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담화冊談話 | 사통史通(30) ─ 史通, 內篇 - 模擬

 

2025.06.07 δ. 사통史通(30) ─ 史通, 內篇 - 模擬

유지기, ⟪사통⟫(劉知幾, 史通)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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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의模擬 ─ 역사서 모방의 허와 실

• "흔히 "시대가 변하면 사물도 변하고, 사물이 변하면 그에 대한 준비도 달라져야 한다."라고 한다. 굳이 선왕의 도를 내세워 현재 사람들에게 적용하려는 것에 대해, 한비자는 「오두五蠹」라는 논설을 통해 비판하면서 송나라 사람이 그루터기를 지키며 토끼를 기다리는 격이라고 말했다. 그런데도 세상의 저자들은 기발한 것만 추구하고 즐기는 까닭에, 옛날 투의 문장을 가지고 현재의 사실을 기록하고는 으쓱거리면서 오경이 다시 태어났다느니 삼사가 또 나타났다느니 하며 의기양양하고 있지만, 실제로는 거의 식견 이 없는 형편없는 것뿐이다." (개어왈盖語曰 세이즉사이世異則事異 사이즉비이事異則備異 필이선왕지도必以先王之道 지금세지인持今世之人 차한자소이저此韓子所以著 오두지편五蠹之篇 칭송인유수주지설야稱宋人有守株之說也 세지술자世之述者 예지어기銳志於奇 희편차고문喜編次古文 찬서금사撰敍今事 이위연자위오경재생而巍然自謂五經再生 삼사중출三史重出 다견기무식자의多見其無識者矣)    

• 오두五蠹: 다섯개의 좀
1. 학자學者. 선왕의 도를 칭송하고 인의를 빙자해서 용모와 옷차림을 성대히 차리고, 말솜씨를 꾸미고 당대의 법을 의문나게 하고(의당세지법疑當世之法), 군주의 마음을 헷갈리게 한다. 
2. 언담자言談者. 거짓을 세워 속여 말하고 밖으로 힘을 빌려서 사욕을 이루며 사직社稷의 이득은 내버리는 사람들 (합종合縱·연횡連衡) 
3. 대검자帶劍者. 도속徒屬을 모아 의리를 내세워 이름을 드러냄으로써 오관五官(중앙관청)의 금제禁制를 범하는 사람
4. 환어자患御者. 사문私門과 가까이하며 뇌물을 보내고 요직자의 청탁을 받아들여 전쟁의 노고를(한마지로汗馬之勞) 물리치는 사람이다. 
5. 상공지민商工之民. 거친 물건을 고치고 호사스러운 재물을 모으며 쌓아두고 때를 노려서 농부의 이득을 빼앗는다.
"이 다섯은 나라의 좀이다." (차오자此五者, 방지두야邦之蠹也) 

韓非子
• "요즈음 시대에 요·순·우·탕·문·무의 도를 찬미하는 자가 있다면 반드시 새 성인(신성新聖)에게 비웃음을 당할 것이다. | 이런 까닭으로 성인은 옛것을 따르기를 기필하지 않고 일정한 법을 지키려하지 않으며 시대 사정을 문제삼아 알맞은 대책을 세운다. | 지금 선왕의 정치를 가지고 요즈음의 민을 다스리려 하는 것은 모두 나무 밑동을 지키는 것과 같은 부류다." (시이성인是以聖人 불기수고不期脩古 불법상가不法常可 논세지사論世之事 인위지사[비]因爲之事[備]) 

• "옛날과 지금은 풍속이 다르고 새 시대와 구 시대는 대비가 다르다. 만약 너그럽고 느릿한 정책으로 급박한 세상의 민民을 다스리려 한다면 마치 고삐나 채찍도 없이 사나운 말을 부리려는 것과 같다. 이것은 (현실을) 알지 못하는 환난이다." (부고금이속夫古今異俗 신고이비新故異備 여욕이관완지정如欲以寛緩之政 치급세지민治急世之民 유무비책이어한마猶無轡策而御駻馬 차부지지환야此不知之患也) 
 

