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티오 출판사에서 제공하는 팟캐스트 '라티오의 책들'을 듣고 정리한다. 라티오 출판사에서 출간된 책들에 관한 강유원 선생님의 해설녹음이다.
팟캐스트 주소: https://ratiopress.podbean.com/
2023.05.06 문학 고전 강의 — 17 제7강(1) 오뒷세이아
⟪문학 고전 강의 - 내재하는 체험, 매개하는 서사⟫, 제7강(1)
그 남자에 대하여 내게 들려주소서,
무사 여신이여. 꾀가 많은 그 사람,
트로이아의 신성한 도시를 파괴한 뒤
정말 많이도 떠돌아다닌 그 사람에 대해
문학 고전 강의 《오뒷세이아》 제6강에서 다른 사람을 만나는 것 또는 낯선 것을 만나는 것을 얘기하려고 한다. 그리고 낯선 것을 만나고 또 예전에 알고 있던 사람을 다시 만나고 하는 것. 그것이 《오뒷세이아》에서는 가장 중요한 얘기이다. 오뒷세우스의 모험이라고 알려진 부분인데, 저는 모험이라는 단어에 대해서 전혀 아무런 애착이 없다. 톰 소여의 모험을 어렸을 적 동화책에서는 그런가보다 하고 읽었는데 지금 생각해보면 모험이 아니라 여튼. "낯선 것을 만나면 그것이 곧 타자他者이지만 그 낯선 것들에게는 나 자신이 타자입니다. 이렇게 타자를 만나 스스로가 타자가 되는, 즉 타자화他者化 과정이 인간을 성장게 하는 것입니다." 그렇다. 저는 낯선 것을 더이상 만나고 싶지 않다. 책은 얼마든지 만나고 싶지만 사람을 만나는 것은 굉장히 많은 에너지가 필요하다. 그런데 그런 에너지를 그렇게 힘들어 하지 않은 분들이 꽤 많다. 그런 분들은 보통이 아니구나, 저는 그렇게는 못할 것 같은데 그런 사람들을 '인싸'라고 하는데, 그런 종류의 삶이 얼마나 넉넉하고 풍요로울지에 대해서는 잘 모르겠다. 《오뒷세이아》에서는 "제1권과 제2권은 텔레마코스의 고향에서 있었던 일들, 제3권과 제4권은 타지에서 있었던 일입니다." 텔레마코스도 당연히 낯선 곳으로 가야한다. 그것은 어쩔 수 없다. 태어나서 자기가 태어난 곳에서 낯선 것을 전혀 경험하지 않고 살다가 죽는다는 것은 없다. 인간은 그런 것을 겪어야 하는 것이다. 76페이지를 보면 "모험이라는 말은 영어로 adventure인데, 이 말의 어원은 advent라는 라틴 어입니다. 이 말의 명사형인 adventus는 기독교에서 대림절을 가리킬 때 사용하기도 합니다." 구세주를 기다린다 것이 그렇게 간단하지 않은 일이니까 굉장히 조마조마한 일이고, 그런 것들은 고난에 가득 찬 일일 수도 있다. 그래서 이것은 사실 오뒷세우스의 모험이라기보다는 오뒷세우스의 고난이라고 말하는 것이 더 정확하고 오뒷세우스가 다른 사람과 만나서 최소한 그 사람에게 훌륭한 사람이라는 인정받는 것을 떠나서 최소한 그 사람에게 저 사람과 나는 적이다 라고 하는 정도까지 않으려면 굉장히 노력을 해야하는 것이다. 그런 것을 일반적으로 '사회화'라고 하지만 그렇게 간단하지 않다는 것을 13권에서 23권까지 이게 많은 시일에 걸쳐서 일어난 것은 아니지만 분량은 많다. 그러니까 《오뒷세이아》가 다루고 있는 시간의 범위가 다 해서 20년에 걸친 얘기인데 그것의 대부분이 13권에서 23권까지이다. 