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담화冊談話 | 경험공간과 기대지평(4)

 

2023.11.02 📖 경험공간과 기대지평(4)

📖 경험공간과 기대지평

라인하르트 코젤렉Reinhart Koselleck, ⟪지나간 미래⟫(Vergangene Zukunft: Zur Semantik geschichtlicher Zeiten, 1979) 

- 진보
“진보는 경험과 기대 사이의 시간적 차이를 하나의 개념으로 만든 특수하게 역사적인 첫번째 개념이다.”
“18세기말 이후에는… 정치적·사회적 상황에 기술적·산업적 진보가 덧붙여졌다.”
“학문과 기술에서 먼저 진보가 이루어지면서, 도덕적·정치적 진보가 뒤처지기는 했지만, 가속화는 이 영역까지 장악한다. 미래가 점점 빨리 사회를 변화시키면서 개선한다는 것은 후기계몽주의의 기대지평의 특징이다.” 

- 아리스토텔레스의 정치체 분류의 폐기
군주정, 귀족정, 민주정 / 순수형, 혼합형, 타락형
“‘공화주의’는 ‘진보’가 전체 역사에서 이루기를 약속했던 것을 정치적 행동공간에서 수행하는 운동개념이었다.”

 

라인하르트 코젤렉의 경험공간과 기대지평 논문 세 번째 섹션의 두 번째 부분을 읽겠다. 지난번까지는 기대지평이라고 하는 것, 미래에 대한 기대가 급박하게 다가올수록 그것은 과거의 경험공간으로부터 더 이상 알아낼 수 없는 그런 것이 되었다는 것이다. 그렇게 함으로써 진보라고 하는 근대의 독특한 술어가 등장하게 된다. 코젤렉에 따르면 "진보는 경험과 기대 사이의 시간적 차이를 하나의 개념으로 만든 특수하게 역사적인 첫번째 개념이다." 

《지나간 미래》 406 진보는 경험과 기대 사이의 시간적 차이를 하나의 개념으로 만든 특수하게 역사적인 첫번째 개념이다.

 

진보라고 하는 것은 더 이상 과거의 경험공간과 그런 경험공간으로부터 도출될 수 없는 미래, 그런 미래를 가리킬 때 사용하는 용어가 되었다. 그러면 진보라고 하는 말이 등장하게 되면, 그때까지 항상 경험공간으로부터 구축했던 사회적인 경험 세계가 파괴된다. 진보하는 인류라고 하면, 진보라고 하는 것은 지금까지 우리가 겪었던 것 가지고는 도대체 알 수 없는 그런 것이 된다. 그래서 이 진보라고 하는 말이 일상적인 경험뿐만 아니라 그 모든 영역에 적용할 수 있게 된다.  다시 말해서 18세기 말 이후에는 기술적 · 산업적 진보 이런 것들이 아주 일상적으로 사용하게 되는 술어가 되는 것이다. 그러니까 진보가 적용되고 있는, 미래에 대해서 얘기할 때는 무조건 진보라는 용어를 가지고 거의 기계적으로 적용한다 할 수 있을 정도로 사용하게 된다. 

《지나간 미래》 407 18세기말 이후에는 이러한 정치적 · 사회적 상황에 기술적·산업적 진보가 덧붙여졌다.

먼저 사용되는 영역으로 학문과 기술 또는 산업적인 진보였고, 그에 이어서 두 번째로는 도덕적 · 정치적 차원으로까지 진보라고 하는 용어가 사용되게 된다. 오늘날에도 그런 말을 한다. 정치적인 영역을 나눌 때 보수진영, 진보진영 그런 식으로 얘기를 한다. 진보진영이라고 해서 딱히 새롭게 뭔가를 하는 거 그런 건 아니다. 그러나 어쨌든 그들은 변화를 그리고 미래에 대해서 얘기하는 것, 그런 것들이 진보라는 개념과 서로 결합되고 있는 것이다. 

《지나간 미래》 408 학문과 기술에서 먼저 진보가 이루어지면서, 도덕적 · 정치적 진보가 뒤처지기는 했지만, 가속화는 이 영역까지 장악한다. 미래가 점점 빨리 사회를 변화시키면서 개선한다는 것은 후기계몽주의의 기대지평의 특징이다.


