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티오 출판사에서 제공하는 팟캐스트 '라티오의 책들'을 듣고 정리한다. 라티오 출판사에서 출간된 책들에 관한 강유원 선생님의 해설녹음이다.
팟캐스트 주소: https://ratiopress.podbean.com/
2023.11.15 문학 고전 강의 — 65 제27강(4) 셰익스피어 《맥베스》
⟪문학 고전 강의 - 내재하는 체험, 매개하는 서사⟫ 제27강(4)
- 맥베스의 권력욕
“결정했소. 내 기울이리다.
육체 각각의 힘을 이 끔찍한 위업에.
가요, 그리고 시간을 속이시오, 가장 아름다운 겉모습으로,
거짓된 얼굴이 숨겨야 하지, 거짓된 가슴의 내용은.”
I am settled, and bend up
Each corporal agent to this terrible feat.
Away, and mock the time with fairest show:
False face must hide what the false heart doth know.(1.7.79-82)
셰익스피어의 드라마 《맥베스》를 다룬 《문학 고전 강의》 제27강을 여러 번에 걸쳐서 읽고 있다. 오늘은 맥베스의 권력욕에 대해서 이야기해보려고 한다.
《문학 고전 강의》 254페이지를 보면 "맥베스를 움직이는 단 하나의 원리, 그의 모든 행위를 정당화하는 원칙은 '왕 노릇을 오래 한다'는 것뿐입니다." 권력욕이라고 부르는 것이다. 권력욕은 착한 것인지 악한 것인지를 따져 묻지 않기 때문에, 자연적인 힘이든 초자연적인 위력이든 모든 것을 동원하여 이것을 성취하려고 한다. 지난번에는 맥베스와 시간에 대해서 얘기했는데 시간이 지나서 더 이상 그 권력을 추구하는 것조차 덧없다고 여겨질 때 맥베스는 바로 허무주의에 들어가게 된다. 대립과 투쟁이 없는 허무이다. 그것의 반대에 있는 것이 권력욕이다. 대립과 투쟁이 극악무도하게 또는 잔인하게 부딪치는 지점이 바로 권력욕이다. 《맥베스》는 읽어보면 인간이 가지고 있는 것의 모든 정서의 국면을 다 가지고 있는 것 같다. 그래서 《맥베스》가 재미있다. 아무하고도 그 누구하고도 대립하지 않겠다는 것이 허무인데 그게 5막 5장에 나온 것이었고, 이번에는 착한 것이든 악한 것이든 자연적인 힘이든 초자연적인 위력이든 모든 것을 동원해서 대결을 하겠다 하는 것이 1막 3장에서 야망을 품는 모습으로 나온다.
"[방백] 글래미스, 그리고 코더 경. / 가장 큰 건 장차 있고" 지금은 글래미스인데 곧 있으면 코더경이 될 것이다. 가장 큰 건 장차 있고 가장 큰 것이 뒤에 있다는 얘기가 1막 3장에 나온다. "제왕을 소재로 한 연극 전개의 행복한 프롤로그"로 이제 두 개의 진실이 말해졌다는 것인데 권력욕이라고 하는 것은 좋은 것도 아니고 나쁜 것도 아니다. 권력욕이라고 하는 게 꼭 대통령이 된다든가 그런 것만이 아니다. 서로 어긋나는 것들을 자기 의지에 따라서 이렇게 끼워 맞춰보고자 하는 그런 힘이다. 누가 나에게 무슨 얘기를 했는데 이렇게 반대되는 의견을 내놓으면 그것을 꺾고 또는 화해 조정하고 해서 맞춰버리는 것이 권력욕이다. 그게 없으면 허무이다. 맥베스 부인도 그것이 있긴 하다. 그런데 맥베스 부인은 초자연적인 것 하나만 믿고 가는데 맥베스는 사실은 여러 가지를 이용한다. 그런 점에서는 맥베스는 맥베스 부인보다도 대립과 투쟁이 훨씬 더 드라마틱하게 나온다. 그게 《맥베스》가 가지고 있는 재미가 아닐까 한다. 그리고 259페이지에 적은 것처럼 "성격이 운명"이다. 《오이디푸스》나 이런 드라마에서는 벗어날 수 없는 주어진 상황이 있다. 물론 맥베스도 왕이 될 수 있는 운명이라고 마녀들이 예언을 했지만 그것은 맥베스가 가만히 있으면 되는 게 아니다. 그것을 쟁취하기 위해서 정말 말 그대로 혼신의 힘을 벌인다. 맥베스가 마녀들의 예언을 듣고 그래 왕이 되어야 겠다 라고 결심을 하지 않았으면 이 사건이 일어나지 않는다. 그런데 맥베스는 그것을 향해 간다. 말 그대로 캐릭터이다. 성격을 가진 등장인물이 셰익스피어 드라마에서 보이는 것이고, 그것에 이제 관객들은 열광을 할 것이다.
《맥베스》 1막 3장
맥베스: [방백] 글래미스, 그리고 코더 경.
가장 큰 건 장차 있고
《맥베스》 1막 3장
맥베스: [방백] 두 개의 진실이 말해졌다.
