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하르트 바그너: 니벨룽의 반지 세트
- 책 밑줄긋기/책 2023-26
- 2025. 12.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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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벨룽의 반지 세트 - 전4권 | 풍월당 오페라 총서 | 바그너 (Wilhelm Richard Wagner) - ![]() 리하르트 바그너 (Richard Wagner) (지은이),안인희 (옮긴이),오해수 (해설)풍월당 |
『라인의 황금』
『니벨룽의 반지』 해설
『라인의 황금』 해설
대본
제1장
제2장
제3장
제4장
주석
『발퀴레』
해설
대본
제1막
제2막
제3막
주석
『지그프리트』
해설
대본
제1막
제2막
제3막
주석
『신들의 황혼』
해설
대본
서막
제1막
제2막
제3막
주석
발간사
『라인의 황금』 해설
97 세계의 종말이 예고되다
세계가 생겨나고 시간이 얼마나 흘렀을까? 평온한 첫 장면만 보고는 전혀 알 수 없다. 하지만 라인의 황금 무대에서 벌어지는 사건들을 보고 있노라면 머지않아 점점 '이상하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 처음부터 어딘지 부당하고 불공평한 일들이 계속 이어지기 때문이다.
이 작품에 인간은 등장하지 않는다. 이것은 초인적 존재들의 세계다. 그런데 이들 초인적 존재들은 가장 고약한 인간들만큼이나 이기적이고 서로에 대한 배려가 없다. 부당한 방법을 동원해서라도 남을 누르고 권력과 재물을 차지하려는 욕망이 강하다. 작품 거의 마지막에 등장하는 에르다는 '극단의 위험' 때문에 자신이 직접 나올 수밖에 없었다면서 보탄에게 이렇게 경고한다.
"지금 존재하는 모든 것은 머지않아 끝난다."
여기에 이르러서야 관객은 이것이 종말을 눈앞에 둔 세계의 이야기임을 깨닫게 된다. 세상의 질서가 더는 견고하지 못하며, 모든 것이 이미 많이 망가지고 타락했다. 곧 반지』 시리즈는 그 옛날 언젠가 신들의 질서가 종말로 치닫던 시간을 보여주는 작품이다.
3부작에 앞선 서막극인 라인의 황금』은 약 2시간 반에 걸쳐 초인적 존재들의 세계가 타락하는 과정을 보여준다. 전주곡이 시작되면 음악이 끊어지지 않고 계속되다 작품이 끝날 때에야 비로소 오케스트라 음악이 멈춘다. 중간에 장면이 바뀔 때도 음악은 계속된다.
99 『반지 세계에서 전체 줄거리의 밑바탕에 깔려 있는 것은 (몰락을 앞둔) 신들의 질서가 아니다. 이들 세 세력이 도리 없이 따를 수밖에 없는 더 큰 질서가 있으니 곧 자연의 힘이다. 서양철학에서 자연의 힘은 4대 원소, 곧 물, 불, 공기, 흙으로 대표되는데, 여기서는 특히 땅과 물이 전체 질서의 바탕에 깔린다. 반지를 만든 황금 자체가 흙에서 나온 것으로, 라인강의 물속에 들어 있었다. 신들은 4대 원소 중에서 공기와 불에 대한 통제력을 일시적으로 (항구적으로가 아니라) 지닐 뿐이다.
막이 열리면서 곧바로 등장하는 라인의 딸들은 물을 지배하는 존재라기보다 아예 물 자체로서, 의인화한 물이다. 이들이 황금의 원래 주인이다. 걱정 없이 경박하게 깔깔대고는 있어도, 이들은 알베리히나 보탄과는 전혀 다른 차원에 속한다.
자연을 더욱 분명하게 보여주는 또 다른 존재가 작품에 등장하고 있는데, 바로 4장에 나오는 에르다다. 에르다는 그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거대한 어머니 대지'다. 이 역시 의인화한 자연이다. 작품에서 운명의 여신들과 발퀴레 여신들은 모조리 에르다의 자궁에서 나온 딸들이다. 이들은 변형된 에르다로서 어느 정도 대지와 자연의 특성을 지닌다. 길고 먼 과거를 속에 품고 있고, 또 앞일을 내다보기도 한다. 보탄과 에르다 사이에서 태어난, 따라서 보탄의 질서에 속하는 딸들은 4부작 마지막에 모조리 죽어도, 에르다의 힘을 대변하는 노른들은 미리 흙으로 돌아갔다.