• "또한 민民은 본래 세에 굴복하고 의를 따를 수 있는 자는 적다. 공자는 천하의 성인이다. 행실을 닦고 도를 밝혀 온 천하를 돌아다녔다. 온 천하가 그 인을 좋아하고 그 의를 찬미하였으나 제자가 된 자는 일흔 사람이었다. 대개 인을 귀히 여기는 자가 적고 의를 행하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차민자고복어세且民者固服於勢 과능회어의寡能懷於義 중니仲尼 천하성인야天下聖人也 수행명도이유해내脩行明道以游海内 해내설기인海内說其仁 미기의이위복역자칠십인美其義而爲服役者七十人 개귀인자과蓋貴仁者寡 능의자난야能義者難也)

•"지금 학자들은 군주를 ··· 세에 의존하지 않고 인의만을 힘써 행하면 왕노릇할 수 있다고 한다. ··· 이것은 결코 될 수 없는 도리다." (금학자지설今學者之說 ··· 불승필승지세不乘必勝之勢 이무행인의즉가이왕而務行仁義則可以王 ··· 차필부득지수야此必不得之數也) 

• "현명한 군주의 길은 법을 일정하게 하여 지를 구하지 않고 술을 굳게 지키며 성실을 마음에 두지 않는다. 그러므로 법이 무너지지 않으며 여러 벼슬아치들이 간악과 사기를 치지 않게 된다." (고명주지도故明主之道 일법이불구지一法而不求智 고술이불모신固術而不慕信 고법불패故法不敗 이군관무간사의而羣官無姦詐矣) 

  현자賢者 정신지행貞信之行 지자智者 미묘지언微妙之言 (유儒·묵墨의 행行) ─ 민民이 행하고 알기 어려운 것

• "민의 이해타산은 모두 안정되고 유리한 것을 쫓고 위험과 궁핍을 피한다 ··· 그러므로 사문私門에 종사하여 병역을 온전히 면제받으며 ··· 뇌물을 써서 ··· 바라는 것을 얻고 바라는 것을 얻으면 유리하다 ··· 이 때문에 공민은 적어지고 사인은 많아지는 것이다." (민지정계民之政計 개취안리여피위궁皆就安利如辟危窮 ··· 고사사문이완해사故事私門而完解舍 ··· 행화로行貨賂 ··· 즉구득則求得 구득즉리求得則利 ··· 시이공민소이사인중의是以公民少而私人衆矣) 


유지기의 사통史通, 오늘은 내편內篇의 28장 모의模擬편을 읽어보겠다. 역사서 모방의 허와 실로 번역이 되어 있다. 번역자가 설명한 것을 보면 "유지기는 학문이 본 뜨는 데서 시작하듯, 서술도 마찬가지라고 한다." 본 뜨는 데서 시작한다는 말은 좋은 말이다. 일단 자기가 무엇을 베꼈는지 출처만 정확하게 하면, 보고 베끼는 데서 시작하는 것이고 서술도 마찬가지이다. "그런데 본 뜨는 체제에는 두 가지가 있다고 했다. 첫째는 겉보기는 같더라도 실제가 다른 경우가 있고, 둘째 겉보기에는 달라도 실제는 같은 경우이다." "겉보기는 달라도 실제는 같도록 모범이 배우는 모범이 되는 역사서를 배우는 일"이 중요하다. 현실은 좀 다르겠지만 그렇다고 할 수 있겠다. 틀린 말은 아니다. 

처음을 보면 "서술할 때에 그대로 본떠 쓰는 것은 예로부터 당연했다." 자고이연自古而然, 마땅히 그러했다 라고 되어 있는데, 여기에 보면 춘추를 본받아야 한다. 무엇을 본받는가. 일단 관직과 호칭을 본받고 그다음에 역사서에서 본받는 방법을 이것 저것 설명을 해놓았다. 중국 춘추시대에는 태음력을 사용하고 있었는데 "노나라만은 주나라 왕실의 제도를 그대로 썼기 때문에 태양력을 사용"했다. 그런 것이 있고 인물의 이름과 자를 함께 쓰는 경우도 있고, 인물 이름 그대로 쓰는 경우도 있고 이렇게 얘기를 했다. 이런 사례들은 우리가 그냥 그런가 보다 하면 된다. 그런데 이제 원칙을 보면, "흔히 "시대가 변하면 사물도 변하고, 사물이 변하면 그에 대한 준비도 달라져야 한다."라고 한다. 굳이 선왕의 도를 내세워 현재 사람들에게 적용하려는 것에 대해, 한비자는 「오두五蠹」라는 논설을 통해 비판하면서 송나라 사람이 그루터기를 지키며 토끼를 기다리는 격이라고 말했다. 그런데도 세상의 저자들은 기발한 것만 추구하고 즐기는 까닭에, 옛날 투의 문장을 가지고 현재의 사실을 기록하고는 으쓱거리면서 오경이 다시 태어났다느니 삼사가 또 나타났다느니 하며 의기양양하고 있지만, 실제로는 거의 식견 이 없는 형편없는 것뿐이다." 여기 한비자에 나오는 오두五蠹는 49장이다. 두蠹라고 하는 것은 좀벌레이다. 나무 속을 파먹는 좀벌레, 이것은 조금 이따 다시 얘기하기로 하겠다. 

