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담화冊談話 | 중국사학명저中國史學名著(17) ─ 後漢에서 隋까지

 

2025.11.15 δ. 중국사학명저中國史學名著(17) ─ 後漢에서 隋까지

첸무, ⟪중국사학명저강의⟫(錢穆, 中國史學名著)
텍스트: buymeacoffee.com/booklistalk/ChienMu-08

 

혜교慧皎, 고승전高僧傳
14권卷, 453년 동안 257명의 고승들을 열 가지 항목으로 분류해서 작성한 전기傳記, 239명이 부록附錄되어 있으므로 600명에 달하는 승려가 등장. 
• 전등록傳燈錄, 선종禪宗의 조사祖師들을 언행言行을 기록記錄한 것
• 불학사佛學史에 있어서 중요한 자료資料

역도원酈道元, 수경주水經注
상흠桑欽의 수경水經에 대한 주注
지리서地理書에 속한다.
수리水利에 집중, 남북조시대南北朝時代 이후 황하黃河가 아닌 장강長江이 개발되면서 변화된 수상교통水上交通에 대한 기록

사주史注로 유명한 것들
배송지裴松之, 삼국지주三國志注
이선李善, 문선주文選注
유효표劉孝標. 세설신어주世說新語注

유효표劉孝標, 세설신어주世說新語注
유의경劉義慶의 세설신어世說新語에 대한 주注
여러 사람들의 일화逸話 · 일실逸失 모음

시대時代의 변화變化와 그에 따른 역사서술歷史敍述의 변화變化
모든 시대는 각기 나름대로의 특징을 가지고 있다. 이를 잘 표현할 수 있다면 역사적으로 매우 중요한 책이 된다.
➞ 시대성時代性이 역사성歷史性으로 고양高揚되는 것. 시대적時代的 의미意味와 역사적적歷史的 의의意義

청담淸談
위진남북조魏晉南北朝 시기의 한 특성. 후한 이전에는 청담淸談이 없었고 수당시대隋唐時代에도 청담淸談이 없었다
청담淸談의 내용을 알기 위해서는 세설신어世說新語를 참조해야 한다. 

사마천司馬遷, 사기史記
화식열전貨殖列傳 ─ 장사를 하는 사람들이었으나 사회적 지위를 가진 이들
유협열전遊俠列傳 ─ 유협이 특별한 역량을 발휘.
시대가 변하고 역사적으로 의의를 가질 수 없게 되자 이들에 대한 열전列傳도 쓰여지지 않게 되었다.

송사宋史, 도학전道學傳
이전以前의 유학자儒學者와는 구별되는 내용.
송대宋代에 새롭게 출현한 도학道學에 관한 내용

장자莊子, 지북유知北遊
고만물일야故萬物一也 시기소미자위신기是其所美者爲神奇
기소오자위취부其所惡者爲臭腐 취부복화위신기臭腐復化爲神奇
신기복화위취부神奇復化爲臭腐
고왈故曰 통천하일기이通天下一氣耳

 


전목 선생의 중국사학명저, 지난주에 이어서 후한後漢에서 수隋에 이르는 시기의 역사 책들에 대해서 말하겠다. 이 책에서는 유지기劉知幾의 사통史通, 당나라 때 역사책, 역사책이라기보다는 역사 이론서. 역사학에 관한 책이니까 메타 히스토리에 속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는데, 그 부분 바로 앞에까지이다. 후한後漢부터 수隋 나라까지, 이 시기는 굉장히 역사적인 변천이 많은 시기이다. 그래서 지난번에 후한後漢부터 수隋에 이르는 시기의 역사학의 발전, 이런저런 잡다한 것들이 많이 나왔다는 얘기를 했다. 그리고 지난번에 얘기한 것 중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경적지經籍志이다. 수서隋書 경적지經籍志에는 새로운 장르들이 들어갔고, 그렇게 새로운 장르들을 집어넣으면서 분류도 갑을변정에서 경사자집經史子集으로 하는 정말 체계적인 분류가 생겨났다. 

