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지니아 울프: 댈러웨이 부인
- 책 밑줄긋기/책 2023-25
- 2024. 8. 12.
댈러웨이 부인 - 버지니어 울프 지음, 정명희 옮김/솔출판사 |
울프 전집을 발간하며
댈러웨이 부인
해설: 삶과 죽음의 화해로운 공존_정명희
연보
9 꽃은 자신이 직접 사겠노라고 댈러웨이 부인은 말했다.
루시에게는따로시킨 일이 있었기 때문이다. 문들도 떼어내야 했고 럼플마이어의 일꾼들이 올 예정이었다. 그런데 얼마나 황홀한 아침인가, 클러리서 댈러웨이 부인은 생각했다―마치 바닷가 어린아이들이 맞는 아침처럼 신선했다.
종달새처럼 솟구쳐 올랐다! 곤두박질쳐 떨어져 내렸다! 지금도 그녀가 들을 수 있는 돌쩌귀의 약간 뻐걱거리는 소리를 들으며, 프랑스식 문을 활짝 열어젖히고, 부어톤에서 활짝 열린 대기 속으로 뛰어들었을 때 그녀에게는 언제나 그런 것 같았다. 아침의 대기는 얼마나 신선하고, 얼마나 고요했던지, 물론 지금보다 훨씬 더 고요했었지. 이른 아침의 대기였어. 파도의 철썩임 같기도 하고, 파도의 입맞춤 같기도 했지, 오싹하면서 섬뜩했지만 엄숙했다. 거기 열린 창가에 서면 예전에도그랬듯이, 무엇인가 무시무시한 일이 막 일어나려 하는 것을 느꼈다. 꽃들을 바라보고, 나무에 연기가 휘감고 지나가는 것을 바라보고 그리고 까마귀가 날아올랐다가 곤두박질쳐 내려오는 것을 보았다. 서서 바라보고 있었다. 그때 피터 월쉬가 말했다,""들속에서 명상에 빠졌어요?"─그말이었던가?─"나는 콜리플라워보다는 사람들을 더 좋아해요."─이 말이었던가? 그녀가 테라스로 나갔던 어느 날 아침 식사 때, 틀림없이 그 말을 했을거야─피터 월쉬. 그는 언젠가 인도에서 돌아오리라. 유월인지 칠월인지, 어느 달인지 잊어버렸네. 그의 편지들이 너무도 지루했기 때문이다. 우리들은 그가 한 말을 기억했다, 그의 눈을, 그의 주머니칼을, 그의 미소를, 그가 화 잘 내던 것을 기억했다. 수만가지 것들이 완전히 사라져 버렸을 때 말이다─정말로 이상했다!─양배추에 관한 이런 몇 마디를 기억하다니.
보도에서 더트낼의 화물차가 지나가기를 기다리면서 그녀는 약간 몸을 곧추세웠다. 매력적인 여인이라고 스크로프 퍼비스는 생각했다(웨스트민스터에 사는 이웃사람을 알듯이 그녀를 알고 있었다). 그녀에게는 새 같은 느낌, 푸른 빛을 띤 초록색 새, 경쾌하고 생기가 넘치는 어치새 같은 느낌이 있었다. 비록 그녀가 오십이 넘었고, 아픈 뒤로 흰머리가 많이 생겼지만 말이다.
12 푸른 아침 대기가 부드러운 장막으로 싸안고 있었다. 그 아침 대기는 시간이 감에 따라지금 그 막 앞발로 땅을 박차는 건장한 조랑말들을 지치게 해서 잔디밭위에 그리고 크리켓 경기장 중심부에서 휴식하게 하리라. 빙빙 돌며 춤을 추던 젊은 청년들은 급히 뛰어 일어났고, 안이 비치는 모슬린 옷을 입고 깔깔대고 웃던 소녀들은 밤새 춤을 춘 뒤, 마침 우스꽝스럽게 생긴 털북숭이 개들을 산보시키고 있었다. 지금 이 시각에도 분별 있는 늙은 미망인들은 알 수 없는 일로 차를 타고 급히 지나갔다. 그리고 상점 주인들은 인조보석과 다이아몬드, 미국인들을 유혹하려 18세기풍으로 세팅을 한 아름답고 오래된 바다색 같은 초록색 브로치들이 들어 있는 진열장 앞에서 안절부절 못하고 있었다(하지만 사람은 절약해서 써야지, 엘리자베스에게 무모하게 물건들을 사주어서는 안되지). 어리석은 줄 알지만 신실하게 열정을 바쳐 그런 삶의 설레임을 사랑하는 그녀 또한 그 시대의 일부에 속하였다. 왜냐하면 그녀의 선조들은 한 때 조지 왕조시대에 조신들이었고, 바로 그날 저녁에 그녀도 불을 밝혀 광명을 던지려 하고 있었다. 파티를 베풀리라. 그런데 공원에 들어섰을 때의 침묵은 얼마나 낯선지. 안개, 낮게 옹얼거리는 소리, 느리게 헤엄치는 행복한 오리들, 어기적거리며 걷는 턱이 자루처럼 늘어진 새들, 모두 낯설었다. 그런데 정부 건물을 등지고 누가 오고 있지. 왕실의 문장이 찍힌 속달 상자를 가장 어울리게 든 휴 휘트브레드지 누구겠어. 그녀의 오래된 친구 휴─칭찬할 만한 휴!
"안녕하세요, 클러리서!" 휴는 다소 과장되게 말했다. 왜냐하면 그들은 서로를 어릴적부터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어디 가는 길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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