이들 자연의 존재들은 신들의 질서에 속하지 않으며, 따라서 신들의 멸망에 동참하지 않는다. 줄거리 진행에서 보탄과 에르다 사이에 마법을 동원한 일시적인 인연이 맺어지지만, 그런데도 에르다는 보탄의 질서에 속하지 않고, 보탄보다 더 길고 큰 질서를 나타낸다. 곧 자연 질서를 훼손하는 존재들의 멸망 바깥에서 있는 자연 자체인 것이다. 둘의 관계를 굳이 정리하자면 거대하고 영원한 어머니 에르다가 보탄에게도 어머니의 위치에 있는 셈이다. 이것이 반지 세계 전체의 질서다. 자연의 힘은 잘 드러나지는 않아도 신들의 운명보다 더 항구적이고 더욱 근원적인 것이다.
『발퀴레』 해설
11 계약의 수호자인 보탄 자신은 자기가 임금으로 지불한 반지를 도로 빼앗아 올 수가 없다. 그런 식으로 계약을 위반하는 순간 그의 권능이 사라질 것이기 때문이다. 알베리히는 반지를 되찾으려 백방으로 노력하고 있으니, 반지를 차지한다면 반지의 권한을 남김없이 사용할 것이다. 그것은 곧 신들의 종말을 뜻한다. 보탄은 예고된 종말을 어떻게든 피하려고, 하다못해 미루어 보려고 온갖 궁리를 다한다.
보탄은 '자유로운 영웅'이라는 생각을 해냈다. 신의 도움이 없이 스스로 성장하여, 신의 충고도 없이 신이 바라는 대로 반지를 되찾을 영웅, 아무것도 모르는 채로 오로지 신이 바라는 일만을 해줄 영웅. 세상에 그런 존재가 있을까? 만일 있다면 오로지 보탄 자신의 직계 혈통만이 그런 힘든 일을 감당할 수 있을 것이다.
보탄은 그런 영웅 후손을 얻을 속셈으로 벨제라는 이름으로 숲 속에서 살았다. 그러다가 '늑대' 종족의 여인을 만나 자식을 얻었다. 늑대 가죽을 덮어쓰고 전쟁에 나서던 울페드나르 일족에 속하는 인간 여인을 가리키는 말로 보인다. 늑대 여인은 벨제와의 사이에서 쌍둥이 오누이 지그문트와 지글린데를 낳았다.
쌍둥이 오누이는 신과 인간 사이에서 태어났으니, 전통적인 의미에서의 '영웅'이다. 영웅이란 본래 신의 혈통을 지닌 인간을 가리키는 말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신의 혈통으로 태어난 영웅들은 어린 시절 부모의 보살핌을 제대로 받지 못한 채, 남다른 고난을 견디고 살아남아 자신의 능력을 입증해야만 제대로 된 영웅이 될 수 있다. 이들 쌍둥이 오누이도 인간으로서 참기 힘든 온갖 어려움을 겪고 살아남았다. 그 고난의 현장과 기억 일부가 1막에 나온다.
보탄은 이 모든 이야기를 2막에서 사랑하는 딸 브륀힐데에게 털어놓는다. 덧붙여 보탄이 딸에게 털어놓는 또 하나의 중요한 정보. 사랑을 저주한 니벨룽 알베리히가 황금의 힘으로 어떤 인간 여인을 제압해 그녀가 알베리히의 자식을 태중에 지녔다고 한다. 에르다가 들려준 예언에는 이런 말도 있었다. "알베리히가 분노하여 아들을 얻으면 행복한 신들의 종말이 멀지 않으리라!" 보탄이 위대한 생각을 궁리하고 실천에 옮기는 동안, 알베리히도 부지런히 자신의 프로젝트를 실행하고 있었던 것이다.
오페라 발퀴레」에서 우리는 보탄의 위대한 생각이 만들어 낸 결실들을 차례로 만나게 된다. 먼저 벨중 혈통의 쌍둥이 오누이. 이어서 발퀴레 여신 브륀힐데와 나머지 발퀴레들, 그리고 이세 오누이가 이승에서 서로 만나는 것도 보게 된다.
『지그프리트』 해설
7 앞의 두 작품, 「라인의 황금」과 「발퀴레」의 힘든 줄거리를 무사히 따라왔다면 마치 4부작 오페라의 중간 휴식 같은 느낌으로 편안하게 즐길 수 있는 작품이다. 무대가 보여주는 시간과 줄거리 진행에서 이해하기 어려운 부분이 없다. 주요 등장인물은 앞의 작품들에서 이미 다 소개되었고, 새로 나오는 인물이라고 해봐야 어린 주인공인 지그프리트와 목소리로 등장하는 숲의 새 정도다. 주인공 지그프리트는 곰을 묶어 끌고 오는 장면이나 풀피리를 깎아 숲의 새의 노래를 흉내 내려다 실패하는 장면 등에서 유쾌하고도 우스꽝스러운 면모를 보인다.
예로부터 사람들은 4부작 전체를 묶어 하나의 교향악 또는 소나타라고 이해하려는 유혹을 느끼곤 했고, 그럴 경우 이 작품은 3악장 '스케르초'에 해당한다. 4악장인 '신들의 황혼에서 거대한 비극이 펼쳐지기에 앞서 이 작품에서는 명랑함과 유쾌함이 지배하기 때문이다.
