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티오의 책들 | 문학 고전 강의 — 63 제27강(2) 셰익스피어 《맥베스》

 

2023.11.07 문학 고전 강의 — 63 제27강(2) 셰익스피어 《맥베스》

⟪문학 고전 강의 - 내재하는 체험, 매개하는 서사⟫ 제27강(2)

-- 마녀들의 통찰과 예언
“맑음은 흐림, 흐림은 맑음,
안개와 더러운 공중을 헤매는 거.”
Fair is foul, and foul is fair,
Hover through the fog and filthy air, (1.1.12-13)

“앞으로 왕이 되실 분”
that shalt be king hereafter.(1.3.50)

- 마녀들이 사용하는 불길한 재료들의 목록
“모든 것을 다 말할 수 없다는 두려움, 그것은 우리가 이름들의 무한함을 마주했을 때뿐 아니라 사물의 무한함을 마주했을 때에도 우리를 덮친다. 문학의 역사에는 강박적으로 사물을 모아 놓은 예들이 가득하다. 때로 그것들은 환상적이다… 셰익스피어의 ⟪맥베스⟫[4.1.1-38]에서 마녀들이 사용하는 불길한 재료들의 목록처럼, 때로 그것들은 우리의 마음을 불안하게 한다.”(움베르토 에코, ⟪궁극의 리스트⟫, p. 67) 

 

 

《문학 고전 강의》 제27강을 본격적으로 읽겠다. 지난 시간에는 드라마 작가 · 창작자의 의도와 드라마를 읽는 또는 드라마를 보는 독자 그리고 관객의 의도, 게다가 당대의 관객 · 독자도 아닌 사람들이 이것을 볼 때 정말로 창작자의 의도와는 맞닿을 수 없다 라는 것이 분명해 보인다 라고 말했다. 《맥베스》는 정말 좋은 작품이다. 이번에 《문학 고전 강의》 해설 녹음을 위해서 다시 또 읽어봤는데 역시 좋은 작품이고 창작자의 의도가 어쨌든 간에 제가 좋으면 된 것 같다. 《문학 고전 강의》 제27강에 적힌 내용을 그대로 설명해도 좋겠지만 그것보다는 여러분들이 《문학 고전 강의》는 《문학 고전 강의》 대로 읽고, 《문학 고전 강의》에 다 담지 못한 내용들을 또 이렇게 팟캐스트로 하면 더 좋지 않겠는가.  그러니까 《문학 고전 강의》에 일단 이런 내용이 있다 라는 것을 간단하게 얘기하고, 특히 《맥베스》, 《오셀로》와 같은 근대 드라마들은 다시 읽어보니까 이렇더라 하는 것을 짚어보겠다. 

제27강은 자연적 힘과 초자연적 위력을 모두 동원하여 왕이 되려는 맥베스. 맥베스가 왕이 되려고 하고, 그런 맥베스 부인은 뭔가 좀 상태가 안 좋아지고 그다음에 제28강은 맥베스가 살해당하는 부분이다. 그러니까 책에서는 《맥베스》를 크게 두 부분으로 나눠서 써놓았다. 3막 4장을 대충 기준으로 삼았는데, 5막짜리 드라마니까 3막쯤에서 뭔가의 전환이 일어난다. 1막에서 맨 처음은 희랍비극의 서사에 해당하는 것으로, 말하자면 프롤로고스에 해당하는 것이다. 

 

오늘은 마녀 이야기를 해보려고 한다. 처음에 등장하는 대사가 마녀이다. 처음에 마녀가 등장하는데 그때는 별로 안 했던 것 같다. 맥베스가 기독교의 도움을 받을 수 없으니까 마녀의 힘을 빌려 뭔가를 좀 해보겠다. 그런데 《문학 고전 강의》에 "마녀들이 주고받는 말 역시 드라마 전체의 분위기와 결말을 예견하게 한다."고 써놓았다. 어떻게 보면 마녀가 희랍 드라마에서의 코로스 역할을 하지 않나 그런 생각도 할 수 있다. 특히 1막 1장 12행에서 13행을 인용했는데 "맑음은 흐림, 흐림은 맑음, / 안개와 더러운 공중을 헤매는 거." "세상에는 확고한 정체성을 가진 것이 없고, 그러한 자기 정체성을 그대로 유지하는 것은 없다는 것입니다."라고 했다. 제가 해석한 게 아니라 대체로 이렇게 해석을 한다. 

