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티오의 책들 | 문학 고전 강의 — 66 제27강(5) 셰익스피어 《맥베스》

 

2023.11.18 문학 고전 강의 — 66 제27강(5) 셰익스피어 《맥베스》

⟪문학 고전 강의 - 내재하는 체험, 매개하는 서사⟫ 제27강(5)

- 맥베스의 자기의식
“내 손이 왜 이 모양이야! 하, 두 손이 뽑아내는구나, 내 두 눈을.
거대한 넵튠의 온갖 대양이라면 씻어 낼 수 있을까, 이 피를
내 손에서 깨끗이? 아닐걸, 이 손이 오히려
광대한 바다를 물들일 거다, 붉게,
푸른색을 온통 붉게.”

What hands are here? ha! they pluck out mine eyes.
Will all great Neptune's ocean wash this blood
Clean from my hand? No, this my hand will rather
The multitudinous seas in incarnadine,
Making the green one red.(2.2.59-64)

- 맥베스 부인의 질타
“내 손도 당신과 같은 색이죠, 그러나 수치스러워요, 
당신처럼 하얗게 질린 심장은.

약간의 물이면 이 행위를 씻어낼 수 있어요.
그러니 얼마나 쉬워요! 당신의 결단력이
당신을 버렸어요.”
My hands are of your colour; but I shame
To wear a heart so white.

A little water clears us of this deed:
How easy is it, then! Your constancy
Hath left you unattended.(2.2.65-70)

 

 

오늘은 《문학 고전 강의》 제27강 권력에 가득 찬 맥베스의 이야기를 마저 읽겠다. 지난번에 기울인다bend up라고 하는 것 그리고 그것을 하기 위해서 맥베스가 무엇을 어떻게 하는가를 봤다. 중구난방 막 그렇게 난리치는 인생. 1막 7장에서 그러다가 곧바로 얼마 가지 않아서 2막에서는 자기가 자기 모습을 보고 놀란다. 이제 셰익스피어 드라마가 내면을 충실하게 보여준다고 하는 그런 거겠이겠다. 셰익스피어 시대에 사람들이 자기 의식이라고 하는 것이 생겨났다. 그런 것들이 중요한, "내 손이 왜 이 모양이야", 손을 보면서 즉 셰익스피어의 과장된 표현들이 있다. 과장은 두 가지 효과가 있다.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지나치게, 흔히 하는 말로 오버한다라는 역겨움을 불러일으키기도 하지만 어찌 보면 측근지심을 불러일으키기도 한다. 특히 권력에 취해서 나대다가 그것이 얼마나 하찮는 것에 기울였던 지를, 힘을 전심전력을 기울였던 것을 깨닫게 되었을 때 놀랍다. 여기 표현이 과장이다. "거대한 넵튠의 온갖 대양이라면 씻어 낼 수 있을까, 이 피를 / 내 손에서 깨끗이? 아닐걸, 이 손이 오히려 / 광대한 바다를 물들일 거다, 붉게, / 푸른색을 온통 붉게." 그래서 262페이지에 적어두었다. "두 손"은 행위를 가리키는 것이고 "두 눈"을 의식을 가리킨다. 행위가 의식을 망가뜨리고 있다. 의식이 행위와 따로 놀고 있다는 것을 자각하는 것이 바로 자기 의식인데, 그때 강한 사람은, 진정으로 강한 자는 자기 의식을 따라가간다. 반성된 의식을, 행위를 돌이켜본 의식을 따라가는데, 그렇게 따라갈 힘이 없는 자들은 행위를 따라간다. 손을 따라간다. 그게 차이이다. 자기 의식을 가진 자와 자기 의식을 갖지 못한 자의 차이는 바로 거기에 있다. 무엇을 따라가느냐, 거기에 익숙한 것을 따라가는 것이 인간이다. 

