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티오 출판사에서 제공하는 팟캐스트 '라티오의 책들'을 듣고 정리한다. 라티오 출판사에서 출간된 책들에 관한 강유원 선생님의 해설녹음이다.
팟캐스트 주소: https://ratiopress.podbean.com/
2023.11.25 문학 고전 강의 — 68 제28강(2) 셰익스피어 《맥베스》
⟪문학 고전 강의 - 내재하는 체험, 매개하는 서사⟫ 제28강(2)
- 악(evil)
자신의 편리와 이익을 취할 목적으로 타인에게 고의로 고통, 파괴, 위해를 가하는 행위
간계, 대인 조종, 도덕성에 대한 무관심, 공감 부족(machiavellianism)
반사회적인 무자비함과 냉담함(sociopathy)
잔혹한 행위를 통한 즐거움 추구(sadism)
자아 도취와 자만에서 나오는 극단적인 자기애(narcissism)
- 선악의 경계선을 넘어가게 하는 상황들
이 상황에 처하게 되면 누구나 사악한 짓을 할 수 있다는 것
탈개인화: 대상 인간의 인격 박탈, 번호 부여
탈인간화: 대상을 무가치한 동물로 취급
책임 분산: 귀책 개인이 불분명한 경우, 익명에 숨어 있는 경우
권태: 지루한 상황을 타파하기 위한 학대 행위
극도의 두려움에 의한 보복 행위
《문학 고전 강의》 제28강 두 번째 시간이다. 지난번에 맥베스의 자기 의식 부분인 4막 1장의 50행부터 61행까지 읽어봤다. 《문학 고전 강의》는 말그대로 작품을 느끼고 해야 되는데 그런 걸 느끼려면 뭔가를 알아야 한다. 전혀 알지 못하는 상태에서 느낀다는 게 어려우니까 그렇다. 지난 번 세네카의 《비극 전집》을 설명하면서도 말했듯이 《문학 고전 강의》에 있는 내용들은 그야말로 기본이다. 고전 텍스트를 읽는 가장 기본적인 것이다.
다음 주 수요일에 수원에서 「공공을 위한 시민 인문학」 특강을 하면서 얼핏 얘기를 하고자 하는 것 중에 하나인데, 교육부에서 내놓은 고시 알림을 보면 고등학교 교육 목표가 있다. 평생학습의 기본 능력을 기른다. 문제를 해결하고 새로운 상황에 능동적으로 대처하는 능력을 기른다. 새로운 문화 창출에 기여할 수 있는 자질과 태도를 기른다. 국가 공동체에 대한 책임감을 바탕으로 세계와 소통하는 민주시민으로서의 자질과 태도를 기른다. 고등학교 교육의 목표만 실현하면 사실 평생학습관과 같은 것은 필요가 없다. 이런 걸 하려면 우선 책 읽기와 글쓰기를 해야 되고 그다음에 자신이 살고 있는 사회가 어떤 모양으로 되어 있는지 그리고 그 사회에 살고 있는 인간은 어떤한지와 같은 것을 알아야 된다. 그다음에 새로운 문화를 창출하려면 고전과 예술에 대해서 알아야 된다. 그리고 민주시민으로서 살아가려고 하면 글로벌 히스토리와 공공 역사에 대해서 알아야 되고 이런 것들이 기본적인 것이다. 이제 고등학교에서는 이런 것을 하지 않으니 결국 평생학습관과 같은 곳에서 하게 되는데 셰익스피어의 드라마를 우리가 읽어서 영국을 숭배하고 셰익스피어의 무덤에 찾아가 보려고 하는 것은 아니다.
권력욕의 끝에서 초자연적인 힘에 의해 살해당하는 맥베스. 기독교 믿는 스코틀랜드 사람들이 잉글랜드로 피신했다가 다시 와서 맥베스를 살해한다는 얘기이다. 그런데 오늘 우리가 심각하게 읽어봐야 될 사람들은 사람은 레이디 맥베스와 의사의 대화이다. 5막 1장은 레이디 맥베스의 등장으로 시작을 한다. 5막 1장을 보면 "의사와 시녀 등장"으로 되어 있다. 그러니까 맥베스 이전에 맥베스 부인부터 파멸에 들어가게 된다. doctor of physic라는 단어는 생성으로서의 자연을 가리킨 말이다. 있는 그대로 보면 doctor of physic는 말 그대로 자연의 의사. "매우 혼란스러운 상태야. A great perturbation in nature." 본성이 아주 망가져 있다 라고 의사가 말을 하는데 "더러운 속삼임들이 유포된 상태요, 자연에 역행하는 행위들이 / 자연에 역행하는 괴로움을 낳는 법." 이러한 unnatural을 표현하는 단어들이 쭉 이어져서 나오고 있다. 맥베스 부인이 5막 1장에서 일단 진단을 이렇게 받고 맥베스와 의사와 시종들이 5막 3장에 나온다. 그리고 "여인에게서 태어난 누구도 나를 어쩌지 못할 것이다"라는 맥베스의 이 말로 의사의 말 따위는 무시해버리다가 결국 5막 5장에 가서는 우리가 처음부터 주목해서 읽었던 부분인 인생의 허무를 느끼고 있는 그런 부분이 나온다. 그런데 레이디 맥베스는 어떠한가. 손을 씻는다. 손을 씻으면서 도대체 안되겠구나 이렇게 생각하면서 끝을 맺는다.
