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천주교주교회의: 간추린 사회교리
- 책 밑줄긋기/책 2023-25
- 2023. 11. 13.
간추린 사회교리 - 한국천주교주교회의 지음/한국천주교주교회의 |
서문 - 통합적이고 연대적인 인도주의
제1부
제1장 인류에 대한 하느님 사랑의 계획
제2장 교회의 사명과 사회 교리
제3장 인간과 인권
제4장 교회의 사회 교리 원리들
제2부
제5장 사회의 기본 세포인 가정
제6장 인간 노동
제7장 경제생활
제8장 정치 공동체
제9장 국제 공동체
제10장 환경 보호
제11장 평화 증진
제3부
제12장 사회 교리와 교회 활동
결론 - 사랑의 문명을 위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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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문
통합적이고 연대적인 인도주의
가. 제삼천년기의 여명에서
1. 순례하는 백성인 교회는 “위대한 목자”(히브 13,20) 그리스도의 인도를 받아 그리스도교 제삼천년기로 들어서고 있다. 2000년 대희년에 우리가 통과한 ‘성문’(요한 10,9 참조)이신 예수 그리스도께서는 길이고 진리이며 생명이시다(요한 14,6 참조). 주님의 얼굴을 바라보며 우리는 역사의 유일한 구세주이시며 목표이신 그분께 대한 우리의 믿음과 바람을 확인한다.
교회는 모든 민족과 국가에게 끊임없이 말을 건넨다. 오로지 그리스도의 이름으로만 모든 인간이 구원을 받기 때문이다. 주 예수님께서 “값을 치르고”(1코린 6,20; 1베드 1,18-19 참조) 얻으신 구원은, 의인들이 죽은 다음 얻는 새 생명을 통해서 이루어지지만, 경제와 노동, 기술과 커뮤니케이션, 사회와 정치, 국제 공동체, 문화와 민족 간의 관계와 같은 실재들을 통하여 이 세상에도 현존한다. “예수님께서는 완전한 구원, 곧 인간 전체(全人)와 모든 인간에게 하느님의 자녀가 되는 놀라운 모습을 보여 주는 구원을 가져다주러 오셨다”
2. 제삼천년기의 여명에서 교회는 현세 사물에도 구원과 진정한 자유를 가져다주는 복음을 쉬지 않고 선포한다. 교회는 바오로 사도가 그의 제자 디모테오에게 한 엄숙한 권고를 명심하고 있다. “하느님의 말씀을 전파하시오. 기회가 좋든지 나쁘든지 꾸준히 전하고 끝까지 참고 가르치면서 사람들을 책망하고 훈계하고 격려하시오. 사람들이 건전한 가르침을 듣기 싫어할 때가 올 것입니다. 그 때에 그들은 자기네 귀를 만족시키기 위해서 마음에 맞는 교사들을 끌어들일 것입니다. 그리고 진리에는 귀를 기울이지 않고 꾸며낸 이야기에 마음을 팔 것입니다. 그러나 그대는 언제나 정신을 차리고 고난을 견디어내며 복음 전하는 일에 힘을 다하여 그대의 사명을 완수하시오”(2티모 4,2-5).
3. 교회의 여정에 함께 하는 우리 시대 사람들에게 교회는 자신의 사회 교리를 제시한다. 실제로, “복음을 전하는 자신의 사명을 다할 때, 교회는 그리스도의 이름으로, 인간의 품위와 사람들을 일치시켜야 할 그 소명을 인간에게 증언하는 것이다. 교회는 하느님의 지혜에 부합한, 정의와 평화가 요구하는 바를 사람들에게 가르친다.” 이 교리는 그 자체로 깊이 일치되어 있다. 이러한 교리적 일치는 온전하고 완전한 구원에 대한 믿음, 충만한 정의에 대한 바람, 그리고 그리스도 안에서 온 인류를 참 형제자매로 만드는 사랑에서 흘러나오는 것이다. 이는 세상에 대한 하느님의 사랑의 표현이다. 하느님께서는 이 세상을 극진히 사랑하시어 “외아들을 보내 주셨다”(요한 3,16). 그리스도께서 이룩하신 구원은 “땅 끝에 이르기까지”(사도 1,8) 선포되어야 하므로, 사랑의 새 계명은 온 인류 가족을 포함하며 한계가 없다.