그래서 13권에서 23권까지가 전체 분량의 절반인데, 오뒷세우스가 얼마나 많은 낯선 것들을 겪었는가에 관한 얘기이니까 그게 우리 삶의 축약판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다가 13권부터 16권까지가 텔레마코스가 오뒷세우스를 알아보는 이야기이고, 17권부터 23권까지가 페넬로페가 오뒷세우스를 알아보는 이야기이다. 여기에 썼듯이 텔레마코스는 아버지 오뒷세우스를 알아볼 때 그렇게 어렵지 않게 알아본다. 아버지와 아들이니까 그렇겠다. 그런데 오뒷세우스와 페넬로페는 부부 사이이기 때문에 서로를 알아보는데 굉장히 많은 시간이 걸리고 절차가 복잡하다. 알아본다는 것이 그리고 실제로 저 사람이 내 남편이고 내 아내라는 것을 알아차렸다고 할지라도 얼마든지 그들은 서로가 서로를 죽일 수 있는 사이이다. 물론 역사를 보면 아들이 아버지를, 아버지가 아들을 죽인 사례도 굉장히 많다. 그런데 여기서 우리가 대비해서 읽어볼 수 있는 하나의 사태는 아가멤논의 귀향이다. 아가멤논은 집에 돌아왔는데 바로 아내 클뤼타이메스트라에게 도끼로 이마를 맞아 죽는다. 물론 아가멤논이 죽을 짓을 했다. 카산드라와 함께 왔기 때문에. 그런데 카산드라는 아폴론의 저주를 받아서 사람들과는 말을 할 수 없는 사람이다. 그러니까 아이스퀼로스의 드라마 《아가멤논》을 보면 코로스가 이렇게 노래한다. "아직도 알아듣지 못하겠구려. 그녀의 수수께끼 같은 이야기 애매모호한 식탁처럼 나를 더욱 어리둥절하게 할 뿐." 카산드라가 하는 말을 알아듣지 못한다. 그러니까 그 누구도 카산드라를 알아주지 않는다. 그러니 카산드라는 클뤼타이메스트라는 물론이고 동네에서 가장 현명하다고 하는 코로스들도 알아주지 못하고 또 아가멤논은 도대체 카산드라는 왜 데리고 왔는지 모르겠다, 자기 아내에게 죽임을 당한 인간 종자가 카산드라는 데리고 왔다. 그런데 카산드라는 모든 것을 알고 있다, 예언하고 있다, 미래를 알고 있다. 미래를 알고 있다는 것은 인간이 아니라는 것이다. 인간이라는 존재가 미래를 어떻게 아는가, 인간에게는 오늘만 있을 뿐이다. 그러니까 카산드라를 데리고 와서 그렇기도 하지만 또 떠나기 전에 악행을 저질렀다. 자기 딸 이피게네이아를 재물로 바치고서 원정을 떠났다. 아가멤논의 귀향은 실패한 귀향이고, 오뒷세우스의 성공적인 귀향이 서로 대비된다. 그리고 그들은, 아들들은 아버지를 알아본다. 오레스테스가 아버지의 복수를 하러 나서지 않는가. 그런데 과연 오뒷세우스도 성공적인 귀향일까. 글쎄 이 서사시에서는 성공적이라고 말할 수 있겠다.
제6강 76 낯선 것을 만나면 그것이 곧 타자他者이지만 그 낯선 것들에게는 나 자신이 타자입니다. 이렇게 타자를 만나 스스로가 타자가 되는, 즉 타자화他者化 과정이 인간을 성장하게 하는 것입니다.
제6강 76 제1권과 제2권은 텔레마코스의 고향에서 있었던 일들, 제3권과 제4권은 타지에서 있었던 일입니다.
제6강 76 모험이라는 말은 영어로 adventure인데, 이 말의 어원은 advent라는 라틴 어입니다. 이 말의 명사형인 adventus는 기독교에서 대림절을 가리킬 때 사용하기도 합니다.
아이스퀼로스 《아가멤논》 1112행
코로스장: 아직도 알아듣지 못하겠구려. 그녀의 수수께끼 같은 이야기
애매모호한 식탁처럼 나를 더욱 어리둥절하게 할 뿐.
