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유원의 책담화冊談話(https://booklistalk.podbean.com)에서 제공하는 「옥스퍼드 세계사」를 듣고 정리한다.
2025.06.04 🎤 옥스퍼드 세계사 17-1
17강: 제4부 제9장. 근대 초 세계의 지성과 예술(1)
일시: 2025. 6. 04. 오후 7시 30분 - 9시 30분
장소: 수원시평생학습관
강의 안내: https://learning.suwon.go.kr/lmth/01_lecture01_view.asp?idx=4158
오늘은 9장 르네상스, 종교 개혁, 정신혁명 부분이다. 8장과 9장이 연결이 되는데, 357페이지부터 먼저 보면 수렴하는 세계, 경제적 · 생태적 조우 ─ 1350년~1815년이다. 그 연대를 이제 보자. 1350-1815, 《옥스퍼드 세계사》에서 얘기한 게 그것이다. 그리고 우리가 지난주까지 했던 8장에서 했던 부분은 경제적 · 생태적 조우라고 해서, 지난번에 중요하다고 강조했던 것은 연대나 이런 것보다는 전 세계의 무역이라든가 지역이라든가 하는 어떤 권역별로 이루어졌는가를 얘기했다. 권역이 중요하고, 어떤 지역들이 어떻게 만났는가를 아는 것이 중요하다고 했다. 그런데 오늘은 르네상스, 종교 개혁, 정신 혁명을 보면 흔히 우리가 문화사에서 다루는 주제들이다. 9장이 그러하고 10장을 보면 감정과 경험을 통한 연결로 되어 있는데 사회 조직이나 정치 조직이나 전쟁을 다룬다. 그러니까 9장은 일반적으로 문화사에 해당하는 영역을 다룬다. 즉 1350-1815년 사이에 세계 문화사Cultural History에 관한 얘기이다. "1350-1815년 사이의 세계 문화사", 르네상스, 종교 개혁, 정신 혁명이라는 말은 대체로 서유럽의 문화사를 이야기할 때 사용되는 용어들이다. 9장에 들어 있는 내용은 르네상스, 종교 개혁, 정신 혁명, 정신 혁명이라는 말은 아주 굉장히 범위가 넓은 말인데, 르네상스나 종교 개혁이라고 하는 제목을 붙여서 거론될 만한 내용은 그렇게 없다. 그러니까 9장은 르네상스하고 종교 개혁이라고 하는 것에 대한 얘기가 별로 없기 때문에 제목이 잘못 붙어 있는 것이다. 그냥 이 시기, 그러니까 1350년에서 1815년의 세계 문화사 또는 세계 문화교류사 정도라고 하면 된다. 르네상스라와 종교 개혁이라는 말은 윌리엄 맥닐의 《세계의 역사》에서 중요하게 나온다. 르네상스라와 종교 개혁이라는 말을 역사 책에서 완전히 없앨 필요는 없지만 르네상스와 종교 개혁을 기준으로 해서 시대를 나눈다든가 문화사를 나눈다든가 하는 것은 서유럽 중심주의이다. 르네상스라는 말은 요즘 거의 사용하지 않는다. 르네상스라고 하는 것 아래에 이름을 붙일 만한 어떤 것들이 있는가 라고 하면 의문점이 굉장히 많기 때문에 그렇다. 따라서 르네상스나 종교 개혁은 15세기와 16세기 서유럽의 아주 특수한 현상들을 지칭하는 말이기 때문에 글로벌 히스토리의 제목으로 사용하기는 적절치 않다. 예전에는 15세기 르네상스, 16세기 종교개혁, 17세기 과학혁명, 18세기 계몽주의 이런 식으로 해왔다. 100년 단위로 나눠서 그렇게 배웠다. 역사 철학도 그런 식으로 했는데 지금은 그렇게 하지 않는다. 15세기 르네상스라고 불리던 시기에 일어난 일련의 사태들을 1400이라고 숫자를 이탈리아 말로 읽으면 콰트로첸토Quattrocento이다. 그래서 이 시기를 콰트로첸토Quattrocento라고 부르는 게 적당하다.
