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티오의 책들 | 문학 고전 강의 — 16 제6강(4) 오뒷세이아

 

2023.05.02 문학 고전 강의 — 16 제6강(4) 오뒷세이아

⟪문학 고전 강의 - 내재하는 체험, 매개하는 서사⟫, 제6강(4) 
《오뒷세이아》의 구조
텔레마키아(젊은 날의 오딧세우스) — 오뒷세우스의 고난(현실 세계, 환상 세계) — 오뒷세우스의 이타케 도착과 탈레마코스와의 만남 — 오뒷세우스와 페넬로페의 만남 — 저승 속편(아테나Athēna 신이 이끄는 모든 이들의 화해) 
탄생(birth) — 성숙(maturity) — 죽음(death) — 재탄생(rebirth)의 원환적 구조 

* Exodus Narrative(출애굽, 탈출, 해방)
노예 상태(Slavery) — 광야(Wilderness) — 약속된 땅(Promised Land)의 직선구조

* 두 서사 모두에서 핵심적인 것은 고난(pathos). 덧붙이자면 신과의 신약信約(covenant)

 

문학 고전 강의 《오뒷세이아》 제6강, 오뒷세이아에 관한 첫번째 챕터이다. 이 문학 고전 강의는 꽤 오래 진행을 하게 될 것이다. 책 해설만이 아니라 문학에 관한 제가 가지고 있는 몇 안되는 조각 지식이라도 조금 자세히 말하려고 한다. 지난 시간에는 "호메로스의 서사시는 바다가 주요한 배경입니다."라는 말에서 그 배경이라고 하는 것이 과연 얼마나 많은 것을 함축하고 있는가, 배경에 관한 얘기도 할 얘기가 많은 것 같다. 오늘은 구조를 이야기하려고 한다.  

서술 방식은 간단하다. '사건 한 가운데로'(in medias res)라는 형식을 취하고 있다. "대략 이십 년 동안 벌어진 전체 이야기를 사십 일 정도에 일어난 사건으로 압축해서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중심이 되는 계기들만을 집어내서 얘기하고 있다. 길가메쉬 서사시도 마찬가지이다. 일생을 서술한다고는 하지만 구구절절 온갖 것을 자잘하게 얘기하지 않는다. 그것이 역사서술에 있어서 가장 기본적인 태도라고 할 수 있겠다.   

