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담화冊談話 | 옥스퍼드 세계사 9-1 ─ 1분기 강의 요약과 2분기 강의 개요

 

2025.04.09 🎤 옥스퍼드 세계사 9-1

9강: 1분기 강의 요약과 2분기 강의 개요
일시: 2025. 4. 9. 오후 7시 30분 - 9시 30분
장소: 수원시평생학습관
강의 안내: https://learning.suwon.go.kr/lmth/01_lecture01_view.asp?idx=4158

 


제니스 미무라가 쓴 《제국의 기획》이라는 책이 있는데, 여기서 제국은 일본 제국을 가리킨다. 동경제대 나온 사람들이 그 당시로서는 최고의 혁신적인 아이디어를 가지고 일본 제국을 설계하고, 그 설계도의 미니어처를 만주에다가 세운 것에 관한 책으로 굉장히 좋은 책이다. 

오늘은 지난 1분기에 강의했던 내용과 이번에 2분기에 강의할 내용을 복습과 예습, 다시 보기와 미리 보기를 하겠다. 지난번에 《옥스퍼드 세계사》 제1부를 했는데, 세계사 공부의 목적과 방법을 제일 처음 얘기했다. 세계사 공부를 하는 목적은 우리가 현실에서 벌어지는 일들을 숙고하고 추론하는 능력을 기르기 위해서이다. 역사 공부라는 것은 아무래도 현실에서 벌어지는 일들을 가지고 책에 적어놓고 했기 때문에 현실에서 벌어지는 일들을 숙고하고 추론하는 능력을 기르기 위해서이다. 특히나 우리는 민주공화국에 살고 있기 때문에, 민주공화국에 사는 사람들은 역사 공부를 해야 되는 이유가 그것이다. 그때 폴 우드러프의 《최초의 민주주의》를 소개했다. 폴 우드러프 교수는 미국의 민주주의가 엉망이니까 잘해보자 하는 뜻에서 쓴 것 같은데, 미국 사람들은 책을 안 읽는다. 미국이라는 나라는 전 세계적으로 알아주는 반지성주의 국가이다. 폴 우드러프에 따르면 민주주의라고 하는 것은 참주정으로부터의 자유eleutheria, 조화harmonia, 법nomos에 따른 통치, 그런 것들을 이야기하는데 특히 강조한 것은 교양교육paideia이다. 민주주의 국가에서 교양교육이라고 하는 것은 무엇인가. 역사적 사실을 알아야 되는 게 아니라 역사라는 것을 공부함으로써 다양한 의견을 듣고 추론하고 판단할 수 있는 능력을 기르는 것이다. 개인이 다른 사람의 의견을 듣고 그다음에 그것으로부터 뭔가를 추론해내고 숙고하고 추론하는 능력을 기르는 가장 좋은 방법은 바로 역사 공부이다.  

민주공화국에 사는 사람들은 기본적으로 attitude가 있어야 한다. attitude는 태도라고 번역이 되고, aptitude는 적성, 능력이라고 번역이 되는데, aptitude와 attitude 이 두 가지를 항상 생각을 해야 된다. 가령 우리나라를 민주공화정이라고 하는데 민주공화정 국가에서 사는 사람은 어떤 태도를 갖춰야 하는가.  속으로는 그냥 다 쓸어버리고 싶어도 공공의 영역에서는 항상 다른 사람의 의견을 존중하는 태도를 갖춰야 한다. 시민으로서의 태도는 다른 사람의 의견을 존중한다는 것이고, 내가 진리다 라는 것을 남에게 강요할 수는 없다. 그런 태도를 갖추려면 귀 기울여 듣고 깊이 생각해 보고 해야 된다. 그런데 역사 공부를 하다 보면 빠져들기 쉬운 것이 역사적 상대주의이다. 역사가 역사는 흘러가니까 나쁜 짓을 해도 지금 당장 헤쳐 먹으면 그만이지 하는 생각, 역사에는 올바름이 없다, 옳고 그름이 역사에는 없다 라고 생각하고 그냥 되는 대로 살자 라는 생각, 그것이 역사적 상대주의이다. 이러한 역사적 상대주의에 빠지지 않도록 조심하는 게 굉장히 중요하다. 그러려면 올바름에 대해서도 생각하는 것도 필요한데, 역사적 상대주의를 경계하고 올바름에 대하여 생각하는 것은 꼭 역사 공부로부터 얻어지는 것은 아니다. 그렇지만 꼭 공부를 해봐야 되는 부분이 있다.  

