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반니노 과레스키: 돈 까밀로와 뻬뽀네 - 신부님 우리들의 신부님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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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량한 뻬뽀네
308 갑자기 빼뽀네가 멈춰 서자 수사도 우뚝 멈춰 섰다.
"당신네 수도원에 찾아온다는 가난한 사람들에게 나눠 주시오"
삐뽀네가 나지막한 목소리로 5백 리라짜리 지폐 한 장을 내밀었다. 수사는 깜짝 놀라서 다시금 이 덩치 크고 험상궂은 사내를 쳐다보았다. 손을 내밀어 돈을 받아야 할지 말아야 할지 좀처럼 판단이 서지 않는 듯했다. 
"하느님께서 읍장님의 자비심에 보답해 주실 겁니다."
수사는 낮은 목소리로 속삭였다. 그는 돈을 따로 한곳에 넣은 다음, 다시 걷기 시작했다. 그러나 빼뽀네는 움직이지 않았으므로 수사는 뒤를 돌아보며 물었다. 
"무슨 하실 말씀이라도 있으신가요?"
“왜 상본을 안 주시오?"
삐뽀네가 말했다.
수사가 소매 안을 뒤적여 상본을 꺼내 빼뽀네 앞에 내놓자, 빼뽀네는 그것을 호주머니에 찔러 넣었다.
“그럼 조심해 가시오." 
빼뽀네는 이렇게 말하며 몸을 뒤로 돌려 자전거에 올라탔다. 수사는 안갯속으로 사라지는 빼뽀네의 뒷모습을 우두커니 바라보았다. 그는 혼란스러웠다. 
'저 사람은 분명히 가비올라로 간다고 말하지 않았던가. 그런데 오던 길로 되돌아가는 것은 무슨 까닭일까'
수사는 단순한 사람이었다. 그는 무슨 일이 이해가 되지 않아도 그걸 끝까지 파고드는 사람이 아니었다. 수사는 어깨를 으쓱하더니 다시 자기 길을 가기 시작했다. 
그러나 그의 마음은 곧 감미롭고 포근한 느낌을 받기 시작했다. 그는 하늘을 우러러보며 이렇게 속삭였다.
“정말 아름다운 일입니다. 예수님, 감사합니다." 
삐뽀네는 안갯속을 전속력으로 질주했다. 다시 강둑으로 돌아온 그는 오래된 하수구 앞에서 자전거를 세웠다. 그러고는 호주머니에서 상본을 꺼내 그걸 지갑 속 공산당 당원증 옆에 끼웠다. 
그는 외딴 오솔길에 두고 온 수사가 생각났다. 그 수사가 헐벗고 굶주린 이들에게 음식을 나눠주는 일을 상상해 보았다.
그러고는 즉시 고개를 세차게 좌우로 저었다.
"이런 동정심 따위는 우리 열성 당원에겐 어울리지 않는 값비싼 허영심이야."
빼뽀네는 다시 페달을 힘차게 밟으면서 자신의 감정에 경적을 울릴 수 있도록 바싹 경계 태세를 취했다. 여차하면 스스로에게 경보를 내릴 자세였다. 
그러나 그의 마음속 깊은 곳에서는, 자신도 알 수 없는 작지만 아름다운 선행의 씨앗 하나가 밀알처럼 조용히 자리잡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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