4. 하느님의 사랑을 받고 있다는 것을 깨달은 백성은 자신의 탁월한 존엄을 이해하게 되고, 자만하지 않고 더욱 참다운 인간관계 안에서 이웃을 만나는 법을 배우게 된다. 하느님의 사랑으로 ‘새로워진’ 사람들은 관계의 척도와 질을 바꿀 수 있으며, 사회 구조까지 변화시킬 수 있다. 그들은 다툼이 있는 곳에 평화를 가져올 수 있고, 미움이 있는 곳에 형제적 관계를 형성하고 발전시킬 수 있으며, 인간이 다른 인간을 착취하는 곳에는 정의를 추구할 수 있는 사람들이다. 오로지 사랑만이 기존의 인간관계를 근본적으로 바꿀 수 있다. 바로 이러한 전망에서만 선의의 모든 사람은 진리와 선 안에서 정의와 인간 발전의 폭넓은 지평을 인식하게 될 것이다.
5. 사랑은 광범한 분야의 활동과 마주하며, 교회는 모든 사람을 대상으로 한 인간 전체에 관한 교회의 사회 교리를 통하여 인류에게 이바지하고자 한다. 수많은 가난한 형제자매들은 도움을, 수많은 억압받는 이들은 정의를, 수많은 실업자들은 일자리를, 수많은 민족들은 존중을 고대하고 있다. “어떻게 오늘날에도 굶주림으로 죽어 가는 사람들이 있으며, 글자를 읽고 쓸 줄 모르는 사람들, 가장 기본적인 치료도 받지 못하는 사람들, 집 없는 사람들이 있을 수 있다는 말입니까? 전통적인 형태의 빈곤에 더하여 좀 더 새로운 형태의 빈곤을 생각한다면, 빈곤의 형태는 끝도 없이 펼쳐질 것입니다. 새로운 형태의 빈곤은 흔히 재정적으로 풍족한 집단에서 나타나며, 이들은 삶의 의미를 상실한 데에서 오는 절망감, 마약 중독, 늙거나 아플 때 버림받을지 모른다는 불안감, 소외감, 사회적 차별 등으로 위협을 받습니다. ······ 또한 지구 곳곳을 사람이 살 수 없는 유해 지역으로 만드는 생태 위기의 전망에 대해서도 무관심할 수 없습니다. 또한 흔히 끔찍한 전쟁의 참상으로 위협받는 평화의 문제에 대해서나, 수많은 사람들 특히 어린이들에 대한 기본적인 인권 침해에 대해서도 무관심할 수 없습니다.”
6. 그리스도인의 사랑은 고발하고, 제안하며, 문화적 사회적 계획에 투신하도록 이끌고, 또한 긍정적인 활동을 고무함으로써 선의의 모든 사람이 진심으로 나름의 기여를 할 수 있게 한다. 인류는 하나의 단일한 운명으로 서로 연결되어 있다는 것을 더욱 명확히 깨달아가고 있다. 이 운명은, 통합적이고 완전한 인도주의를 바탕으로 한 책임을 공동으로 받아들일 것을 요구한다. 인류는, 이러한 상호 공동의 운명이 흔히 기술이나 경제적 요인들에 좌우되고 심지어는 강요되기도 한다는 것을 알고 있다. 또한 인류는 자신의 공동 여정을 이끌어 줄 도덕적 인식을 더욱 증대시킬 필요성을 느낀다. 수많은 기술적 혁신에 놀라워하는 현대인들은 그러한 진보가 현재와 미래에 인류의 진정한 선익을 지향하기를 강렬히 열망한다.