《맥베스》 1막 1장
마녀들 모두: 맑음은 흐림, 흐림은 맑음, / 안개와 더러운 공중을 헤매는 거.


여기서 마녀의 역할에 주목을 할 필요가 있다. 맥베스의 종교적인 신념, 여기서 종교적이라고 하는 것은 독실한 그런 게 아니라 종교적인 것, 신비한 것 또는 마법적인 것 또는 합리적인 어떤 통찰로 귀결되지 않는 것 이런 것들을 모두 다 가리킬 때종교적이라는 말을 쓰기로 하자. 종교적이라고 하는 말에 지나치게 많은 규정을 집어넣어서 뭔가 얘기할 필요는 없다. 마녀의 역할이 중요한데 1막 1장에서 나오고, 그다음에 1막 3장에서 나오고, 그다음에 3막 5장에서 마녀들의 여왕인 헤카테를 만난다. 그리고 이제 4막 1장에서 마법의 힘을 원하는 맥베스 얘기가 나온다. 그것은 제28강 하면서 얘기를 할 것이다. 마녀 얘기를 이렇게 주목하게 된 이유는. 그러니까 마녀가 다 해서 네 번 나온다. 마녀와 마녀들의 여왕인 헤카테까지 해서 네 번 나오는데, 제가 마녀 얘기를 이렇게 주목하게 된 이유는, 움베르토 에코의 《궁극의 리스트》를 보면 무한한 것들의 목록이 있다. 거기서 이런 말을 한다. "모든 것을 다 말할 수 없다는 두려움, 그것은 우리가 이름들의 무한함을 마주했을 때뿐 아니라 사물의 무한함을 마주했을 때에도 우리를 덮친다." 사물의 무한함이 있을까, 과학적으로는 아니다. 사물의 무한함이라고 하는 건 없다. 왜냐하면 우주는 유한하기 때문이다. 우주는 닫혀 있다. 우주가 유한하기 때문에 사물의 무한함이 있을 수 없다. 다만 우리가 헤아릴 수 없을 뿐이다. 헤아릴 수 없다는 것은 정말 두렵다. 두려움이다. 그의 마음을 헤아릴 수 없어 두렵다. '그의 마음을 헤아릴 수 없으니 얼마나 기분이 좋아'라는 말은 없다. 연결이 안 된다. 에코가 얘기하는 것도 그것이다. "모든 것을 다 말할 수 없다는 두려움," 알고 있는 것이 아니라 여기서 모든 것을 다 말할 수 없다. 그러니까 우리가 호명할 수 없고, 내가 말로 할 수 없는 것들이 세상에 아주 많다는 것이다. 그것이 두렵고, "사물의 무한함을 마주했을 때에도 우리를 덮친다. 문학의 역사에는 강박적으로 사물을 모아 놓은 예들이 가득하다. 때로 그것들은 환상적이다." 환상적이라는 게 좋다는 뜻으로 쓰이기도 하지만 사람을 어지럽히게 하고 그 어지러움으로 인해서 사람이 두려움에 빠지기도 하고 그렇게 하는 것이 환상적인 것이기도 하다. "셰익스피어의 『맥베스』에서 마녀들이 사용하는 불길한 재료들의 목록처럼, 때로 그것들은 우리 마음을 불안하게 한다." 이 불길한 재료들의 목록이 4막 1장 1행부터 38행 사이에 쭉 길게 나열이 돼 있다. 그렇다면 에코가 이렇게 얘기를 했으니까 4막 1장부터가 불안함, 즉 맥베스의 불안함이라고 하는 것이 마녀의 등장으로 인해서 증폭되기 시작할 것이다. 그렇게 우리는 짐작할 수 있겠다. 

