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리게네스: 원리론

해제

본문과 각주
루피누스의 머리말 | 255

제1권
서론 | 265
성부와 성자(그리스도)와 성령
1장 하느님 | 279
2장 그리스도 | 297
3장 성령 | 323
4장 [강등과 타락] | 341
5장 이성적 본성들 | 347
6장 [종말 또는 완성] | 361
7장 [비육체적 존재와 육체적 존재] | 371
8장 천사들 | 383

제2권
1장 세상과 그 안에 있는 피조물들(그리스어)
2장 [육체적 본성의 영원성] | 407
3장 [세상의 시작과 그 원인들] | 411
4장 율법과 예언서의 하느님은 한 분이시고 구약성경과 신약성경의 하느님은 같은 분이시다 (그리스어)
5장 [의인과 선인] | 443
6장 구원자의 육화(그리스어)
7장 같은 성령이 모세와 다른 예언자들과 거룩한 사도들 안에 있었다(그리스어)
8장 영혼 | 483
9장 세상과, 선하거나 악한 이성적 피조물들의 움직임과 그 원인 | 497
10장 부활(그리스어) | 513
11장 약속들 | 527

제3권
루피누스의 머리말 | 547
1장 자유의지, 이를 부인하는 듯한 성경 본문들에 대한 풀이와 설명 (그리스어) | 551
2장 성경에서 악마와 적대 세력들이 어떻게 인류와 맞서 싸우는가?(그리스어)
3장 지혜의 세 가지 형태 | 669
4장 [사람들이] 각각 두 영혼을 지니고 있다는 어떤 이들의 말이 옳은가? | 685
5장 시대 안에서 시작되었기에 세상은 생성되었고 소멸한다(그리스어)
6장 종말(그리스어)


제4권
1장 성경은 거룩하다. … 성경을 어떻게 읽고 이해해야 하는가? (포티우스) 739
2장 성경을 어떻게 읽고 이해해야 하는가? | 753
3장 성경이 모호한 이유, 그리고 몇 구절에서 문자적 의미가 불가능하거나 이성적이 아닌 이유 | 775

루피누스의 라틴어 역본 4,1-4,4
1장 신적 영감을 받은 성경 | 797
2장 성경을 영적으로 이해하지 못하고 잘못 해석한 많은 이가 이단에 빠졌다 | 809
3장 성경을 이해하는 방법에 관해 성경에서 이끌어낸 실례들 | 825
4장 성부와 성자와 성령, 그리고 앞에서 다룬 다른 주제들에 관한 요약 | 8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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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저서명 | 887
인명·주제 | 900
성경 | 919

 


서론 

1. 은총과 진리가 예수 그리스도를 통해 이루어진다는 사실을 믿고 확신하는 이들과, 그분 몸소 "나는 진리다"(요한 14,6)라고 말씀하신 대로 그리스도께서 진리이심을 알고 있는 모든 이는 사람을 바르고 복되게 살도록 인도하는 지식을 얻는다. 이 지식은 오직 그리스도의 말씀 자체와 가르침에서 오는 것이다. 그리스도의 말씀이란 그분이 사람이 되셔서 육 안에 계실 때에 가르치신 말씀만을 일컫는 것이 아니다. 하느님의 말씀(로고스)이신 그리스도께서는 예전에도 모세와 예언자들 안에 계셨기 때문이다. 그들이 하느님의 말씀 없이 어떻게 그리스도에 관해 예언할 수 있었겠는가? 모세나 예언자들이 행한 모든 것은 그리스도의 영을 충만히 받아 말하거나 행했다는 사실을 성경을 통해 입증해 보이는 것은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다. 그러나 가능한 한 짧게 이 문제를 다루는 것이 우리의 과제다. 그러므로 나는 바오로가 히브리인들에게 쓴 서간 가운데 이 증언을 인용하는 것으로 충분하다고 본다. "믿음으로써, 모세는 어른이 되었을 때에 파라오 딸의 아들이라고 불리기를 거부하였습니다. 죄의 일시적인 향락을 누리기보다 하느님의 백성과 함께 학대받는 길을 선택하였습니다. 그는 그리스도를 위하여 받는 모욕을 이집트의 보물보다 더 큰 재산으로 여겼습니다."(히브 11,24-26) 그리스도께서 하늘에 오르신 다음에는 당신 사도들 안에서 말씀하셨는데, 이에 관해 바오로 사도는 이렇게 지적한다. "여러분은 그리스도께서 내 안에서 말씀하신다는 증거를 찾고 있습니까?" (2코린 13,3 참조) 