나. 이 문서의 의의
7. 그리스도인은, 통합적이고 연대적인 인도주의를 촉진하기 위한 출발점으로서 성찰 원리와 판단 기준과 행동 지침을 교회의 사회 교리 안에서 얻을 수 있다는 것을 안다. 따라서 이 교리를 알리는 일이 진정한 사목의 우선 과제이다. 사람들이 이 교리에 비추어 오늘날의 현실을 해석하고 적절한 행동 노선을 찾을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이다. “사회 교리를 가르치고 널리 펴는 일은 교회의 편에서는 복음 전파의 사명의 일부가 된다.”
바로 이러한 견지에서, 교회의 사회 교리의 기본 요소들을 제시하는 문서를 출간함으로써 교리와 새로운 복음화의 관계를 보여주는 것이 매우 유익하다고 판단되어, 본 문서를 작성하고 이를 전적으로 책임지는 교황청 정의평화평의회는 자체 위원들과 자문위원들, 교황청 타부서들, 그리고 여러 주교회의와 개별 주교들과 해당 주제의 전문가들의 광범위한 자문을 바탕으로 본문을 준비하였다.
8. 이 문서는 개괄적이나마 완전하고 체계적으로 교회의 사회적 가르침을 제시하고자 한다. 교회의 사회적 가르침은, 교회가 그리스도께서 이룩하신 구원의 은총에 충실하고 인류의 운명에 사랑의 관심을 가지고 지속적으로 노력하고 있다는 표시이며 또한 교도권의 신중한 성찰의 열매이기도 하다. 여기에서는 이 가르침에 대한 가장 적절한 신학적, 철학적, 도덕적, 문화적, 사목적 고찰을 사회 문제들과 연관시켜 체계적으로 제시해 놓았다. 이러한 방식으로, 역사의 여정에서 인류가 맞닥뜨리는 문제들이 복음을 만남으로써 얻게 되는 풍요로운 결실을 증언한다. 이 compendium을 연구할 때, 여기에 인용된 교도권 문헌들은 서로 다른 권위를 지니고 있음을 유념하는 것이 좋다. 공의회 문헌들과 회칙들에 더불어, 교황 연설과 교황청 여러 부서들이 작성한 문서들도 인용되었다. 알다시피, 그러나 다시 한 번 되풀이하자면, 다양한 차원의 가르침의 권위가 관련되어 있음을 독자들은 알아야 한다. 이 문서는 교회의 사회 교리의 기본 요소들을 제시할 뿐이며, 여러 지역 상황의 요청에 맞추어 적절히 적용하는 일은 각국 주교회의에 맡긴다.
9. 이 문서는 가톨릭 교회의 사회적 가르침을 교리적으로 집대성한 것의 기본 구조를 완전히 개관할 수 있게 한다. 이러한 개관을 통하여 우리는 전체적으로 고려해야 하는 오늘날의 사회 문제들에 적절히 대처할 수 있게 된다. 오늘날의 사회 문제들은 예전보다 더욱 상호 연계되어 있으며, 서로 영향을 주고 점점 더 인류 가족 전체의 관심사가 되어 가기 때문이다. 교회의 사회 교리를 설명할 때에는 문제 해결에 대한 체계적인 접근을 제시하여야 한다. 식별과 판단과 결정이 현실에 부합될 수 있게 하고, 연대와 희망이 복잡한 현 상황에 더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이다. 실제로 이러한 원리들은 그리스도교 인간학의 한 표현, 곧 인간을 향한 하느님 사랑의 계시에서 나온 결실이니만큼 서로 연관되어 있고 서로를 비추어 준다. 그러나 시대의 흐름과 사회적 환경의 변화 때문에 시대의 새로운 징표를 해석하려면 여기에서 야기되는 다양한 문제들에 대한 끊임없이 새로운 성찰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된다.