개어왈盖語曰 세이즉사이世異則事異, 세상이 달라지면 즉 사물도 달라지고, 사이즉비이事異則備異, 사물이 달라지면 준비도 달라져야 한다. 필이선왕지도必以先王之道 지금세지인持今世之人 차한자소이저此韓子所以著 오두지편五蠹之篇, 선왕의 도를 내세워 현재 사람들에게 적용하는 것에 대해서 한비자가 오두五蠹에서 말한 바 있다. 이 경우에 딱 들어맞지는 않지만 어쨌든 한비자가 수주대토守株待兔라는 말을 해서 나무그루터기 위에서 토끼를 기다린다는 얘기이다. 칭송인유수주지설야稱宋人有守株之說也, 송나라 사람이 그루터기를 지키며 토끼를 기다리는 격이라고 말했다. 세지술자世之述者, 세상의 저자들은, 예지어기銳志於奇, 기발한 것만 추구하고, 예지銳志는 단단히 먹은 마음을 가리킬 때 쓴다. 예의주시銳意注視라고 할 때 뜻을 단단히 먹고 눈을 부릅뜨고 감시한다는 말이다. 그때 예銳라는 게 우선 날카롭다는 뜻이 있다. 그런데 단단하다 라는 뜻도 있다. 희편차고문喜編次古文 찬서금사撰敍今事, 옛날 투의 문장을 가지고 현재의 사실을 기록하고는, 이위연자위오경재생而巍然自謂五經再生 삼사중출三史重出, 으쓱거리면서 오경이 다시 태어났다느니 삼사가 또 나타났다느니 하며 의기양양하고 있지만, 위巍는 높을 위이고, 위연巍然은 으쓱대다라는 뜻이다. 다견기무식자의多見其無識者矣, 실제로는 거의 식견 이 없는 형편없는 것뿐이다. 

오늘은 한비자의 오두五蠹라고 하는 텍스트를 얘기해보려고 한다. 이 텍스트는 되게 읽어볼 만한 것이다. 공자님 말씀이라고 하는 것은 옳은 얘기인데 현실에 적응력이 떨어지는 얘기들이다. 한비자는 읽으면 읽을수록 내가 살아가면서 꼭 기억을 해둬야 되겠는데 하는 사례들이 많다. 한비자 텍스트의 중요한 내용은 오두五蠹편에 집약이 되어 있지 않나 한다. 오두五蠹 다음이 현학顯學이고, 충효忠孝, 그 다음이 52편 인주人主인데, 이는 마키아벨리의 《군주론》에 해당하는 부분이다. 그다음에 53편이 칙령飭令, 54편이 심도心度, 55편이 제분制分이다. 49편인 오두五蠹부터 시작해서 쭉 읽으면 한비자가 말하고자 하는 것의 핵심적인 내용을 여기서 읽을 수 있다.  

