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반니노 과레스키: 돈 까밀로의 사계 - 신부님 우리들의 신부님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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뻬뽀네의 슬픔|빨간 슬픔|휘파람 소리|돈 까밀로와 뻬뽀네의 어린 시절|파산 소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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빨간 슬픔
196 빼뽀네의 사이드카가 낼 수 있는 최고 속도는 시속 110킬로미터였다. 그런데 지금 사이드카의 계기판은 130킬로를 가리키고 있었다. 이건 달리는 게 아니라 차라리 날아가는 것에 가까웠다. 
오후 3시가 되자 빼뽀네는 병원으로 되돌아왔다. 이번에는 스미르초도 함께 동행했는데, 수위는 오전 나절에도 그랬듯이 그들을 막아섰다.
“유산 상속에 관해 급히 의논할 것이 있소. 이번에는 공증인도 데리고 왔소!"
돈 까밀로의 병실 앞에 이르러, 그는 스미르초에게 지시했다.
"자넨 여기 남아서 아무도 들어오지 못하게 지키고 있게. 누가 묻거든 병자성사 중이라고 둘러대고 말이야."
돈 까밀로는 잠들어 있는 것처럼 보였지만, 깊은 잠에 빠져 있지 않았으므로 금방 두 눈을 떴다.
"어떻게 됐나?"
돈 까밀로가 조급하게 물었다.
"신부님이 원하는 걸 전부 준비해왔소. 그렇지만 난 아직도 이걸 살인 행위나 다름없다고 생각하오."
빼뽀네가 대답했다.
"두려운가?"
"아니요."
빼뽀네는 외부 아래에 감춰 가지고 온 꾸러미를 꺼내 조심스레 포장을 풀었다. 그는 꾸러미에 담겨있던 것들을 죄다 침대밑의 협탁 위에 내려놓더니, 돈 까밀로를 일으켜 앉히고 등 뒤에 베개를 대주었다. 그리고 환자의 무릎 위에 냅킨을 펼치고 물건을 하나씩 올려놓기 시작했다. 갓 구운 빵 한 덩어리와 돼지 넓적다리를 저민 햄 및 조각이 냅킨 위에 얹혀졌다. 빼뽀네는 람부르스코 포도주의 마개를 땄다. 은은한 향기가 퍼져나오자, 돈 까밀로는 포도주의 향기를 마음껏 음미하기 시작했다. 
그는 오래간만에 맛보는 진짜 음식이라고 해서 허겁지겁 달려들지 않았고 포도주를 마실 때도 한 모금, 한 모금씩 음미하며 천천히 목구멍으로 넘겼다. 이것은 차라리 음식을 즐기는 것이라기보다는 음식을 통해 마치 고향의 냄새, 추억을 섭취하는 의식과도 같았다. 
햄 한 입 베어 물고 포도주 한 모금을 삼킬 때마다, 돈 까밀로는 그윽하게 밀려오는 뽀 강의 물결에 휩싸이는 듯한 기분에 사로잡혔다. 강 옆에 펼쳐진 황금빛 들녘, 강둑을 따라 촘촘히 자라난 미루나무들의 아름다운 자태, 포근한 물안개가 장막처럼 펼쳐진 아침 하늘, 외양간에서 들려오는 황소의 구슬픈 울음소리, 멀리서 들리는 트랙터와 탈곡기의 시끄러운 소리를 연상시켜, 그를 짙은 향수에 젖게 해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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