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반니노 과레스키: 돈 까밀로와 뽀 강 사람들 - 신부님 우리들의 신부님 5
- 책 밑줄긋기/책 2023-25
- 2025. 11. 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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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 까밀로와 뽀 강 사람들 (리커버 특별판) | 신부님 우리들의 신부님 (리커버 특별판) 5 | 조반니 과레스키 - ![]() 조반니노 과레스키 (지은이),주효숙 (옮긴이)서교출판사 |
화가와 마을 처녀|개구쟁이 마그리노|해님 식당|양로원 사람들|마누라 길들이기|적과 함께 왈츠를|돈 까밀로와 사기꾼|두 바보와 그 반쪽|변장한 돈 까밀로|먹구름|잡초 동지|뻬뽀네의 재치|잘못된 명령|해묵은 감정|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것|로마 여행|크렘린의 유령|뻬뽀네와 필로메나 수녀|가난한 연인|다섯 번째 수호성인
변장한 돈 까밀로
157 "몰매 맞았다는 점에서는 똑같지 않나. 아무튼 경찰들의 몽둥이찜질은 별 게 아니었네. 그냥 어쩌다 휩쓸려 맞은 정도로 내가 끄떡이나 할까."
돈 까밀로가 대수롭지 않게 말했다.
"그렇게 만만하게 생각할 일이 아니오, 돈 까밀로. 아마 내일쯤이나 되어야 몸 상태가 어떤지 확실히 알게 될 거요.”
빼뽀네는 시가에 불을 붙이면서 돈 까밀로에게 물었다.
“그 옷은 바티칸의 하사품이오?"
“아닐세. 내 동생이 어쩌다 벗어 놓고 간 옷일세. 분위기 좀 바꿔보려고 걸쳐입었지."
"잘 생각하셨수. 묵힌 먼지 한 번 흠씬 잘 털었으니, 옷한테도 좋은 일이지, 거럼."
돈 까밀로는 외투 속에서 진압봉을 꺼냈다.
"소동 중에 내 손에 걸린 걸세."
빼뽀네도 주머니에서 헝겊 조각을 꺼내며 대꾸했다.
"나도 하나 얻었소. 그 난리통에 바 안에서 말이오."
단추구멍에 공산당 배지가 달린 외투 깃이었다.
"우리 전리품을 서로 바꾸는 게 나을 것 같네."
돈 까밀로와 빼뽀네는 전리품을 교환했다. 그러나 빼뽀네는 진압봉을 잠시 만지작거리다가 멀리 던져버렸다.
"쓸모라곤 눈 씻고 봐도 찾을 수 없는 물건들이오. 나야 즐거웠지만 신부님은 불쾌할 테니까..."
돈 까밀로는 진압봉을 하나 더 꺼내며 말했다.
"자네가 옳아, 빼뽀네. 하지만 그 난리 중에 진압봉 두 개가 내 손아귀에 들어왔으니, 흠, 이를 어쩐다. 내가 하나만 간직함세. 어딘가에 쓸모가 있을지 또 모르지 않나?"
빼뽀네는 진압봉을 들고 있는 돈 까밀로를 경멸스런 눈초리로 바라보다가 한마디를 더 내뱉었다.
"정말 당신은 치사한 영혼의 소유자요."
"이를 말인가, 읍장 동지."
미소를 지은 돈 까밀로의 대답에 빼뽀네는 짜증이 밀려와 아무 대꾸 없이 자리를 떴다.
공원을 벗어난 빼뽀네는 아침에 찍은 사진을 기억해냈다. 그는 서둘러 택시를 타고 영수증에 쓰인 주소로 향했다. 하지만 거기엔 아무것도 없었다. 단지 폭격 맞은 집의 폐허만 있을 뿐이었다.
3천 리라를 지불한 세 장의 사진은 영리한 사기꾼이 필름도 들어있지 않은 사진기로 찍은 것이다. 제대로만 나와 줬다면 100만 리라짜리는 되었겠지만...
돌아오는 길에도 빼뽀네는 2등 칸을 탔다. 상처투성이인 몸을 끌고 3등 칸에 앉아 가고 싶은 생각은 조금도 없었다. 그가 자리에 앉자마자 사제복으로 갈아입은 돈 까밀로가 객실로 들어왔다.
"성지 순례는 무사히 끝내셨소?"
"잘 끝났네."
"밀라노가 사람들이 말하는 것처럼 대단하진 않지요, 돈까밀로?"
"어디나 좋은 것과 나쁜 것은 동시에 존재하기 마련일세. 바싸 마을에는 자네와 내가 함께 있지 않나."
돈 까밀로가 <리나센테 백화점>의 에스컬레이터와 <몬테카티니 비료회사>의 자동문을 떠올리며 대답했다.
성당에 도착한 돈 까밀로는 제대 위의 예수님 앞에 무릎을 꿇고 인사드렸다.
"벌써 돌아왔느냐, 돈 까밀로? 그다지 재미가 없었는가 보구나."
"아뇨. 아주 즐거웠습니다. 하지만 너무 즐거움에 빠져선 곤란한 것 같습니다. 예수님."
돈 까밀로가 멋쩍은 웃음을 지으며 대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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