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준식: 무교
- 책 밑줄긋기/책 2023-24
- 2024. 8. 12.
무교 - 최준식 지음/모시는사람들 |
개정판 서문
초판 서문
Ⅰ. 한국의 고유 종교인 무교(巫敎)는 미신인가?
무교는 어떤 종교?
무교인가, 무속인가 / 한국 무교의 지형도 / 무교의 기본 구조 / 무당, 진정한 의미의 사제 / 무당이 되려면? / 후(post) 내림굿 이야기
굿은 어떻게 하나
굿이란 언제 그리고 왜 하는가 / 굿은 어떻게 하는가 / 굿의 내용은 무엇인가
한국인의 근원 신앙인 무교
굿의 종류--오구굿을 중심으로 / 한국 무교의 신령 / 문화 영웅, 바리공주 이야기 / 무교의 신령은 잡령?
Ⅱ. 왜 한국은 무교의 나라인가?
한국 무교 약사
무교는 한국인의 근본 종교 / 한국 무교 약사와 그 전개 양상 / 신라 금관과 무교 / 신라 이후의 무교 이야기
무교의 현재
무교의 종교사회학적인 의미 / 근대의 무교 / 현대의 무교
한국인의 근본 종교는 무교!
무교를 대하는 태도의 이중성 / 비(非)질서의 세계를 지향 / 북한 인민도 무교 지향
Ⅲ. 한국인의 종교적인 내면 세계
무교에서 바라본 불교와 그리스도교
장면 1. / 장면 2. / 불교와 그리스도교 신행의 기본 구조 / 그리스도교의 경우 / 불교의 경우 / 초월적인 존재와의 소통 / 맹신 혹은 유치한 신앙의 폐해
종교 신앙은 일반적으로 다 같다
고등 종교와 기층 종교의 차이란? / 그저 권력으로 판가름 날 뿐 / 권력과 결탁하지 못한 한국 무교
마치며
31 무교는 크게 볼 때 ‘신령과 무당과 신도’의 세 가지 요소로 이루어져 있다. 그리고 이 세 요소는 굿이라는 무교의 고유한 의례에서 만나게 된다. 이것을 도표로 그려 보면 다음과 같다.
이렇게 놓고 보면 무교는 여타의 유신론적인 종교와 그 기본 구조가 다를 게 하나도 없다. 이 구조를 아주 간단하게 보면, 무교는 신도가 무당이라는 특수한 사제 계급의 중개로 신령을 만나 도움 받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사람들은 살다 보면 무수한 문제에 부딪히게 된다. 그 가운데에는 인간이 스스로 풀 수 있는 문제도 있고 인간의 힘으로는 해결되지 않는 것도 있다. 무당과 같은 종교적인 사제가 필요한 것은 후자의 경우이다. 집 안에 갑자기 사람이 줄줄이 죽어 나간다거나, 하는 일마다 패착을 거듭한다거나 하면 사람은 약해지기 마련이다. 그럴 때 한국인은 여러 해결책을 도모하다 결국은 무당을 찾는다.
한국인의 이러한 종교적 행태는 일찍이 한말에 선교사로 활약하던 호머 헐버트에 의해 간파되었다. 나중에 다시 구체적으로 살펴보겠지만, 헐버트는 한국인의 종교적 심성에 대해 이야기하면서 "한국인들은 사회적으로는 유교도이고, 철학적으로는 불교도이며, 고난에 빠질 때는 영혼 숭배자"라고 한 적이 있다. 이것은 한국인이 평소에는 유교나 불교적으로 살지만 문제가 생기면 무당에게 간다고 해석할 수 있다. 이러한 양상은 아직까지도 변하지 않고 있어서, 지금도 한국인들은 무당을 마지막 문제 해결사로 생각하는 것 같다.
37 무당은 정확히 말하면 내림굿을 받은 후부터 비로소 신자들과 신령을 중재하는 역할을 할 수 있게 된다. 물론 그전에도 여러 신령들과 교통할 수는 있다. 그리고 그 신령들의 도움을 받아 짐을 칠 수도 있다. 그러나 이런 것들은 시쳇말로 하면 아직 영계에는 정식으로 등록되지 않은 상태에서 하는 '아르바이트' 같은 것이다. 아직 등록되지 않았기 때문에 자기만의 점방을 낼 수도 없다. 상호가 없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신내림을 받아야만 그 신의 이름으로 간판을 내걸고 정식으로 점보는 일 같은 무업을 할 수 있다. 그래서 무당 후보자들은 이런 것들을 제대로 하기 위해 내림굿을 받는 것인데 이 사정을 잘
알려면 내림굿이 무엇인지 알아볼 필요가 있다.