《궁극의 리스트》 67 사물의 목록
모든 것을 다 말할 수 없다는 두려움, 그것은 우리가 이름들의 무한함을 마주했을 때뿐 아니라 사물의 무한함을 마주했을 때에도 우리를 덮친다. 문학의 역사에는 강박적으로 사물을 모아 놓은 예들이 가득하다. 때로 그것들은 환상적이다.  아리오스토가 말한 대로, 오를란도의 두뇌를 되찾기 위해 달에 갔던 아스톨포가 달에서 발견한 사물들이 그런 예이다. 또한 셰익스피어의 『맥베스』에서 마녀들이 사용하는 불길한 재료들의 목록처럼, 때로 그것들은 우리 마음을 불안하게 한다. 마리노가 『아도니스』에서 묘사하는 수많은 꽃처럼, 때로 그것들은 황홀한 향기를 풍긴다. 또한 로빈슨 크루소가 홀로 섬에서 살아갈 수 있도록 도와준 표류해온 화물들의 무더기나, 마크 트웨인의 톰 소여가 모은 보잘것없고 시시한 보물들처럼, 때로 그것들은 빈약하면서도 중요하다. 조이스의 『율리시스』에서 레오폴드 블룸이 부엌 찬장 서랍 속에 모아 놓은 수많은 잡동사니처럼, 때로 그것들은 현기증이 날 정도로 평범하다. 토마스 만의 『파우스트 박사』에 묘사된 악기 컬렉션처럼, 때로 그것들은 박제된 듯, 장례식처럼 거의 움직임이 없는 상태임에도 불구하고 날카롭고 매섭다. 또한 파트리크 쥐스킨트가 묘사한 도시에서처럼, 때로 그것들은 그저 냄새를 풍기거나 코를 찌르는 악취를 발산한다. 


 첫 번째 1막 1장에서 마녀가 등장할 때인 12행에서 13행 사이 부분은 그냥 앞날을 예견한다는 그런 것을 생각할 수 있겠다.  그리고 1막 3장도 마녀의 얘기부터 시작한다. 그리고 맥베스가 등장을 했는데 "첫번째 마녀: 모두 맥베스께 인사! 환영, 글래미스 경. / 두번째 마녀: 모두 맥베스께 인사! 만세, 코더 경. / 세 번째 마녀: 만세, 맥베스 님, 앞으로 왕이 되실 분!"라고 말한다. 아직 일어나지 않은 일이 이렇게 연결이 되어 있다. 그러니까 이건 이제 예측을 하는 것이다. 앞날을 예측하는 것이고 그다음에 뱅쿼에게도 이런 얘기 한다. "그대는 왕들을 낳으리라. 몸소 되지는 못하지만. / 하여 모두 만세, 맥베스와 뱅쿼!" 1막 3장에서는 맥베스와 뱅쿼의 앞날을 예견한다. 

《맥베스》 1막 3장
맥베스: (마녀들에게) 말하라. 할 수 있으면 정체가 뭐냐?
첫번째 마녀: 모두 맥베스께 인사! 환영, 글래미스 경.
두번째 마녀: 모두 맥베스께 인사! 만세, 코더 경.
세 번째 마녀: 만세, 맥베스 님, 앞으로 왕이 되실 분!

《맥베스》 1막 3장
세 번째 마녀: 그대는 왕들을 낳으리라. 몸소 되지는 못하지만.
하여 모두 만세, 맥베스와 뱅쿼!


그다음에 3막5장을 보면 "아니, 어쩐 일이십니까, 헤카테님? 노여워 보이십니다.”, 헤카테가 마녀들의 여왕인데, 화가 났다. 맥베스와 거래하고 교통한다는 얘기를 쭉한다. 3막 5장에서는 이렇게 아주 짧게 얘기가 되는데, 4막 1장에서는 천둥소리와 함께 세 마녀가 등장하고 그다음에 헤카테가 마녀들에게 뭔가 업무를 시킨 모양인지 "오! 잘해 놨구나! 수고했다. / 그리고 모두 생기는 게 있을 게다."라고 말하는데 맥베스가 이제 마녀들을 보고 "맥베스: 뭐냐, 은밀하고, 검고, 그리고 밤을 틈타는 너희 늙은 마녀들, 뭐 하는 짓이냐? / 모든 마녀들: 이름 없는 행위다. / 맥베스: 엄히 명하노라, 너희가 종사하는 바로 그 마법으로,  /   너희가 어떻게 알게 되었든, 내 말에 답하라." 여기 4막 1장에서 맥베스가 마녀들에게 요구하는 바이고, 이 부분에서 헤카테와 대화가 이어지기도 한다. 그러고 나서는 이 드라마에서는 마녀가 더 이상 등장하지 않는다. 

