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미라: 헤겔의 <정신현상학> 읽기
- 책 밑줄긋기/책 2023-25
- 2025. 6. 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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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겔의 <정신현상학> 읽기 - ![]() 정미라 지음/세창출판사(세창미디어) |
머리말·5
1장 『정신현상학』의 배경과 구조·15
2장 의식·31
3장 자기의식·59
4장 이성·107
5장 정신·155
6장 종교·211
7장 절대지·233
228 헤겔에 의하면 예수 그리스도를 통해 표상되는 신은 추상적인 신이 아니다. 신은 인간 의식의 산출작용으로서가 아니라, 감각적으로 인지될 수 있는 육체를 지닌 인간의 모습으로, 그리고 자기의식으로 현실에 존재하기 때문이다. 예수 그리스도를 통해 표상된 신은 인간의 본성과 신적 본성이 동일하다는 것을 드러내 준 감각적 필연성에 의거해서 자기의식적인 존재가 된다. 예수그리스도는 신이 더 이상 인간과 완전히 다른 존재가 아니라 바로 자기 자신이며, 동시에 자기 자신이 신적 본질을 지니고 있다는 것을 인간에게 알려 준다. 예수 그리스도를 통한 신과 인간의 이러한 통일은 인간으로 하여금 유한성과 개체성을 극복하고 무한성과 보편성으로의 고양을, 이와 함께 정신의 탄생을 가능하게 한다. 헤겔은 "신이 육체를 가진 존재로 나타난다는 것, 또는 자기의식을 지닌 인간의 형태를 띤다는 것이 바로 절대종교의 단순한내용"으로 규정한다. 신은 더 이상 피안의 신이 아니라 현실세계 속에 살아 있는 신이며, 현실 존재 속에서 자신을 계시한다. 이러한 신은 자기외화 속에서 자기 자신을 알며, 자신이 타자화되는 가운데 자기동일성을 유지하는 운동인 정신이라 할 수 있다. 헤겔은 신과 정신을, 그리고 자기의식을 모두 동일한 것으로 이해하며, 이러한 통일이 계시종교인 기독교 속에서, 특히 예수 그리스도를 통해 형상화된 것으로 간주한다.
인간의 육체를 지닌 예수는 결국 죽음을 맞이할 수밖에 없는데, 부활을 통해, 그리고 종교공동체인 교회를 통해 보편자로서 그의 정신은 영원성을 지니게 된다. 예수의 죽음은 두 가지 의미를 지니고 있는데, 하나는 특수한 존재로서 소멸함으로써 영원성을 지닌 보편적인 존재가 된다는 것이며, 다른 하나는 추상적인 존재로서 신의 죽음이다. 예수의 죽음을 통해 신은 더 이상 현실로부터 유리된, 피안의 실체가 아닌, 교회에서 성령으로 부활하여 자기의식들에게 살아 있는 주체로서 구체적인 현실성을 지니게 된다. 즉 추상적이고 생명 없는 실체로서의 신이 죽고 주체가 된 신이 보편적인 자기의식으로 현실에 존재하게 되는 것이다. 따라서 예수의 죽음은 신을 표상하는 예수의 존재를 특수성으로부터 보편성으로의, 그리고 추상성으로부터 현실성을 지닌 존재로의, 그리고 실체로부터 주체로의 변화를 가능하게 한다.
헤겔에 의하면 그리스도의 제자들은 그리스도를 직접 보고 들을 수 있었으나, 그리스도의 죽음에 의해 "여기와 지금"이라는 그리스도의 현존은 정신적인 현존으로 바뀌어야만 했다. 이러한 과거 존재의 현재화는 제자들의 기억을 통해 이루어지며, 그들 공통의 기억 속에서 그리스도는 정신적으로 현존하게 된다. 즉 그리스도가 제지들의 의식 속에서 내면화되고, 이러한 것들을 교회 공동체를 통해 함께 보존함으로써 그리스도의 가르침은 현재화된다. 이러한 가르침은 교회와 함께 제자들을 보편적인 정신으로 고양시키며, 교회의 보편적인 자기의식이라는 형식을 통해 지속성과 영원성을 지니게 된다. 예수의 존재와 죽음이라는 과거는 교회의 역사에 의해, 단순한 반복일 뿐아니라 끊임없이 이어지는 계시이기도 한 교회의 전통에 의해 매개되고 이러한 교회 속에서 살아 움직이는 정신이 된다. 따라서 예수의 죽음은 "공동체의 자기의식 속에서 자연적 의미를 상실한다. 죽음은 자신의 공동체 속에서 살아 있는 정신의 보편성으로 전환되어 그 속에서 나날이 죽으면서, 또한 나날이 부활하는 것이다." 즉 공동체 속에 살아 있는 정신은 고정된 실체가 아닌, 자신을 외화하고 이러한 외화 속에서 다시금 자기동일성을 이루는 지속적인 운동으로 나타난다.
