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랜시스 호지슨 버넷: 비밀의 화원
- 책 밑줄긋기/책 2023-24
- 2024. 8. 20.
비밀의 화원 - 프랜시스 호즈슨 버넷 지음, 타샤 투더 그림, 공경희 옮김/시공주니어 |
9 메리 레녹스가 고모부와 살러 미셀스와이트 장원으로 왔을 때에, 모두들 메리처럼 밉살스럽게 생긴 아이는 생전 처음 봤다고 했다. 그건 사실이었다. 조막만한 야윈 얼굴에 조그맣고 비쩍 마른 몸 숱 적은 옅은 금발과 심술궂은 말투. 메리는 인도에서 태어났고 늘 병치레를 했기 때문에 머리카락이 노르께했고 얼굴도 노르께했다. 메리의 아버지는 영국 정부에서 상당한 지위를 차지하고 있어서 늘 바쁜데다가 걸핏하면 앓아누웠고, 굉장한 미인인 메리의 어머니는 파티에 나가서 사람들과 신나게 노는 데에만 선경을 썼다. 메리의 어머니는 딸아이를 원치 않았으므로 메리가 태어나자마자 메리를 아야에게 맡겨 버렸다. 아야는 마담 사히브를 기쁘게 하고 싶으면 아기를 될 수 있는 대로 마담 사히브의 눈에 띄지 않게 해야 한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그래서 메리는 골골거리고 못되고 못생긴 아기였을 때부터 집 안 한족 구석에서 자랐고, 여전히 골골거리고 못된 아이로 아장아장 걸어다닐 때에도 한쪽 구석에서 자랐다. 메리는 제 아야나 다른 원주민 하인들의 거무스레한 얼굴 말고는 눈에 익은 얼굴이 없이 자랐다. 아이가 울어 대면 마담 사히브가 화를 낼까 봐 하인들은 언재나 메리의 말에 복종해서 뭐든지 제멋대로 하게 해 주었다. 그리하여 여섯 살이 되었을 때 메리는 이런 아이는 처음이다 싶을 만큼 이기적이고 못된 폭군이 되어 있었다. 메리에게 읽고 쓰기를 가르치러 온 젊은 영국인 가정 교사는 메리에게 질려서 석 달 만에 가정 교사 노릇을 그만두었다. 다른 가정 교사들이 그 자리를 메우려고 애썼지만, 첫 번째 가정 교사보다도 더 빨리 달아나 버리기 일쑤였다. 스스로 책 읽는 법을 알고 싶어하지 않았더라면 메리는 글자도 제대로 익히지 못했을 터였다.
92 매리가 왜 구덩이가 생겼는지도 모르고서 그곳을 바라보고 있는데, 새로 드러난 흙 속에 반쯤 묻혀 있는 뭔가가 눈에 띄었다. 노슨 쇠나 놋쇠로 된 고리 같았다. 붉은가슴울새가 곁에 있는 나무로 날아오르자 메리는 손을 뻗어 그 고리를 꺼냈다. 하지만 그건 단순한 고리가 아니었다. 오랫동안 묻혀 있었던 것처럼 보이는 낡은 열쇠였다. 메리 아가씨는 일어서서 겁에 질린 얼굴로 손가락에 걸려 있는 열쇠를 내려다보았다. "아마 이건 십 년 동안 묻혀 있었는지도 몰라. 이게 뜰의 열쇠일거야!"
94 메리는 오랫동안 열쇠를 바라보았다. 메리는 생각에 잠겨서 열쇠를 살펴보고 또 살펴보았다. 앞에서도 말한 것처럼, 메리는 무슨 일이든 어른들에게 허락을 받거나 어른들과 의논을 하도록 교육받은 적이 없었다. 메리는 그 열쇠를 보면서 한 가지 생각밖에 할 수 없었다. 만약에 그 열쇠가 잠긴 뜰의 열쇠이고 들의 문이 어디에 있는지 알 수 있다면 문을 열어서 뜰이 어떻게 생겼는지, 늙은 장미들이 어떻게 되었는지 볼 수 있을 것이다. 메리가 그 들을 보고 싶어한 까닭은 그 뜰이 너무도 오랫동안 잠겨 있었기 때문이다. 다른 곳과는 틀림없이 다를테고, 10년 동안 뭔가 신기한 일이 그 안에서 벌어졌을 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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