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르겐 오스터함멜: 대변혁 2 : 19세기의 역사풍경
- 책 밑줄긋기/책 2023-25
- 2024. 6. 10.
대변혁 2 : 19세기의 역사풍경 - 위르겐 오스터함멜 지음, 박종일 옮김/한길사 |
제6장 도시 유럽 모형과 세계적 특색
제7장 프런티어 공간의 정복, 유목생활에 대한 침입
제8장 제국과 민족국가 제국의 지구력
제9장 강대국체제, 전쟁, 국제주의
제10장 혁명
찾아보기·1515
1097 제국과 민족국가는 19세기에 인류가 모여 살았던 양대 정치치단위다. 1900년 전후로 전 지구적 영향력을 가진 오직 두 개의 정치실체였다. 거의 모든 사람이 제국이나 민족국가가운데 어느 하나의 권위 아래서 살았고 이른바 세계정부 또는 초국가기구는 아칙 출현하지 않았다. 열대우림, 대초원 혹은 극지방 같은 격리된 곳에 사는 소수의 인종집단만이 더 높은 권력기구에 공물을 바쳐야 하는 의무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세계 모든 지역에서 자치도시는 완전히 세력을 잃었다. 수백 년 동안 도시 자치의 표본이라 인식되던 베네치아는 1797년에 독립성을 상실했다. 제네바 공화국은 짧은 기간(1 789-1813년)의 프랑스 통치를 거친 후 1815년에 하나의 주로서 스위스연방에 가입했다. 베네치아와 제네바의 운명은 기나긴 도시국가 시대의 종결을 상징했다. 이때부터 제국과 민족국가가 사회생활의 중심 구조가 되었다. 소수의 종교공동체─기독교의 소시에티타스 크리스티아니와 이슬람교의 움마─는 비교적 강한 세력을 형성했으나 도시국가처럽 넓은 지역에 영향을 미치는 정치적 조직은 갖추지 못했다. 재국과 민족국기는 또 다른 일민을 갖고 있었다. 제국과 민족국가는 특수한 무대 위의 행위자였고 그 무대가 바로 '국제관계'였다.
1098 국제정치의 핵심적인 문제는 전쟁과 평화다. 20세기에 국가가 주도한 조직적 대학살이 출현하기 전까지는 전쟁은 인류가 저지를 수 있는 최대의 악행이었다. 따라서 전쟁을 피하는 것이 지고의 선이었다. 정복자는 일시적인 영광을 누릴 수 있을지 모르나 모든 문명에서(최소한 후세의 평가에서) 더 존중받는 인물은 평화를 만들고 지켜낸 통치자였다. 진정한 의미에서 영광스러운 이름을 길이 후세에 남긴 인물은 제국을 정복하고 제국에 평화를 가져오는 두 가지 일을 다 해낸 인물이었다. 전쟁을 제외하면 사회전체에 충격을 줄 수 있는 것은 전염병과 기아뿐이다. 평화─명백하지 않은 전쟁의 부재상태─는 인류가 사회를 형성하고 물질적 창조를 가능하게 하는 조건이다. 따라서 국제정치는 고립된 영역이었던 적이 없으며 현실의 모든 면이 국제정치와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다. 마찬가지로 전쟁이 경제, 문화, 환경에 영향을 미치지 않은 적은 없으며 역사에서 극적인 순간은 대부분 전쟁과 연결되어 있다.
혁명은 흔히 전쟁 때문에 시작되거나(예컨대 17세기 영국혁명, 1871년의 파리코뮌 1905년과 1917년의 러시아혁명) 전쟁으로 발전한다(1789년 프랑스대혁명). 소수의 혁명만이(예컨대 1989-91년 소련의 영향권 내부에서 발생한 사건들) 군사적 충돌을 불러오지 않았다. 그러나 1989-91년의 사건들에도 간접적인 군사적 동기('냉전' 때문에 시작된 군비경쟁)가 작용했다. 당시에 냉전이 열전으로 발전하지 않을 것이라고 확신한 사람은 없었다.
국제정치와 사회생활의 모든 면은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다. 이런 인식에 도달함과 동시에 우리가 잊지 말아야 할 것은 유럽 근대사에서 국제관계는 특수한 영역이었으며 부분적으로는 자신의 논리에 따라 발전해왔다는 점이다.
1099 (유럽) 외교가 문예부흥 시기의 이탈리아에서 탄생한 이후로 국가 간 관계의 사무를 처리하는 수많은 전문가 들이 출현했다. 이들 전문가가 사유하는 방식과 받드는 가치관─예컨대 국가, 왕조, 민족의 이익 또는 통치자와 국가의 권위와 명예가 어떤 이념보다도 우선한다는 원칙─은 보통의 신민이나 시민의 입장에서는 낯선 것이었다. 그들은 특유의 암호 어휘, 규칙체계를 만들어냈다. 국제정치는 사회와 복잡다단한 관계를 맺고 있는 데다가 그 영역에서만 적용되는 규칙의 자주성 때문에 역사학자에게는 매우 흥미 있는 연구대상이 되었다.
19세기는 오늘날 우리가 알고 있는 국제관계가 탄생한 시기라고 할 수 있다. 최근 미국과 소련 사이의 '양극' 핵 대치상황이 종결되면서 냉전과 양차 세계대전 이전 시대를 떠올리게 하는 여러 가지 전쟁 방식과 국제관계의 행태가 생겨났기 때문에 이런 분석은 더욱 설득력을 갖는다. 그러나 국제관계의 어제와 오늘 사이에는 커다란 차이가 존재한다. 1945년 이후로 국가가 정치적 목적을 달성하는 수단으로서 발동하는 전쟁은 더 이상 자연스러운 일이 아니게 되었다. 정치적 수단으로서의 침략전쟁은 더는 합법성을 가질 수 없다는 점에 대해서 국제사회는 이미 공통된 인식을 갖고 있다. 19 세기와는 달리, 침략 전쟁을 수행할 수 있는 능력은 더 이상 '현대성의 증명'─디터랑게비쉐의 말이다─으로 평가되지 않는다.
'책 밑줄긋기 > 책 2023-25' 카테고리의 다른 글
안토니오 다마지오: 느끼고 아는 존재 (1) | 2024.06.17 |
---|---|
제인 버뱅크, 프레더릭 쿠퍼: 세계제국사 (0) | 2024.06.17 |
브랑코 밀라노비치: 왜 우리는 불평등해졌는가 (0) | 2024.06.17 |
위르겐 오스터함멜: 대변혁 3 : 19세기의 역사풍경 (0) | 2024.06.10 |
위르겐 오스터함멜: 대변혁 1 : 19세기의 역사풍경 (0) | 2024.06.10 |
손수,장섭: 당시삼백수唐詩三百首 (0) | 2024.06.03 |
로버트 루이스 윌켄: 그리고 로마는 그들을 보았다 (0) | 2024.06.03 |
E. P. 샌더스: 바울과 팔레스타인 유대교 (간추린판) (0) | 2024.06.0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