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드리히 슐레겔: 그리스 시문학 연구에 관하여

 

그리스 시문학 연구에 관하여 - 10점
프리드리히 슐레겔 지음, 박현용 옮김/문학동네

서문

1. 근대 시예술의 혼란스러운 현상황
2. 아름다운 것과 흥미로운 것의 전개와 대립
3. 그리스 시예술에 나타난 미의 이상
4. 그리스 포에지에 대한 반론
5. 새로운 포에지의 재탄생에 대하여

해설: 박현용-낭만주의 문학 이론의 기원
프리드리히 슐레겔 연보

 



20 근대 포에지는 아직 추구하는 목표에 도달하지 못한 것이 분명하다. 아니면 한마디로 추구하는 뚜렷한 목표가 없고 교양의 확실한 방향이 없으며, 근대 시문학사 전체의 합법칙적인 연관성과 통일성이 부재하는 것이 눈에 띈다. 

53 셰익스피어는 한마디로 모든 예술가 중에서 근대 포에지의 정신을 가장 완전하고 가장 정확하게 포착한 예술가다. 셰익스피어의 작품 속에서 낭만적 환상의 가장 매력적인 전성기, 고트족의 웅장한 영웅 시대가 가장 섬세하고 근대적인 특징 및 가장 심오하고 풍부한 시학적 철학과 하나가 된다. 

56 사실 누구도 셰익스피어가 우리를 순수한 진실로 이끈다고 말할 수 없다. 가장 풍부하고 포용적인 관점이라 하더라도, 그는 우리에게 일방적인 관점만을 제공할 뿐이다. 그의 표현은 절대로 객관적이지 않으며 오히려 대단히 기교적이다. 하지만 그의 양식이 지금까지 알고 있는 것 중에서 가장 훌륭하고, 그의 개성이 가장 흥미로운 것이라는 사실을 제일 처음 인정한 사람이 바로 나 자신이다. 종종 언급했듯이, 셰익스피어의 개성적인 양식과 독창적인 특징은 오해의 여지가 없고 모방할 수 없다. 

57 근대 포에지의 미적 교양은 전부 흥미로운 것을 향해 있다. 이 방향은 보편타당성이 부족하지만 그 대신에 기교와 특징과 개성의 우위로 설명된다. 

58 근대 포에지의 각기 다른 형식과 방향 속에서, 완전한 만족에 대한 욕구, 예술의 절대적인 최대치를 향한 노력이 힘의 모든 단계에서 동일하게 나타난다. 이론이 약속한 것, 우리가 자연에서 추구한 것, 모든 우상 속에서 찾기를 바랐던 것, 그것이 미적인 극치와 무엇이 다를까? 인간 본성에 근거한 완전한 만족에 대한 갈망이 개별적인 것을 통해, 그리고 변화를 통해 수차례 실망을 거듭했고 그럴수록 점점 더 간절해졌다. 보편타당한 것, 지속적인 것, 필연적인 것, 즉 객관적인 것만이 그 거대한 틈을 채울 수 있다. 아름다운 것만이 이 열렬한 동경을 잠재울 수 있다. 아름다운 것은—여기에서 '아름다운 것'의 개념은 불확실하다. 현재로서 이 개념의 실제 타당성과 적용 가능성은 미정이다—아무런 이해관계 없는 만족의 보편타당한 대상이다. 아무런 이해관계 없는 만족이란 욕구와 법의 강제로부터 독립적이고 자유로운 상태이며, 그럼에도 필연적이 고 어떤 목적에도 좌우되지 않으면서, 동시에 무조건 합목적적인 상태다. 개성이 넘치면 저절로 객관적인 것으로 이어진다. 또 흥미로운 것은 아름다운 것을 위한 준비 과정이다. 그래서 포에지의 최종 목표는 다름아닌 궁극의 아름다움, 즉 객관적 미적 완전성의 최대치다. 

61 근대 포에지 전체의 자발성을 주장하는 것은 결코 적절하지 않은 것처럼 보인다. 근대 포에지의 형성과 발전 그리고 일시적인 성공은 우연에 맡겨져 있다. 슬픈 운명이여! 

66 우리 시대와 우리 민족의 미적 교양의 특징은 두드러지게 큰 징후를 통해 저절로 드러난다. 괴테의 문학은 참된 예술과 순수한 아름다움의 서광이다. 

67 그는 흥미로운 것과 아름다운 것, 그리고 기교적인 것과 객관적인 것의 중간 지점에 있다. 그렇기 때문에 몇몇 작품에서는 고유한 개성이 두드러지게 표출되지만, 다른 여러 작품에서는 기분에 따라 변신하며 낯선 양식을 수용하는 것을 불쾌하게 여길 필요가 없다. 이것은 근본적으로 특징적이고 개성적인 것의 시대가 남긴 잔재들이다. 그렇지만 괴테는, 이것이 가능하다면, 일종의 객관성을 예술적인 기교 속으로 끌어올 줄도 안다. 

68 이런 정신은 어떤 약점도 없고 어떤 고통도 개의치 않으며 오직 순수한 힘만을 움켜쥐고 영원히 그것을 주장한다. 괴테가 온전히 그 자신일 때, 괴테의 매력적인 시의 정신은 유쾌한 다양성과 매혹적인 우아함이다. 

68 이 위대한 예술가는 미적 교양의 완전히 새로운 단계에 대한 전망을 열어놓았다. 괴테의 작품은 객관적인 것이 가능하고, 아름다움에 대한 희망이 이성의 공허한 광기가 아니라는 사실에 대한 부정할 수 없는 증거이다. 객관적인 것은 그의 작품에서 이미 달성했다. 

80 보편타당한 진리를 추구하는 것이 시대의 특징이라면, 수사학적인 기교를 통해 얻은 피상적인 진리는 오래 가지 못한다. 일방적인 거짓말은 서로를 파괴한다. 그리고 해묵은 편견들은 저절로 무너진다. 따라서 이론은 자기 자신과의 완전하고 자유로운 합일을 통해서만 미적인 법칙에 가장 완벽하고 효과적인 명성을 얻게 함으로써, 예술 영역에 실질적인 힘을 가져다줄 수 있다. 이론은 오로지 객관성을 통해서만 자신의 사명을 이룰 수 있다. 

83 오직 그리스인에게만 예술은 욕구의 통제와 오성의 지배로부터 늘 똑같이 자유로웠다. 그리고 그리스 교양의 첫 시작에서부터 진정한 그리스 정신이 살아 있던 마지막 순간에 이르기까지 그리스인에게 아름다운 유희는 신성했다. 

83 아름다운 유희의 성스러움과 재현예술의 자유로움이 참된 그리스 정신의 고유한 징표다. 이에 반해 모든 야만인에게 아름다움이라는 것은 그 자체로 충분히 좋은 것이 아니다. 목적 없는 유희의 무조건적인 합목적성에 대해 이해하지 못한 채, 야만인에게 아름다움은 미美 외적인 것의 도움, 외부의 추천을 필요로 한다. 

84 그리스 포에지의 특징은 보편적인 인간 본성의 가장 강력하고 풍부한 표현이 며 가장 확실하고 단순하면서도 가장 완전한 표현이다. 그리스 시예술의 역사는 시예술의 보편적인 자연사다. 따라서 완전하고 규율적인 직관이다.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