오두五蠹라고 하는 게 나라를 좀먹는 벌레가 5개 있다. 먼저 학자學者가 있다. 여기서는 공부하는 사람 일반을 가리키는 게 아니라 선왕의 도를 칭송하고 인의를 빙자해서 용모와 옷차림을 성대히 차리고, 말솜씨를 꾸미고 당대의 법을 의문나게 하고, 의당세지법疑當世之法, 군주의 마음을 헷갈리게 하는 자들이다. 이 사람들이 유가와 묵가이다. 묵가는 흔히 만민평등 주장하는 사람들이라고 나온다. 예전에 마르크스주의 사관에 입각해서 중국 사상사를 쓴 책들을 보면 묵가를 굉장히 높게 평가를 한다. 1번이 학자學者인데 유가와 묵가를 굉장히 비난을 하고 있다. 두 번째가 언담자言談者이다. 거짓을 세워 속여 말하고 밖으로 힘을 빌려서 사욕을 이루며 사직社稷의 이득은 내버리는 사람들이다. 이 사람들은 종횡가이다. 세 번째는 대검자帶劍者, 칼을 찬 사람이다. 도속徒屬을 모아 의리를 내세워 이름을 드러냄으로써 오관五官(중앙관청)의 금제禁制를 범하는 사람이다. 그다음에 대검자와 비슷한데 사리사욕을 추구하는 사람인 환어자患御者가 있다. 환患이라는 글자가 친숙하다 라는 말이고, 어御가 시중을 두는 사람이니까, 사문私門과 가까이하며 뇌물을 보내고 요직자의 청탁을 받아들여 전쟁의 노고를(한마지로汗馬之勞) 물리치는 사람이다. 한마지로汗馬之勞는 말이 땀을 흘리는 노고를 물리친다는 것으로 전쟁에 안 나가는 것을 말한다. 다섯 번째가 상공지민商工之民이다. 한비자 시대만 해도 근간은 농민이기 때문에 상업이나 공업을 하는 사람들은 나라의 근간을 어지럽히는 사람들이었다. 거친 물건을 고치고 호사스러운 재물을 모으며 쌓아두고 때를 노려서 농부의 이득을 빼앗는다. 그래서 학자學者, 언담자言談者, 대검자帶劍者, 환어자患御者, 상공지민商工之民을 한비자는 "이 다섯은 나라의 좀이다."라고 말한다.  

오두五蠹의 내용을 살펴보면 다 해서 18개의 섹션으로 나뉘어져 있다. 첫 번째를 보면 상고(上) 시대에는 사람은 적고 새나 짐승이 많았다. 사람들이 새·짐승·벌레·뱀을 이기지 못하였다. 어느 성인이 일어나 나무를 얽어 집을 만들어서 여러 가지 해악을 피하게 하였다. 그래서 민이 좋아하여 천하의 왕으로 삼고 이름하여 유소씨라고 불렀다." 한비자는 그 시대의 환경을 먼저 얘기를 한다. 그다음에 그것에 대해서 대책을 세운 사람이 유명한 누구다 라고 이렇게 말을 한다. 왜 이런 식으로 하는가 하면 환경에 따른 대비가 있다는 것이다. 그때 환경은 이러했는데 그 환경에서 어려움을 해결한 사람은 누군데 그 사람이 해결한 방식은 이것이다. 그렇다고 해서 그것을 갖다가 환경이 달라진 오늘날에도 여전히 통용될 수 있다고 생각하면 바보라는 얘기를 하고 싶은 것이다.  

그러니 "요·순·우·탕·문·무", 요·순·우·탕·문·무라는 사람들이 있을 당시의 상황에 대응을 했기 때문에 그 상황을 고려하지 않고 그냥 그들이 해놓은 해결책만을 계속 고집을 한다고 하면 상황 맥락을 고려하지 않은 채 해결책만 고려하니까 그게 바로 바보 짓이다. 그러니까 한비자는 "요즈음 시대에 요·순·우·탕·문·무의 도를 찬미하는 자가 있다면 반드시 새 성인(신성新聖)에게 비웃음을 당할 것이다."라고 얘기를 했다. 신성新聖, 새로운 성인, 그래서 오두五蠹라고 하는 게 누구를 비판하는 것으로, 나라를 좀먹는 다섯 벌레에 대해서 얘기를 하는데 그건 negative한 얘기, 부정적인 · 소극적인 얘기이고, 그러면 한비자의 이론은 도대체 무엇인가를 물어본다면 신성론新聖論이라고 얘기를 한다. 새로운 상황에는 새로운 성인, 그러니까 유지기가 앞서 얘기한 것처럼 시대가 변하면 사물도 변하고 사물이 변하면 그에 대한 준비도 달라져야 한다 라고 말한다. 이것이 한비자가 주장한 바인데, 이것을 하는 사람이 바로 새로운 성인이다. "이런 까닭으로 성인은 옛것을 따르기를 기필하지 않고 일정한 법을 지키려하지 않으며 시대 사정을 문제삼아 알맞은 대책을 세운다." 시이성인是以聖人 불기수고不期脩古 불법상가不法常可 논세지사論世之事 인위지비因爲之備. 상가常可라고 하는 것은 늘 그런 것, 불법不法에서 법法이라는 단어가 동사로 쓰면 본받다는 말이다. 그러니까 불법상가不法常可는 "항상 그러한 것을 본받으려 하지 않고"라는 말이다. 노자의 《도덕경》에 보면 도법자연道法自然이라는 말이 있는데, 도는 자연을 본받는다는 말이다. 그러니까 여기는 법이라고 하는 건 본받는다는 말이다. 불법상가不法常可는 항상 그러한 것을 본받으려 하지 않고, 논세지사論世之事, 시대 사정을 문제 삼아, 인위지사[비]因爲之事[備], 알맞은 대책을 세운다. 불법상가不法常可를 하는 사람이 신성新聖, 새로운 성인이다. 그러니까 "지금 선왕의 정치를 가지고 요즈음의 민을 다스리려 하는 것은 모두 나무 밑동을 지키는 것과 같은 부류다." 

