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유원의 책담화冊談話(https://booklistalk.podbean.com)에서 제공하는 「옥스퍼드 세계사」를 듣고 정리한다.
2025.06.11 🎤 옥스퍼드 세계사 18-1
18강: 제4부 제9장. 근대 초 세계의 지성과 예술(2)
일시: 2025. 6. 11. 오후 7시 30분 - 9시 30분
장소: 수원시평생학습관
강의 안내: https://learning.suwon.go.kr/lmth/01_lecture01_view.asp?idx=4158
406페이지를 보면 지난번에 얘기한 것 중에서 "세계화의 가장 오래된 형태는 문화 세계화다" 부분이 굉장히 중요한 얘기이다. 우리가 지금 배우고 있는 것이 역사 책에서 역사적 사실에 관해서 배우는데 이건 역사론Historiography에 관한 것이다. 오늘은 제9장을 두 번째로 하는 날인데 9장 전체 내용을 자세하게 설명하는 것은 기회가 되면 할 것이고, 오늘은 여기에 나온 역사론을 보충설명하겠다. 406페이지에서 407페이지는 역사책을 읽을 때 꼭 알고 있어야 되는 부분이다. 역사에 관한 이론적 통찰, 다시 말해서 역사관의 문제이다. 일제시대 때 압록강에 수풍댐을 지었다는 것은 역사적 사실이고, 그 수풍댐을 어떻게 볼 것인가 하는 것은 역사관의 문제이다. 그것을 지어서 그나마 우리나라가 근대화가 되지 않았느냐 공업화가 되지 않았느냐 라고 말하는 사람들은 식민지 근대화론자들이고, 사실 그것은 만주로 진출하려는 일본의 계획에 따라서 지어진 것이고, 그것이 우리 한반도 사람들을 위해서 쓰여진 것은 전혀 없다고 말하면 허수열 교수가 쓴 《개발 없는 개발》에서 말하는 것이다. 이 책을 보면 데이터로 나오는데, 일본 사람들이 무엇을 얼마나 투자했는데 어떻게 빼먹었고 하는 얘기들이 나온다. 406페이지에서 407페이지에 나오는 얘기들은 그동안 세계사에 대해서 뭔가를 배운 일종의 역사관인 유럽 중심 사관, 그 유럽 중심 사관을 가지고 설명하지 않으려고 하는 시도들이 있다. 때 세계사를 볼 때 최소한 15세기 콰트로첸토Quattrocento부터, 르네상스라고 불리는 이 시기부터 시작해서 지금까지의 역사를 볼 때는 항상 이 관점을 가지고 보려고 해야 된다는 말이다. 기본적으로 아시아에 살고 있는 사람들은 유럽 중심 역사관을 가지고 쓰여진 역사책을 보면 쪽팔림을 느끼는데, 그러니까 쪽팔림을 느낄 필요가 없다는 말이고, 그렇다고 해서 우월감을 느낄 필요도 없다.
이를테면 일무佾舞라는 거 있다. 논어에 보면 팔일편八佾篇을 보면 나오는데, 팔일무八佾舞는 8열 64명의 무용수가 조를 짜서 추는 춤으로 천자에게만 허용되어 있었는데, 제후들이 팔일무八佾舞를 추게 하니 비판한 얘기가 나온다. 그러니까 직급에 맞지 않는 과한 행사를 하는 것을 비판하는 부분이다. 조선왕조 종묘제례에서도 팔일무를 볼 수 있다. 1500년 대에 유럽에서 이런 춤이 어디에 있었는가. 이것은 단순히 오리엔탈리즘Orientalism에 대한 반대인 옥시덴탈리즘Occidentalism이 아니라 407페이지를 보면 "경쟁적 다극 구조"라는 말을 기억해야 한다. 이것이 가지고 있는 것들이 그 고유한 사상 체계와 그런 것들을 바탕으로 이런 예술적인 것들 또는 ritual한 들이 나왔다 라는 것을 생각해야 한다.