《하버드-C.H.베크 세계사》에서는 1350년에서 1750년으로 시대 구분을 한다. 이 시대 구분의 문제가 있는데 1750년으로 나누고, 그다음에 1750년에서 1870년으로 나눈다. 1815년과 1750년은 50년 차이인데 뭐 그렇게 큰 차이가 있겠나 할 수 있지만 어떤 차이가 있는가. 1750년은 7년전쟁, 그러니까 《하버드-C.H.베크 세계사》와 지금 우리가 보고 있는 《옥스퍼드 세계사》에서 무엇을 중요하게 여기는가 라고 생각한다면 이 책은 7년 전쟁이다. 이 책은 기본적으로 정치사를 중심으로 시대 구분을 한다 라고 보면 된다. 7년 전쟁은 정확하게 말하면 1756년에서 1763년으로, 18세기 유럽사뿐만 아니라 18세기 세계사에서 가장 중요한 사건이다. 7년 전쟁에서 프랑스가 작살이 나서 나라의 살림이 곤궁해져서 세금을 많이 거두려고 했고 그래서 1789년 프랑스 혁명이 일어났다. 7년 전쟁이라는 게 되게 중요한 사건이다. 그러니까 《하버드-C.H.베크 세계사》은 1750년의 7년 전쟁이라고 하는 것을 중요하게 생각을 하는 것이고 이것을 분기점으로 해서 이전과 이후로 나뉜다. 《옥스퍼드 세계사》는 1350년부터 1815년을 한 세트로 보고, 1789년 프랑스 혁명을 이 안에다 포함을 시키는 것이다. 그래서 《옥스퍼드 세계사》에서는 문화사뿐만 아니라 문화사나 정치사에 있어서 프랑스 혁명을 포함하고 있다고 생각을 하면 된다. 이게 어떤 의미를 갖고 있는가는 《옥스퍼드 세계사》의 영역을 넘어가는 것이긴 한데, 프랑스 혁명을 포함시키느냐 아니냐, 대체로 포함을 시키지 않는데, 이 책은 지금 포함을 시키고 있다. 대개 정치사적으로는 1350년에서 시작해서 400년 정도, 7년 전쟁을 기준으로 해서 자른다. 이를 다 묶어서는 Early Modern이라고 한다. 7년 전쟁은 프로이센과 오스트리아가 슐레지엔 지방의 패권을 놓고 다툼이 벌어지기 시작을 했는데, 오스트리아와 프로이센은 둘 다 도이치어를 쓰는 지역인데, 7년 전쟁을 계기로 해서 같은 언어를 사용하지만 원수가 된 지역들이다.
마르티나 도이힐러가 쓴 《한국의 유교화 과정》이라는 책이 있다. 고려라는 나라와 조선이라는 나라는 정치 체제뿐만 아니라 사회구성 자체도 굉장히 완벽하게 달라진 나라이기 때문에, 조선 건국에 있어서 이데올로기적인 전환을 잘 알아둬야 된다. 그게 일어난 시기가 이때이다. 세계사 쓰는 사람이 조선사에 대해서 전혀 모르기 때문에 이런 얘기를 안 쓰지만 우리는 알고 있니까 조선사를 끼워넣어서 생각을 해야 한다.
《하버드-C.H.베크 세계사》에서 얘기하는 것은 정치사 · 사회사적인 시대 구분이고, 지금 여기 우리가 읽고 있는 《옥스퍼드 세계사》는 세계 문화사적인 구별인데, 이것의 관건은 1350-1750년, 7년 전쟁이라고 하는 것을 결절점으로 생각하는 것이다. 7년 전쟁에 와서 마무리가 되면서 그다음 시대로 넘어간다는 얘기이고, 1350년에서 1815년은 그 안에 프랑스 혁명을 포함시키겠다는 것, 그리고 프랑스 혁명을 포함시킨다 라고 하는 것은 나폴레옹 시대를 포함시킨다는 것을 의미한다. 우리가 지금 읽고 있는 9장을 보면 444페이지의 섹션 제목이 혁명의 이념과 나폴레옹의 이념이다. 그리고 450페이지 보면 낭만주의가 있는데, 이렇게 끼워넣는 것이다. 낭만주의는 여기에 넣을 만한 것은 아닌데 어쨌든 들어가 있다. 프랑스 혁명과 나폴레옹은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기 때문에 연대를 1750년으로 안 잡은 이유가 그것이겠다. 1789년 프랑스 혁명, 나폴레옹 전쟁이 끝난 때가 1815년이다. 1350-1815년의 1815년은 나폴레옹 전쟁이 종결된 시기, 빈 회의가 1815년에 성립했다. 역사 책을 볼 때 1850년은 별다른 의미가 없을 수도 있는데, 1815년이 무엇인지, 1750년이 무엇인지 그 연대에 일어났던 사건들을 생각을 하고 그 사건을 가지고 뭔가 저자가 설명하고자 하는 것이 있다 라고 생각해야 되는 것이다. 그것이 바로 전문적으로 역사적인 사유를 하는 것이다. 그렇게 의미를 부여해야 자기 스스로 거기에다가 결절점을 만들어내는 것이다. 그냥 덧없이 무심코 흘러가는 사건에 대해서 의미를 부여하는 것이 역사적 사유이다. 역사적 사유는 우연히 펼쳐져 있는 지나간 일들을 모아서 필연적인 연결고리들을 만드는 것이다. 필연적인 연결고리를 만든다 하는 것이 바로 의미를 부여하는 것이다.
