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르헤 루이스 보르헤스: 불한당들의 세계사 | 보르헤스 전집 1
- 책 밑줄긋기/책 2023-25
- 2024. 12. 1.
불한당들의 세계사 - 호르헤 루이스 보르헤스 지음, 황병하 옮김/민음사 |
1954년판 서문
제1판의 서문
잔혹한 구세주 라자루스 모렐
황당무계한 사기꾼 톰 카스트로
여해적 과부 칭
부정한 상인 몽크 이스트맨
냉혹한 살인자 빌 해리건
무례한 예절 선생 고수께 노 수께
위장한 염색업자 하킴 데 메르브
장밋빛 모퉁이의 남자
기타 등등
참고문헌
작품 해설
작가 연보
작품 연보
대담 : 보르헤스가 보르헤스에 대해 말하다
옮긴이의 말
1954 년판 서문
나는 바로크가 자의적으로 스스로의 가능성들을 고갈시키고(또는 고갈시키기를 바란), 자기 자신의 캐리커처에 근접한 그런 사조였다고 말하고 싶다. 1880년경 앤드류 랭은 포프 의 『오딧세이』를 모방하려고 했으나 그것은 쓸모없는 일이었다. 왜냐하면 포프의 작품은 이미 원작의 패러디였고, 그리고 그러한 원작과 번역 사이의 갈등 관계에 대해 솔직하게 드러내 놓고 있기 때문이다. 바로크는 여러 가지 3단논법 양식들 중 하나에 대한 이름이다. 13세기에 이 용어는 12세기의 건축과 그립의 과도한 남용을 가리키기 위해 씌어졌다. 나는 스스로의 장치들을 모두 드러내 보이고 남용하는 단계에 이른 모든 예술의 마지막 국면을 바로크라 부르고자 한다. 바로크는 지적이고, 버나드 쇼는 모든 지적 노력은 해학적이라고 선언했었다. 이러한 해학주의는 발따사르 그라시안의 작품에서는 무의식적이고, 존 돈의 작품에서는 의도적이거나 안하무인적이다. 이미 이 작품집의 과장된 제목은 그것의 특성이 바로크적임을 공표한다. 그것들을 유화시키는 것은 작품 자체를 망치는 것과 갈을 것이다. 그래서, 나는 이 경우 〈내가 쓴 것을 나는 썼다〉(요한복음 19장 22절)라는 금언을 인용하고 싶다. 그리고 20년이 지난 후 그러한 성격을 억제시키려고 하는 것 역시 마찬가지로 작품을 망치게 만드는 결과를 낳게 될 것이다. 그것은 단편소설을 쓰고 싶은 열정이 없고, 먼 역사를 왜곡하고, 속이려는(어떤 경우는 문체론적 정당성도 없이) 한 겁쟁이의 무책임한 장난에 불과하다. 이 작품집은 그러한 모호한 습작품들로부터 직접 들려주는 형식을 취하고 있는 매우 고심한 단편─「장밋빛 모퉁이의 남자」─으로 넘어간다. 이 작품은 단편소설의 〈할아버지들의 할아버지〉인 프란시스꼬 부스또스가 작가로서 서명을 했고, 간단없고 약간 신비스러운 성공을 거두었다.
변두리의 억양으로 이루어진 그 텍스트 속에 내가 몇 개의 유식한 단어들을 차입시켰음을 주목하게 될 것이다. 내장, 대화와 같은 어휘들, 나는 나의 친구가 세련미를 갖고자 열망했기 때문에(바로 그것 때문에 세련미를 앗아갔지만 아마 그것이 진정한 세련미일는지도 모른다), 또는 변두리 사람들이 일종의 플라토닉적인 나의 친구처럼 항상 그런 식으로만 말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그렇게 한 것이다.
세계의 석학들은 우주의 본질이 공허라고 가르친다. 그들의 지적은 우주의 최소치인 이 책에 관한 한 정말 일리가 있다. 교수대와 해적들이 그것을 채우고, 〈불한당〉이라는 단어가 제목 속에서 착란을 일으킨다. 그러나 그 소동 아래에는 그 어떤 것도 없다. 그것은 이미지들의 표피인 겉모양에 불과하다. 바로 그 때문에 아마 재미있게 느껴질지도 모른다. 그것을 수행한 사람은 불행한 사람이지만 그것을 쓰면서 몹시 즐거워했다. 제발 그 즐거움의 어떤 메아리가 독자들에게 가 닿기를.
「기타 등등」 부분에서 나는 세 개의 새로운 작은 이야기들을 첨가시켰다.
호르헤 루이스 보르헤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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