왜 그러한가. 한비자는 바로 얘기를 한다. "옛날에는 남자가 농사짓지 않아도 초목의 열매가 먹거리로 넉넉하였고 여자가 베짜지 않아도 새나 짐승들의 가죽이 옷 해입기에 넉넉하였다." 그런데 지금은 아니다. 그러니까 그때는 굳이 상을 주고 벌을 주고 하지 않아도 저절로 다스렸는데 이제는 그렇게 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이제는 법으로서 다스려야 할 때가 된 것이다. "옛날과 지금은 풍속이 다르고 새 시대와 구 시대는 대비가 다르다. 만약 너그럽고 느릿한 정책으로 급박한 세상의 민民을 다스리려 한다면 마치 고삐나 채찍도 없이 사나운 말을 부리려는 것과 같다. 이것은 (현실을) 알지 못하는 환난이다." 부고금이속夫古今異俗, 옛날과 지금은 풍속이 다르고, 신고이비新故異備, 새 시대와 그 시대는 대책이 달라야 한다. 그러니까 여욕이관완지정如欲以寛緩之政 치급세지민治急世之民, 너그럽고 느릿한 정책으로 급박한 세상의 민民을 다스리려 한다면, 유무비책이어한마猶無轡策而御駻馬, 마치 고삐나 채찍도 없이 사나운 말을 부리려는 것과 같다. 차부지지환야此不知之患也, 이것은 (현실을) 알지 못하는 환난이다. 

왜 오두五蠹편이 한비자의 이론 또는 법가 전반을 잘 드러내 보여주는가 하면 다음에 이런 얘기가 있다. "또한 민民은 본래 세에 굴복하고 의를 따를 수 있는 자는 적다. 공자는 천하의 성인이다. 행실을 닦고 도를 밝혀 온 천하를 돌아다녔다. 온 천하가 그 인을 좋아하고 그 의를 찬미하였으나 제자가 된 자는 일흔 사람이었다. 대개 인을 귀히 여기는 자가 적고 의를 행하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민民은 본래 세에 굴복하고 의를 따를 수 있는 자는 적다. 굉장히 무서운 말이다. 냉혹하지만 현실이다. 차민자고복어세且民者固服於勢, 또한 백성이라고 하는 자들은 본래 세에 굴복하고, 과능회어의寡能懷於義, 의를 따를 수 있는 자는 적다. 여기서 세勢라는 말을 썼는데, 법가는 신성新聖이라고 하는 사람들은 일단 세勢를 얻어야 된다고 말한다. 세勢를 얻은 다음에 사람들 사이에 법法을 세우고, 일단 세력을 얻는 게 중요하다. 그다음에 뒤에도 나오지만 술術, 전술을 할 줄 알아야 된다. 그러니까 세력을 모아서 전략을 짠 다음에 전술적으로 잘해야 된다. 법가라고 하면 우리가 법法만 생각하기 쉬운데, 일단 이 사람들은 현실 정치를 작동시키는 방법을 궁리한 사람이니까 세勢, 법法, 술術 이 세 가지를 꼭 생각을 해야 된다. 그다음에 나오는 말이 아주 뼈 때리는 얘기이다. 중니仲尼 천하성인야天下聖人也, 공자는 천하의 성인이다. 수행명도이유해내脩行明道以游海内, 행실을 닦고 도를 밝혀 온 천하를 돌아다녔다. 해내설기인海内說其仁 미기의이위복역자칠십인美其義而爲服役者七十人, 온 천하가 그 인을 좋아하고 그 의를 찬미하였으나 제자가 된 자는 일흔 사람이었다. 그러했는데도 제자가 고작 70명, 세력이 없었다는 말이다. 이것은 무엇을 말하는가. 개귀인자과蓋貴仁者寡 능의자난야能義者難也, 대개 인을 귀히 여기는 자가 적고 의를 행하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공자는 세勢가 없었다. 물론 후대에 와서 그런 한 것은 나중 일이다. 그러니까 한비자는 세勢를 먼저 모아야 한다는 것이다.  