레이디 맥베스가 맥베스를 질책한다. 레이드 맥베스는 의식이 없기 때문에 그런 것이다.  자기 의식이 없으니까 갈등이 없다. 멋있는 사람 아니다. 늘 갈등하고 흔들리고 그러는 것이 멋있는 사람이다. 손을 따라가는 사람과 의식을 따라가는 사람, 의식과 손이 있다는 것을 자각하고, 의식을 따라서 손을 교정하려고 하는 사람이 멋있는 사람이다. 그래서 맥베스 부인의 대사가 참으로, "내 손도 당신과 같은 색이죠, 그러나 수치스러워요, / 당신처럼 하얗게 질린 심장은. ··· 약간의 물이면 이 행위를 씻어낼 수 있어요." 아무런 갈등이 없는 레이디 맥베스는 행위와 의식을 일치시켰다는 것이 좋기는 한데, 신념 체계와 삶의 방식을 일치시키는 게 좋기는 한데, 그것의 일치의 과정 자체에 대한 그 어떠한 반성도 없는 상태에서 일치시키는 것, 그것은 차라리 의식하지 않기로 결단을 내리는 것과 마찬가지가 되겠다. 여기서 독자들은 2막 2장에서 레이디 맥베스와 맥베스 사이의 그 차이를 생각해 보는 것이 좋다. 2막은 표면적으로는 덩컨왕 살해가 결정적인 사건인데, 사건 이전에 정말 중요한 부분은 맥베스와 레이디 맥베스 사이의 의식과 행위, 손과 눈, 이것 사이의 갈등과 긴장을 처리하는 방식에 있다.  이 드라마를 어떤 사건 중심으로 따라가다 보면, 덩컨왕을 맥베스가 죽인 것은 다 알고 있다. 정해진 답을 찾아가는 게 아니라 객관식으로 정답을 낼 수 없는 것들을 보는 것이 텍스트를 읽는 것이다.  그러면 그 전에 뭐가 있는가. 레이디 맥베스와 맥베스 사이의 대사. 그러니까 2막 2장에서 맥베스가 하는 말과 맥베스 부인이 하는 말의 차이를 유심히 봐야 될 것 같다. 아멘을 발음하지 못하는 백베스, 이 두 부분이 2막 2장에서 딱 이어진다. 맥베스가 “푸른색을 온통 붉게" 그런 다음에 곧바로 맥베스 부인이 뭐라고 하는 부분, 2막은 덩컨왕의 살해로 이루어지는데 그전에 2막 2장에서의 사건들을 잘 봐야한다. 이 부분을 읽어보겠다. "맥베스: 더는 안갈거야. / 한 짓을 생각하는 것조차 겁나는데, / 그걸 다시 보다니 난 못 해. / 맥베스 부인: 그렇게 의지가 박약해서야! / 비수를 내게 주셔요. 잠든 자와 죽은 자들은 / 그림자에 불과해요. 어린애 눈이나 / 악마의 그림을 보고 놀라는 거죠. 그가 피를 철철 흘리면, / 내가 그걸로 시종들 얼굴에 금박을 입히죠, / 그들 짓인 것처럼 보여야 하니까. / 안에서 노크 소리 / 맥베스: 어디서 나는 노크 소리지?━ / 어떻게 된 거야, 모든 소리에 질겁을 하다니? / 내 손이 왜 이 모양이야! 하, 두 손이 뽑아내는구나, 내 두 눈을." "they pluck out mine eyes.", 행위의 의미를 깨닫는 순간 강력한 죄의식이 밀려온다. "거대한 넵튠의 온갖 대양이라면 씻어 낼 수 있을까, 이 피를 / 내 손에서 깨끗이? 아닐걸, 이 손이 오히려 / 광대한 바다를 물들일 거다, 붉게, / 푸른색을 온통 붉게."

 

《맥베스》 2막 2장
맥베스: 하지만 왜 '아멘'을 발음하지 못한 거지?
    나야말로 은총이 아주 필요한 사람인데 '아멘'이 
   목구멍에 달라붙는 거야.


《맥베스》 2막 2장
맥베스: 더는 안갈거야.
    한 짓을 생각하는 것조차 겁나는데, 
   그걸 다시 보다니 난 못 해.
맥베스 부인: 그렇게 의지가 박약해서야!
   비수를 내게 주셔요. 잠든 자와 죽은 자들은
   그림자에 불과해요. 어린애 눈이나
   악마의 그림을 보고 놀라는 거죠. 그가 피를 철철 흘리면,
   내가 그걸로 시종들 얼굴에 금박을 입히죠,
 그들 짓인 것처럼 보여야 하니까.

안에서 노크 소리

맥베스: 어디서 나는 노크 소리지?━
   어떻게 된 거야, 모든 소리에 질겁을 하다니?
  내 손이 왜 이 모양이야! 하, 두 손이 뽑아내는구나, 내 두 눈을.
   거대한 넵튠의 온갖 대양이라면 씻어 낼 수 있을까, 이 피를
   내 손에서 깨끗이? 아닐걸, 이 손이 오히려
   광대한 바다를 물들일 거다, 붉게,
   푸른색을 온통 붉게.


그러고 나니까 맥베스 부인이 등장해서 "내  손도 당신과 같은 색이죠, 그러나 수치스러워요, / 당신처럼 하얗게 질린 심장은. ··· 약간의 물이면 이 행위를 씻어낼 수 있어요. / 그러니 얼마나 쉬워요! 당신의 결단력이 / 당신을 버렸어요."  

《맥베스》 2막 2장
맥베스 부인: 내  손도 당신과 같은 색이죠, 그러나 수치스러워요, 
   당신처럼 하얗게 질린 심장은.
   (안에서 노트소리)
   문을 두드리네요.
   남쪽 입구에서. 우린 방으로 들죠.
   약간의 물이면 이 행위를 씻어낼 수 있어요.
   그러니 얼마나 쉬워요! 당신의 결단력이
   당신을 버렸어요.

그런데 마지막에 맥베스가 이렇게 말한다.  "내 행위를 내가 아느니 차라리 내 자신을 모르는 게 최선이라."  맥베스는 의식을 없애버리려고 하는 것이다. 레이디 맥베스를 본받으려고 하는, 눈을 질끈 감아버린다고 하는 게 그런 것 아니겠는가. 2막 2장을 들고서 곰곰이 한번 읽어보았으면 한다. 


《맥베스》 2막 2장
맥베스: 내 행위를 내가 아느니 차라리 내 자신을 모르는 게 최선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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