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담화冊談話 | 사회사상의 흐름(1) ━ 서론
- 강의노트/책담화冊談話 2021-25
- 2023. 10. 27.
강유원의 책담화冊談話(https://booklistalk.podbean.com)에서 제공하는 《사회사상의 흐름》을 듣고 정리한다.
2023.10.10 📖 사회사상의 흐름(1) ━ 서론
📖 사회사상의 흐름
레이몽 아롱Raymond Aron(1905-1983), ⟪사회사상의 흐름⟫(Les Étapes de la pensée sociologique, 1967)
- 서론
“혁명적 의도로 탄생한 사회학이 현존 소비에트 사회를 정당화하는 하나의 이데올로기가 되어버린 것이다.”
“소비에트 사회학자들은 스스로는 보수주의자이고 남들에게는 혁명가들이다.”
오늘부터는 제가 가지고 있는 책들 중에서 꽤 오래전에, 거의 한 30년 전쯤에 읽었던 책들을 소개하려고 한다. 오늘 읽는 레이몽 아롱의 《사회사상의 흐름》인데, 이걸 읽으면서 지금 다시 읽어보니까, 이게 오래전에 읽은 책인데 그때는 좀 대충 읽은 것 같더라 또는 그때 읽은 것 중에 이런 것들은 여전히 하나의 통찰을 준 다라는 얘기를 하려고 한다. 레이몽 아롱의 토크빌에 관한 논의, 마르크스에 관한 논의 그리고 베버에 관한 논의는 굉장히 여전히 의미가 있어서 버릴 수 없는 책 중에 하나이다.
이 책은 일단 500페이지가 넘는 두꺼운 책이고, 오늘은 이 책을 읽으면서 이 책을 처음 읽었을 때 그리고 이것을 읽음으로써 제가 얻게 된 아주 중요한, 제 공부에 있어서 아주 중요한 어떤 그런 계기들을 말하려고 한다. 이 책은 1980년 8월 20일에 초판이 발행되었고 그다음에 1984년 4월 30일에 9쇄가 발행되었는데 저는 9쇄를 가지고 있다. 레이몽 아롱의 《사회사상의 흐름》은 정말로 중요한 책이다. 학문의 역사에서도 중요하지만, 나에게 굉장히 중요한 책이었구나라는 걸 나중에 깨달았다. 지금도 학문적으로 중요하기 때문에 이걸 버리지 않고 있고 저 개인의 삶에서도 굉장히 중요한 책이다.
서지사항을 보면 레이몽 아롱의 이 책은 불어 제목으로는 "사회사상의 단계들"이라는 책이다. 1967년에 출간된 책이고 레이몽 아롱은 1905년에서 1983년까지 살았던 분이니까 이 책이 한국에서 번역될 무렵이 거의 돌아가시기 직전이다. 이종수 교수가 이 책을 번역을 했는데 Main Currents in Sociological Thought라고 해서 영어로 번역된 것을 가지고 저본으로 했다고 나온다. 그러니까 레이몽 아롱의 원래 이 책은 사회사상의 단계들이라는 책인데, 그 안에서 몽테스키외, 콩트, 마르크스, 토크빌, 뒤트켕, 파레토, 베버 이렇게 해서 갈리마르에서 1967년에 나온 것이고, Richard Howard와 Helen Weaver가 두 권으로 나누어서 공역을 해놓은 게 영문판 Main Currents in Sociological Thought이다. 1권은 Main Currents in Sociological Thought I: Montesquieu, Comte, Marx, Tocqueville and The Sociologists and the Revolution of 1848이고 2권은 Main Currents in Sociological Thought II: Durkheim, Pareto, Weber이다. 지금 제가 가지고 있는 이 책은 영어로 된 두 권의 책을 다시 번역을 해서 하나로 묶어놓은 것이다. 그러니까 불어에서 옮긴 것은 아니다. 원제는 사회사상의 단계들, 영어판 제목은 사회학 사상의 주류, 한국어판 번역은 사회사상의 흐름이라고 되어 있다.
역자의 말을 보면 1979년 겨울에 썼다고 나온다. 당연히 그때는 아직 아롱 교수가 살아있을 때여서 그렇게 써놓았다. "아롱은 모리스 뒤베르제Maurice Duverger와 더불어 프랑스에 있어서 대표적인 정치사회학자이기도 하다." 그러니까 정치사회학이라고 하는 분야, 아롱은 콩트나 뒤르켕처럼 사회 그 자체에 대해서 연구를 하는 게 아니라 정치사회학이었던 것이다. 어떻게 보면 우리식으로 말하면 정치사상, 정치학, 정치철학, 정치사회학 이게 다 거의 영역이 겹친다. 그리고 아롱의 주된 연구가 의회 민주주의에 있어서 "정당 조직과 그 구조적 특성의 비교 연구"인데 이제 정치사회학이다. 사회 안에서 정치가 어떤 식으로 작동해 들어가는가를 보는 것이다. 여기서 "특히 민주주의 정당에 있어서의 과두제화의 병리, 그리고 압력단체의 영향력의 원천과 활동의 실태 등을 연구 주제로 삼는다." 이 부분이 아롱의 주된 관심사라고 할 수 있다. 그 배경에는 "1789년 프랑스 혁명 이래 오늘날에 이르기까지 현대의 프랑스 사회가 공화주의republicanism와 케사르주의Casarismus의 양극 사이에서 간헐적으로 동요하면서 정치적 불안정을 겪은 역사가 있다." 카이사르주의는 보나파르트주의라고도 하는데, 주권이 한 사람에게 집중되어서 전체정적 주권체totalitarian sovereignty로 대중 독재한다는 것이다. 현대의 프랑스 사회가 공화주의와 케사르주의의 양극 사이에서 간헐적으로 동요하면서 정치적 불안정을 겪은 역사가 있기 때문에 아롱은 이걸 연구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프랑스 사회학의 전통에는 권력을 잡기 위한 집단간의 갈등과 정치적 격변에 대한 강력한 혐오감이 있다." 그때는 열심히 보이지 않았는데 지금 이렇게 다시 읽어보면 레이몽 아롱의 연구가 참으로 탁월한지를 충분히 알 수 있다.