그 다음을 보면 "지금 학자들은 군주를 ··· 세에 의존하지 않고 인의만을 힘써 행하면 왕노릇할 수 있다고 한다. ··· 이것은 결코 될 수 없는 도리다." 금학자지설今學者之說, 지금 학자들은 유가와 묵가이다. 불승필승지세不乘必勝之勢 이무행인의즉가이왕而務行仁義則可以王, 세에 의존하지 않고 인의만을 힘써 행하면 왕노릇할 수 있다고 한다. 차필부득지수야此必不得之數也, 이것은 결코 될 수 없는 도리다.  

그러면 현명한 군주는 어떻게 해야 되는가. 지금 공자와 묵자를 얘기했으니까 현명한 군주의 길은 무엇인가. "현명한 군주의 길은 법을 일정하게 하여 지를 구하지 않고 술을 굳게 지키며 성실을 마음에 두지 않는다. 그러므로 법이 무너지지 않으며 여러 벼슬아치들이 간악과 사기를 치지 않게 된다." 고명주지도故明主之道, 현명한 군주의 길은, 여기서 현명하다고 할 때 현賢자는 사실은 한비자가 좋아하지 않는 말이다. 현賢은 유가와 묵가의 가르침을 말할 때 쓴다. 지智도 마찬가지이다. 현자賢者 정신지행貞信之行, 현자는 곧고 믿음이 있는 행위를 하는 사람이고, 지자智者 미묘지언微妙之言, 지라고 하는 것은 미묘하다. 이런 것은 드러나지 않아서 일반인이 이해하기 힘든 것, 민民이 행하고 알기 어려운 것이다. 그러니까 한비자는 현賢이라는 글자와 지智라는 글자에 대해서 그다지 가중치를 주지 않는다. 고명주지도故明主之道 일법이불구지一法而不求智, 현명한 군주의 길은 법을 일정하게 하여 지를 구하지 않고, 깊이 생각해 볼 필요 없이 눈에 보이는 방법을 알려줘야 된다는 말이다. 그다음에 중요한 것이 고술이불모신固術而不慕信, 술을 굳게 지키며 성실을 마음에 두지 않는다. 마음속에 있는 믿음을 숭앙하지 않는다는 말이다. 그러니까 깊이 생각할 것도 없이 할 수 있도록, 넛지 같은 것이다, 행동 방식을 알아서 그것에 딱 맞도록 법을 해놓는다는 것이다. 그렇게 하면 고법불패故法不敗 이군관무간사의而羣官無姦詐矣, 법이 무너지지 않으며 여러 벼슬아치들이 간악과 사기를 치지 않게 된다. 이것이 한비자의 비법이다. 

마지막으로 "민의 이해타산은 모두 안정되고 유리한 것을 쫓고 위험과 궁핍을 피한다 ··· 그러므로 사문私門에 종사하여 병역을 온전히 면제받으며 ··· 뇌물을 써서 ··· 바라는 것을 얻고 바라는 것을 얻으면 유리하다 ··· 이 때문에 공민은 적어지고 사인은 많아지는 것이다." 백성은 손해냐 이익이냐를 따진다. 그래서 안정되고 유리한 것을 쫓는다. 사람은 그렇게 움직이는 것이다. 민지정계民之政計, 정政은 바를 정正을 써도 무방하다. 개취안리여피위궁皆就安利如辟危窮, 안정적인 것을 취하고 이익이되는 것에 편안해야 한다. 그리고 위험과 궁핍을 피한다. 그러므로 고사사문이완해사故事私門而完解舍, 사문에 종사하여, 즉 권세 있는 자에게 들러붙어 병역을 면제받으며, 행화로行貨賂 ··· 즉구득則求得 구득즉리求得則利, 뇌물을 써서 ··· 바라는 것을 얻고 바라는 것을 얻으면 유리하다고 생각한다. 시이공민소이사인중의是以公民少而私人, 이렇게 되면 공민, 나라에서 사용할 수 있는 병역을 할 사람은 줄어들고 사인이 많아진다. 여기서 핵심은 사람들은 이해타산을 쫓아가기 마련이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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