9장은 403페이지부터 407페이지까지를 잘 읽어야 한다. "과거에 우리는 세계의 가장 자리에 있었습니다. 지금 우리는 중심에 있습니다. 공학자이자 인문주의자인 페르난 페레스 데 올리바는 1524년 코르도바시의 귀족들에게 과달키비르강을 항행 가능하게 만들자는 긴급 프로젝트를 제안하면서 이런 이유를 들었다." 과달키비르강은 에스파냐를 거의 중심으로 흐르는 강이다. 그러니까 지금 1524년이면 1492년을 머릿속에 생각해야 한다. 이런 연대가 나오면 1492년에서 한 30~40년 지난 때라는 것을, 머릿속에서 기준 연도를 떠올려야 한다. 이 사람들이 과거라는 말을 쓰고 세계라는 말을 쓰고 가장 자리라는 말을 쓰고 중심이라는 말을 썼다. 이런 단어들을 쓰는 것 자체가 되게 중요한 것이다. 에스파냐 사람들도 뭔가를 해보자고 하는 것인데, 과거라는 단어를 쓰고 중심이라는 단어를 쓰는 것 자체가 글로벌 히스토리의 차원에서 뭔가 생각을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다음에 "실제로 서유럽인은 오랫동안 세계의 주변부로 밀려날까 걱정하다가 갑자기 피할 수 없는 역동적인 연계들", 중요한 표현이다. 피할 수 없는 역동적인 연계들, 그 사람들도 여기저기 배 타고 다녀봤는데 그게 자기네들에게 어떤 영향을 미칠지에 대해서는 몰랐다. 가보니까 피할 수 없는, inevitable, 불가피하다는 의미이다, 피할 수 없는 역동적이라고 하는 말은 예측 불가능한이라는 의미를 갖고 있다. 피할 수 없는 역동적인 연계들이 있는데 "일종의 세계 그물망의 한가운데 예상치 못하게 걸려들었다." 그러니까 이 사람들이 전 지구적인 항해를 시작을 했는데 그런 것들이 있는 줄은 몰랐는데 인도양이라든가 이런 곳에 가보니까 엄청난 교역들이 있더 말이다. 예상할 수 없는 세계의 그물망 안에 들어가 있는 것이고, 또 그들이 옴으로 해서 다른 대륙들에서도 같은 변화를 겪었다는 것이다. 그게 바로 "14세기에 유럽인 탐험가와 노예상, 선교사가 대서양의 해안과 섬에서 이전까지 기록되거나 보고된 적이 없는 사람들을 처음으로 맞닥뜨린 새롭고 충격적이고 대게 폭력적이었던 만남은 상호 적응과 발견의 과정을 촉발했다." 만남이라는 것은 바로 앞 챕터의 encounter라고 있었다. 알 수 없는 낯선 것들을 만들어냈다.
그다음 문단이 굉장히 중요한 문장이다. "산업화 시대 이전만 해도 유럽은 그 과정에서 중추적 역할을 하지 못했다." 산업화라고 하는 것은 산업혁명 이전이란 말이다. 산업혁명 이전까지는 유럽은 여기서 중추적 역할을 하지 못했다. 1815년 그다음에 1750년 이 시기가 끝나면서부터 그 다음이 바로 산업혁명이다. 《하버드-C.H.베크 세계사》에서 1350-1750 다음이 1750-1870이다. 여기가 대개 서양 사회에서 되게 산업화의 시대라고 본다. 여기를 Early Modern이라고 한다면 여기를 Modern이라고 부르는 시대인데, 다시 말해서 어떤 연대 기준을 잡든 일반적으로 Early Modern이라고 부르던 시기는 산업화 이전 시기이고, 이른바 동양과 서양 어느 쪽도 전 지구적으로 패권을 갖고 있지 못하던 시기, 앞으로 어떻게 될지 모르는 상태로 계속 뒤죽박죽 다이나믹하고 예측 불가능한 연결만 일어나던 시기이다. 이 시기를 가만히 보면 1350년에서 1815년이면, 1800년에 정조가 사망했다. 조선왕조 시기하고 겹친다. 기억을 해놓아야 한다. 세계사에서 Early Modern이라고 하는 시기와 조선왕조 시기가 겹친다. 조선왕조 시기에는 예측 불가능한 만남이 전혀 없었다. 결과론적 얘기일지는 몰라도 예측 불가능한 만남이 없었기 때문에 1800년 이후에 적응이 안 된다. 그러니까 온실 속에서 고요하게 살았다. 유가라고 하는 것이 안정된 시스템, 역동적이지 않은 것, dynamic encounter가 없는 시대였다. Early Modern이라고 하는 시기는 조선왕조였고, 이 시기에 비춰서 보면 무엇은 잘했고 무엇은 못했다 라는 비교군들이 생긴다. 세계사의 맥락에서 비교군을 봐야 이게 보인다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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