2. 그런데 그리스도에 대한 믿음을 고백하는 이들 가운데 많은 이가 작고 아주 사소한 문제들에서뿐만 아니라 크고 아주 중요한 문제들에서도 일치를 이루지 못하고 있다. 예컨대 하느님이나 주 예수 그리스도나 성령에 관한 문제뿐 아니라, 다른 피조물들, 곧 신적 주권〔의 천사〕과 능력〔의 천사〕에 관한 문제가 그렇다. 따라서 〔신앙〕 규범이 이 문제들 하나하나에 확실하고 명확하게 제시한 방향을 먼저 살펴본 다음, 다른 문제들에 관해 탐구할 필요가 있겠다. 그리스인이나 다른 민족 사람들 가운데 많은 이가 진리를 약속했지만, 우리는 그리스도께서 하느님의 아들이심을 믿고 그분에게서 진리를 배워야 한다는 확신을 갖게 된 뒤로는 그릇된 견해를 퍼뜨리는 그들에게서 더 이상 진리를 찾지 않았다. 이처럼 그리스도의 진리를 알고 있다고 믿는 이가 많지만 그들 가운데 일부는 앞 시대 그리스도인들과 의견이 어긋난다. 그러나 우리는 사도들의 계승을 통해 전승되어 오늘날까지 교회 안에 남아 있는 교회의 선포를 보존해야 한다. 교회 전통과 사도 전통에서 한 점도 어긋나지 않는 진리만이 믿을만한 것이다. 

3. 거룩한 사도들은 그리스도 신앙을 선포하면서 필요하다고 여기는 것들을 모든 신자에게는 물론 신적 지식을 탐구하는 데 게으른 이들에게도 분명하게 전해주었다. 그러나 자신들이 선포한 것에 대한 합리적인 설명은, 성령으로부터 직접 말씀과 지혜와 지식의 은사를 받은 이들이 탐구하도록 남겨 두었다(1 코린 12,8 참조). 〔사도들은〕 세상에 존재하는 다른 것들에 관해서 말하면서도 그 존재 양식과 기원에 대해서는 침묵한다. 이는 분명 그들의 후계자들 가운데 더 열성적이고 지혜를 사랑하는 이들을 훈련하기 위해서 였을 것이다. 지혜를 얻을 자격과 능력을 갖춘 이들은 이 훈련을 통해 자기 재능의 결실을 드러내게 된다. 

4. 사도들의 선포를 통해 분명하게 전해오는 것들은 이러하다. 첫째, 만물을 창조하시고 정돈하셨으며 아무것도 없었을 때에 우주를 만드신 하느님은 한 분이시다. 하느님은 세상이 창조되고 형성되기 전부터 계셨으며, 모든 의인, 곧 아담과 아벨, 셋, 에노스, 에녹, 노아, 셈, 아브라함, 이사악, 야곱과 열 두 성조, 모세와 예언자들의 하느님이시다. 이 하느님은 당신 예언자들을 통해 미리 약속하신 대로 마지막 때에(히브 1,2 참조) 주 예수 그리스도를 보내시어, 먼저 이스라엘 백성을 부르시고 이스라엘 백성이 배신한 뒤에는 다른 민족들을(마태 15,24와 28,19 참조) 부르셨다. 이 하느님은 의롭고 선하시며,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의 아버지이시며(로마 15,6 등 참조), 몸소 율법과 예언서와 복음서를 주셨다. 사도들의 이 하느님이 바로 구약과 신약의 하느님이시다. 

둘째, 몸소 내려오신 예수 그리스도(요한 5, 43 등 참조)는 모든 피조물 이전에 성부에게서 나선 분이다. 그분은 만물을 창조할 때 아버지를 도우셨으니, 사실 "모든 것이 그분을 통하여 생겨났다"(요한 1,3). 그리고 그분은 하느님이셨지만, 마지막 때에 당신 자신을 비우시어 사람이 되시고 육화하셨으며 (히브 1,2; 필리 2,7 참조), 사람이 되셨지만 예전에 그러하셨듯이 하느님으로 머물러 계선다. 그분은 동정녀와 성령으로부터 나셨다는 점만 다를 뿐, 우리와 비슷한 육체를 받이들이셨다. 이 예수 그리스도는 환상으로가 아니라 참으로 태어나시고 수난하셨기 때문에 〔모든 인간에게〕 공통된 죽음으로 돌아가셨다. 그분은 죽은 이들 가운데서 참으로 부활하셨으며, 부활 후에는 당신 제자들과 함께 지내시다가 〔하늘로〕 올림을 받으셨다. 