제6강 72 서사시는 흔히 '사건 한 가운데로'(in medias res)라는 형식을 취하고 있습니다. 《오뒷세이아》는 대략 이십 년 동안 벌어진 전체 이야기를 사십 일 정도에 일어난 사건으로 압축해서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차례를 일단 책에 있는대로 보자면 “제1권 신들의 회의 후 아테네가 텔레마코스를 격려하다", "제1권에서 제4권까지를 텔레마코스의 이야기라고 해서 '텔레마키아'tēlemacheia라고 합니다." 그 다음에 제5권에서 제12권은 오뒷세우스가 타지에 가서 오뒷세우스가 겪는 고난에 관한 이야기이다. 이것을 다시 둘로 쪼개 보면 제5권에서 제8권까지가 현실세계에서 모험이고, 제9권에서 제12권까지가 환상세계에서의 모험이다. 세부적인 분량은 좀 다르다고 할지라도 어쨌든 구성으로 보면 4권, 4권으로 되어있다. 그 다음에 "제13권 오뒷세우스가 파이아케스족의 나라를 떠나 이타케에 도착하다", 자기 고향으로 돌아왔다. 고향으로 돌아왔다고 해서 모든 것이 끝난 것이 아니다. 거기서 이제 자신이 오뒷세우스라는 것을 주변 사람에게 인정받고, 궁극적으로는 자기 아내 페넬로페가 알아보는 것이다. 일단 13권에서 도착했고, 16권에 가면 텔레마코스가 오뒷세우스를 알아본다. 그러면 젊은 오뒷세우스라고 할 수 있는 텔레마코스와 지금 텔레마코스의 아버지인 오뒷세우스가 만남으로써 분열되었던, 둘로 나뉘었던 오뒷세우스가 하나로 겹치게 된다. 그러면 사실 《오뒷세이아》이라고 하는 것은 시작이 두 개이다. 처음에 텔레마코스 이야기부터 나오니까 텔레마키아에서 시작했는데 그다음에 칼륍소의 동굴에 있는 오뒷세우스가 나오니까 이것도 또 하나의 시작이다. 1~4권이 하나의 시작 그리고 5~12권까지가 하나의 시작, 둘로 시작을 하다가 그 다음에 16권에서 텔레마코스와 오뒷세우스가 만나게 됨으로써 한 명의 오뒷세우스만이 등장하게 된다. 그러다가 제23권에 가면 페넬로페가 오뒷세우스를 알아보다로 되어있다. 그리고 제24권에 저승 속편_맹약이다. 일단 제23권 페넬로페가 오뒷세우스를 알아보다, 여기까지가 일단은 오뒷세우스의 귀환에 관한 해피엔딩으로 끝나게 되어있다. 그런데 23권에서는, 정확하게는 23권 297행부터이다. 23권 297행을 보면 "한편 부부가 사랑 담긴 교제를 즐기고 나서 서로에게 이야기하며 이런 말을에 서로 즐거워했다." 페넬로페와 오뒷세우스가 만나서 이렇게 행복한 시간을 보내게 되었다. 그런데 이제 그 다음에 오뒷세우스는 다시 떠나게 된다. "부드러운 잠자리에서 오뒷세우스가 일어나더니 아내에게 이렇게 제안했다." 350행에 나온다. "여보, 우리 둘 다 많은 시련에 물려버렸소, 그대는 고난에 찬 내 귀향에 울고 또 울었고 나는 귀향을 열망했지만 제우스와 다른 신들이 조국 땅에서 멀리, 고통에 나를 꽁꽁 묶으셨다오." "해가 뜨자마자 구혼자 사내들, 홀 안에서 내가 도살한 자들에 대한 소문이 돌게 될 것이오. 하녀들과 함께 윗방에서 올라가서는 그곳에 앉아 있고 내다보지도 말고 아무에게도 묻지도 마시오." 하고 다시 떠날 준비를 한다. "그렇게 말하고는 양어걔에 멋진 무장을 걸쳤다.", "이미 빛이 대지 위에 걸려 있었지만, 아테네 여신은 어둠으로 그들을 덮고는 잽싸게 도시 바깥으로 이끌었다." 오뒷세우스가 다시 어디를 간다. 아버지를 만나러 가는 것일수도 있고 살해된 구혼자들을 거기가서 갈등을 해소하는 것이다. 그것은 아테네 여신이 그를 이끌고 간다. 부친 라에르테스와 재회하고 아테네 여신이 이끌고 가는 얘기가 24권이다.  이것은 살았을 때 얘기인데 74페이지를 보면 "오뒷세우스가 죽은 다음의 이야기일 것입니다"라고 써놓았다. 이것은 그런데 살아서 일어난 일, 저승에서 일어난 일이니까, 살아서 일어난 일이지만 스토리를 보면 오뒷세우스가 페넬로페를 만난 다음에 24권 얘기가 나오는데, 여기에 쓰여져 있기는 살아서 일어난 일처럼 쓰여져 있지만 사실은 저승에 간 것이니까 죽은 다음의 이야기일 것이다 라고 얘기할수도 있다. 그런데 이렇게 되면 오뒷세우스는 모든 것을 화해하고 있는 장면으로 볼 수 있다. 아이스퀼로스의 아가멤논처럼, 《오레스테이아 3부작》 맨 마지막에 아테네 여신이 모든 사람들을 화해로 이끄는 것처럼 결국에는 완결된 구조를 가지고 있다.  그래서 고난을 겪고 그 고난의 가운데서도 많은 반전과 발견과 그러니까 아리스토텔레스가 《시학》에서 말한 것과 같은 그런 여러가지 드라마적인 요소들이 풍부하게 전개되다가 마지막에는 화해에 이르게 된다고 볼 수 있다. 

제6강 74 제1권에서 제4권까지를 텔레마코스의 이야기라고 해서 '텔레마키아'tēlemacheia라고 합니다.