그러면 세계사 공부의 목적이고, 방법이라고 하는 것은 무엇인가. 방법이라고 하는 것은 우선 가장 중요한 것은 방금 말한 목적이고, 이제 방법에 대해서 생각해 보자. 역사적 사실historical fact을 알아야 되는 게 중요하다. 우리는 그동안 역사 과목은 historical fact를 외우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사실 역사라고 하는 것은 historical fact를 바탕으로 해서 역사적 서사historical narrative를 만들어내는 것이다. 역사적 사실을 확증하면 역사학이 끝나는 게 아니라 역사적 사실이 확정된 다음에 역사학이 시작이 되는 것이다. 사실들을 늘어놓고 어떤 것이 그때의 상황을 가장 개연성 높게, 역사적 서사는 가장 높은 개연성을 가진 이야기이다. 가장 높은 개연성을 가진 이야기를 만들어내는 게 역사학이다. 가장 높은 개연성을 가진 이야기다 라고 사람들을 설득을 하려면, 그러니까 당연히 역사는 가장 높은 개연성을 가진 이야기를 가지고, 역사적 사실을 확정하는 것은 고고학이나 문헌학이 하는 일이다.  2013년에 출간된 리펑의 《중국고대사》라는 책이 있다. 2013년에 나왔으니 그동안 중국에서 새로 발굴된 유물을 바탕으로 해서 중국사가 새로 쓰여졌다. 여기에 들어 있는 유물들은 고고학이나 인류학 등을 통해서 역사적 사실이 확정이 된다.  그러면 가장 높은 개연성을 가진 이야기를 만들어야 한다. 여기서부터 스토리텔링이 시작한다. 이 이야기를 가지고 사람들에게 설득을 해야 한다.  

그러니까 내러티브를 만들고 사람을 설득하는 것이 역사가 하는 일이다. 가장 높은 개연성을 가진 이야기를 가지고 사람들에게 설득을 하려면, 가장 높은 개연성을 만들어내려면 정교한 해석interpretation이 필요하다. 어떤 사건이 벌어졌는데 그 사건을 어떻게 해석할 것인가, 이게 사실은 역사학에서 굉장히 중요한 쟁점이 된다. 그 사건을 해석을 하려면 어떤 관점에 서는가가 중요하다. 여기에는 역사는 해석을 어떻게 할 것인가의 문제가 들어가 있다. 그렇기 때문에 이 해석은 역사에도 관계가 되고, 철학적 해석학도 있고, 신학 성서를 어떻게 해석할 것인가 하는 해석학도 있는데, 학문 방법론으로 해석학이라는 방법론이 따로 있다. 그래서 사람들이 가장 높은 개연성을 가진 이야기를 정교한 해석을 통해서 들으면, 이것을 이때 역사적 진실이라고 하는 것을 얘기한다. 여기서 진실은 truth가 아니라 authenticity, 진정성이라고 하는 것이다. 역사는 사실을 확정하고 그 확정된 사실을 바탕으로 가장 높은 개연성을 가진 이야기, 즉 역사적 서사를 만들어내고 그것을 사람들에게 설득을 해야 하는데 이 과정에서 개입하는 것이 정교한 해석이고, 이 해석이라고 하는 건 해석학의 학문이 따로 있다, 이것이 되어서 사람들에게 설득이 된 경우에 authenticity를 확보했다고 말한다.  

