고전 강의 — 19 제7강(3) 오뒷세이아

⟪문학 고전 강의 - 내재하는 체험, 매개하는 서사⟫, 제7강(3) 

“한편 구혼자들은 승선하여 축축한 길을 항해했고 / 텔레마코스를 불시에 죽이려고 심중에 계획하고 있었다. / 바다 한가운데 바위투성이의 섬 하나가 있는데 / 그 작은 섬은 이타케와 바위 많은 사모스 사이에 있는 / 아스테리스였다. 그 섬에는 배를 잘 숨기는 두 겹의 포구가 있었다. / 그곳에서 구혼자들은 매복하여 텔레마코스를 기다리고 있었다.”(김기영 번역, 4.842-847) 

 

오늘 문학 고전 강의 제7장의 3번째 시간이다. 지난 번에 텔레마코스가 집을 떠났다. 텔레마코스가 집을 떠난 이유는 자기가 누구인지를 증명해 보이기 위해서이다. 그것도 혼자서 판단하고 결정했다라기보다는 아테네가 가라고 했다. 그래서 떠나게 되었다. 이제 자기가 오뒷세우스의 아들로 추정되는 상태에서 벗어나서 오뒷세우스의 아들임을 틀림없이 인정받기 위해서 떠나기 위해서 떠나게 된 것이다. 집에만 있으면 안되는 것이다. 그러니까 제1권에 보면 "그대는 더 이상 / 어린애 같은 생각을 품어서는 안되오. 이제 그럴 나이는 지났소. / 아니면 그대는 고귀한 오레스테스가 이름난 아버지를 살해한 / 살부지수인 교활한 아이기스토스를 죽여 / 온 세상 사람들 사이에서 어떤 명성을 얻었는지 듣지도 못했단 말이오?" 그런데 여기서 아테네가 본받으라고 하는 사람이 바로 아이기스토스를 죽인 오레스테스이다. 오레스테스는 아가멤논의 아들인데, 일단 아가멤논의 비극 이런 이부분은, 아가멤논은 어떻게 보면 비극은 아니다, 자기 삶에서 자기가 저지른 것을 정산을 했다고 할 수도 있다. 그런데 오레스테스의 아버지 아가멤논은 집에 돌아와서 아내에게 또는 아이기스토스에게, 클뤼타이메스트라와 아이기스토스가 서로 공모를 해서 아가멤논을 죽였다. 물론 당연히 클뤼타이메스트라의 손에 죽었다. 희랍 서사시나 비극을 보면 사람 죽이는 것을 정말 쉽게 하는 것 같아서 읽을 때 가끔씩 섬찟하다. 사람 죽는게 정말 쉽게 나온다. 그래서 꺼림짓하다. 뭐랄까 살인을 조장하는 듯한, 그냥 마음에 안들면 죽이는, 이게 신이 우리에게 부여한 운명이야 이런 식으로 얘기하는 것은 털고 읽어야 할 것이다. 어쨌든 "제2권 이타케인들의 회의_텔레마코스의 출항"에는 고향인 이타케를 떠나서 다른 곳으로 가고, 제3권에 가면 "퓔로스에서 있었던 일들", 퓔로스의 왕 네스토르에게 자기 아버지에 대해서 묻는다. 여러분들은 이제 2,3,4권을 이번 주말에, 《오뒷세이아》에서 오뒷세우스의 이야기만을 사람들이 강조하다보니 좀 간과되고 있는 텔레마코스의 이야기 이 부분을 빠듯하게 읽으면 어떨까 권해본다. 

(천병희 번역) 1.296-300 그대는 더 이상 / 어린애 같은 생각을 품어서는 안되오. 이제 그럴 나이는 지났소. / 아니면 그대는 고귀한 오레스테스가 이름난 아버지를 살해한 / 살부지수인 교활한 아이기스토스를 죽여 / 온 세상 사람들 사이에서 어떤 명성을 얻었는지 듣지도 못했단 말이오?
(김기영 번역) 1.296-300  이제는 결코 / 계속 어린이처럼 굴지 말게, 그럴나이가 지났으니까. / 들어보지 못했나? 고귀한 오레스테스가 사람들 가운데 / 어떤 명성을 거머쥐었는지, 그는 제 부친을 살해한 교활한 / 아이기스토스를 죽였다네, 그자가 저 유명한 아버지를 살해했으니.

