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티오의 책들 | 문학 고전 강의 — 67 제28강(1) 셰익스피어 《맥베스》

 

2023.11.22 문학 고전 강의 — 67 제28강(1) 셰익스피어 《맥베스》

⟪문학 고전 강의 - 내재하는 체험, 매개하는 서사⟫ 제28강(1)

- 맥베스의 자기의식
“엄히 명하노라, 너희가 종사하는 바로 그 마법으로.
너희가 어떻게 알게 되었든, 내 말에 답하라. 
설령 너희가 바람을 고삐 풀고 그것들이 
교회에 맞서 싸우게 할망정. 거품 이는 파도가 
항해를 쳐부수고 집어삼킬망정,
익은 벼 이삭이 때려눕혀지고 나무들이 바람에 꺽일망정,
성이 뒤집혀 파수병 머리 위로 떨어질망정,
궁정과 피라미드들이
머리를 토대 쪽으로 꺾을 망정, 자연의 씨앗의 
보물들이 온통 한데 굴러 떨어질망정,
차라리 파멸이 식상할 때까지라도 답하라,
내가 너희한테 묻는 말에.”

I conjure you, by that which you profess,
Howe'er you come to know it, answer me:
Though you untie the winds and let them fight
Against the churches; though the yesty waves
Confound and swallow navigation up;
Though bladed corn be lodged and trees blown down;
Though castles topple on their warders' heads;
Though palaces and pyramids do slope
Their heads to their foundations; though the treasure
Of nature's germens tumble all together,
Even till destruction sicken; answer me
To what I ask you.(4.1.50-61)

 

 

《문학 고전 강의》 제28강 권력욕의 끝에서 초자연적 힘에 의해 살해당하는 맥베스를 읽는다. 초자연적인 힘이라고 하는 말이 무엇일까. 이번에 세네카의 《비극 전집》을 보면 세네카가 르네상스, 셰익스피어의 작품들에 영향을 미쳤다는 강대진 박사의 설명이 있다. 그것을 보니까 좀 달리 보이는 부분도 있는데, 지금 세네카 《비극 전집》 전체를 개관해서 책담화冊談話에서 말하고 있는데, 저는 《아가멤논》과 《오이디푸스》가 특히 오이디푸스와 이오카스테의 확연히 대비되는 태도 그다음에 《아가멤논》에서 카산드라가 굉장히 멋지게 나오는데, 아이스퀼로스에서는 카산드라가 좀 소홀하게 다뤄진 점이 있다. 이번에 세네카의 《비극 전집》이 번역이 된 게 아주 저에게는 좋은, 특히 《아가멤논》이라고 하는 작품을 다시 볼 수 있는 기회가 되었다. 아이스퀼로스의 《아가멤논》과 세네카의 《아가멤논》을 보면서 이 둘의 연결되어 있는 하나의 지점을 생각을 해보고 있는 중이다. 

그러면서 지금 "권력욕의 끝에서 초자연적 힘에 의해 살해당하는 맥베스"에서 초자연적 힘이 뭘까를 생각해 보면 moira가 아닐까 한다.  에우리피데스에 오면 tykhē, 그러니까 fortuna의 위력이 확연하게 드러나는데 그 이전에 moira가 있다. 사람이 벗어날 수 없는 힘으로서의, 맥베스의 命라고 하는 것, 맥베스에게 할당된 moira는, 그게 이제 초자연적인 힘이라고 할 수 있겠는데, 그것은 무엇이었을까. 왕이 되기는 되는데 그것이 목숨을 대가로 하는 왕의 자리가 아니었는가. 운이 좋게 그러니까 fortuna 여신이 자신에게 왔고, 그것을 잡았다. 그러니까 기울였다bend up. 그것을 권력을 잡기 위해서 기울였는데, 그러나 맥베스는 그것을 오래도록 유지할 수 없었던 것이다. 그것이 맥베스의 moira였다. 그렇게 생각한다면 어떻게 살았어야 할까. 자신의 moira를 알면 왕이 되고 일찍 죽느냐, 왕이 되고 한순간에 영화를 누리고 일찍 죽는가 아니면 치욕을 겪으면서 살 것인가 아니면 그냥 왕이 되지 않고 잔잔하게 쭉 살아갈 것인가. 치욕스럽게 사는 것은 오랜 시간 동안 견디니까 기나긴 죽음이다. 오이디푸스가 이제 그렇게 된 것이다. 여기서 초자연적인 힘이라고 하는 것이 맥베스에게 주어진 기본 값이고 moira이다.  