무대의 사건은 두 번의 밤을 포함한다. 2막과 3막이 각기 밤장면으로 시작한다. 1막과 2막은 연속되는 이틀이고, 2막에서 3막은 중간에 며칠이 지났는지 불확실하지만 밤이 있는 것만은 분명하다. 두 번의 밤 장면에 나그네 모습의 보탄이 등장한다. 그는 1막에도 등장하므로 이 작품에서 세 번이나 등장한다. 이 모든 사건을 포괄하는 총 연주 시간은 4시간 반 정도.
무대에 등장하는 공간도 막 단위로 간결하고 뚜렷하게 구분된다. 1막은 미메의 대장간이자 집, 2막은 파프너의 동굴 앞, 그리고 3막은 브륀힐데 언덕의 발치와 언덕의 꼭대기가 사건 장소다. 바그너가 극히 상세하게 무대장치 지문을 써 놓았기 때문에, 어차피 『반지』 4부작에서 모든 공간은 아주 분명하다. 바그너는 많은 면에서 자기 시대의 아방가르드였지만 무대 공간이라는 면에서는 충실히 전통을 따랐다. 연출자가 변경할 수는 있지만, 기본적으로는 할리우드 방식의 무대가 매우 구체적이고 상세하게 지시된다.
이 작품은 줄거리도 동화의 구성을 따라 쉽고도 유쾌하다. 어려운 환경에서 성장하여 스스로 제 앞길을 개척하고, 용을 죽인 다음 사랑하는 짝을 찾아내는 씩씩한 소년/젊은이의 성공 이야기는, 어두운 운명으로 가득 찬 「반지』 4부작에서 얼마나 밝고도 편안한 것인가? 물론 전체 이야기에 넣고 보면 어두운 측면을 배제할 수 없지만, 그래도 관객은 이 '스케르초 악장' 또는 '인터메초'를 마음껏 즐겨도 좋을 것이다. 코지마의 일기에 따르면 바그너 자신이 이것을 '일종의 인터메초'라고 불렀다.
『신들의 황혼』 해설
「라인의 황금』에서 알베리히는 라인강에서 황금을 훔쳐다가 반지를 만들었다. 보탄이 그 반지를 알베리히의 손에서 억지로 빼앗아서 잠시 제 손가락에 낀 적이 있었다. 그런 다음 그는 황금의 원래 주인인 라인의 딸들에게 반지를 돌려주지 않고 발할의 건축비로 거인들에게 지불했다. 알베리히의 저주가 걸린 반지를 차지한 거인들은 둘이 서로 싸우다 즉석에서 한 명이 다른 한 명을 죽였다. 그런 다음 파프너가 반지와 보물을 모조리 싸들고 사라졌다.
그 뒤로 반지는 오랫동안 움직이지 않고 동굴 속에서 파프너와 함께 잠잤다. 그러다가 지그프리트』에서 반지가 지그프리트의 손으로 들어갔다. 지그프리트는 반지와 변신 투구를 들고 용의 동굴에서 브륀힐데 언덕으로 이동했다. 브륀힐데 언덕에서 지그프리트와 브륀힐데의 사랑이 맺어졌다. 이것이 '신들의 황혼의 출발점이다. 두 주인공이 맺어질 때 이미 브륀힐데는 자기들의 결합과 더불어 신들의 황혼이 시작되는 것을 보았다. 지금 반지는 지그프리트의 손에 있다. 하지만 알베리히는 아직도 반지를 노린다. 물론 「신들의 황혼」에서는 알베리히가 직접 활동하기보다는 아들 하겐을 통해 작용한다. 그쪽도 세대교체가 이루어진 것이다.
세대교체와 더불어 『신들의 황혼』은 초인적 존재들보다는 주로 인간들이 활동하는 무대로 옮겨온다. 초인적 존재들도 등장 하지만 브륀힐데는 신격을 잃었고, 지그프리트나 하겐은 인간들 사이에서 비범한 인간으로 여겨지는 정도다. 그들 말고 이제 많은 수의 사내와 여인네, 군터와 구트루네 등 인간들이 주요 인물로 등장한다. 여전히 마법의 힘이 작동하는 세계이긴 하다.
이제 우리는 세계 여러 존재들의 손길을 거친 반지의 마지막 이동 경로를 보게 된다. 라인강에서 나온 황금이 라인강으로 돌아가면 반지(링)의 이동 경로는 하나의 '링'을 그리게 된다. 그러면 우리는 이 긴 이야기의 끝에 도달할 것이다. 이것은 저주받은 반지의 이야기인 동시에 반지가 이동하면서 '링'의 궤적을 만드는 이동 경로의 이야기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4시간 반에서 길게는 5시간가량에 걸쳐 무대에서 웅장한 음악연극이 펼쳐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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