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담화冊談話 | 사통史通(23) ─ 史通, 內篇 - 敍事

 

2025.04.20 δ. 사통史通(23) ─ 史通, 內篇 - 敍事

유지기, ⟪사통⟫(劉知幾, 史通)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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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드러내는 방법과 감추는 방법
- "드러내는 방법이란 상세하고 곡진하게 서술하여 저자가 말하고자 하는 바를 글 안에서 모두 설명하는 것이며, 감추는 방법이란 글에서 직접적으로 언급되지 않은 많은 사실을 자연스럽게 드러나도록 하는 것이다."(현야자顯也者 번사욕설繁詞縟說 리진우편중理盡于篇中 회야자晦也者 생자약문省字約文 사일우구외事溢于句外[독자와 암묵적으로 대화] ) ... 비교해보면 감추는 것이 낫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대개 사소한 것은 생략하고 핵심적인 것만 남겨두며, 중요한 내용을 거론하여 중요치 않은 사실들까지 밝힐 수 있다면, 한마디 말로 거대한 사건이든 세세한 사건이든 모두 포괄하고 단지 몇 글자로도 크든 작든 사건을 누락하지 않을 것이니, 이것이 모두 감추는 방법의 요체이다. (교가지의較可知矣 부능약소존대夫能略小存大 거중명경擧重明輕 일언이거세함해一言而巨細咸該 편어이홍섬片語而洪纖 미루靡漏 차개용회지도야此皆用晦之道也)"  

- "옛날에는 서술할 때 불필요한 문장을 제거하는 데 힘을 기울였다(석고문의昔古文義 무각부사務却浮詞)... 이들 문장은 모두 소략한 듯하지만 실제로는 할 말을 다했다. 그러므로 처음 보면 그것이 쉽겠다고 생각하지만, 막상 해보면 얼마나 어려운지 깨닫게 될 것이다. 본디 글의 자구나 꾸미는 정도의 짧은 재주로는 서술의 상세함과 간략함을 적절하게 조절할 수 없다(차개문여활약此皆文如闊略 이어실주첨而語實周瞻 고람지자초의기역故覽之者初疑其易 이위지자방각기난而爲之者方覺其難 고지조충소기소능척비기설야固非雕蟲小技所能斥非其說也)...  경문은 몇 글자로 의미를 함축하지만, 전문은 한 구절로 전달하고자 하는 말을 만든다. 비록 글자가 많거나 간략함의 차이는 있지만, 감추고 드러내지 않는 필법의 원칙은 다르지 않다(부경이수자포의夫經以數字包義 이전이일구성언而傳以一句成言 수번약유수雖繁約有殊 이은회무이而隱晦無異)...  뜻은 깊고 멀기 때문에 비록 말은 이미 끝났어도 함의를 다 드러내지 않은 것이다. 이런 서술은 독자들로 하여금 겉만 보고도 내면을 알게 하고, 털을 문지르고도 뼈를 판별할 수 있게 하며, 구절 안에서 한 가지 사실을 보고 글자 밖에서 세 귀퉁이가 떠오르게 하는 것이다. (의심義深 수발어이탄雖發語已殫 이함의미진而含意未盡 사부독자使夫讀者 망표이지이望表而知裏 문모이변골捫毛而辨骨 도일사우구중覩一事于句中 반삼우우자외反三隅于字外)" 

- "고대의 역사를 읽는 독자는 일반적으로 숨겨진 장구의 의미를 밝히고 통독하면서 시를 읊듯 읽는다. 반면에 근대의 역사를 읽는 독자는 뜻이 온전하지 않은 구절만 즐기고, 단지 사실 자체의 의미만 추구한다. (부독고사자夫讀古史者 명기장구明其章句 개가영가皆可詠歌 관근사자觀近史者 열기서언悅其緖言 직구사의이이直求事意而已)" 

왕침. "용모가 아름다워 여럿 중에서 가장 태어났기 때문에 특별히 총애를 받았다."
배송지. "같은 뜻의 말을 세 번에 걸쳐 나누어 했으니 요즘 서술에서 나타나는 한 가지 병통이다."