《맥베스》 3막 5장
첫 번째 마녀: 아니, 어쩐 일이십니까, 헤카테님? 노여워 보이십니다.
헤카테: 내가 멍청인 줄 아나, 너희들이야 늙은 마녀라지만? 
시건방지고 오만한 것들, 어떻게 너희들이 감히 
맥베스와 거래하고 교통할 수 있단 말이냐, 
죽음의 문제를 놓고 수수께끼 짓거리나 하면서, 
그리고 나를, 너희들 마법의 여주인이고, 
온갖 해악을 몰래 꾸며 대는 나를 
한 번도 부르지 않았더란 말이냐, 내 역할을 맡거나 
우리 마법의 영광을 과시하게끔?━

《맥베스》 4막 1장
맥베스: 뭐냐, 은밀하고, 검고, 그리고 밤을 틈타는 너희 늙은 마녀들, 뭐 하는 짓이냐?
모든 마녀들: 이름 없는 행위다.
맥베스: 엄히 명하노라, 너희가 종사하는 바로 그 마법으로, 
  너희가 어떻게 알게 되었든, 내 말에 답하라. 
  설령 너희가 바람을 고삐 풀고 그것들이 
  교회에 맞서 싸우게 할망정, 거품 이는 파도가 
  항해를 쳐부수고 집어삼킬망정.
  익은 벼 이삭이 때려눕혀지고 나무들이 바람에 꺾일망정.
  성이 뒤집혀 파수병 머리 위로 떨어질망정.
  궁정과 피라미드들이
  머리를 토대 쪽으로 꺾을망정, 자연의 씨앗의 
  보물들이 온통 한데 굴러 떨어질망정. 
  차라리 파멸이 식상할 때까지라도, 답하라, 
  내가 너희한테 묻는 말에.


움베르토 에코가 지적한 마녀들이 사용하는 불길한 재료들의 목록이 4막 1장 1행부터 38행까지 있다.이제 그분을 읽어보자. "첫 번째 마녀: 세번 얼룩무늬 고양이가 야옹댔어. / 두 번째 마녀: 세 번, 그리고 한번 고슴도치가 낑낑댔어. / 세번째 마녀: 하피들이 '시간 됐어, 시간 됐다' 소리치잖아. / 첫 번째 마녀: 가마솥 둘레를 빙빙 도는 거야, / 집어넣자, 그 독물 입힌 내장 속에다. / 두꺼비, 차가운 돌 밑에서 / 31일 낮과 밤 동안 / 자면서 만든 맹독에 쩔은, / 네놈 먼저 끓어라, 마법의 단지 속에서. / 모두: 두번, 두번, 부지런히, 귀찮게, / 불은 불타고, 가마솥은 부글대고, / 두 번째 마녀: 늪지 사는 뱀 토막, / 가마솥에 끓이고 굽고, / 도롱뇽 누깔과 개구리 발가락, / 박쥐 털과 개 혓바닥, / 독사의 포크 혓바닥과 눈먼 벌레 독침, / 도마뱀 꼬리와 새끼 부엉이 날개. / 이 마법은 강력한 사고를 치게 될 거야, / 지옥의 수프처럼 끓고 거품 나고, / 모두: 두 번, 두 번, 부지런히, 귀찮게, / 불은 불타고, 가마솥은 부글대고, / 세 번째 마녀: 용비늘, 늑대 이빨, / 바짝 말린 마녀 살덩어리, 포식한 / 소금바다 상어의 위장과 식도, / 어두울 때 캐낸 독초 뿌리, / 불경스런 유태인의 간장, / 염소 쓸개즙, 그리고 월식 때 잘린 / 묘지 주목 조각, / 터키 놈 코, 타타르 놈 입술, / 태어나다 질식사한 애기 손가락, / 창녀가 도랑에 내깔긴 애기의, / 그게 죽을 진하고 독성 강하게 하지. / 거기다 호랑이 내장을 섞어 봐, / 가마솥 재료로 죽이는 거야. / 모두: 두번, 두번, 부지런히, 귀찮게, / 불은 불타고, 가마솥은 부글대고. / 두 번째 마녀: 그걸 개코원숭이 피로 식히면 / 마법이 확실하고 효과가 좋지." 

