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마천: 사기 서
- 책 밑줄긋기/책 2023-25
- 2025. 10. 24.

|
사기 서 | 사기 (민음사) | 사마천 - ![]() 사마천 (지은이),김원중 (옮긴이)민음사 |
개정판 역자 서문
역자 서문
해제
일러두기
1. 예서(禮書)
2. 악서(樂書)
3. 율서(律書)
4. 역서(曆書)
5. 천관서(天官書)
6. 봉선서(封禪書)
7. 하거서(河渠書)
8. 평준서(平準書)
[부록] 보임소경서(報任少卿書)
참고 문헌
찾아보기
해제
16 팔서에 드러나는 주도적 사상은 사마천이 사기를 집필한 취지와도 연결된다. 「태사공 자서」에서도 밝히고 있듯이 사마천의 사상이 총체적으로 보면 황로 도가 사상에 속한다는 것은 널리 인정되는 바다. 사마천이 말하는 도는 노자의 도를 발전시킨 것인데, 이는 국가의 흥망성쇠와 연관된다. 사마천이 말하는 '왕도', 즉 제왕의 '도'는 「소 상국 세가」에도 나온 바와 같이, 국가는 아무 일도 없이 편안하며 백성은 편안하게 살면서 일을 즐거워하는 그러한 다스림을 말한다. 사마천이 말하는 무위의 정치관은 곧 그의 사상이며 '무불위' 즉 '하지 않음이 없는' 정치 이상은 바로 진나라 말기부터 한나라 초기에 유행된 하나의 사상 조류이기도 하다. 사마천은 한나라 초기에 사회의 발전을 주도하는 데에는 황로 도가가 유리하다고 보았으며 아울러 사회가 요구하는 것도 이러한 사상임을 증명하고자 한 것이다.
17 그렇다면 사마천이 서의 첫머리에서 '예'를 존중한 것은 어떤 맥락을 지니고 있는가? 사마천의 사상적 궤적이 분명 도가 계열이기는 하나 유가에서 말하는 '예'의 가치를 부정하지는 않았고, 오히려 신상필벌과 개혁 사상이 강한 법가류를 예로써 비판하고자 한 의도가 상당부분 작용되었을 것이다. 사실 사마천이 황로를 숭상하고 『주역』과 『예기』를 존중한 데에는 가학이 그 근저에 자리 잡고 있다. 사마천은 그의 아버지 사마담의 뜻을 계승하였는데 그가 쓴 「논육가요지」라는 글에서도 음양가를 첫머리에 두고 도가로써 끝맺은 데서 그의 가학의 밑바닥에 자리 잡힌 도가적 성향을 충분히 알 수 있다. 사마천의 삶은 한 무제의 통치 시기와 상당 부분 겹치지만, 고후와 문제와 경제 등의 '무위이치'의 정치적 분위기를 함께 받아들였다. 쇠락한 진나라의 피폐함을 이어받아 경제적으로 궁핍했던 한 고조 유방 시기를 극복한 문제와 경제는 사마천이 추구한 정치의 이상이기도 했다. 그에 반해, 「혹리 열전」에도 나와 있듯이 사마천은 한 무제가 혹리를 임용하고 중앙 집권을 강화하면서 오히려 경제적 문제가 심화되었다는 점을 드러내고자 했다.
17 『사기 서』는 모두 여덟 편인데 각기 두 편씩 짝을 이루고 있다. 우선 첫 부분인 「예서」와 「악서」는 사마천이 추구하는 이상적인 정치 질서를 다룬 것이고, 「율서」와 「역서」는 전쟁을 둘러싸고 벌어지는 정치 현실을 거론한 것이며, 「천관서」와 「봉선서」는 사마천이 추구하는 변화와 개혁의 문제를 짚어 낸 것이고, 「하거서」와 「평준서」는 치수와 경제라는 민생 문제를 거론한 것이다. 이런 구분의 근저에는 위로는 사계절과 여덟 방위라는 천하의 기강에 부합되고 아래로는 옛날과 오늘의 시대적 변용에 맞추고자 한 의도가 담겨 있다. 이런 점을 염두에 두고 간단히 이 여덟 편의 의미를 탐색하기로 한다.
[부록] 보임소경서(報任少卿書)
344 저의 선친은 할부나 단서를 받는 공적도 없었으며, 문사와 성력에 관한 일을 하여 점쟁이나 무당에 가까웠으며, 진실로 주상께서 희롱한 바가 있으며 배우의 부류로 기르셨고 속세의 사람들이 경멸하던 바였습니다. 가령 제가 법에 굴복하여 주살된다고 하더라도 아홉 마리 소 가운데서 터럭 한 개가 없어지는 것과 같으니 땅강아지나 개미와 (제가) 무슨 차이가 있겠습니까? 그리고 또 세상에서는 제가 죽는다 해도 절개 때문에 죽을 수 있는 자와는 비슷하게 생각하지 않을 것이며, 단지 저의 지혜가 다하고 죄는 끝이 없어 스스로 피할 수 없게 되어 결국 죽었다고 여길 것이니 어찌하겠습니까? 평소에 제가 수립해 놓은 것이 그렇게 여기게 만드는 것입니다.