《맥베스》 5막 1장
의사: 더러운 속삼임들이 유포된 상태요, 자연에 역행하는 행위들이
자연에 역행하는 괴로움을 낳는 법. 감염된 마음이
그들의 귀 먼 배게에 부려 놓지, 자신의 비밀을.
그녀에게는 의사보다 성직자가 더 필요합니다.
권력욕이라고 하는 것을 과연 어떻게 생각해 볼 것인가, 악한 자는 누구인가. 맥베스는 냉소와 허탈을 거쳐 자멸의 단계에 이르러 살해되는데 차라리 맥베스는 살해됐으니 낫다. 남의 손에 죽어버리면 살아서 죗값을 치렀다는 것 때문에 용서받을 게 있다. 그러니까 이승에서 다른 사람 손에 죽어버리는 게 훨씬 낫다는 말이다. 왕을 죽이고 왕위를 유지하기 위해 폭력을 휘둘렀으니까 그렇다. 나쁜 놈들은 자연사를 하면 안 된다. 자연사하면 이제 그때부터는 영원히 고통받는 그 이름 속으로 남게 되는데, 살아서 누군가에게 살해가 되면 그나마 조금이라도 용서를 받을 수 있다. 따라서 맥베스가 이렇게 자멸의 단계에 이르러 살해된 것은 맥베스를 위해서 좋은 일이었다고 생각된다. 그런 게 만약에 있다고 한다면 아주 티끌 같은 명예라도 하나 만들어 유지할 수 있게 해준 것이다. 자연사했으면 아마 어려울 것이라고 본다.
일반적으로 악이라고 하는 것은 "자신의 편리와 이익을 취할 목적으로 타인에게 고의로 고통, 파괴, 위해를 가하는 행위"로 규정된다. 악의 구체적인 내용으로는 간계(machiavellianism), 반사회적인 무자비함과 냉담함(sociopathy), 잔혹한 행위를 통한 즐거움 추구(sadism), 자아 도취와 자만에서 나오는 극단적인 자기애(narcissism)이 있다. 이때 맥베스는 "반사회적인 무자비함과 냉담함"에 해당한다. 맥베스의 상황이 그를 그렇게 만들었다는 건 변명이다. 상황을 엎어버릴 수 있는 힘을 가진 것이 인간의 의지이다. 상황에 따라 작동하는 원인은 무엇이었을까 했을 때 여러 가지가 있지만, 맥베스는 악에 처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 들어가 있었던 것은 사실이다. 그렇지만 악을 벗어나야 한다는 것 또한 그의 결단에 의해서 가능했다. 자신에 대한 과대한 망상, 자기 객관화 결여 그리고 타인과 대화하지 않거나 대화를 하더라도 타인의 말을 귀담아 듣지 않았던 것, 이건은 우리가 일상적으로 저지르는 것이다. 일상적으로 저지르는 이런 것들로 인해 악으로 빠지는데, 그 선을 넘어가려고 할 때의 감각이 있다. 이때 그 감각이라고 하는 것은 훈련해야 된다. 프란시스코 바렐라의 《윤리적 노하우》라는 책이 있는데 이 책을 보면 날이면 날마다 연습을 해야 한다 라는 얘기를 하고 있다. 그런 것들을 연습했어야 되는데, 맥베스는 마녀들의 말에 너무 현혹되어서 연습을 하지 않았던 것이 치명적이었던 것이다. 그나마 오늘 여러 차례 말한 것처럼 맥베스는 자연사한 게 아니어서 그나마 다행이 아닌가 한다. 자연사 했으면 맥베스 같은 놈들은 두고두고 속된 말로 까이게 된다. 그나마 칼에 맞아 죽어서 어쨌든 벌은 받고 죽었어 라는 말을 듣게 된다. 그렇지 않으면 살아있을 때는 세상 그 누구도 엎어버리지 못할 권세를 누리고 있는 것 같았지만, 죽어서는 영원토록 욕을 먹으면서 살아가지 않겠나 한다. 맥베스가 우리에게 주는 것도 바로 그런 것이다. 그런 것들이 우리에게는 직관적으로 다가오는 게 아닐까 한다.
다음 주 화요일부터 《오셀로》를 읽기 시작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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