그때 링컨의 게티즈버그 연설The Gettysburg Address을 예를 들어서 설명을 했다. 게티즈버그 연설을 읽으려면 일단 게티즈버그 연설이라고 하는 그 텍스트 자체가 쓰여져 있는 영어를 잘 읽어야 되는 것이고, 링컨이 그 연설을 할 때 연설문을 언제 썼는가, 어떤 사건을 가지고 썼는가, 그리고 어떤 목적으로 썼는가, 링컨이 가지고 있던 교양의 수준이 어느 정도인가, 링컨의 게티즈버그 연설에 사용된 그 단어들이 당시에는 어떤 의미로 사용되었는가가 중요하다. 오늘날에는 freedom이라는 단어를 자유라는 의미로 쓰이는데, 링컨 당시에는 freedom이라는 단어와 liberty라는 단어를 아주 명백하게 구별해서 썼다. 이 둘은 굉장히 다르다. liberty라고 하는 단어는 가령 존 스튜어트 밀이 쓴 책 중에 《자유론》이 있는데, 영어판 제목은 on freedom이 아니라 on liberty이다. 그다음에 obligation도 의무이고, duty도 의무이다. political obligation라고 하면 정치적 의무인데, political duty라고는 하지 않는다. 그러니까 링컨이 게티즈버그 연설을 할 때 Four score and seven years ago our fathers brought forth on this continent, a new nation, conceived in Liberty, and dedicated to the proposition that all men are created equal. [80하고도 7년 전 우리 선조들은 이 대륙에서, 자유 속에서 잉태되고 모든 사람은 평등하게 창조되었다는 명제에 봉헌된 새로운 나라를 탄생시켰습니다.]라고 말했다. 그 당시에 그런 것이 사용되었던 맥락이 어떤 것인가, 링컨이 어느 정도의 교양 수준을 가지고 있는가 그다음에 링컨이 연설하기 위해서 이를테면 모범으로 참조했던 것들은 없는가, 그리고 링컨이 연설을 한 번만 한 사람은 아니니까 다른 연설들은 한 게 뭐가 있는가. 그다음에 게티즈버그 연설은 전몰자 추도식인데, 똑같은 시대에 그 묘지에 대해서 다른 사람은 연설한 게 없는가, 써놓은 기고문들은 없는가, 이런 것들은 historical fact로써 확보가 된 다음에 해석을 위해서 동원돼야 되는 material들이다. 그런 역사적 사실들을 raw material이라고 하는데, 그러니까 이 모든 것들이 역사적 사실에 들어가는 것이다. 그리고 더 나아가서 링컨의 게티즈버그 연설이 어떤 신문에서 보도했는가, 어떤 신문은 그것에 대해서 어떤 논평을 했는가. 논평도 여러 종류가 있을텐데 그런 것들을 쫙 훑어서 크로스 체크를 해야 한다. 당대는 어떻게 받아들여졌고 이후에 사람들은 어떻게 그것들을 해석해 나갔는가. 일단 지금 우리가 어떤 것을 해석하려면, 게리 윌스의 《링컨의 연설》이라는 책이 있다. 그 책을 읽어보면 남의 나라 연설이지만 참 굉장하구나 하는 생각이 들 정도이다. 