10. 이 문서는 우리 시대를 특징짓는 복합적인 사건들에 대한 도덕적 사목적 식별의 도구로서 제시된다. 곧 개인으로든 공동체로든 모든 사람이 더 큰 확신과 희망을 가지고 미래를 바라볼 수 있게 하는 태도를 가지고 선택을 하게 하는 지침서로, 사회 도덕성 분야에 대한 교회의 가르침에 대하여 신자들의 이해를 돕는 책으로 제시된다.
여기에서 우리 시대의 요구에 맞고 인간의 필요와 자원에 부응하는 새로운 전략이 나올 수 있다. 그러나 무엇보다, 이 문서는 사회 질서의 복음화를 위한 교회 안의 다양한 은사에 알맞은 성소를 재발견하는 동기가 될 수 있다. “교회의 모든 구성원은 이 세속적 차원에 동참하고” 있기 때문이다. 간단히 말해서, 이 문서는 진심으로 인류의 선익을 열망하는 모든 이와 대화를 나누기 위하여 마련된 것이다.
11. 이 문서는 누구보다도 주교들을 위하여 작성된 것이다. 주교들은 이 문서를 알리고 정확하게 해석하기 위한 가장 적절한 방식을 결정해야 하며, 실제로 이것은 주교의 '가르치는 임무'에 속한다. 주교는 "지상 사물과 인간 제도들도 창조주이신 하느님의 계획대로 인간 구원을 위하여 마련된 것이며 따라서 그리스도의 몸을 이룩하는 데에 적지 않게 이바지할 수 있다는 사실을" 가르쳐야 한다. 사제, 남녀 수도자, 그리고 일반적으로 양성 책임자들은 이 문서 안에서 교육 지침과 사목 도구를 발견하게 될 것이다. “현세의 일을 하고 하느님의 뜻대로 관리하며” 하느님의 나라를 추구하는 평신도들은 이 문서에서 그들의 특수한 사명을 밝혀 주는 빛을 얻게 될 것이다. 그리스도교 공동체들은 이 문서의 도움으로 상황을 객관적으로 분석하고, 영원불변한 복음의 말씀에 비추어 이를 해석하며, 성찰 원리와 판단 기준과 행동 지침을 세울 수 있을 것이다.
12. 또한 다른 교회와 교회 공동체의 형제들, 타종교 신자들뿐만 아니라 공동선을 위하여 헌신적으로 일하는 선의의 모든 사람들에게도 이 문서를 권한다. 그들이 이 문서를 하느님 성령의 현존에 대한 무수한 징표가 새겨져 있는 보편적 인간 경험의 열매로서 받아들이기를 바란다. 이 문서는 그 안에서 새 것도 꺼내고 낡은 것도 꺼낼 수 있는 곳간(마태 13,52 참조)과 같다. 교회는 “온갖 훌륭한 은혜와 모든 완전한 선물을”(야고 1,17) 베풀어 주시는 하느님께 감사드리며 이를 함께 나누고자 한다. 이는 현대의 종교와 문화들이 대화에 개방적인 자세를 보이고 정의와 형제애, 평화와 인간 발전을 촉진하기 위하여 힘을 합해야 할 필요성을 절감하고 있다는 사실로 볼 때 희망의 표지가 된다.
가톨릭교회는 교리의 성찰 단계든 실천 단계든 사회 분야에서 다른 교회들과 교회 공동체들의 노력에 기꺼이 동참한다. 그들과 함께 가톨릭교회는 하느님 백성의 살아있는 전승으로 보전되어 온 사회 교리의 공동 유산에서 정의와 평화의 증진에 더욱 긴밀히 협력하기 위한 동기와 방향을 발견할 것이라 확신한다.