《사통史通》 22편 서사敍事는 분량이 많다. 앞서 말한 것처럼 오늘 읽고 다음에도 한두 번 정도 더 읽어야 되지 않겠나 생각하고 있다. 사실 글쓰기가 어려우니까 유지기도 말이 많을 수밖에 없지 않았을까 라고 생각해본다. 글을 쓸 때는 드러내는 방법과 감추는 방법, 이 두 가지를 생각을 해야 된다. 유지기의 글을 읽다가 이른바 대가들의 글을 읽어보면 유지기의 이 말이 한문에만 해당하는 게 아니라는 걸 알 수 있다. 드러내는 방법과 감추는 방법 그다음에 역사를 서술할 때 불필요한 문장을 제거하는 것, 이런 것에 대해서 얘기를 하는데 옛날 얘기가 아니라 오늘날 우리도 새겨야 될 얘기라고 할 수 있다.  

드러내는 방법과 감추는 방법이 있다 하기 전에 문장론에 관한 얘기가 있다. "말을 기호로 표현하면 글자가 되고, 글자를 짜놓은 것이 구절이 되며, 구절이 쌓이면 한 장章이 되고, 장이 쌓이면 편篇이 되는데, 편목이 나누어지면 한 역사가의 견해로써 세상에 통용된다." 부식언자위문夫飾言者爲文 편문자위구編文者爲句 구적이장립句積而章立 장적이편성章積而篇成 편목기분篇目既分 이일가지언비의而一家之言備矣, 비備를 찾아보면 구비하다, 마련하다 이런 뜻만이 아니라 펼쳐진다는 뜻이 있다. 그다음에 보면 중요한 말이 있다. "옛날에 외국으로 나가는 사신은 군주의 뜻을 잘 전하는 것이 가장 중요했고 외국의 귀빈을 접대하는 대부는 말을 솜씨 있게 하는 것이 가장 중요했다." "더군다나 장구를 배열하여 서책으로 간행하게 될 기록을 어찌 힘써 정밀히 다듬고 수식하지 않은 채 후대 사람들이 읽고 말하도록 전할 수 있겠는가!" "성현이 저술한 것을 경전이라고 하는데, 구절마다 소나 하이고 말마다 모두 옥구슬 같아서 고아한 목소리가 귀에 울리는 듯하다. 비유하자면, 창해에 배를 띄운 사람이 그저 끝없는 광대함에만 놀라고 태산에 오른 사람이 그 우뚝하게 높이 솟은 모습에 대해서만 감탄할 것이다. 그런데 필시 거기서 가장 돋보이는 부분만 지적한다면 무엇이 가장 뛰어난지 모를 것이다." 놀라고 감탄만 하고 있는데 어떤 게 가장 돋보이는 부분인지를 지적하기가 어렵다.  

"장구章句에는 드러내는 방법과 감추는 방법이 있다." "드러내는 방법이란 상세하고 곡진하게 서술하여 저자가 말하고자 하는 바를 글 안에서 모두 설명하는 것이며, 감추는 방법이란 글에서 직접적으로 언급되지 않은 많은 사실을 자연스럽게 드러나도록 하는 것이다." 현야자顯也者 번사욕설繁詞縟說, 상세하고 곡진하게 말을 많이 하고 꾸민다. 그래서 리진우편중理盡于篇中, 저자가 말하고자 하는 바가 리理이고, 진盡은 흔히 다할 진이라고 번역하는데, 오항녕 교수는 모두라고 번역했다. 모두라고 번역하는 게 가장 일반적으로 잘 맞아떨어진다. 감추는 방법은 직접적으로 언급되지 않은 많은 사실을 자연스럽게 드러나도록 하는 것이다. 사실 자연스럽게 드러난다고 하는데 이건 독자가 알아차려야 된다는 말이다. 회야자晦也者 생자약문省字約文, 말을 생략하고, 축약해서 하는 것, 사일우구외事溢于句外, 글 바깥으로 넘쳐나게 한다, 오항녕 교수는 자연스럽게 드러나게 한다고 번역했는데, 이는 독자와 암묵적으로 대화하는 것이겠다. 생략해서 썼는데 현명한 독자는 읽는 것이다. 그러니까 사실 드러내는 방법과 감추는 방법은 저자의 능력이기도 하지만 독자에게도 달려 있는 것이기도 하다. 독자와의 암묵적 대화를 유지기는 생각하고 글을 쓰고 있는 것은 틀림없다. 이런 고급 독자라고 지칭하겠다. 사일우구외事溢于句外를 할 줄 아는, 일이 넘쳐나는 것을 식별해 낼 줄 아는 그런 독자를 대상으로 글을 쓴다는 말이겠다. 나의 독자는 사일우구외事溢于句外를 할 줄 아는 사람이라는 말이고, 드러내는 방법으로 쓰는 사람들이 상정하는 독자는 시시콜콜한 것을 좋아하는 독자들이겠다는 말이다. 이런 독자를 상대로는 이렇게 써야 되고 이런 독자를 상대로는 이렇게 써야 된다 라고 하는 것일 수도 있다. 여기까지는 해석이 가능하다고 본다. 