제6강을 보면 "고향을 떠나는 젊은 오뒷세우스, 텔레마코스"이다. 그래서 "지금까지 살펴본 《오뒷세이아》의 구조에 근거해서 본다면 이 서사시의 중요한 주제는 낯섬과 익숙함, 진정한 인정 등이라 할 수 있습니다." 7강의 첫머리를 보겠다. 이것을 강의할 무렵에는 Emily Wilson의 영역본이 출간이 되지 않았었다. Emily Wilson의 영역본이 출간된 것이 2018년이다. 그래서 Emily Wilson의 오뒷세이아 영역본은 여성이 영역을 한 것은 처음으로 알려져 있다. 그래서 이 책이 출간되자 마자, 항상 오뒷세이아 새로운 번역본이 나오는가를 늘 추적해보는데, 공식 출간 연도는 2018년인데 그 전에 살 수 있어서 2017년 12월에 이 책을 샀다. 왜 이것을 샀는가. 재미삼아서 한번씩 들춰보기 위해서 산 것도 있지만 무엇보다도 제1권의 1~10행 사이의 번역을 대조해보기 위해서 샀다. 천병희 교수의 번역은 "들려주소서, 무사 여신이여! 트로이아의 신성한 도시를 파괴한 뒤 많이도 떠돌아다녔던 임기응변에 능한 그 사람의 이야기를" 이렇게 되었다. 그런데 희랍어 원문을 보면 "한 남자에 대하여 나에게 말해주소서, 무사여"이다.
아주 유명한 번역인 Alexander Pope의 번역(1725년)은 "the man for wisdom’s various arts renown’d, Long exercised in woes, O Muse! resound"로 되어있고, Samuel Butler의 1900년에 나온 영역본은 "Tell me"로 되어있고 Robert Fitzgerald의 번역이 1961년에 나왔는데 "Sing in me"로 되어있고, Richmond Lattimore의 1965년 번역이 "Tell me"로 되어있고, 그 다음에 Allen Mandelbaum의 1990년 번역이 "Muse, tell me of the man"으로 되어있다. Robert Fagles가 1997년에, 저는 이것을 많이 참조를 했는데, Emily Wilson도 "Tell me about a complicated man."로 되어있다. 그러니까 희랍어 문장을 어순대로 한 것은 Alexander Pope의 것이겠다. "the man for wisdom," 그런데 영어권의 번역자들도 실력이 쟁쟁한 사람들일텐데 그 쟁쟁한 사람들도 번역을 딱히 어순대로 하지 않지 않았다. 이 정도되는 사람들이 번역한 것을 가지고 시비 걸 수는 없다. 그런데 여기서 주목해 볼만한 것은 Alexander Pope는 오뒷세우스라는 사람을 규정한 부분이 " for wisdom’s various arts"이고, 천병희 교수의 변역은 "임기응변에 능한 그 사람", Samuel Butler는 " ingenious hero", Robert Fitzgerald는 "man skilled in all ways of contending"로 되어있는데 Lattimore는 "the man of many wiles”, Robert Fagles은 "the man of twists and turns"으로 되어있다. 이것을 Emily Wilson은 "Tell me about a complicated man", complicated 한 단어로 번역했다. Alexander Pope는 "wisdom’s various arts"라고 했는데 지혜라고 번역하기는 좀 그렇다. 오뒷세우스는 꾀가 많은 사람이다. "man skilled in all ways of contending", Robert Fitzgerald의 번역이 이에 가깝다. 이런 것들을 비교하면서 읽어보면서 헬라스어로 되어있는 하나의 단어를 이 사람들은 이렇게 궁리를 많이 했겠구나 하고 생각해볼 수 있다. 가장 최근에 나온 김기영씨의 번역을 보면 "응변에 능한 자로 그는 많이도 떠돌았구나"로 되어있다. 꾀가 많은 것이 아니라 응변에 능한이라고 되어있다. 만약 제가 번역을 한다면 "그 남자에 대하여 내게 들려주소서, 무사 여신이여. 꾀가 많은 그 사람, 트로이아의 신성한 도시를 파괴한 뒤 정말 많이도 떠돌아다닌 그 사람에 대해"하면 어떨까 한다. 왜 이렇게 이 부분에 대해서 말이 많은가 하면 한 사람에 대해서, 오뒷세우스라고 하는 사람에 대해서 그 남자에 대한 핵심적인 규정이 "많이도 떠돌아다닌"과 "꾀가 많은"이다. 그래서 이것을 Robert Fagles은 twists and turns 라고 했고 Emily Wilson은 complicated 라고 했다. "he wandered and was lost", wander는 떠돌아다닌, 그러니까 Emily Wilson처럼 complicated하고 wandered. 