앞에서 우리는 무당이란 굿을 하는 사제라고 했다. 그런데 무당이 굿을 주재하기 위해서는 자신만이 모시는 신령, 즉 몸주신을 모셔야 한다. 무당이 신령계와 통하게 되는 것은 이 몸주신을 통해서이다. 몸주신을 받는 것은 무당이 신령계와 통하기 위해 자신만의 채널을 확보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신령계에는 신령들이 많기 때문에 자신만의 신이 있어야 통할 수 있다. 그렇지 않으면 무당은 영계에서 헤맬 수도 있다. 이렇게 보면 무당이 모시는 몸주신은 일종의 영계 가이드인 셈이다.
따라서 무당은 보통의 점쟁이와는 본질적으로 다르다. 우리는 주위에서 점쟁이들을 많이 만날 수 있는데, 일반인들은 점을 치면 다 무당이라고 생각하기 쉽다. 그러나 앞에서 말한 것처럼 무당은 반드시 내림굿을 받아야 하는데 이런 과정을 거치지 않은 사람도 신기가 있으면 얼마든지 점은 칠 수 있다. 내림굿을 받지 않았으면서 신점을 치는 사람들도 신을 모시기는 한다. 그러나 정식으로 내림굿을 받지 않았기 때문에 그런 신은 신령계에서 인정을 받지 못한다. 따라서 그 신은 신령계에 환하지도 못하고 해당 점술사를 위해 영계에서 가이드 역할을 할 수도 없다. 이런 점쟁이들온 사제가 아니라 그야말로 술사들이라 할 수 있다.
114 일본의 기층 종교는 말할 것도 없이 신도이다. 기층 종교라고 해서 이 종교가 상층과 관계없다는 것은 아니다. 일본은 이 신도가 상층이나 기층과 같은 계층과 관계없이 국민적인 종교로서 기능을 해 왔다고 할 수 있다. 이 사정은 일본인들의 일생을 보면 알 수 있다. 일본인 대부분은 계층을 막론하고 자식이 태어나면 자신의 가정이 신봉하고 있는 신사에 가서 신고식을 올린다. 출생 다음으로 중요한 일은 결혼하는 일인데 과거에는 신사 등지에서 결혼식을 했을 터이지만 지금은 호텔이나 교회(혹은 교회처럼 꾸며 놓은 곳) 같은 곳에서 서양식으로 식을 올린 다음 신사로 가서 다시 전통 방식으로 식을 올린다. 식을 한다기보다 신께 자신들의 결혼 소식을 고하는 것이다. 그렇게 살다 죽게 되면 절 옆에 있는 묘지에 묻힌다. 이것은 인간의 죽음 문제에 관한 한, 신도가 불교에 비해 해결 능력이 떨어지기 때문에 생긴 일일 것이다. 불교에는 윤회라는 교리도 있고 죽으면 내세로서 극락도 준비되어 있는 등 죽음을 극복할 수 있는 기제가 즐비하기 때문에, 일본인들은 죽음에 직면하면 전적으로 불교에 의존하게 되는 것이리라.
116 한국과 일본은 중국으로부터 종교를 다 받아들인 것 같지만 가장 중국적인 종교인 도교는 받아들이지 않은 것을 알 수 있다. 도교를 처음부터 전혀 받아들이지 않은 것은 아니지만 받아들여도 극히 부분적으로 받아들였고, 그마저도 자기네들의 민간신앙과 섞어 버렸다. 그래서 나중에는 중국적인 요소와 토착적인 요소를 구별하기 힘들게 된다. 이와 관련해서 가장 비근한 예로 옥황상제를 들 수 있는데, 많은 한국인들은 어릴 때부터 수없이 들어온 민담을 통해 이 신이 토착적인 신으로 알고 있지만 이 옥황상제는 명백하게 중국도교의 천신이다.
한국이나 일본이 중국에서 많은 것을 받아들이면서 가장 중국적인 종교인 도교를 받아들이지 않은 것은 양국에 이미 그 이전부터 토착 종교가 있었기 때문이다. 중국에서 도교가 맡아서 하는 기능을 한국에서는 무교가, 일본에서는 신도가 한 것이다. 도교와 무교, 그리고 신도는 세 나라의 가장 대표적인 민간신앙으로, 그 외양은 다르지만 작은 신들을 신봉해서 재물과 건강 같은 세속적인 행복을 기구한다는 점에서 그 속성이 같다고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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