406페이지의 "세계화의 가장 오래된 형태는 문화 세계화다. 문화 세계화는 다른 모든 형태─경제·기술·과학·생태 세계화─를 가능하게 만들었다." 문화 세계화라고 하는 말, 문화라고 하는 것 안에 들어가는 것이 무엇인가. 일단 문화라고 하는 것은 정신적인 사물인 언어, 그 언어와 언어로서 이루어지는 개념들이 문화 세계화 속에 들어가 있다. 일단 우리가 서양 문화를 알려고 한다고 하면 피렌체 우피치 미술관에 가서 그림도 보고 하겠지만 기본적으로는 언어를 알아야 된다. 언어를 안다는 것은 번역을 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문화 세계화라고 하는 것의 출발점은 언어적 사물들의 번역, 다르게 말하면 관념Ideas, 번역을 통해서 옮겨간다. 이 번역이라고 하는 것은 항상 정확하게 옮겨내는 것이 불가능하다. 우리가 영어를 아무리 잘해도 그 영어에 있는 뜻을 온전히 다 옮겨낼 수가 없다. 두 번째로 문화라고 하는 것은 신념체계와 삶의 방식을 함께 이야기해야 한다. 신념체계와 삶의 방식을 넓은 의미에서 철학이라고 한다. 이게 문화 세계이다. 한국에서 1905년 이후로 끊임없이 뭔가를 개선하는 이유는 한국 사람들은 과거에 잘난 적이 없다는 생각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기본적으로 한국 현대사의 출발점이 1905년이다. 1905년은 러일 전쟁과 을사늑약이다. 을사늑약이 우리의 의식 수준의 출발점이다. 사실은 그 이전에 political cultural는 깔려 있고 social mentality는 1905년부터 시작한다. 그러니까 돌아갈 과거는 없이 무조건 개선한다.
"과거에 선호했던 세계사 서사, 즉 유럽을 나머지 세계에 투영해온 과정으로서의 서사━섭리적·선형적·진보적 서사━의 제약을 넘어서고자 한다면 이런 사실을 유념할 필요가 있다." 섭리적·선형적·진보적 서사가 기존의 세계사를 서술하는 기본 역사관이었다. 그리고 "그런 서사는 14세기부터 19세기까지 전개된 사태를 마치 생존에 적합한 우월한 문명이 야만을 상대로, 또는 선택받은 '인류'━또는 인류의 일부━가 야만인을 상대로 목적론적 승리를 거두는 진화적 에피소드였던 것처럼 묘사한다." 그다음 문장이 중요한데 "그렇지만 당시 사람들이 스스로 문명으로 규정한 '중심들'은 그들이 정복하거나 착취할 수 있는 열등한 곳으로 치부한 '주변부들'과 마찬가지로 세계 곳곳에 흩어져 있었다." 그러니까 거기서 주변부는 유럽 사람들이 주변부로 간주했던 지역을 말한다. 따라서 일단 유럽 중심의 섭리적·선형적·진보적 서사를 버리면 중심부와 주변부라고 하는 것이 아무런 의미가 없는 것이 된다. 모두가 중심이 되는 것이니까 그렇다. 그래서 406페이지를 다시 보면 "북아메리카에서는 힌두교도 상인과 중국계 무슬림이 환영을 받고 인종들이 뒤섞였다." 뒤섞인 것을 의도적으로 많이 무시하고 살았다. 그래서 407페이지를 보면 "이 모든 새로운 면모는 사회와 문화, 생활의 중간 형태들을 반영했고 또 만들어냈다. 그 결과 대도시 중심지들이 늘어나고 주민들이 전례 없이 뒤섞이고 주변부들이 새로 생겨남에 따라 지정학이 새로운 국면으로 접어들었다." 그 다음을 보면 "경쟁적 다극 구조라고 부를 만한 국제 정세", 경쟁적 다극 구조는 multipolar structure라고 부른다. 그동안 우리 사회에서 통용되어 왔던, 우리 사회의 권력 구조에 관한 일종의 서사, 담론에서 벗어나 multipolar structure로 가고 있다. 전반적으로 의식이 상향 조정이 된 것이고, 어떤 특정 지역이 다른 특정 지역을 지배하는 구조가 아니라 각 지역마다 고유한 장점을 가지고 사회가 균형 있게 발전해 간다 라는 생각을 가져야 한다. 그게 바로 multipolar structure로 가는 것이다.
경쟁적 다극 구조라고 부를 만한 국제 정세, 이게 사실 1500년대에 있었다고는 하지만 유럽 중심 서사에 밀려 있었는데, 오늘날에는 다시 생겨나고 있다. 그것을 이해하는 가장 중요한 것은 "토착민 가톨릭 사제, 물라토 순수자, 메스티소 광명파, 성스러운 '혼혈인', 카리스마적인 개신교 목사, 불교도와 무슬림 전도사", 경쟁적 다극적 구조가 가장 잘 드러난 것이 종교 혼합주의이다. 그다음에 "국제적 다극 구조는 정치적 혼합체들과 공존했다." 유럽에서는 복합 군주국들이 있었고, 중국에서는 만주족 치하에서의 정치적 혼합체, 만주족이 정치의 상부 구조를 유지하고 나머지 부분은 한족이 차지하는 정치적 혼합체를 말한다, 그다음에 에도 시대 일본에서는, 도쿠가와 막부 시대를 말한다, 특히나 중국이나 에도 시대는 몰라도 유럽은 이 당시에 유럽이라고 하는 지역은 굉장히 다양한 종류의 영주들이 통치하던 곳이다. 그러니까 우리는 조선왕조 시대부터 계속 한 나라였지만 유럽은 결코 그런 적이 없었다는 걸 꼭 생각해야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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