제6강 74 제24권을 먼저 보면 " 저승 속편_맹약"인데, 이는 저승 이야기입니다. 오뒷세우스가 죽은 다음의 이야기일 것입니다. 

《오뒷세이아》 (김기영 옮김) 제23권
300행 한편 부부가 사랑 담긴 교제를 즐기고 나서 서로에게 이야기하며 이런 말을에 서로 즐거워했다.

348행 부드러운 잠자리에서 오뒷세우스가 일어나더니 아내에게 이렇게 제안했다.

350행 "여보, 우리 둘 다 많은 시련에 물려버렸소, 그대는 고난에 찬 내 귀향에 울고 또 울었고 나는 귀향을 열망했지만 제우스와 다른 신들이 조국 땅에서 멀리, 고통에 나를 꽁꽁 묶으셨다오. 

362행 해가 뜨자마자 구혼자 사내들, 홀 안에서 내가 도살한 자들에 대한 소문이 돌게 될 것이오. 하녀들과 함께 윗방에서 올라가서는 그곳에 앉아 있고 내다보지도 말고 아무에게도 묻지도 마시오."  

370행 이미 빛이 대지 위에 걸려 있었지만, 아테네 여신은 어둠으로 그들을 덮고는 잽싸게 도시 바깥으로 이끌었다.

그런데 이런 고전 서사시는 심플하게만 보면 《오뒷세이아》는 고난을 겪은 한 명의 주인공이 고향으로 되돌아오는 얘기이다. 자기가 살던 곳으로 돌아오는 것이다. 자기가 살던 곳으로 돌아오는데 그 고향을 떠났을 때의 자기자신이 그대로 돌아오는 것이 아니라 고난을 겪고 거의 죽을 고비를 넘기고 그러고나서 다시 새로운 사람으로 갱신되어 돌아오고 그렇게 되니까 진정한 귀환을 이루기 위해서 자기가 죽였던 사람들도 저승에 내려가서 화해도 하고 그런다. 그것이 순환구조이다. 이것이 고전 서사시가 가지고 있는 아주 핵심적인 구조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이를 다른 것과 비교해보면 이를테면 출애굽기라고 하는 구약성서, 그런데 이제 출애굽기 스토리가 하나 있고 그 구조를 가진 Exodus Narrative 즉 탈출서사가 있다. 거기에서 보면 원래 그들이 살고 있던 가나안 땅으로 되돌아 간다라고는 하지만 사실은 그것은 Exodus Narrative, 그러니까 구약성서에 있는 출애굽기에서 모티브를 따오기는 했지만 전혀 다른 종류의 이야기가 구성되어 만들어진 것을 우리는 Exodus Narrative라고 하는데, 해방 서사 또는 탈출의 서사, 그것은 직선적인 구성을 가지고 있다. 되돌아오는 얘기가 아니라 약속의 땅으로 가는 것이다. 약속의 땅으로 가는 것은 전혀 새로운 것으로 간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래서 《오뒷세이아》는 원환구조를 가지고 있다. 태어났다birth 그 다음에 객지에 가서 고생을 해서 성숙해졌다maturity, 죽을 고비를 넘긴다death 그리고 다시 태어나서rebirth 고향으로 돌아오는 닫혀있는 순환구조 closed circle structure를 가지고 있는데 Exodus Narrative는 직선적으로 linear progress 앞으로 나아가는 내러티브를 가지고 있다. 이것이 서사라고 하는 것이 가지고 있는 서사라는 장르에서 대표적인 것이다. 앞으로 가는 것이 직선적이라고 돌고 도는 것이라고 한다면 reverse, verse에서 reverse로, 태어났는데 고생하고 죽을 고비를 넘기고 재탄생하는 그런 구조, 그런 구조를 생각해볼 수 있다. 베르길리우스의 《아이네이스》 같은 경우 트로이야를 떠나서 새로운 로마로 간다. 그런데 로마와 트로이야는 그렇게 크게 다르지 않으니까. Exodus는 어쨌든 원환구조가 아닌 직선적인 전진의 내러티브라고 한다면 오뒷세이아는, 일리아스보다는 오뒷세이아가 서사시의 비교에 있어서나 완성도에 있어서나 굉장히 대단하다. 아리스토텔레스의 《시학》에서 제시한 그런 기준으로 봐도 그렇다. 고난을 겪는데 결국에는 재탄생되어서 돌아오는, Exodus Narrative도 가나안 땅으로 되돌아 간다는 것을 굳이 신경을 쓴다면 내러티브 자체가 ring composition이라고 할 수도 있겠다. 있겠는데 그것이 훗날에 변형되어 나타난 것은 대개 다 직선적인 내러티브를 보여주고 있다. 그리고 그 고난이 가지고 있는 의미는 오뒷세이아나 Exodus나 마찬가지로 가지고 있는 힘은 있다. 《오뒷세이아》는 아무리 많은 사람이 등장한다 해도 주인공이 한 명 오뒷세우스이고 Exodus는 집단으로서의 people이다. 주인공의 숫자가 다르다. 그렇지만 어쨌든 고난은 그런 주인공과 people을 성숙하게 하고, 그 성숙함이 완전히 성취되어야만 목적에 이를 수 있다. 즉 단순히 가만히 앉아서 메시아만 오기를 기다리는 것이 아니라 그들은 어쨌든 그들이 할 수 있는 한도 내에서 최대한의 고난을 이겨내고 그 고난 속에서 진정한 의미의 성숙을 성취해 내는 것이다. 그리고 그것이 성취되었을 때에야 비로소 원하는 바의 목적지에 이를 수 있다. 그게 바로 이런 고난 서사시가 가지고 있는 탁월한 점들이라고 할 수 있다. 우리 인생살이가 그런 것을 보여준다.  