다. 인간에 대한 충만한 진리에 봉사
13. 이 문서는 우리 시대 사람들에 대한 교회의 봉사 행위라 할 수 있다. 하느님께서 사람이 되신 당신의 외아드님을 통하여 “마치 친구를 대하시듯이 인간에게 말씀하시고(탈출 33,11; 요한 15,14-15 참조), 인간과 사귀신(바룩 3,38 참조)” 바로 그 대화 방식을 따라, 교회는 자신의 사회 교리의 유산을 현대인들에게 제공하는 것이다. 사목 헌장 「기쁨과 희망」(Gaudium et Spes)에서 영감을 받은 이 문서도 또한 “육신과 영혼, 마음과 양심, 정신과 의지를 지닌 단일한 전 인간”을 이 모든 설명의 열쇠로 삼는다. 이러한 전망에서, 교회는 “결코 현세적 야심에서 움직이지 않는다. 교회는 오로지 하나의 목적을 추구한다. 곧 성령의 인도로 바로 그리스도께서 하시던 일을 계속하려는 것이다. 그리스도께서는 진리를 증언하려고 세상에 오셨으며, 심판하시기보다는 구원하시고 섬김을 받으시기보다는 섬기러 오셨다.”
14. 본 문서를 통하여, 교회는 자연과 인간 사회 안에서 인간이 차지하는 위치에 대한 의문에 답을 제시하려 한다. 인간의 지혜가 표출되어 드러나는 모든 문명과 문화는 이러한 의문에 직면해 왔다. 과거 수천 년 동안 모든 시대와 모든 사람의 종교적 철학적 예술적 재능을 통해 표출되어 온 이들 문명이나 문화는 세계와 인간 사회에 대하여 나름의 해석을 하고, 존재의 의미와 이를 둘러싼 신비를 이해하고자 노력해 왔다. 나는 누구인가? 지금까지 이룬 모든 진보에도 여전히 고통과 악과 죽음이 존재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막대한 대가를 치르고 얻은 그 많은 업적이 무슨 가치가 있는가? 이 생애 다음에는 무엇이 있을까? 이러한 근본적인 의문들이 인간 삶을 특징짓고 있다. 이와 관련하여, 우리는 델피 신전의 문에 새겨진 “너 자신을 알라!”는 격언을 떠올릴 수 있다. 이 문구는, 나머지 피조물과는 구분되도록 부름 받은 인간은 본질상 자기 자신을 알고자 하는 지향을 갖고 있기때문에 인간이라는 기본 진리를 입증한다.
15. 인간 존재와 사회와 역사가 나아갈 방향은 자연과 사회 속에서 인간이 차지하는 위치에 대한 의문에 주는 답에 달려 있다. 본 문서의 목적은 이러한 답을 찾는 데 도움을 주려는 것이다. 실제로, 인간 실존의 가장 심오한 의미는 삶에 방향을 제시하고 삶을 충만하게 해 줄 수 있는 진리를 자유롭게 추구할 때 드러난다. 앞서 말한 의문들은 끊임없이 인간의 지성과 의지를 자극하여 이 진리를 추구하게 한다. 이 의문들은 자기 삶에 대한 개인의 노력의 깊이를 가늠해 주는 답을 요구하기 때문에, 인간 본성의 가장 드높은 표현이다. 더욱이, 여기에서는 본질적으로 종교적인 의문들이 다루어진다. “궁극적이고 철저한 해답을 추구하면서 ‘사물의 존재 이유’를 통합적으로 탐구할 때, 인간의 이성은 정점에 이르고, 종교성으로 열리게 된다. ······ 종교성은 인간의 이성적 본성의 정점이기 때문에 인간의 가장 고상한 표현이다. 종교성은 진리에 대한 인간의 깊은 열망에서 비롯되며, 신성한 것에 대한 인간의 자유롭고 개인적인 탐구를 바탕으로 한다.”
16. 한 처음부터 인류의 여정과 함께 해온 이러한 근본 의문들은, 현세대가 직면한 심각한 도전들과 새로운 상황들, 중요한 결정들 때문에 우리 시대에 더 큰 의미를 지니게 되었다.