역자의 말 4 1789년 프랑스 혁명 이래 오늘날에 이르기까지 현대의 프랑스 사회가 공화주의republicanism와 케사르주의Casarismus의 양극 사이에서 간헐적으로 동요하면서 정치적 불안정을 겪은 역사가 있다. 따라서 아롱이 속해있는 프랑스 사회학의 전통에는 권력을 잡기 위한 집단간의 갈등과 정치적 격변에 대한 강력한 혐오감이 있으며, 마르크시스트사회학과는 대조적으로 진정한 사회적 합의와 사회적통합에의 열의가 보인다.
이 책이 왜 저에게 그렇게 중요한 것이었는지는 이 구절에 있다. 이때 딱 뒤통수를 한 대 얻어맞은 듯한 느낌이 들었던 것은 레이몽 아롱의 서론 부분이다. "19세기의 마르크스주의 사회학은 혁명적인 성격을 지니고 있었다. 즉 자본주의 체제를 타도할 혁명을 예측했고, 그 혁명을 정당한 것으로 추어올렸던 것이다. 그러나 지금의 소비에트 사회학은 유익하다고 봤던 혁명을 미래의 일이 아니라 과거의 일로 여기고 있다." 다시 말해서 레이몽 아롱이 이 책을 쓸 때는 소비에트 러시아가 있던 때이다. 당연히 레이몽 아롱이 지적하듯이 "혁명적 의도로 탄생한 사회학이 현존 소비에트 사회를 정당화하는 하나의 이데올로기가 되어버린 것이다." 이 부분을 읽고 정신이 번쩍 들었던 것이다.
서론 14 19세기의 마르크스주의 사회학은 혁명적인 성격을 지니고 있었다. 즉 자본주의 체제를 타도할 혁명을 예측했고, 그 혁명을 정당한 것으로 추어올렸던 것이다. 그러나 지금의 소비에트 사회학은 유익하다고 봤던 혁명을 미래의 일이 아니라 과거의 일로 여기고 있다.
서론 14 혁명적 의도로 탄생한 사회학이 현존 소비에트 사회를 정당화하는 하나의 이데올로기가 되어버린 것이다.
그 당시 남한에 살고 있는, 이른바 혁명에 몰두하는 사람들은 소비에트 연방공화국을 이상국가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그런데 저는 그게 동의가 되고 있지 않았다. 왜냐하면 일단 혁명이라고 하는 것 자체, 혁명이라고 하는 것이 그냥 이념만 가지고 하는 게 아니라 굉장히 어마어마하고도 강력한 물리력이 있어야 한다는 걸 느꼈기 때문이다. 군대 생활을 하면서도 무기라고 하는 게, 물리력이라고 하는 게 대단한 것이구나를 정말 심각하게 느꼈었다. 그런 것을 보면서 현대에 있어서 혁명이라고 하는 것은 물리력을 장악하지 않으면, 약간 마오쩌둥 같은 생각을 하고 있었던 것인데, 권력은 총구에서 나온다. 그렇기 때문에 대학에서 책 좀 읽고 이렇게 날뛰는 것 자체에 대해서 굉장히 어이없다고 생각을 하고 있었다. 다른 한편으로 그들이 말하는 그 마르크스주의 이론이라고 하는 것은 19세기 중반의 사회 속에서 만들어진 이론이 아닐까 생각을 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런 생각을 하고 있는 터에 레이몽 아롱의 이걸 보면 “혁명적 의도로 탄생한 사회학이 현존 소비에트 사회를 정당화하는 하나의 이데올로기가 되어버린 것이다." 이 구절을 보면서 이론적으로 저들이 지금 낡은 얘기하고 있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레이몽 아롱은 분명히 그 당시 소비에트 연방이라고 하는 나라가 어떻게 살고 있는지 알았을 것이다. 그러니까 이런 얘기한다. "소비에트 사회학자들은 스스로는 보수주의자이고 남들에게는 혁명가들이다." 남들이 보기엔 혁명가인데 사실 그 사회 안에서는 소비에트 사회학자들도 보수적이다는 말이다. 레이몽 아롱은 지금 제가 지금 읽어봐도 이건 정말 대단하구나, 이런 거 정말 인용할 가치가 있어, 이런 생각이 드는 책들이 책이다.
서론 16 소비에트 사회학자들은 스스로는 보수주의자이고 남들에게는 혁명가들이다.
기회가 되면 이제 앞으로 또 여러 번 레이몽 아롱의 책에서 핵심적인 부분들 골라서 또 말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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