제왕을 소재로 한 연극 전개의
행복한 프롤로그.
맥베스는 이제 나쁘게 말하면 변명이고 좋게 말하면 정당화 논리를 밀고 간다. 마녀 예언이 정당화 논리가 되는 것 같지만 사실 맥베스는 자기가 만든 논리들을 거기다 덧붙이고 그래서 1막 7장에서 결정을 한다. "결정했소. 내 기울이리다." 이런 부분들이 《오이디푸스》와 결정적으로 달라지는 시점이 아닌가 싶다. 기울이리다. 이런 걸 결심해내는 것이 간단치 않은 일인데 이런 것을 해낸다. 그러니까 이런 마음을 먹는다고 하는 게 정말 쉽지 않다. 맥베스도 처음에는 망설인다. 맥베스 부인이 등장하기 전에 " 해치워야 할 때 해치워야 한다면, 그렇다면 좋겠지"라고 하면서 길게 혼잣말을 한다. 이제 풍부하게 발전된 심리적 내면이다. 그러다가 맥베스 부인이 마구 다그치니까 맥베스가 맨 마지막에 그렇게 말한다. "I am settled, and bend up / Each corporal agent to this terrible feat. / Away, and mock the time with fairest show: / False face must hide what the false heart doth know." 79행부터 82행까지에서 bend up, 번역어는 기울이리다. bend up은 쫙 빨아들여서 꺾는다는 의미이다. '혼신의 힘을 기울여'라고 할 때의 기울인다는 것이다. 안 되는 걸 억지로 가져다가 막 힘을 쓰는 것인데, 그런 것을 Each corporal agent라고 했는데 마음을 움직여가는 것을 표현해내는 것이다. 지난 시간 5막 5장에서 시간에 대한 맥베스의 모습을 보는 것과 지금 이것과는 완전히 전혀 다르다. 이렇게 센 인간이 그렇게 될 것인가. 그게 믿어지지 않을 정도이다. 좋게 말하면 활력이 넘친다. 살아있음의 증거라고도 할 수 있겠다. 물론 그렇게 할 때 레이디 맥베스가 앞에서 괴롭히긴 한다. 어떻게 보면 자기가 사내다운 일은 모두 해치우는 사람이라고 얘기하지만 사실 맥베스는 그렇게까지 사내다운 사람은 아닌 것 같다. 그렇다 하더라도 이제 시간을 속이고 거짓된 가슴의 내용을 거짓된 얼굴로 속이려 하고 그렇게 하면서 1막 7장이 끝난다. 이러면서 행동으로 옮겨가는, 덩컨을 죽이는 쪽으로 간다.
《맥베스》 1막 7장
맥베스: 결정했소. 내 기울이리다.
육체 각각의 힘을 이 끔찍한 위업에.
가요, 그리고 시간을 속이시오, 가장 아름다운 겉모습으로,
거짓된 얼굴이 숨겨야 하지, 거짓된 가슴의 내용은.
《맥베스》 1막 7장
맥베스: 해치워야 할 때 해치워야 한다면, 그렇다면 좋겠지.
그렇지만 2막 2장에서 맥베스는 또 스스로를 못 마땅해 한다. "내 손이 왜 이 모양이야! 하, 두 손이 뽑아내는구나, 내 두 눈을." 이렇게 간다. 계속 맥베스의 마음속에서 이런 것이 생기고 저런 것이 생기고 고요함에 이르지 못했다. 결국 5막 5장에 가서야 고요함에 이르는데, 그 이전의 맥베스는 계속해서 이런 것 저런 것이 왔다 갔다 한다. 그렇게 왔다 갔다 하는 것이 사실 인간의 본 모습이다. 어느 순간 이제 더 이상 왔다 갔다 하지 않았을 때 그때 사람은 고요함에 이르리라고 생각한다. 그런데 아직은 굳건한 맥베스의 그런 모습을 보여준다. 권력욕이라고 하는 것이 없으면 사실은 그렇게 움직이지는 않는다. 오늘은 맥베스의 권력욕, 그러니까 나 자신이 권력욕이 있는가 없는가를 한 번쯤은 따져보는 것도 재미있지 않겠나 한다.
《맥베스》 1막 7장
맥베스: 내 손이 왜 이 모양이야! 하, 두 손이 뽑아내는구나, 내 두 눈을.
거대한 넵튠의 온갖 대양이라면 씻어낼 수 있을까, 이 피를
내 손에서 깨끗이? 아닐 걸, 이 손이 오히려
광대한 바다를 물들일 거다, 붉게,
푸른색을 온통 붉게.
맥베스라고 하는 사람의 여러 가지의 내면의 갈등들, 또는 내면 안에서의, 자기 안에 있는 또 다른 자기가 투쟁하는 것들, 이런 것들을 보면서, 비극 작품의 마지막이 《맥베스》니까, 셰익스피어는 자기가 지금까지 썼던 비극에 들어가 있는 사람들의 내면들을 몽땅 가져다가 맥베스 안에 집어넣어 놓고 이렇게 처음부터 끝까지 펼쳐 보이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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