"대개 사소한 것은 생략하고 핵심적인 것만 남겨두며, 중요한 내용을 거론하여 중요치 않은 사실들까지 밝힐 수 있다면, 한마디 말로 거대한 사건이든 세세한 사건이든 모두 포괄하고 단지 몇 글자로도 크든 작든 사건을 누락하지 않을 것이니, 이것이 모두 감추는 방법의 요체이다." 교가지의較可知矣, 비교해 보면 알 수 있다. 부능약소존대夫能略小存大, 대개 사소한 것은 생략하고, 중요한 것은 남겨두면, 거중명경擧重明輕, 중요한 내용을 거론하고, 중요하지 않은 사실까지 밝힐 수 있다면, 일언이거세함해一言而巨細咸該, 거대한 사건이든 세세한 사건이든 모두 포괄하고, 咸을 함으로 읽어야 한다, 該는 갖춘다는 뜻이다. 편어이홍섬片語而洪纖, 몇 글자로도 크든 작든, 미루靡漏, 새지 않게 한다면, 차개용회지도야此皆用晦之道也, 이것이 모두 감추는 것의 요체이다. 감추는 것이 가지고 있는, 감추는 방법은 일종의 고급 독자를 대상으로 하는 글쓰기가 아닌가 생각해본다. 

그다음에는 사례들을 가지고 얘기한다. 석고문의昔古文義 무각부사務却浮詞, "옛날에는 서술할 때 불필요한 문장을 제거하는 데 힘을 기울였다." 예를 들어 "『서경』 「요전」에는 요임금이 돌아가시니 백성들이 어버이를 잃은 듯 애도했다." 그냥 백성들이 애도했다 라고 하지 않고, 어버이를 잃은 듯이라고 하면 길게 말할 게 없는 것이다. 그다음에 또 하나 보면 "『서경』 「고요모」에는 우임금의 아들 계가 태어나 응애응애 울었지만, 우임금은 그것을 돌볼 틈이 없었다." 애가 울었는데 돌볼 틈이 없었다는 것은 바빴다는 얘기이다. "『서경』「무성」에는 주나라 무왕이 은나라 주왕을 토벌할 때 은나라 군대의 선봉이 창을 거꾸로 들고 자기 편으로 향했고, 대패한 은나라 군사들의 피가 넘쳐흘러 방패가 떠다녔다 라고 주왕의 부덕함을 표현했다." 주왕이 얼마나 나쁜 놈인지를 얘기하지 않고, 주나라하고 맞서야 될 선봉이 창을 거꾸로 들고 자기 편을 향했다고 얘기했다. 그다음에 『서경』 「순」전에는 순임금이 공공·환도·삼묘·곤을 처벌했더니, 천하가 모두 감복했다." 공공·환도·삼묘·곤이 누군지를 알아야 감복을 왜 했는가를 알 수 있다. 그러니까 앞서 말한 것처럼 공공·환도·삼묘·곤을 아는 자, 그다음에 은나라 주왕이 얼마나 엉망인 놈인지를 아는 사람들만을 상대로 할 때에만 이게 가능해진다는 말이겠다. 고급 독자를 상정하지 않으면 이게 불가능한 상황이라고 볼 수 있겠다. 