이런 것들을 다 하는 것, 서사를 만들고 하는 것들을 다 통틀어서 역사적 사유라고 한다. thinking 또는 thought, thought라고 하면 사상이라는 말이 될 것 같아서 잘 안 쓰는데, 이 모든 것을 다 묶으면 역사적 사유라고 할 수 있다. 기본적으로 역사적 사유에는 두 가지가 들어가는데 자세히 촘촘하게 읽기close reading와 맥락지식context knowledge이다. 이것을 익히는 것이 역사 공부의 기본적인 와꾸[枠, わく, 틀]이다. 《역사고전강의》를 강의할 때가 2011년이니까 그때까지만 해도 에릭 홉스봄의 역사 3부작 이런 책들을 참조해서 역사에 대해서 설명을 했다. 지금부터 15년 전에만 해도 그랬다. 그런데 글로벌 히스토리에 대해서 집중적으로 하다 보니 에릭 홉스봄이 아주 교묘하게 유럽 제국주의자들의 관점perspective을 교묘하게 이렇게 가지고 역사책을 쓰는구나 해서, 1990년대부터 역사 공부에서 가지고 있었던 어떤 해석의 틀이라든가 이런 것들을 다시 읽어야겠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마이클 스콧의 《기원 전후 천년사, 인간 문명의 방향을 설계하다》와 같은 책들을 그때 이후로 산 것이다. 그래서 기존의 것들을 버리고 다시 지구사, 환경사부터 다시 읽기 시작을 했다. close reading이나 context knowledge를 다시 쌓아 올려야 되는 것이다. 그래야만 정교한 해석을 다시 할 수 있는 것이다. 우리는 언제든지 역사적 진실이라고 여기고 있는 것이 틀릴 가능성이 있다는 것에 대해서 생각을 해야 한다. 역사적 사실을 가지고 알려주는 것은 환영하면서 배워야 되는데, 역사적 사실을 얘기하는 척하면서 자기가 만든 역사적 서사를 굉장히 진실성 있는 것처럼 제시하고 있는 건 아닌가를 식별하는 것이 필요하다. 진실이라고 하는 말을 수학적 필연성과 혼동하면 안 된다. 교양인의 가장 기본적인 태도는 진실을 scientific truth고 혼동하지 않는 것이다. 그런 태도를 갖는 게 되게 어렵다. 특히나 test-taker, 수험생受驗生들의 나라에서 사는 사람들은 정답이 없으면 이것은 학문이 아니라고 생각하기 쉽다. 우리가 앞으로 2025년 이후의 세계에서 살려면 아주 유연한 태도를 가져야 한다. 역사 공부는 버퍼 메모리가 요구된다. 무지하게 생각을 많이 해봐야 한다. 유연한 것은 유약한 게 아니다. 짧은 시간 안에 이렇게 수학적으로 엄밀하고 필연적인 지식에 익숙해진 사람은 틀릴 가능성에 대해서 거의 생각하지 않고 체계적 지식만 따라간다. 군더더기를 털어내고 뼈대만 딱 추려서 이해하는 것을 체계적 사유라고 하는데, 역사는 체계적 사유가 아니다. 군더더기에 의외로 중요한 사건들이 묻어 있는embeded 경우가 있다. 그러니까 계속 이렇게 주변을 더듬어 봐야 한다. 그렇기 때문에 확정된 지식을 갖지 못하게 되면 굉장히 불안해하는 경우가 있는데, 역사 공부를 잘 못하는 사람들은 그런 것을 견디는 힘이 약하다.  그런데 사실은 버퍼 메모리라든가 이런 건 사실 태도와 적성이 결합되는 지점에 있다. 견뎌주고 기다리고 조금 느긋하게 생각을 해보는 것, 버퍼를 두고 완충제를 두는 것이 상당히 필요한 태도일 수 있다. 

역사 공부라고 하는 것은 어떻게 보면 정확하고 확정적인 지식을 주는 학문과는 거리가 멀기 때문에 이것을 하는 과정에서 느긋한 어떤 생각을 해볼 수 있는 그런 기회를 가질 수도 있게 된다는 점이 굉장히 중요한 포인트이다. 버퍼링이라고 하는 것을 잘 견뎌내는 것이 굉장히 중요하다. 우리가 역사 공부를 하는데 있어서는 융통성 있게 생각한다는 것에 대해서 관용적인 태도를 가질 필요가 있다. 유연한 건 유약한 게 아니다. 단호하다는 것도 아니고 골고루 많이 생각해보는 게 필요하다. 이게 세계사 공부의 목적과 방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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