오늘은 전목 선생이 후한後漢에서 수隋에 이르는 책들을 가지고 이렇게 저렇게 말을 하는데, 고승전高僧傳, 수경주水經注, 세설신어世說新語를 가지고 얘기를 한다. 혜교慧皎의 고승전高僧傳은 중요한 책인 것 같다. 고승전高僧傳은 중국 불교사를 연구할 때 1차 문헌이다. 초기 중국 불교사 연구에서 아주 중요한 자료이다. 거자오광의 《중국사상사》를 읽으면 중국 불교사에 대해서도 쭉 설명이 나오는데, 거기 보면 말이 필요 없다. 혜교慧皎의 고승전高僧傳은 중국 불교사 연구에 아주 중요한 책이다. 모두 14권으로 이루어져 있는데 453년 동안 257명의 고승들을 열 가지 항목으로 분류해서 작성한 전기傳記이다. 그런데 또 239명이 부록附錄되어 있다. 그러니까 거의 600명에 달하는 승려가 등장하니까 말할 필요가 없겠다. 명승전名僧傳 정도가 아니라 고승전高僧傳이다. 그 외에 또 교종·선종할 때 그 선종禪宗의 조사祖師들을 다룬 전등록傳燈錄, 전傳은 전해준다라는 뜻일 테고, 등燈은 등불이다. 등불이라고 하는 게 진리의 상징이다. 고승전高僧傳이라고 하는 것은 불교사에 있어서 중요한 자료가 되고 있다. 그런데 왜 이런 것들이 중요한가. 불교사를 연구할 때도 굉장히 중요한데, 사마천司馬遷 시대에는 당연히 나오지 않는 텍스트이다. 당연히 불교가 전달된 것이 사마천 시대가 아니니까 그렇겠다. 그렇다면 고승전高僧傳이라고 하는 이 텍스트는 시대가 이것을 요구했고 그 시대에 부응해서 만들어진 텍스트라고 볼 수 있겠다. 역사학의 새로운 분야가 생겨난 것이다. 철학은 변함없이 맨날 똑같은 것만 하고 있는 것 같아도 철학도 새로운 분야가 꽤 생겨나기도 한다. 

그다음에 나온 게 역도원酈道元의 수경주水經注이다. 물 수水자에다가 경전할 때 경經자인데 물에 관한 얘기이다. 다시 말해서 지리지의 일종이고, 이것은 상흠桑欽이라는 사람이 쓴 수경水經이라는 책이 있는데, 그 책에다가 주注을 달아놓은 것이다. 지리서地理書에 속한다고 되어 있다. 이런 책이 왜 나왔을까. 중국의 수나라, 당나라 시대에 중국 사회에서 아주 중요한 전환 중 하나인 남북조시대南北朝時代 이후에는 북쪽에 있는 황하黃河가 아니라 장강長江이 개발되면서 수상 교통에 대한 변화들이 많이 일어났다. 물론 당나라의 수도는 장안, 황하 유역이었지만 그렇게 되었다. 그러다 보니까 이런 것들도 시대가 변화함에 따라서 생겨난 텍스트라고 할 수 있다. 역도원酈道元의 수경주水經注는 배송지裴松之의 삼국지三國志의 주注와 그다음에 이선李善이라는 사람이 쓴 문선주文選注, 그다음에 이제 유효표劉孝標의 세설신어주世說新語注, 이 세 개를 묶어서 사주史注로 유명한 네 권의 책이라고 말한다. 

유효표劉孝標의 세설신어주世說新語注는 유의경劉義慶이라는 이가 쓴 세설신어世說新語에 대한 주注이다. 세설신어世說新語는 세상에서 굴러가는 새로운 이야기들이라는 것으로 여러 사람들의 일화逸話를 모아놓은 것이다. 일화逸라는 게 숨어 있는 그런 뜻으로, 숨겨진 이야기를 발굴해서 써놓은 것이다. 일실逸失된 문헌이다 라는 말이 있는데, 숨어 있고 사라졌다는 말이다. 망실亡失되었다는 것과 비슷하다. 그런데 가만히 보면 이렇게 어딘가에 숨어 있는 이야기를 발굴해서 굳이 얘기할 필요가 있겠나, 일종의 도큐멘트 발굴을 할 필요가 있겠나 한데, 사실 가만히 따져보면 그 시대의 사람들은 어떤 생각을 하고 살았는가에 대한 일종의 멘탈리티 탐구에 도움이 되는 것이겠다. 그러다 보니까 앞서서 잠깐 말한 것처럼 시대의 변화가 있고 그에 따른 역사 서술의 변화가 있다 라는 얘기를 전목 선생이 하고 싶은 것이다.  