끝으로, 〔사도들은〕 영예와 존엄에서 성부와 성자와 일치하시는 성령에 관한 교의를 전해주었다. 그분(성령)이 나셨는지 나지 않으셨는지, 그분을 하느님의 아들로 여겨야 하는지 말아야 하는지는) 아직 명확하게 밝혀지지 않았다. 그러나 이 문제들은 가능한 한 성경을 바탕으로 한 면밀한 연구를 통해 검토되어야 한다. 이 성령은 신적 예언자들과 사도들에게 영감을 주셨으니, 구약의 사람들에게 영감을 주신 성령과 그리스도께서 오셔서 사람들에게 불어넣어 주신 성령이 다르지 않다. 이것은 교회가 가장 명백하게 선포하는 가르침이다. 

5. 그다음으로 영혼은 고유한 실체와 생명을 지니고 있으며, 이 세상을 떠날 때에 그 공로에 따라 보상받게 될 것이다. 만일 그의 행실이 합당하였으면 영원한 생명과 지복의 유산을 보상받게 될 것이나, 영혼이 이 세상에서 악행의 잘못을 저질렀다면 영원한 불과 탄식에 떨어질 것이다. 그리고 죽은 이들이 부활할 때가 올 터인데, 지금 "썩을 것으로 씨 뿌려진 것이 〔그때에는〕 썩지 않는 것으로 되살아나고" 지금 "비천한 것으로 씨 뿌려진 것이 〔그때에는〕 영광스러운 것으로 되살아날 것이다" (1 코린 15,42-43 참조). 

이성적인 모든 영혼은 자유의지와 원의를 지니고 있다는 것이 교회의 선포로 확정되어 있다. 영혼은 악마와 그 부하 및 적대 세력들과 싸움을 벌이고 있는데(에페 6,12 참조), 그들은 영혼에게 죄의 짐을 지우려 애쓴다. 그렇지만 우리는 바르고 지혜롭게 살아가면서 이러한 짐에서 벗어나고자 애쓴다. 원하지 않는데도 어쩔 도리 없이 악이나 선을 행할 수밖에 없다는 그런 필연에 우리가 종속되어 있지 않다는 사실을 깨달아야 한다. 우리가 쟈유의지를 지니고 있으니 어떤 세력이 우리를 죄악으로 유인하거나 다른 세력이 구원을 위해 우리를 도와줄 수는 있겠지만, 우리가 바르게 행동하거나 악하게 행동하는 것이 필연이 아니다. 그런데도 별들의 궤도와 움직임이 인간 행위, 곧 자유의지와 상관없이 벌어지는 일뿐 아니라 우리 능력에 속한 모든 행위의 원인이 된다고 내세우는 자들이 있다. 

영혼이 씨앗을 통해 태어난다면, 영혼의 원리나 실체가 육체의 씨앗에 들어 있다고 여겨야 하는가 아니면 다른 어떤 기원을 생각해야 하는가? 그 기원은 난 것인가 나지 않은 것인가? 만일 영혼이 외부에서 온다면, 육체 안으로 유입되는 것인가 아닌가? 이런 문제들은 〔교회의〕 선포를 통해 충분히 설명되어 있지 않다. 

6. 교회의 선포는 악마와 그 부하들과 적대 세력들의 존재에 대해 일깨워 주고 있지만, 그 본성과 존재 방식에 대해서는 분명하게 언급하지 않는다. 그런데 많은 이들은 본디 천사였던 악마가 배신하여 많은 천사를 자기와 함께 타락하도록 꼬드겼고, 이들이 지금까지 그의 부하로 불린다는 (마태 25,41 등 참조) 생각을 가지고 있다. 

7. 교회의 선포는 이러한 것도 있다. 이 세상은 창조되었기 때문에 특정한 때에 존재하기 시작하였으며, 소멸하는 본성 때문에 언젠가는 없어진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이 세상 이전에 무엇이 있었으며, 이 세상 이후에는 무엇이 있을지 분명하게 아는 이는 많지 않다. 교회의 선포가 이에 대해 명확하게 언급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8. 성경은 하느님 영으로 저술되었으며, 분명하게 드러난 의미뿐 아니라 많은 이에게는 숨겨진 다른 의미도 지니고 있다. 성경에 기록되어 있는 것은 신비의 형상(forma)이며 신적 실재의 모상(imago)에 지나지 않기 때문이다. 모든 교회는 이 점에 동의한다. 모든 율법은 영적이지만(로마7,14 참조), 율법이 영적으로 의미하는 바를 모든 이가 아는 것이 아니고, 지혜와 지식과 말씀 안에서 성령의 은사를 받은 이들만 알고 있을 따름이다(1 코린 12,8 참조). 