그러니까 "이들 문장은 모두 소략한 듯하지만 실제로는 할 말을 다했다. 그러므로 처음 보면 그것이 쉽겠다고 생각하지만, 막상 해보면 얼마나 어려운지 깨닫게 될 것이다." 무엇을 줄일 것인가 이게 상당히 고통스럽다. 차개문여활약此皆文如闊略, 모두다 처음에는 느슨하고 약하다, 간활簡闊이라고 하면 간략하고 느슨하다는 말이다. 이어실주첨而語實周瞻, 그런데 사실은 두루두루 할말을 다했다. 고람지자초의기역故覽之者初疑其易 이위지자방각기난而爲之者方覺其難, 처음 보면 그것이 쉽겠다고 생각하지만, 막상 해보면 얼마나 어려운지 깨닫게 될 것이다.  고지조충소기소능척비기설야固非雕蟲小技所能斥非其說也. "본디 글의 자구나 꾸미는 정도의 짧은 재주로는 서술의 상세함과 간략함을 적절하게 조절할 수 없다." 그다음에 부경이수자포의夫經以數字包義 이전이일구성언而傳以一句成言, "경문은 몇 글자로 의미를 함축하지만, 전문은 한 구절로 전달하고자 하는 말을 만든다." 수번약유수雖繁約有殊 이은회무이而隱晦無異. "비록 글자가 많거나 간략함의 차이는 있지만, 감추고 드러내지 않는 필법의 원칙은 다르지 않다" 의심義深 수발어이탄雖發語已殫 이함의미진而含意未盡, "뜻은 깊고 멀기 때문에 비록 말은 이미 끝났어도 함의를 다 드러내지 않은 것이다." 사부독자使夫讀者 망표이지이望表而知裏, "이런 서술은 독자들로 하여금 겉만 보고도 내면을 알게 하고”, 문모이변골捫毛而辨骨, "털을 문지르고도 뼈를 판별할 수 있게 하며”, 도일사우구중覩一事于句中 반삼우우자외反三隅于字外, "구절 안에서 한 가지 사실을 보고 글자 밖에서 세 귀퉁이가 떠오르게 하는 것이다." 

그다음에 한 문장을 더 보면, 부독고사자夫讀古史者 명기장구明其章句, "고대의 역사를 읽는 독자는 일반적으로 숨겨진 장구의 의미를 밝히고 통독하면서", 개가영가皆可詠歌, "시를 읊듯 읽는다." 관근사자觀近史者, "반면에 근대의 역사를 읽는 독자는", 관觀자이니까 읽는다라기 보다는 그냥 들여다본다고 할 수 있다. 열기서언悅其緖言 직구사의이이直求事意而已, "뜻이 온전하지 않은 구절만 즐기고, 단지 사실 자체의 의미만 추구한다." 서언緖言은 오항녕 교수의 각주를 보면 "서문이라는 말도 있지만 할 말을 다 하지 않은 말, 무언가 더 말해야 의미가 온전해지라는 말이라는 의미도 있다." 그러니까 할 말을 다 하지 않고 무언가 더 말해야 의미가 온전해지는 말을 즐기고 사실 그 자체의 의미만 추구한다. 그 앞에 사례가 있는데 왕침이 "용모가 아름다워 여럿 중에서 가장 태어났기 때문에 특별히 총애를 받았다"라고 썼다. 그런데 이것에 대해 배송지는 "같은 뜻의 말을 세 번에 걸쳐 나누어 했으니 요즘 서술에서 나타나는 한 가지 병통이다"라고 했다. 이것을 한번 생각해보면 용모가 아름다우니까 여럿 중에서 가장 뛰어난 것이고 그러니까 총애를 받은 것이다. 그러니까 같은 뜻의 말을 세 번에 걸쳐 나눠 했다는 것이 동어반복을 했다는 게 아니라 한마디만 해도 될 것을 여러 개로 말했다는 것이다. 용모가 아름다웠다고 하면 끝인 것이다. 읽는 사람이 생각을 하도록 여지를 남겨놔야 한다. 너무 많이 말을 해버리면 고급 독자라 할지라도 지나치게 서술이 번다하게 많은 것에 대해서는 고급 독자라 할지라도 생각을 안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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