 

텔레마코스가 네스토르에게 부탁을 한다. 아버지를 기억하시고 내게 사실대로 말해달라. 아버지의 행적에 관한 얘기만을 듣는 것이 아니라 네스토르가 텔레마코스에게 아가멤논의 이야기까지 들려준다. 다시 말해서 온전한 의미에서의 귀향을 이루지 못한 사람들 얘기를 들려준다. "그러니 여보게, 자네도 자네의 재물들과 그토록 오만불손한 자들을 / 자네 집에 남겨둔 채 집에서 멀리 떨어져 오랫동안 떠돌아다니지 / 말게나." 그러니까 오뒷세우스가 전장을 떠난 사이에 어머니 퍼넬레로페에게 구원하기 위해서 수많은 사람들이 와서 난동을 부리고 있다.  그러니 그것을 가만두어서는 안된다는 얘기이다. 그런데 오뒷세우스의 아들 텔레마코스 혼자 힘으로는 안된다. 그런데 여기서 지금 이 서사시 2,3,4권에서 제시되고 있는 아버지와 아들이라는 모형은 아가멤논과 오레스테스, 오뒷세우스와 텔레마코스 이 두개의 모형이 제시되고 있다. 아가멤논은 자기 아들 오레스테스가 자기를 죽인 자들을 죽여서 복수한 것을 마음에 들어했을지 아무리 사람 죽이는 것을 쉽게 생각하는 시대였다고 하더라고 그렇게까지 원하지는 않았을 것 같다. 차라리 오뒷세우스와 텔레마코스 모형이 더 나은 모형이 아닌가 한다. 그런데 텔레마코스가 그것을 해결하려면 집에 가만히 있어서는 안된다. 오만불손한 자들이라고 하는 것이 그리 만만한 논들이 아니다. 그래서 4권 마지막을 보면 텔레마코스가 오만불손하게도 엄청난 일을 해냈다, 그들이 생각하기에는 텔레마코스가 집을 떠나서 여행을 하고 이렇게 하는 것이 자기들은 상상도 못했을 일일 것 같은데 해치워 버렸다는 것이다. 그래서 제4권의 얘기가 이렇다. "한편 구혼자들은 승선하여 축축한 길을 항해했고 / 텔레마코스를 불시에 죽이려고 심중에 계획하고 있었다. / 바다 한가운데 바위투성이의 섬 하나가 있는데 / 그 작은 섬은 이타케와 바위 많은 사모스 사이에 있는 / 아스테리스였다. 그 섬에는 배를 잘 숨기는 두 겹의 포구가 있었다. / 그곳에서 구혼자들은 매복하며 텔레마코스를 기다리고 있었다." 그러니까 화가 나니까 그러지 않았겠는가. 그전에 663행부터 보면 그런 얘기가 있다. "이럴 수가, 주제넘게도 텔레마코스가 큰일을 해치웠군. / 이 여행 말이야. 우리는 그런 일 하리라고 상상도 못 했거늘. / 어린아이 주제에 다수인 우릴 거역하고 그렇게 가버리다니 / 배를 끌어 내리고 지역에서 뛰어난 자들을 골랐다니 / 앞으로 그놈의 의지는 불행의 씨앗이 될것이야. 그놈의 완력을 / 제우스께서 파괴하시길, 재앙이 우리에게 닥치기 전에." 텔레마코스가 여행 한 번 갔다고 호들갑을 떤다고 여길수도 있겠지만 뭐 그게 그리 엄청난 얘기인가. 그런데 어른이 되겠구나, 이런 것에 대한 얘기겠다. 자식이 집을 떠나지 못하고 집에만 있으면 부모의 애완물이 된다. 부모의 애완물이라는 표현, 예전에 《애완의 시대》라는 책이 있었다. 그 책을 읽은 것이 문학 고전 강의를 할 무렵에 읽었는지 나중에 읽었는지 모르겠으나 우리가 지금 여기서 오늘날 부모와 자식 관계에 대해서 이야기할 때 온전한 인격체로서 성장하기 위해서는 무엇을 해야 하는가. 아끼고 돌봐주는 것은 부모의 의무이기는 하겠지만 아끼고 돌봐줌을 넘어서 애완물로서 다루고 있는 것은 아닌가. 강아지를 키우는 사람들을 보호자라고 하는데 강아지와 사람은 아주 다르다. 강아지는 자기 의지가 있으며 안된다. 강아지가 자기 의지가 있으면 길을 가다가 자기 마음에 안들면 다른 사람을 물지 않겠는가. 그런데 그렇게 못하게 교육을 한다. 물론 자네도 다른 사람에게 해코지를 하면 안된다. 그렇지만 자유의지를 가질 수 있게 하는 것이 굉장히 중요하다. 그 경계선이 어디인가에 대해서 생각해야 한다. 게다가 인간의 수명이 길어져버렸기 때문에 애완물로서 자란 자녀는 언제까지 그것이 될 것인가, 한번도 거절을 당해보지 않은 상태로 15살이 된 아이들, 정신적인 거절과 상처에는 도무지 익숙하지 않은, 해본적이 없으니까, 항상 원하는대로 엄마가 해준 경우. 그런 것을 생각해볼 수 있다. 텔레마코스의 삶이라고 하는 것, 어쨌든 텔레마코스는 집을 떠났다. 집을 떠나서 다시 돌아오려고 한다. 일단 4권까지는 텔레마코스가 돌아왔는데 거기서 기다리고 있던 구혼자들에게 나쁜 짓을 당했는지 어쩄는지 알 수 없다. 그러니까 지금 텔레마코스의 앞날도 불투명한 상황이 되었다. 그것이 제4권까지의 얘기이다.  