'아소마토스', 곧 '비육체적'(非肉體的, incorporeus)이라는 용어는 많은 이에게 알려져 있지 않을 뿐 아니라 성경에서도 잘 사용되지 않는 생소한 낱말이다. 만일 어떤 이가 구원자께서 제자들에게 '나는 비육체적 유령이 아니다"라고 말씀하셨다는 이른바 『베드로의 가르침』이라는 책을 우리에게 제시한다면, 먼저 그 책 자체가 교회의 책이 아니라고 그에게 대답해 주고, 게다가 그 책이 베드로의 것도 아니며 하느님의 영으로 감도를 받은 다른 이의 저서도 아니라는 사실을 입증해 주어야 한다. 우리가 양보하여 이 〔저자〕 문제를 따지지 않더라도, 여기서 '아소마토스'라는 말이 가리키는 의미는 그리스 저술기들이나 다른 민족 저술가들이 표현하는 것과 같지 않으니, 철학지들 사이에서도 비육체적 본성에 관한 논쟁이 벌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베드로의 가르침』이라는〕 이 책에서 그분을 가리켜 '비육체적 유령'이라고 말한 것은 유령의 신체적 형태와 모양이 어찌됐든 우리의 촘촘하고 가시적인 육체와는 비슷하지 않다는 뜻이다. 그러나 그 책을 저술한 이가 말하고자 하는 의미에 따라 이해할 필요가 있겠다. 곧, 그리스도께서는 유령이 지닌 것과 같은 육체를 지니신 것이 아니라─유령의 육체란 가벼운 숨결과 같이 본성적으로 섬세한 그 무엇이라 여긴 까닭에 많은 이는 이것을 비육체적인 것이라 생각하며 그렇게 말한다─단단하고 만질 수 있는 육체를 지니셨다는 것이다. 그러나 모든 인간의 관습상, 더 단순하고 무지한 사람들은 이러한 특질들을 지니지 않은 것을 일컬어 비육체적이라고 한다. 우리가 들이키는 이 공기는 잡거나 붙들어 두거나 힘으로 밀 수 있는 물체가 아닌 까닭에 비육체적이라고 부르는 것과 같다. 

9. 그건 그렇다 치고, 그리스 철학자들이 '아소마토스', 곧 '비육체적'이라고 부르는 것 자체가 성경에서 혹시 다른 용어로 일컬어지고 있는지 찾아보기로 하자. 또한 하느님 자체가 어떻게 인식되고 있는지도 살펴볼 일이다. 그분이 육체적 존재로서 어떤 모양을 갖춘 분인지, 아니면 육체와는 다른 본성을 지닌 분인지는 우리 〔교회의〕 선포에 분명하게 설명되어 있지 않다. 또 성자와 성령, 모든 영혼 그리고 모든 이성적 본성에 대해서도 같은 물음을 던져야 하겠다. 

10. 교회의 선포에 따르면, 인간 구원을 이루기 위해 하느님을 시중드는 그분의 천사들과 선한 세력들이 있다(히브 1,14 참조). 그러나 그들이 언제 창조되었으며 어떤 본성을 지니고 어떻게 존재하는지에 관해서는 매우 분명하게 말해지지 않았다. 그리고 해와 달과 별들이 영혼을 지니고 있는지 아닌지에 관해서도 분명하게 전해지지 않았다.

그러므로 "지식의 빛이 여러분 안에서 빛나도록 하시오!"(호세 10,12) 라는 명령에 따라 이 모든 문제에 대한 합리적인 설명을 체계적으로 정리하고자 하는 사람은 누구나 기본적인 요소들을 이용하여 명쾌하고 필수적인 논증으로 개별 문제에 관한 진리를 찾아내야 하고, 앞에서 말한 것처럼 성경에서 찾아냈거나 성경을 논리적으로 올바르게 연구한 끝에 얻어 낸 본보기와 설명들을 통해서 체계적인 저서를 만들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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