모든 시대는 각기 나름대로의 특징을 가지고 있고 이것을 잘 표현할 수 있다면 역사적으로 매우 중요한 책이 된다. 시대성이 역사성으로 고양되는 것이다. 시대성이라고 하는 것은 그 시대에 의미가 있는 것을 말하는 것이고, 역사성이라고 하는 건 역사적 의의意義가 있다는 것을 말하는 것이다. 의미意味하고 의의意義하고는 조금 다르다. 의미는 중요하다 아니다에 관계없이 의미를 얘기한다. 의미라고 하는 것은 어떤 행위가 가지고 언어적으로 또는 사유적으로 잡아내는 것이다. 세상에 의미 없는 건 없다. 아무것도 의미 없는 건 없다. 낙엽이 떨어지는 것도 낙엽이 떨어진다 라고 말하면 의미가 생긴 것이다. 낙엽이 떨어지는 현상만 이렇게 내버려 두면 의미가 없는 건데 거기다 말을 붙이면 의미가 있는 것이다. oratio라는 것이 그런 것이다. 그런데 역사적 의의라고 할 때, 의미는 meaning이고, 의의는 significance이다. significance는 중요하다는 것, 가치가 부여된 것이다. 시대적으로 이게 이런 현상이 나타났구나 하는 것, 스님들이 많이 등장했네 그러니 고승전을 써야지 하는 것, 그러니까 스님들의 행적이 있는데, 그 행적은 행위이다, 그 행위를 언어로써 기록해 놓으면 의미를 창출해낸 것이다. 그러다 보니까 나중 사람들이 보니까 이거 중요하네 하게 되면 역사적 의의를 갖게 된다.  

예를 하나 들어서 전목 선생이 얘기를 하는데 본인이 아주 열심히 연구하신 것 중에 하나이다. 「위진남북조 학술 문화와 당시 문벌과의 관계에 대해서 간략하게 논함」 논문을 쓰셨는데, 청담淸談 사상에 대해서 연구한 것이다. 청담淸談이라고 하는 것은 후한 이전에는 없었고 수당 이후에도 없었다. 선비들은 선비들인데, 우리가 선비라고 그러면 산골짜기에 은거하면서 도 닦듯이 있는 사람들은 선비라고 하지 않고 청담淸談이라고 한다. 맑은 이야기만 하는 것이 청담淸談이다. 재야의 지식인들이 청담에 해당한다. 정치를 행하기 위한, 정치에 어떤 뜻이 있다고 하면 그 뜻을 펴야 하고, 그러려면 정책을 만들어야 한다. 정치적인 의지를 실현하기 위한 구체적인 방안이 정책이다. 정책이라는 게 산골짜기에서 자기 혼자 머릿속에 그림을 그리면서 만들 수는 없고, 정책이라고 하는 것은 정책의 주체가 되는 사람들이 있다. 대상이자 곧 주체, 그게 국민이다. 그 사람들하고 만나서 의논을 해야 한다. 공청회도 해야 되고 여론도 들어봐야 되고, 그것을 실행할 사람들에 대해서 자문도 구해야 하고, 또 예산도 마련해야 되니까 여러 부서하고 협의를 해야 한다. 사실 그것을 하는 사람들이 이를테면 조선시대에 과거에 급제한 사람들이다. 이정철 박사가 쓴 《대동법, 조선 최고의 개혁》을 보면 고시 공부한 사람들이 그것을 한다. 그것을 하기에는 마땅치 않은, 적당치 않은 세상이, 세상 물정이 그러다 보니까 고요한 곳에 들어가서 책이나 읽고 고담준론이나 해야겠다 하는 사람들을 청담淸談이라고 부르게 된다. 플라톤이 말하는 철학자philosophos가 사실은 본격적인 의미의 선비, 정치가들이다. 플라톤에서 정치가하고 철학자가 구별되지 않는다. 철학자가 곧 다스려야 된다고 하니까 그렇다. 어쨌든 위진남북조 시대에는 청담이 있었다. 그러니까 후한 이전에도 없었고 수당 이후에도 청담이 없었다. 그러면 청담 의식이라고 하는 것은 고준담론을 즐기는 지식인의 시대였다고 말할 수 있겠다. 그러면 이 사람들에 대해서 파악을 하려면 이 시대에 딱 걸맞은 내용을 잘 다룬 책들을 봐야 되겠다. 시대성, 시대적 의미를 가진 텍스트들이 있다. 