이와 함께 계시종교의 교회 속에서, 그리고 자기의식 속에서 비로소 정신의 활동이 구체적으로 표현된다. 그러나 헤겔에 의하면 계시종교 속에 나타난 정신의 활동은 종교적인 것으로서 정신의 현실적인 자기의식이 진정한 주체로 정립되어 있는 것은 아니다. 종교라는 대상적인 형식을 벗어나 자기의식이 자신의 외화를 통해 현실세계를 정립할 때, 그리고 이러한 현실 속에서 자기동일성을 유지할 때 비로소 정신의 활동은 계시 종교라는 종교적인 형식이 아닌 현실적인 정신으로 나타나며, 그리고 대상세계와 자기의식의 진정한 통일인 개념의 세계인 절대지에 도달하게 된다.
234 헤겔에 의하면 진리가 존재하는 참다운 형태는 오직 학문으로서만 가능하며, 따라서 『정신현상학』의 목표는 "철학이 학문에 대한 사랑이라는 이름을 떨쳐 버리고 현실적인 지가 되도록 하는 것"이며, 이러한 목표는 절대지에 이르러 완성된다. 헤겔에 의하면 절대지는 대상을 자기 자신으로 이해함으로써 대상과 대상에 대한 지, 그리고 존재와 사유가 완전한 통일에 이르게 된 상태를 의미한다. 의식에게 낯선 대상은 더 이상 존재하지 않으며, 이러한 대상은 자신에 대한 절대적인 확신 속에 있는 자기의식의 운동 속에서 지양된다. 대상은 더 이상 의식과 무관하게 존재하는 대상이 아닌, 오직 자기의식의 대상이며, 대상 속에서 자기의식이 오직 자기 자신만을 인식할 때 의식은 절대지에 이르게 된다. 따라서 의식이 감각적 확신에서부터 계시종교에 이르기까지 경험해 왔던 대상세계와 자기의식의 대립은 절대지에서 비로소 극복된다. 절대지에서 모든 대상적 존재들은 자기의식에 의해 매개되어 있으며, 대상의 대상성은 완전히 지양된다. 따라서 절대지는 모든 존재하는 것이 자기의식에 의해 완전히 파악된 상태를, 자기의식을 벗어난 어떤 대상도 용인되지 않는 상태를 의미한다. 이를 통해 실체가 주체로, 의식의 대상이 자기의식의 대상으로 전환되며, 존재하는 대상세계는 자기의식의 활동 속에서 새롭게 정립된다.
236 헤겔에 의하면 절대지로서 개념을 창출해 내는 자기의식의 이러한 활동은 정신으로 나타난다. 정신은 유한한 것과 무한한 것을 포괄하는 존재하는 모든 것과 우리의 의식이 표상하는 모든 것을 자신의 본질인 자기의식의 활동의 결과로 이해하며, 이러한 자기의식의 활동 자체를 자기 자신으로 이해한다. 헤겔은 자기의식에 근거해 있는 정신의 위력을 "자신이 외화되는 가운데서도 자신을 잃지 않는 절대적인 주체적 존재로서 내적인 자아와 외적인 자아를 모두 다 요소로서 떠안는 데 있는 것"으로 규정한다. 의식, 자기의식, 이성, 정신, 종교에 이르기까지 갖가지 다양한 의식에 사로잡혀 있는 정신의 자기 형성운동은 절대지에서 완결되며, 이러한 절대지에서 정신은 자신의 토대인 개념을 획득한다. 절대지에 도달한, 이와 함께 개념을 획득한 정신은 현실세계 속에서 자신을 구체적으로 드러내는데, 감각적 확신에서 절대지에 이르는 전과정은 개념으로 고양된 정신이 자신을 현상하는 과정이자, 동시에 감각적인 확신으로부터 절대지에 이르는 의식의 발전과정이기도 하다. 헤겔에 의하면 직관이 아닌, 개념으로 모든 사태를 파악하는 학문, 즉 철학만이 의식의 이러한 과정을, 정신이 자신을 현상하는 과정을 포착할 수 있으며, 이러한 학문으로서 철학에 의해서만 절대지는 자신의 구체적인 모습을 드러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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