사람이란 진실로 한 번 죽지만 어떤 경우에는 태산보다 무겁고 어떤 경우에는 기러기 깃털보다 가벼우니 그것을 다루는 방향이 다른 까닭입니다. 가장 좋은 것은 선조를 욕되게 하지 않는 것이고, 그다음은 자신을 욕되게 하지 않는 것이며, 그다음은 〔자신의〕 도리와 얼굴을 욕되게 하지 않는 것이고, 그다음은 자신의 언사와 교령을 욕되게 하지 않는 것입니다. 그다음은 몸이 구속되어 욕을 당하는 것이고, 그다음은 죄수의 옷을 입고 치욕을 당하는 것이고, 그다음은 손발이 묶이고 매질당하고 치욕을 받는 것이며, 그다음은 머리카락을 잘리고 쇠고랑을 차고 치욕을 받는 것이며, 그다음은 몸이 망가지고 손발이 잘려 치욕을 당하는 것이고, 가장 아래가 부형이니 극형인 것입니다. 전하여 말하기를 "형벌은 상대부에게는 해당되지 않는다."라고 했으니, 이 말은 선비는 절개를 위해 힘쓰지 않을 수 없다는 뜻입니다.
348 옛날에도 잘살고 신분이 귀했지만 이름이 닳아 없어져 버린 사람은 이루 다 기록할 수가 없으며 오직 평범하지 않은 사람만이 거론될 뿐입니다. 대체로 문왕은 갇힌 몸이 되어 『주역』을 풀이했고 중자는 〔진나라와 채나라에서〕 고난을 당하여 『춘추』를 지었습니다. 굴원은 쫓겨나는 신세가 되어 『이소』를 지었으며, 좌구는 실명하여 그의 『국어』가 남겨졌습니다. 손자는 발이 잘리고 나서 『손자병법』을 지었고, 여불위는 촉나라로 좌천되어 세상에 『여람』을 전하게 되었습니다. 한비는 진에 갇혀 『세난』과 『고분』 두 편을 지었으며, 『시경』의 300편은 대체로 현인과 성현이 발분하여 지은 것입니다. 이런 사람들은 모두 마음속에 울분이 맺혀 있는데 그것을 발산시킬 도리가 없었기 때문에 지나간 일을 서술하여 앞으로 다가올 일을 생각한 것입니다. 좌구는 눈이 없고 손자는 발이 잘려 결국 세상에서 쓸모가 없게 되었지만, 물러나 서책을 논하여 그들의 울분을 펼치고 문장을 세상에 전해주어 스스로를 드러냈습니다.
349 제가 곰곰이 생각해 보니 겸손하지 못하게도 가까이로는 무능한 문사에 스스로를 맡기려고 했는데, 천하에 내팽개쳐진 옛 구문을 두루 수집하여 그 행해진 일을 개략적으로 고찰하고 그 처음과 끝을 종합하고 그 성패와 흥망의 벼리를 깊이 고찰하여 위로는 헌원을 계상하고 아래로는 이 한 무제에 이르기까지 10표를 만들고 본기 12편, 서 8편, 세가 30편, 열전 70편, 모두 130편을 저술했습니다. 또한 하늘과 인간의 관계를 탐구하고 고금의 변화에 통달하여 일가의 말을 이루고자 했습니다. 초고가 다 완성되기 전에 이런 화를 당했으니, 이 일이 완성되지 못할 것을 애석하게 생각했으므로 극형을 당하고도 부끄러워할 줄 몰랐던 것입니다. 저는 진실로 이 책을 저술하여 그것을 명산에 감추어 두었다가 〔제 뜻을 알아줄〕 사람에게 전하여 성읍과 큰 도시에 유통되게 한다면, 제가 이전에 받은 치욕에 대한 질책을 보상받을 수 있을 것이니, 비록 만 번 도륙을 당한다 해도 어찌 후회할 수 있겠습니까? 그러나 이것은 지혜로운 사람에게 말할 수 있지, 속인에게는 하기 어려운 법입니다.
'책 밑줄긋기 > 책 2023-25' 카테고리의 다른 글
| 대니얼 B.클렌데닌: 동방 정교회 개론 (0) | 2025.10.24 |
|---|---|
| 안동림: 이 한 장의 명반 오페라 (0) | 2025.10.24 |
| 피오나 휴즈: 칸트의 『미적 판단력 비판』 입문 (0) | 2025.10.16 |
| A. 베일리, D. 오브리언: 흄의 <인간 오성에 관한 탐구> 입문 (0) | 2025.10.16 |
| 마르틴 루터: 대교리문답 (0) | 2025.10.16 |
| 신원균: 웨스트민스터 다섯 가지 표준 문서 (0) | 2025.09.29 |
| 조반니노 과레스키: 돈 까밀로와 뻬뽀네 - 신부님 우리들의 신부님 3 (0) | 2025.09.29 |
| 마이클 스티븐슨: 전쟁의 재발견 (0) | 2025.09.29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