그다음에 또 다른 예가 있는데 사마천司馬遷의 사기史記에 보면 화식열전貨殖列傳하고 유협열전遊俠列傳이 있다. 화식열전貨殖列傳이라고 하는 것은 돈을 많이 번 사람들 얘기이다. 그런데 왜 사마천司馬遷에는 화식열전貨殖列傳이 있는데 이후에 나온 역사책에는 화식열전貨殖列傳이 없는가. 또 떠돌아다니는 협객들 얘기인 유협열전遊俠列傳은 없는가. 후대에는 그런 사람들이 사회적 기록할 만하지 않았다. 그냥 장사치에 불과했다. 그러니까 열전을 굳이 쓸 필요가 없었다. 즉 사회적으로, 그들이 살아가고 있는 어떤 인간 집단에서 의미 있게 받아들여지지 않았기 때문에 그것이 쓰여지지 않았을 것이다. 이런 부분인 것이다.  

그다음에 송나라 역사에서 보면, 송사宋史에 보면 도학전道學傳이라는 게 있다고 한다. 처음 알았는데 중요한 부분이다. 유학자인데 그 이전에는 유림儒林이라고 불렸다. 그런데 송대에는 이들을 도학자라고 불렀다. 그러니까 새로운 유학인데 아주 뚜렷하게 도학이라고 불릴 만한 그런 유학이 출현을 했던 것이다. 그러다 보니 전傳도 새로운 전傳을 썼던 것이다. 그러니까 혜교慧皎의 고승전高僧傳, 역도원酈道元의 수경주水經注, 그리고 송사宋史에 붙어 있는 도학전道學傳 이런 것이 중요하고, 그다음에 유효표劉孝標의 세설신어주世說新語注와 같은 텍스트들이 중요하다. 이런 것들이 출연함으로써 세상에서 새로운 역사적 의의를 드러내 보여준다. 그러면서 전목 선생은 마지막에 그렇게 얘기를 한다. "책은 모든 사람들이 읽을 수 있다. 그러나 각기 그 교묘함이 서로 다르다." 그 교묘함이 서로 다르다는 것은 읽는 사람의 교묘함이 다르다는 얘기이겠다. 같은 책이라 할지라도 사람의 관심사에 따라서 달리 읽을 수 있고 또 사람마다 책의 어떤 단면을 잘라서 읽는 부분이 다를 수 있다. 

제가 요즘 입버릇처럼 하는 말이 후회적 독서를 한다는 말이다. 그러니까 후회적이라는 옛날에 책을 왜 그렇게 못 읽었을까 후회하는 것도 있지만 나중에 돌이켜보는 독서이기도 하다. 회 자라고 하는 자책할 회悔 자를 쓸 수도 있고, 회광반조回光返照할 때의 회回와 같이, 돌이켜 볼 회回 자를 쓸 수 있다. 후회後悔, 後回, 두 가지 의미에서의 후회적 독서를 한다. 그게 바로 새로운 단면을 발견을 하는 것이다. 고전 텍스트에서 새로운 단면을 발견한다. 

그것을 말하면서 전목 선생은 "썩는 것을 신기한 것으로 만든다"라고 하면서 장자莊子 지북유知北遊 편에 나와 있는 말을 인용하는데, 똑같은 문장은 아니다. 고만물일야故萬物一也, 그러므로 만물은 하나다, 시기소미자위신기是其所美者爲神奇, 그 아름다운 것은 신기한 것이 되고, 기소오자위취부其所惡者爲臭腐, 추악한 것은 냄새나는 것(취부臭腐)이 된다. 취부복화위신기臭腐復化爲神奇, 그런데 취부臭腐는 신기한 것이 될 수도 있다. 썩는 것을 신기한 것으로 만든다. 이 말은 전목 선생이 한낱 아무짝에 쓸모없는 자료라고 여겼던 것인데, 또 이런 단면을 잘라 붙어 보니까 이런 얘기가 있네 라고 하게 되면 그것이 신기한 것이 된다는 것이다. 그다음에 신기복화위취부神奇復化爲臭腐, 신기한 것은 다시금 냄새나 썩어서 냄새나는 것이 된다. 고왈故曰 통천하일기이通天下一氣耳, 그러므로 말하기를, 하나의 기운이 천하를 꿰뚫고 있다. 전목 선생이 말한 "썩는 것을 신기한 것으로 만든다"는 조금은 조금 적절치 않은 인용이 아닐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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