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반니노 과레스키: 돈 까밀로의 양떼들 - 신부님 우리들의 신부님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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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의 길
316 돈 까밀로와 빼뽀네의 두 눈이 마주쳤다.
“보이나?"
돈 까밀로가 숨을 몰아쉬면서 설명했다.
"공산당 선전선동의 위력이 말일세. 아, 글쎄 귀가 좋은 이 말 녀석이 읍장 나리의 연설을 다 듣고 나서는, 더 이상 짐마차를 끌지 않겠다지 뭐야. '지금부터 파업에 돌입하겠소!' 라고 이 녀석이 말하더라 이거야. 별 수 있나, 목마른 사람이 우물을 파야지. 카스텔레토에 가려면 나라도 수레를 끌 수밖에. 프롤레타리아 계급의 반격은 정말 무시무시하군." 
빼뽀네는 몇 걸음 앞으로 나아가, 두 주먹을 허리춤에 갖다 댄채, 사나운 얼굴로 돈 까밀로 앞에 버티고 섰다.
"그러니까 신부님한테는 프롤레타리아 계급이 한낱 짐승에 불과하다 이 말씀이오?"
뻬뽀네가 화가 잔뜩 난 목소리로 물었다.
돈 까밀로가 대답했다.
"난 잘 모르겠네. 나보다 말귀를 더 잘 알아듣는다는 이놈한테 물어보지 그러나?"
다행히도, 경찰서장이 때맞춰 그곳에 도착했다. 일촉즉발의 상황에도 불구하고 싸움은 벌어지지 않았다.
경찰서장은 돈 까밀로가 하는 꼴을 보고 숨이 턱 막혔다.
"이게 무슨 일입니까, 신부님?"
"별것 아니오. 사제관에서 혁명이 일어났거든. 낡은 지배 계급을 몰아내고, 자신들이 그 자리에 올라타는 프롤레타리아 혁명 말이지." 
돈 까밀로는 말을 마치자마자 다시 수레를 끌고 사제관으로 돌아갔다. 그는 마구간에 말을 놓아둔 뒤, 성당 안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돈 까밀로가 성당에 들어서자 십자가 위에서 예수님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돈 까밀로야, 왜 그런 짓을 했느냐?"
"빼뽀네의 주장이 어리석다는 걸 보여 주기 위해 사용한 비유였을 뿐입니다.”
"그건 적절치 못한 비유다. 너는 고의로 그런 일을 벌여 그 사람이 더욱더 분개하도록 만들었다. 네가 그 사람을 자극한거나 다름없느니라." 
돈 까밀로가 고개를 들고 억울하다는 듯 반박했다.
"그렇지 않습니다. 자극을 받은 사람은 오히려 접니다. 말얘기를 먼저 꺼낸 사람은 바로 빼뽀네였습니다. 그래놓고는 저한테 말한 게 아니라 말에게 말한 거라고 했습니다. 그래서 저는 짐칸에다 말을 올려놓고 제가 대신 수레를 끌었던 겁니다." 
"아무래도 너는 그 자리에 계속 남아 반성해야 마땅할 것 같구나, 돈 까밀로, 너는 한 정당을 대표하는 사람이 아니다. 너는 서로 반대하는 정당 사이에 개입해 그들로 하여금 하느님의 법을 존중하도록 인도했어야 했느니라. 만일 네가 특정한 정당의 깃발 아래 서게 된다면, 어떻게 '이것은 하느님의 법이니 반드시 지키시오'라고 말할 수 있겠느냐? 그 사람들은 너한테 '웃기시네, 그건 우리에게 적대적인 정당의 법일 뿐이지!'라고 대답할게 아니겠느냐.” 
돈 까밀로는 어쩔 수 없다는 듯 어깨를 으쓱해 보였다.
"예수님, 세상에는 두 종류의 정당만이 있을 뿐입니다. 그리스도의 정당과 적그리스도의 정당 말입니다. 그 둘 가운데에 어중간하게 머무르기보다는 그리스도의 편에 서서 싸워야 하는 것 아닙니까." 
“돈 까밀로, 너는 하느님을 일개 정당의 당수로 만들 셈이냐! 너의 직분은 오직 하느님의 법을 지키는 호위무사가 되어, 하느님의 법이 누구의 편도 들지 않는 가장 공정하고 중요한 가르침으로 비칠 수 있게끔 하는 데 있느니라.” 
돈 까밀로는 고개를 들어 반문했다. 
"예수님, 그럼, 저더러 어쩌란 말씀이십니까? 다른 자들이 걸어가는 동안에도 저 혼자 가만히 서 있어야 하겠습니까?" 
"돈 까밀로, 주님의 길을 따라 걸어라. 만일 너와 같은 길을 걸어가는 다른 사람들을 보게 되거든, 마음속 깊이 기뻐해라. 네 곁에서 함께 걷던 사람들이 지름길로 가기 위해 주님의 길에서 벗어나더라도, 너만은 주님의 길에 계속 남아 있거라. 그리고 큰 소리로 그들을 다시 불러들여라. 그들한테 올바른 길로 다시 돌아오라고 애원해라. 그러나 결코 조급해하지 마라. 너와 함께 걷던 사람들이 선택한 지름길이 주님의 길을 향한 걸음을 단축시켜 주는 것 같아도 서두르지 마라. 주님의 길에는 지름길이 없느니라. 네가 항상 선의 길을 따라 걷는다면, 너는 거기서 벗어나 잘못된 길을 걷는 여행자들을 다시 바른길로 불러들이는 등대와 같은 역할을 하게 될 것이니라." 
돈 까밀로는 고개를 숙이고 숙연한 목소리로 말했다.
"주님, 제가 방향을 잃어버리지 않도록 도와주소서."
"지상에서의 선의 길이 끝나고 하늘의 길이 시작되는 저기 저 산꼭대기에 있는 십자가에 항상 시선을 고정한다면 결코 실수하는 법이 없을 것이다, 돈 까밀로, 주님의 표지 안에서는 마침내 네가 승리할 것이기 때문이다." 
돈 까밀로가 겸손하게 속삭였다.
"네, 주님. 우리는 승리할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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