어떤 사람에 대해서 규정할 때 어떻게 하면 그 사람에 대해서 최소한의 단어로 잘 응축해서 설명할 것인가 이런 것을 궁리해보는 것이 굉장히 재미있는 또는 머리를 쓰는 그런 것이 아닌가 생각해보게 된다. 그래서 영역본의 첫머리를, 오뒷세우스라는 사람에 대해서 어떻게 규정하는가를 찾아보게 된다. 81페이지를 보면 "'오뒷세우스'라는 이름은 우여곡절을 겪은 사람, 궤도를 벗어난 사람, 고통을 겪는 사람, 비탄에 빠진 사람을 뜻합니다." 우여곡절을 겪다, 궤도를 벗어나다, 고통을 겪다, 비탄에 빠졌다. 네 개의 규정을 하나로 하려면 무엇인가, 그런데 그 사람이 우여곡절을 겪고 궤도를 벗어나고 고통을 겪고 비탄에 빠지게 된 것은, 많이도 떠돌아다니면서도 꾀가 많아서 다 이겨내고 이타케로 돌아와서 페넬로페도 만났다. 이것을 다 묶어서 뭐라고 말할 것인가. Emily Wilson이 해놓은 번역이 썩 마음에 들기도 하다. complicated man. 이것을 그냥 복합적 인간이라고 번역하면 정말 재미없는 번역이겠다. 문학작품을 읽을 때 이런 것들을 따져보는 것, 이것이 문학작품을 읽는, 우리가 오뒷세이아의 스토리를 몰라서 이것을 읽는가, 스토리는 다 아는 것이다. 부분부분을 보면서 어디에다가 눈을 가져다 대고 그 부분을 유심히 살펴볼 것인가를 생각해보는 것, 그런 것이겠다.
제7강 79 지금까지 살펴본 《오뒷세이아》의 구조에 근거해서 본다면 이 서사시의 중요한 주제는 낯섬과 익숙함, 진정한 인정 등이라 할 수 있습니다.
Alexander Pope(1725) : The man for wisdom’s various arts renown’d, Long exercised in woes, O Muse! resound
Samuel Butler(1900) : Tell me, O Muse, of that ingenious hero who travelled far and wide after he had sacked the famous town of Troy.
Robert Fitzgerald(1961) : Sing in me, Muse, and through me tell the story of that man skilled in all ways of contending, the wanderer, harried for years on end, after he plundered the stronghold on the proud height of Troy.
Richmond Lattimore(1965) : Tell me, Muse, of the man of many ways, who was driven far journeys, after he had sacked Troy's sacred citadel.
Allen Mandelbaum(1990) : Muse, tell me of the man of many wiles, the man who wandered many paths of exile after he sacked Troy's sacred citadel.
Robert Fagles(1997) : Sing to me of the man, Muse, the man of twists and turns.
Emily Wilson(2018) : Tell me about a complicated man. Muse, tell me how he wandered and was lost when he had wrecked the holy town of Troy,
천병희(2006) : 들려주소서, 무사 여신이여! 트로이아의 신성한 도시를 파괴한 뒤 많이도 떠돌아다녔던 임기응변에 능한 그 사람의 이야기를.
김기영(2022) : 한 사내에 대해 나에게 노래하소서, 무사 여신이여. 응변에 능한 자로 그는 많이도 떠돌았구나,
강유원 선생님: 그 남자에 대하여 내게 들려주소서, 무사 여신이여. 꾀가 많은 그 사람, 트로이아의 신성한 도시를 파괴한 뒤 정말 많이도 떠돌아다닌 그 사람에 대해
제7강 81 '오뒷세우스'라는 이름은 우여곡절을 겪은 사람, 궤도를 벗어난 사람, 고통을 겪는 사람, 비탄에 빠진 사람을 뜻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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