그래서 이 구조 가운데서 아무리 이것이 closed circle structure이든 아니면 linear progress structure이든 또는 주인공이 한명의 영웅이거나 people이건 간에 가장 중요한 것은 pathos이다. 고난을 겪는 것, 인민이 집단으로서 고난을 겪고 또는 개인이 고난을 겪고 그것이 주요한 포인트라고 할 수 있다. 텔레마코스도 마찬가지이고, 오뒷세우스도 마찬가지이다. 그것을 75페이지에서 이야기하고 있다. "텔레마코스가 고향을 떠난다는 것은 무엇을 의미하겠습니까? 고향을 떠나 타지에 갔다가 다시 고향으로 돌아오는 것은 하나의 경험입니다. 낯선 것을 겪은 후 다시 돌아와서 보는 고향은 떠나기 전에 보았던 것과는 다른 의미를 가지게 될 것입니다. 이 과정에서 사람은 성장하게 됩니다. 사람이 성장하려면 겪음이 있어야 합니다. 익숙한 곳에 사는 것은 겪음을 가져다 줄 수 없습니다. 낯선 것과 만나 지금까지의 자신의 모습에 대해 다시 생각해보는 기회를 가져야 한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그런데 텔레마코스와는 다르게 오뒷세우스는 고난이라고 하는 것이 엄청나게 많은 고난을 겪는다. 5권에서 12권을 흔히 오뒷세우스의 모험이라고 하는데 모험이라고 하면 뭔가 롯데월드 같은 분위기가 있다. 그래서 이 부분은 파토스라고 하는 것에 대해서는 다시 다음 시간에 얘기해보겠다. 오늘은 구조에 관해서 집중적으로 거론해 보았다. 

제6강 75 텔레마코스가 고향을 떠난다는 것은 무엇을 의미하겠습니까? 고향을 떠나 타지에 갔다가 다시 고향으로 돌아오는 것은 하나의 경험입니다. 낯선 것을 겪은 후 다시 돌아와서 보는 고향은 떠나기 전에 보았던 것과는 다른 의미를 가지게 될 것입니다. 

제6강 75 이 과정에서 사람은 성장하게 됩니다. 사람이 성장하려면 겪음이 있어야 합니다. 익숙한 곳에 사는 것은 겪음을 가져다줄 수 없습니다. 낯선 것과 만나 지금까지의 자신의 모습에 대해 다시 생각해보는 기회를 가져야 한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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