정치적 진보를 가리킬 때 새로운 술어들이 만들어진다는 것을 코젤렉은 지적하고 있다. 그중에 하나가 연방공화국이라고 하는 개념인데, 신성로마 제국이 끝날 무렵에 연방공화국, 연방국가 이런 말들이 등장하게 되는데, 연방공화국이라고 하는 것은 아주 새로운 정치 체제를 가리킬 때 사용하고 있는 그런 말이다.  이 부분을 좀 유념해서 볼 필요가 있는데, 정치적 진보를 가리킬 때 어떤 개념을 사용하는 것인가, 그것이 연방공화국이라는 개념이 등장했다는 것이다. 이게 무엇을 전복하고 이 개념이 등장하는가 하면 바로 아리스토텔레스가 설정했던 정치 체제의 분류가 더 이상 통용되지 않는 세계에서 연방공화국이라고 하는 말이 등장하는 것이다.  

아리스토텔레스의 《정치학》에 따르면 통치 방식, 즉 통치체라고 하는 것은 세 가지가 있다. 첫째가 군주정, 둘째가 귀족정, 셋째가 민주정이다. 각각의 세 가지의 순수 형식, 혼합 형식, 타락 형식 이렇게 정치 체제가 어떤 상태에 있는가, 가령 순수 군주정, 혼합 군주정, 타락한 군주정, 그다음에 귀족정도 순수한 귀족정, 혼합된 귀족정, 그리고 타락한 귀족정, 민주정도 마찬가지로 순수한 민주정, 혼합 민주정, 그리고 타락한 민주정, 이렇게 해서 6개의 정치 체제와 방식이 나온다. 그런데 그런 아리스토텔레스의 방식이 더 이상 통용되지 않고 이제는 독재냐 공화국이냐 이런 식으로 바뀌게 되는 것이다. 다시 말해서 공화국이라고 하는 것, 공화주의라고 하는 것이 정치 체제에 있어서는 더 우위에 있는, 더 진보한 형식으로 제시된다. 1800년경이라고 하는 시기에 아리스토텔레스가 설정했던 통치체, 정치 형식들이 폐기되고, 공화주의가 진보를 상징하는 개념으로 등장했다고 하는 것을 잘 생각을 해야 한다.  

민주공화국이라고 할 때 그러니까 대한민국에서 민국이라는 말과 공화국이라는 말은 사실 같은 말이다. 북한에서는 조선민주주의 인민공화국이라고 하는데, republic이라는 단어를 중국에서는 민국이라고 번역을 했고, 일본에서는 공화국이라고 번역했다. 그래서 대한민국 임시정부가 세워질 때 중국 상하이에서 세워졌기 때문에 중국식 번역어를 채택했다. 공화국이라고 하든 민국이라고 하든 그렇게 다른 단어는 아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진보라는 개념과 결부된 것이 바로 공화주의이다. 그리고 그것은 진보가 약속했던 것을 정치적 행동 공간에서 수행할 때는 공화주의라는 말을 쓰게 된다.  그리고 공화주의에 이어서 민주주의, 자유주의, 사회주의, 공산주의 이런 표현들이 등장을 하게 된다. 그러니까 예를 들어서 로마 공화정이라고 얘기할 때의 로마 공화정은 정말 말 그대로 정치 체제만을 가리키는 것이지, 그것에서 오늘날 공화주의라고 하는 말에서 떠올리는 진보의 개념 이런 것들을 생각할 필요는 없다.  

《지나간 미래》 411 신성로마제국이 끝날 무렵에야 만들어진 세 개의 연방개념, 즉 '국가연방', '연방국가', '연방공화국'이 담고 있는 시간적 긴장은 완전히 다르다. 

《지나간 미래》 413 '공화주의'는 '진보'가 전체 역사에서 이루기를 약속했던 것을 정치적 행동공간에서 수행하는 운동개념이었다. 

경험공간과 기대지평은 중요한 개념이기 때문에 얘기를 했는데, 다시 《하버드-C.H.베크 세계사》를 읽어가면서 이런 것들이 어떻게 구체적으로, 코젤렉은 유럽에서의 경험만 가지고 얘기를 하는데, 구체적으로 아시아나 이런 데서는 어떻게 받아들여지고 어떻게 개념화되었는가 그런 것들을 좀 더 구체적인 사례들을 통해서 상세하게 살펴보는 게 필요할 것 같다.  

이것으로  경험공간과 기대지평 개념 설명을 마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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