(천병희 번역) 3.313-315 그러니 여보게, 자네도 자네의 재물들과 그토록 오만불손한 자들을 / 자네 집에 남겨둔 채 집에서 멀리 떨어져 오랫동안 떠돌아다니지 / 말게나. 
(김기영 번역) 3.313-315 자네도, 친구여, 집에서 멀리 떨어져 오래 떠돌지 말게나, / 그대 집에 재산과 사내들을 남겨두었으니, 주제넘은 자들 말인데, / 그들이 모든 재물을 나눠갖고 다 먹어치우지 않도록 

(천병희 번역) 4.842-847 한편 구혼자들은 배에 올라 습한 바닷길을 항해하면서 마음 속으로 / 텔레마코스에게 갑작스런 죽음을 안겨줄 궁리를 하고 있었다. / 이카케와 바위투성이의 사모스 중간, 바다 가운데에 / 바위가 많은 아리스테스라는 크지 않은 섬이 하나 있고 / 그 섬의 양쪽에는 배가 정박할 만한 포구들이 있는데, / 아카이오이 족은 바로 그곳에 매복하여 텔레마코스를 기다려고 있었다.  
(김기영 번역) 4.842-847 한편 구혼자들은 승선하여 축축한 길을 항해했고 / 텔레마코스를 불시에 죽이려고 심중에 계획하고 있었다. / 바다 한가운데 바위투성이의 섬 하나가 있는데 / 그 작은 섬은 이타케와 바위 많은 사모스 사이에 있는 / 아스테리스였다. 그 섬에는 배를 잘 숨기는 두 겹의 포구가 있었다. / 그곳에서 구혼자들은 매복하며 텔레마코스를 기다리고 있었다. 

(천병희 번역) 4.663-668 아아! 텔레마코스가 오만불손하게도 엄청난 일을 해냈소, / 이번 여행 말이오. 우리는 그가 그런 일을 해내리라고는 생각지 못했소. / 어린아이에 불과한 그가 잉렇게 다수인 우리의 뜻을 거스르고 / 그냥 떠나버렸소. 그는 배를 끌어내리고 나라에서 가장 뛰어난 자들을 / 가려 뽑았소. 앞으로 그는 우리의 재앙이 되기 시작할 것이니, / 그가 성년이 되기 다 되기 전에 제우스께서 그의 힘을 꺾어버리시기를! 
(김기영 번역) 4.663-668 이럴 수가, 주제넘게도 텔레마코스가 큰일을 해치웠군. / 이 여행 말이야. 우리는 그런 일 하리라고 상상도 못 했거늘. / 어린아이 주제에 다수인 우릴 거역하고 그렇게 가버리다니 / 배를 끌어 내리고 지역에서 뛰어난 자들을 골랐다니 / 앞으로 그놈의 의지는 불행의 씨앗이 될것이야. 그놈의 완력을 / 제우스께서 파괴하시길, 재앙이 우리에게 닥치기 전에. 

 

텔레마코스의 이야기에서 파생되는 주제들이 몇 가지 있었다. 앞서도 말했지만 부모와 자식의 관계, 그리고 어른이 된다는 것은 과연 무엇으 말하는가. 개인의 삶을 돌이켜 보면 내가 정말로 어른이 되었을 때는 언제였을까. 주민등록증을 받았을 때가 어른이 되었다고 말하기 어렵고 군대가서 신병 훈련소에서 훈련소를 수료했을 때가 어른이 된 것인가. 우리는 대개 그런 것들을 자기 삶에서 특정한 사건이 벌어졌을 때를 계기로 생각한다. 또는 제 아들이 태어나서 아버지가 되었을 때 정말 어른이 되었을까 생각해보면 아직도 철이 안들어서 어른이 아닌 것 같기도 할 때가 있다. 그러니까 특정한 시점을 확정하라는 시점이 아니라 정말로 자신이 어른이 되었던 때가 언제인가에 대해서 한번 생각해보는 것이, 제7강을 마치면서 《오뒷세이아》의 1~4권, 특히 4권 텔레마코스가 다른 사람들에게 들은 이야기, 아버지 오뒷세우스에 대해서도 들었지만 그 다음에 어른이 되기 위해서는 무엇을 해야 할 것인가에 대해서 많이 고민을 했으리라는 것을 생각해 보면 되겠다. 사실 구혼자들이 텔레마코스를 기다리고 있는 것은 현실적으로 그의 목숨이 위태롭다기 보다는 이 구혼자들을 약간은 상징으로 읽어서 텔레마코스의 남은 인생에 이렇게 많은 고난이 어려움이 고통이 있으리라는 것을 암시하고 있다고 봐도 무방하지 않겠는가 생각할 수 있다. 이제 제5권부터 《문학 고전 강의》 제8강부터는 오뒷세우스의 이야기가 본격적으로 시작된다. 다 아는 얘기지만 읽을 때마다 새로운 것을 발견하고 기대가 되는 그런 점들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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