오늘날 인류가 직면한 커다란 문제 가운데 첫 번째는 인간 존재 자체에 대한 진리와 관련된 것이다. 자연과 기술과 도덕 사이의 경계와 관계는, 인간은 무엇이며 인간은 무엇을 성취할 수 있고 인간은 무엇이 되어야 하는가와 같은 문제들에 어떠한 태도를 취할지에 대하여 개인적 집단적인 책임을 요구한다. 두 번째 문제는 사고방식, 도덕적 선택, 문화, 소속 종교, 인간과 사회 발전에 대한 철학 등 모든 측면에서 다원성과 다양성을 이해하고 조정하는 것이다. 세 번째 문제는 세계화로서, 역사적으로 인류의 운명이 달린 새 시대가 열렸기 때문에 그 의미는 단순한 경제 세계화보다 훨씬 더 광범위하고 심오하다.
17. 예수 그리스도의 제자들도 이러한 의문들에 휩싸여 있음을 느낀다. 그들도 마음속에 이러한 의문들을 품고, 한 개인으로나 집단으로 살아가면서 삶의 의미와 진리를 추구하려고 애쓴다. 그들은 인류가 받은 자유롭고 특별한 은총을 아낌 없이증언함으로써 이러한 진리 추구에 이바지한다. 하느님께서는 전 역사에 걸쳐 인간에게 당신 말씀을 선포하신다. 실제로 그분께서는 친히 역사 속으로 들어오시어, 인류와 대화를 나누시고, 구원과 정의와 형제애에 대한 당신의 계획을 인류에게 알려 주신다. 사람이 되신 성자 예수 그리스도를 통하여, 하느님께서는 우리를 죄에서 해방시켜 주시고 우리에게 나아갈 길과 목표를 보여 주셨다.
라. 연대와 존중과 사랑의 표징 안에서
18. 교회는 온 인류와 더불어 역사의 길을 따라 여행하고 있다. 교회는 이 세상에 살고 있지만 이 세상에 속해 있지 않고(요한 17,14-16 참조) 그 본래 소명에 따라 이 세상을 위하여 일하도록 부름 받았다. 이 문서에도 나타나 있는 이러한 자세는 이 세상이 교회를 역사의 실재이며 그 누룩으로 인정하는 것이 중요하듯이, 바로 교회도 자신이 인류의 역사와 발전에서 얼마나 많은 도움을 받았는지 인정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깊은 확신에 바탕을 둔 것이다. 제2차 바티칸 공의회는 많은 문제들에 대하여 인류 가족과 함께 대화를 나누고 “그 문제들을 복음에서 이끌어 낸 빛으로 비추어 주고, 교회가 성령의 인도로 그 창립자에게서 받은 구원의 힘을 인류에게 풍부히 제공함으로써” 온 인류 가족에 대한 연대와 존경과 사랑을 여실히 드러냈다. “인간은 진정 구원을 받아야 하고 인간 사회는 쇄신되어야 한다.”
19. 역사 안에서 인간을 향한 하느님 사랑의 표징이며 한 분 아버지의 자녀로서 일치를 이루어야 할 온 인류의 소명의 표지인 교회는, 교회의 사회 교리에 관한 이 문서로써, 역사 안에서 하느님의 사랑의 계획의 기준에 부합하는 인도주의를, 곧 모든 인간의 존엄성과 자유를 바탕으로 하고 평화와 정의와 연대 안에서 실현되는 새로운 사회, 경제, 정치 질서를 창출할 수 있는 통합적이고 연대적인 인도주의를 모든 사람에게 제시하려 한다. 개개인과 공동체가 스스로 윤리적 사회적 덕목을 기르고 이를 사회에 전파할 때, 이러한 인도주의가 실현될 수 있다. “그렇게 하여 필요한 하느님 은총의 도움으로 참으로 새로운 인간, 새로운 인류의 창조자들이 나타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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