《맥베스》 4막 1장
첫 번째 마녀: 세번 얼룩무늬 고양이가 야옹댔어. 
두 번째 마녀: 세 번, 그리고 한번 고슴도치가 낑낑댔어. 
세번째 마녀: 하피들이 '시간 됐어, 시간 됐다' 소리치잖아. 
첫 번째 마녀: 가마솥 둘레를 빙빙 도는 거야, 
   집어넣자, 그 독물 입힌 내장 속에다.
  두꺼비, 차가운 돌 밑에서
  31일 낮과 밤 동안 
  자면서 만든 맹독에 쩔은, 
  네놈 먼저 끓어라, 마법의 단지 속에서. 
모두: 두번, 두번, 부지런히, 귀찮게, 
  불은 불타고, 가마솥은 부글대고, 
두 번째 마녀: 늪지 사는 뱀 토막, 
  가마솥에 끓이고 굽고, 
  도롱뇽 누깔과 개구리 발가락, 
  박쥐 털과 개 혓바닥, 
  독사의 포크 혓바닥과 눈먼 벌레 독침, 
  도마뱀 꼬리와 새끼 부엉이 날개.
  이 마법은 강력한 사고를 치게 될 거야, 
  지옥의 수프처럼 끓고 거품 나고, 
모두: 두 번, 두 번, 부지런히, 귀찮게, 
  불은 불타고, 가마솥은 부글대고, 
세 번째 마녀: 용비늘, 늑대 이빨, 
  바짝 말린 마녀 살덩어리, 포식한 
  소금바다 상어의 위장과 식도, 
  어두울 때 캐낸 독초 뿌리, 
  불경스런 유태인의 간장, 
  염소 쓸개즙, 그리고 월식 때 잘린 
  묘지 주목 조각, 
  터키 놈 코, 타타르 놈 입술, 
  태어나다 질식사한 애기 손가락, 
  창녀가 도랑에 내깔긴 애기의, 
  그게 죽을 진하고 독성 강하게 하지. 
  거기다 호랑이 내장을 섞어 봐, 
  가마솥 재료로 죽이는 거야. 
모두: 두번, 두번, 부지런히, 귀찮게, 
  불은 불타고, 가마솥은 부글대고. 
두 번째 마녀: 그걸 개코원숭이 피로 식히면 
  마법이 확실하고 효과가 좋지.

헤카테 및 다른 세 마녀 등장

헤카테: 오, 잘해 놨구나! 수고했다. 
  그리고 모두 생기는 게 있을게다.


여기 지금 마녀들이 사용하는 온갖 안 좋은 것들이 쭉 나온다. 그러니까 마녀들의 여왕인 헤카테가 등장해서 "오, 잘해 놨구나! 수고했다. / 그리고 모두 생기는 게 있을게다."라고 말한다. 그러니까 이런 짓을 하고 있는데 맥베스가 등장해서 너희가 뭐 하는 짓이냐 그러니까 이름 없는 행위다 라고 얘기한다. 맥베스가 이제 너희들은 그 마법으로 내 말에 답하라 라고 말한다. 그래서 맥베스가 그 망령들을 불러오라고 하니까 그러니까 "돼지피를 쏟아부어 / 새끼 아홉을 다 잡아먹은 돼지피. 기름, /  살인자 교수대에 분비된 기름도 던져, / 불꽃 속으로" 라고 말한다. 지금 4막 1장에는 에코가 지적한 것처럼 마녀들이 사용하는 불길한 재료들의 목록이 쭉 이렇게 이어져 있다. 이런 것들이 에코는 우리의 마음을 불안하게 한다고 말한다. 맥베스가 마녀들의 힘을 빌려서 망령을 불러오는데 이게 불길한 것들이라는 것이다. 