뱅쿼의 아들은 죽지 않았고 맥베스의 마음은 평화로워지지 않았다. 뱅쿼 아들의 목숨을 손에서 놓쳐버렸으니 욕망이 무한히 증폭되는데, 거기서 이 사람이 감당하기 어려운 상태로 빠져들고 이제 더 이상 tykhē 여신도 그에게는 운을 돌려주지 않는다. 그러다 보니까 초자연적인 것에 대한 의존이 더욱 심해지는데 이미 초자연적인 힘인 moira는 맥베스의 죽음을 준비해 둔 것이다. 그러니 마지막에 맥베스를 죽이는 사람인데, 맥더프에 대한 불안감이 밀려온다. 그래서 "운명 자매"들을 찾아가고 자신이 가지고 있는 무력과 사내다움을 호언장담하였으나 그것만 믿고 있을 수는 없는 상황에 처했던 것이다. 이게 인간이 할 수 있는 건 다 해보지만, 어떻게 보면 우리가 보기에는 여기서 올바름이 《맥베스》 드라마에서 실현되었다고 할 수 있다. 셰익스피어는 그걸 보여주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나대지 마라. 정통적이지 않은 자들은, 왕을 살해하고 뭔가 한 자들은 결국 이렇게 된다 라는 것을 보여주려고 했던 것이 아닌가 한다. 《맥베스》는 셰익스피어 비극의 마지막 작품인데 엘리자베스 1세를 노리는 자들에게 뭔가 메시지를 주려고 했던 건 아닐까 그렇게 생각을 해본다.  


그리고 레녹스와 영주가 대화하는 장면이 나오는데, 여기서 레녹스는 "성스러운 어떤 천사가 / 잉글랜드 궁정으로 날아가 일러주었으면, / 그의 메시지를, 그가 도착하기 전에 말이오." 맥베스는 스코틀랜드 사람인데 잉글랜드의 도움을 받아서, 그것은 바로 "성스러운 어떤 천사"는 기독교의 힘으로 맥베스를 쳐보겠다는 의지를 함축한다. 기독교에 대적할 수 있는 힘이라고 하는 것은 맥베스가 고작 찾아내는 게 마법이다. 

《맥베스》 3막 6장
레녹스: 그게 맥더프에게 올바른
  경고일지 모르지요. 가능한 한 맥베스한테서
  멀리 떨어져 있으라는. 성스러운 어떤 천사가 
  잉글랜드 궁정으로 날아가 일러주었으면, 
  그의 메시지를, 그가 도착하기 전에 말이오.

 

그래서 4막 1장에 맥베스가 이렇게 말하는 긴 대사, 마녀에게 명령하는 이 대사, 이게 맥베스의 마지막 절규 또는 요청, 큰소리 쳐보는 것이다. "엄히 명하노라, 너희가 종사하는 바로 그 마법으로. / 너희가 어떻게 알게 되었든, 내 말에 답하라. / 설령 너희가 바람을 고삐 풀고 그것들이 / 교회에 맞서 싸우게 할망정. 거품 이는 파도가 / 항해를 쳐부수고 집어삼킬망정, / 익은 벼 이삭이 때려눕혀지고 나무들이 바람에 꺽일망정," 온갖 어려움이 닥쳐도 계속해서 이은유를 계속 차곡차곡 쌓아올리고 있다. "성이 뒤집혀 파수병 머리 위로 떨어질망정," 갈수록 좀 더 센 것들이 나온다. "궁정과 피라미드들이 / 머리를 토대 쪽으로 꺾을 망정, 자연의 씨앗의 / 보물들이 온통 한데 굴러 떨어질망정, / 차라리 파멸이 식상할 때까지라도 답하라" 이 표현이 되게 좋은 것 같다. 너무나도 파멸을 많이 당해서 이제 파멸이 식상하다. 처음부터 파멸이 식상할 때까지 다 하라 라고 말했으면 이건 재미없었을 것이다. 그 앞에다가 은유를 차곡차곡 쌓았기 때문에, 파멸이 식상하다 라고 하는 추상적인 어휘가 구체적인 사물들을 이용한 은유가 앞에 쭉 나열되어 있음으로 해서 파멸이 식상한 것이다. 우리가 셰익스피어 드라마를 보고 뭔가 공부한다고 할 때 이런 것이 공부이다. 이런 것을 찾아서 쓰고 분석해야 한다. "싸우게 할망정", "집어삼킬망정", "꺽일망정", "떨어질망정", "꺾을 망정", "떨어질망정", 이렇게 망정을 6개를 했다. 그게 바로 파멸이 식상할 때, 이런 정도의 파멸이 있을 때 일어나는 현상이다. 파멸이 식상하다 라고 표현하는 것보다는 그 앞에 은유를 6개 쌓아 올려간다. 

《맥베스》 4막 1장
맥베스: 엄히 명하노라, 너희가 종사하는 바로 그 마법으로.
  너희가 어떻게 알게 되었든, 내 말에 답하라. 
  설령 너희가 바람을 고삐 풀고 그것들이 
  교회에 맞서 싸우게 할망정. 거품 이는 파도가 
  항해를 쳐부수고 집어삼킬망정,
  익은 벼 이삭이 때려눕혀지고 나무들이 바람에 꺽일망정,
  성이 뒤집혀 파수병 머리 위로 떨어질망정,
  궁정과 피라미드들이
  머리를 토대 쪽으로 꺾을 망정, 자연의 씨앗의 
  보물들이 온통 한데 굴러 떨어질망정,
  차라리 파멸이 식상할 때까지라도 답하라,
  내가 너희한테 묻는 말에.

 

5막에는 맥베스 부인과 의사가 등장한다. 의사는 영어로 doctor of physic, '자연 의사'이다. 의사가 말하는 "A great perturbation in nature."는 "매우 혼란스러운 상태야"로 번역이 되어있다. 이런 것들을 보면 굉장히 매력적인 그런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이 부분은 다음에 이어서 읽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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