《맥베스》 4막 1장
첫 번째 마녀: 돼지피를 쏟아부어
  새끼 아홉을 다 잡아먹은 돼지피. 기름, 
  살인자 교수대에 분비된 기름도 던져, 
  불꽃 속으로


이런 마녀들이 등장한다고 하는 이 부분, 우리가 일상생활에서는 아니지만 어쨌든 얘기를 할 때 '마가 끼었다'라는 말들을 더러 한다. 그 마라고 하는 것이 구체적으로 뭔지는 나열이 되지 않지만 가령 여기 4막 1장에 나오는 것처럼 그런 불길한 재료들의 목록을 쭉 나열하면서 '마가 끼었겠다'고 말을 하면 굉장히 두려움이 앞설 것이다. 그런데 1막 3장에서는 세 번째 마녀가 "앞으로 왕이 되실 분" 이렇게 얘기하니까 "시간의 씨앗 속을 너희가 들여다볼 수 있다면 / 어떤 낱알이 자라고 어떤 낱알이 안 자랄 수 있지 알 수 있다면, / 내게 말해다오. 은총을 구걸하지도 / 그대들의 증오를 두려워하지도 않을 것이니." 1막 3장에서는 맥베스는 사람이 반듯하다. 그런데 4막 1장에 가면 어떻가. 완전히 나쁜 놈이 다 되었다. 1막 3장의 그 부분은 예언이다. 이건 굉장히 단단하게 자기 자신에 대한 확고한, “은총을 구걸하지도 / 그대들의 증오를 두려워하지도 않을 것이니." 초자연적인 것에 대한 일체의 의존 없는 그런 단단한 모습이다. 이 부분이 유명한 모습이다. 그런데 이제 5막 5장과는 정말 대비되어서 보인다. 지난번에 《맥베스》의 주제라고 얘기했던 부분인 " 내일, 또 내일, 또 내일이 /  기어간다. 이런 사소한 속도로 매일매일, /   기록된 시간의 마지막 음절에 이를 때까지, /  그리고 우리들의 어제는 밝혀 주었다. 바보들에게 /   먼지투성이 죽음에 이르는 길을. 꺼져라. 꺼져. 짧은 촛불이여. / 인생은 걸어 다니는 그림자일 뿐, 불쌍한 연기자가 / 무대 위를 잰 체 활보하며 자신의 시간을 안달복달하는 짓일 뿐. / 그러고는 더 이상 듣는 이 없는 것일 뿐. 그것은 / 백치가 들려주는 이야기. 소리와 분노로 가득 찼으나,  / 아무 의미도 없는." 인생은 걸어다니는 그림자라고 하는 이 얘기가 어디서 나오는가. 매일매일 기록된 시간의 마지막 음절에 이를 때까지, 이렇게 시간이라고 하는 건 이게 참으로 덧없고 의미없는 것이다 라는 것이다.  1막 3장에 "시간의 씨앗 속을 너희가 들여다볼 수 있다면"의 시간 앞에서 당당한 맥베스와 그냥 이렇게 시간에 무너져버린 맥베스, 이것이 1막 3장과 5막 5장의 시간의 모습이 대비된다. 

《맥베스》 1막 3장
맥베스: 시간의 씨앗 속을 너희가 들여다볼 수 있다면 
  어떤 낱알이 자라고 어떤 낱알이 안 자랄 수 있지 알 수 있다면, 
  내게 말해다오. 은총을 구걸하지도
  그대들의 증오를 두려워하지도 않을 것이니.

《맥베스》 5막 5장
맥베스: 다음 날에 죽어도 되겠거늘.
  이런 말을 할 날이 있었으리라.
 내일, 또 내일, 또 내일이
  기어간다. 이런 사소한 속도로 매일매일,
  기록된 시간의 마지막 음절에 이를 때까지,
  그리고 우리들의 어제는 밝혀 주었다. 바보들에게
  먼지투성이 죽음에 이르는 길을. 꺼져라. 꺼져. 짧은 촛불이여.
  인생은 걸어 다니는 그림자일 뿐, 불쌍한 연기자가 
  무대 위를 잰 체 활보하며 자신의 시간을 안달복달하는 짓일 뿐. 
  그러고는 더 이상 듣는 이 없는 것일 뿐. 그것은
  백치가 들려주는 이야기. 소리와 분노로 가득 찼으나, 
  아무 의미도 없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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